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디자인적으로 봤을 때, 초기의 마비노기는 커다란 장점 3가지를 가지고 있었음.
1. 월드맵의 크기가 다른 게임들에 비해 상당히 작은 편이었으며,
2. 모든 유저가 모든 난이도의 던전 로비를 공유하게 되어있었음.
3. 던전의 난이도가 낮더라도 특정 제작 아이템의 소재 아이템들을 얻을 수 있었음.
첫 번째로,
초기 마비노기는 타 MMORPG 들에 비해서 월드맵의 사이즈가 상당히 작은 편이었음.
가장 북단인 시드스넷타에서 가장 남단인 케안 항구까지
걸어서 가더라도 30분이 안걸림. 당시 가장 빨랐던 서러브레드를 타고 10분, 2인승 하프링거를 타고 15분 정도가 걸렸음.
다른 MMORPG들이 한 지역만 통과하는데 20~30분씩 걸렸던 걸 생각하면 무척 작은 사이즈의 월드맵이었음.
그로인해 일정 지역의 인구밀도가 자동적으로 높아질 수 밖에 없고 유저들의 접촉이 잦게 유도됨.
거기에 일정 시간에만 작동하며 특정 공간으로만 이동할 수 있는 문게이트라는 순간이동 시스템을 도입하여
같은 채널에 있는 유저들이 작동 시간까지 문게이트 옆에서 대기하게 만듦.
많은 유저들이 행선지가 동일한 다른 유저들과 문게이트 앞에서 소통하게 됨.
유튜브 같이 짧은 시간을 소비할 수 있는 인터넷 컨텐츠가 없던 시절이라 더욱 이런 게 가능했음.
두 번째로,
일반/하급/중급/상급 던전의 로비가 딱 하나였다는 것임.
이게 엄청나게 좋은 아이디어임.
뉴비, 중수, 고수, 고인물들이 동시에 같은 공간을 공유함으로써
더 강한 사람이 더 약한 유저들을 도와주거나 이끌어 줄 수 있게 되어있으며,
비슷한 수준의 유저들끼리 계속 알아가는 현상을 만들어 냄.
여기에 세 번째 장점이 겹쳐지는데,
난이도가 낮은 던전에서도 거기에서만 나오는 소재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임.
당시만 해도 랜덤박스에서 나오는 아이템들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디자인이 예쁜 옷이나 성능이 괜찮은 장비 아이템 등을 유저들이 직접 제작해서 사용하는 편이었음.
그런데 제작에 필수적인 소재 아이템이 난이도가 낮은 던전에서만 나오는 경우가 꽤 있었기 때문에
그런 소재 아이템을 모으기 위해 고수들이 초보와 중수들이 주로 이용하는 던전에 들어가기도 했고,
이 과정에서 고수들과 장래성 밝은(?) 뉴비 및 중수들과 접점을 가지게 되서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는 긍정적인 효과 및 인간적 관계의 확대를 가져옴.
할 거 없이 빈둥빈둥 던전 로비에서 시간만 까먹고 있던 고수들이
아, 그 소재 아이템이나 얻으러 가볼까~ 하면서
뉴비나 중수들이 열어둔 참가자 모집 파티에 들어가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으며,
난이도 높은 상급 던전일지라 하더라도 머릿수를 맞춰야만 하는 경우
로비에서 일자리를 못구하고 있는 뉴비나 중수들을 초빙해 들어감으로써
산발적으로라도 관계가 계속 이어지게 됨.
일반적인 MMORPG들은 자신이 지나온 던전의 경우 다시 이용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태반인데,
초기의 마비노기는 아무리 레벨이 높아지더라도 기존에 지나쳐왔던 낮은 난이도의 던전을
지속적으로 이용하게 하는 원동력을 가지고 있었음.
이 세 가지는 지금 생각해봐도 놀라운 소셜 시스템 기획의 일부임.
그러나 세 가지 장점은
차후 이리아 대륙이라는 똥급 업데이트로 인해 박살나기 시작.
쓸 데 없이 넓은 새 대륙을 추가해서 월드맵의 크기만 커지고 유저들은 줄어드는데 인구밀도는 심각하게 낮아짐.
던전에서 나오는 소재 아이템을 넣어 만드는 꽤 괜찮은 아이템들 대신
랜덤박스에서 더 좋고 예쁜 아이템들이 쏟아져나오면서 제작 아이템이 외면받기 시작하고,
마침내 더 이상 소재 아이템을 얻기 위해 던전을 도는 경우가 사라지며 이 부분도 개박살.
물론 유저가 빠져나가기 시작한 가장 큰 계기는 세공 이었지만,
그 외에 소소하게 잘 갖춰진 시스템들도 결국 자기네들 손으로 다 망가뜨림.
랜덤박스에선 옷과 장비를 뽑게 해주는 게 아니라 옷본과 도면을 줬어야지.....
막줄은 마침 내가 연구하던거랑 겹치네 어느 게임이든 완제품을 이벤트로 뿌리면 생산직의 허리가 끊어져서 경제가 무너져버려.
그리고 나는 마비노기가 본격적으로 망한건 수리 100% 상시화 업데이트라고 보고있어. 개조 초기 123롱소드가 사기급 스펙이었지만 개조개편되고 서서히 물량 소모되서 밸런스 조절될 수 있던게 그 최대내구 깎이는 수리 시스템 덕이거든.
이 부분 동의함. 생산직 스킬이 살아남으려면 소비되는 물량이 있어야 하는데 수리성공률을 100% 만들어주면서 이 부분도 깨져버림.
이건 생산직만 죽인게 아니라 옷 빼고(이건 원래 100%였으니) 다른 장비를 득템으로 얻어다니던 유저들까지 싹다 죽여버린거. 장비를 교체할 필요가 없으니 인첸트 물량의 수요는 당연히 줄어드는거고 던전템이 결국 똥값될 수 밖에 없지
철광석 캐러 철광석 던전가고 동광석 캐러 은광석 금광석... 추억이구만 뭐 어려서 아무것도 모를때라 저런건 몰랐었지만...
나는 근데 마비를 가장재밋게 햇던시기가 그림자던전 추가되고나서 제일재밋게해서 c3이후 이리아대륙 이후로 다망햇다! 라는말은 너무 겜을 단순하고 짧게보는거같아 분명 반등할만한 패치도 많았고 본문 세골이전 이건너무너무 초기때얘기라서...
티르코네일 앞 냇가 건너편에서 양털 깎아와서 팔던 기억이 난다. 하루 네 번 하면 접속시간 다 됐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