그녀는 자기의 시니컬함에 대해 생각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보다 더 파란만장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했고, 그녀는 다른 사람보다 더 시니컬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기 자신의 천성을 고치기 위해 나름대로의 노력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결국 그녀는 그런 것을 신경쓸 수밖에 없었다.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것을 그녀는 자기가 살면서 깨우친 거고, 자기 자신이라면 평생을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김시련은 분명 그런 여자였다. 그녀는 또래보다 시니컬하고, 또래보다 경험이 많다. 그녀는 그걸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는 어느 순간 그것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고등학생 소녀가 그런 것을 그렇게 쉽게 받아들일 리는 없다. 그러나 그녀는 그녀일 뿐이다.
'너'는, 시련의 눈 앞에 선 이일임은 그런 '너'와 친했다.
일임은 시련을 꽤 기분 나쁘다는 듯이 째려봤다. 일임은, 자기 자신은 평범한 고등학생이라고 생각하는 비범한 고등학생이다.
어릴 때부터 상이란 상은 전부 탔고, 그럼에도 자기 자신을 평범하다 일컫는 그는 어찌보면 비범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시련의 눈에는 일임은 지루한 사람이다. 실제로, 일임의 근처에 시련 같은 여자애가 있으면 일임은 지루한 사람일 뿐이다.
그들의 여름에는 일임의 끝없이 완벽한 계획 속에서 무사히 보내야할 거라고 다짐되었다. 일임과 그의 친구들은 그들 답게 한 번의 모험(?)을 끝낸 후고, 시련은 그들의 곁에서 벗어나려고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너는 우리와 같이 있어야 해."
"왜?"
시련은 되물었다.
"여기, 이 종이를 봐바."
거기에는 알아보기 어려운 글들이 많았다. 사이비 종교인가, 과학인가 모르지만 일임의 말은 무시하면 나쁜 일이 벌어질 것이다, 고 시련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분명해. 너는 우리와 같이 가."
"뭐. 그래."
다음 날, 시련이 간단한 수준의 짐을 싸고 일임 무리의 별장으로 가려고 한 순간(일임은 분명 돈이 많은 집안의 자제다. 분명히 운 좋게 인맥으로 집을 구했다든가, 그 많은 기계 부품을 구했다든가 하지는 않았겠지)어떤 공기가 그녀의 주위를 감쌈이 느껴졌다.
그녀의 주위에는 나쁜 사람이 많고, 그는 그녀가 자주 보던 사내다. 전생이니, 뭐니 하면서 원망을 표출해내는 정신병자 같은 노숙자. 시련은, 그냥 일임 따위 전부 잊고 집에서 게임이나 한 판 더 할까 생각해봤다. 그러나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일임은 분명 평범하지만 재밌는 녀석이고, 그녀도 친구들끼리 놀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름 날, 새벽임에도 미지근한 바람이 불어오고, 무덥지근한 날이 은근한 짜증을 불러 일으킨다. 그게 그녀의 여름 날 모험의 시작이라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