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이야기임. 내가 군대에서 신병위로휴가 (100일 휴가)를 나왔을 때니깐, 2002년 9월 초.
처음 휴가를 나와서 집에 도착을 했는데, (부대가 집에서 가까운 편이라 3시간 걸림) 짜장면이 너무너무 먹고 싶었음.
부대에서 뽀글이 짜파게티는 많이 먹었는데 제대로 된 짜장면이 먹고 싶어서 집 근처에 있는 중국집에 감.
원래 그 자리가 초등학생 때부터 중국집 자리였긴 한데 상호가 자주 바뀌는 곳이었음. 보통 2년이면 바뀜.
짜장면을 시킴. 10분만에 나오길래 한 젓가락 후딱 집어 입 안에 넣음.
군대에서 휴가 나온 장정이면 뭘 먹어도 맛있는 게 정상인데 진짜 맛이 너무 없음.
응? 이게 짜장면? 의심이 들어서 한 젓가락 더 먹어봄. 역시 맛이 영 별로임.
보통 중국집에서 시키면 나오는 그런 짜장면 맛이 아님. 뭔가 엄청 밋밋한, 카라멜 맛이 거의 안느껴진다고 해야되나?
이걸 참고 먹으면 너무 아쉬울 거 같아서 딴 중국집 가서 짜장면 먹으려고 자리에서 일어남.
계산하려고 가니깐 카운터 지키던 아주머니께서 왜 안먹냐고 물어봄.
주저하다가 [이런 말씀 드리기 죄송한데, 짜장면이 너무 맛 없어서 못 먹겠다] 솔직하게 말함.
그러자 [내 남편이 대만 사람인데 한국 와서 짜장면을 처음 배웠다. 가게 연 지 4일 됐는데 아직 맛을 못잡았다.
대신 짬뽕을 먹어보는 건 어떠냐. 짜장면 값 안받겠다. 짬뽕도 맛없으면 그것도 돈 안받겠다.]
솔직히 짜장면이 먹고 싶었는데 아주머니께서 강력하게 먹어보라고 하시길래
그럼 짬뽕 주세요, 하고 먹어봄.
진짜 진짜 이제까지 먹어본 짬뽕 중에서 제일 맛있었음. 와 이게 짬뽕 맛이라고? 할 정도로...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그 짬뽕이 최고라고 생각됨.
중국집에서 먹는 일반적인 짬뽕하고 끝맛 자체가 다르게 너무 부드럽고, 매콤칼칼하면서도 시원하면서 살짝 단맛도 나면서..
한 그릇 국물까지 싹 비우고 한 그릇 더 시켜 먹음. 배 터질 거 같은데도 국물 한 사발 더 들이키고 싶었음.
정말 맛있는 짬뽕이네요, 너무 잘 먹었습니다, 하고 짬뽕 두 그릇 값 계산하고 나옴.
6개월 뒤에 일병 휴가 나와서 그 가게 가서 또 짬뽕 먹어야지~ 했는데
가보니깐 가게 망해서 상호 바뀌어있음 ㅠㅠ
짬뽕이 아무리 맛있어도 맛없는 짜장면을 이길 수 없다....
중국집의 기본이자 배달 주력 메뉴인 짜장면이 맛 없으니 금새 가게 망한듯.....ㅠㅠ
솔직히 짜장면이 너무 맛없기는 했음...그래도 6개월 만에 망할지는 몰랐지.
아, 그 짬뽕 정말 맛있었는데, 다시 먹고 싶다.
02..? 연세가...
중년 아조씨임...
ㅜㅜ
짜장 맛 없어서 나가는 손님이 짬뽕을 먹더니 2그릇 먹는걸 보고 뭔가 드는 생각이 없었을까... 짬뽕 전문점을 하면 됬을듯한데
그 당시엔 짬뽕 전문점, 볶음밥 전문점 이런 개념 자체가 희박했던 때니까..지금 그렇게 열었으면 정말 장사 잘 됐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