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있음 주의!!!
이젠 진짜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아니 사실 뭐가 뭔지 몰랐던 건 처음부터 그랬다.
주어진 단서가 너무 부족했기 때문에 다음 내용을 예상해보기 위해서는 억측과 논리 비약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애니 자체가 스토리 진행은 안 하고 7화 내내 놀고 먹기만 했으니까. 열심히 한 건 개그 치는 것뿐이었다.
그래도 내가 나름대로 있는 단서 없는 단서 최대한 끌어모아서 짱구를 극한으로 굴린 끝에 '가상현실'이라는 추리...라기보단 추측을 내놓은 게 5화 방영 후였다.
그리고 6화가 나온 후, 추측은 확신이 되었다.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49666693
그래서 내 추측을 정리해서 쓴 게 이 글이다.
정말 정성껏 썼는데...내가 틀렸나보다.
이번에 나온 8화 마지막에, 마에다 준 이 새끼가 보란듯이 응 아니야를 시전했다.
가상현실 아니라고 못을 박는 장면을 집어넣었다. 스즈키가 히나와 같은 시공간에 동시에 존재하는 장면을 넣은 것이다.
심지어 스즈키를 따라다니는 이름도 없는 아재 캐릭까지 같이.
물론 엄밀히 말하면 동시에 존재한 것은 아니다. 우기려면 억지로 우겨볼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긴 하다는 뜻이다.
또는 스즈키 역시 가상현실세계로 들어온 것이라고 우겨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어떨까? 그렇게까지 우기려면 결정적인 근거가 뭐라도 하나 있어야지.
내가 가상현실이라는 추측을 내세울 때도 빈약하나마 이것저것 근거는 제시했었다.
근데 이제 판이 뒤집혔고, 빈약하던 저번의 근거만으로는 더 이상 같은 추측을 밀고 나갈 수가 없게 됐다.
근거가 전무한데 끝까지 가상현실 맞다고 우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봐도 가상현실 아니라고 못을 박기 위해 의도적으로 집어넣은 장면 같은데 그걸 무시할 수는 없다.
그것마저도 반전을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한 트릭이었다? 라고 믿기엔 너무 낙관적인 사고 같다.
그래서 이젠 진짜 모르겠다. 더 이상 머릿속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추리를 할 수가 없다.
도저히 이 말도 안 되는 내용들이 하나로 이어져 그럴듯한 스토리가 되는, 그런 좋은 엔딩을 상상할 수가 없다.
내가 믿었던 가상현실 가설이 거의 무너진 것과는 달리, 히나 안드로이드 가설은 여전히 유효할 뿐더러 근거가 더 늘어났다.
또한 시계열 트릭 가설 역시 마찬가지로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그것들만으로는 ㅈ같이 말도 안 되는 지금까지의 스토리들을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별로 의미가 없다.
내가 가상현실이라는 가능성에 한 표를 던졌던 이유는 전혀 말이 안 되는, 대놓고 헛소리를 늘어놓는 내용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것밖에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상해보이겠지만 이곳은 현실세계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이런 것도 가능하죠.' 같은 설명이 필요했던 거다.
까고 말해 히나가 진짜 신이라서 현실개변 능력이라도 가지고 있다는 소릴 하려는 건 아닐 거 아니야.
그런데 그냥 그 모든 것이 개그였다고?
우스개였다고?
일반상식도 없는 주제에 망해가는 라면가게를 전문가 수준으로 컨설팅해서 순식간에 되살리고, 지 꼴리는대로 '혼자만' 마작 룰을 바꿔서 우승을 차지해도 아무런 문제가 안 되고, 고등학생이 오토바이에서 달리는 트럭 위로 점프를 하고, 농구 경기에서 손으로 발판 만들어서 동료를 던져올리는 그 개소리들이 그냥 전부 농담이라고?
대놓고 현실에 있을 수 없는 헛소리를 지껄인 다음 그냥 웃기려고 그랬다는 소릴 하려는 걸까? 도저히 믿을 수 없지만 아무래도 그게 맞는 거 같다.
내가 알고 있는 한 마에다 준은 한물 간 작가는 맞지만, 근본도 없이 각본을 되는대로 막 휘갈겨 쓰는 작가는 아니다.
아니었다.
하지만 이젠 모르겠다.
억지스런 가상현실 트릭이 정답일 것이라고 행복회로를 돌리느니, 퇴물 작가의 추한 은퇴작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현재로선 더 타당할 것이다.
그쪽이 훨씬 더 근거가 많고, 뚜렷하기 때문이다.
제발 나한테 뭔가 단서를 줘. 이 ㅈ같은 내용들이 전혀 ㅈ같지 않게 정리될 수 있는 엄청난 스토리가 진짜로 있다면, 그걸 추리할 수 있는 단서를 내놔.
무려 8화까지 진행했는데 왜 뚜렷한 단서 하나가 없냐고.
아무튼 지금까지 봤으니 이제 돌이킬 수가 없다. 좋은 의미는 아니지만 대체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서 어쩔 수 없이 엔딩을 봐야 한다.
그래서 끝까지 따라가긴 하겠지만 이젠 아무 기대도 생기지 않는다.
분명한 건 이번에도 개소리로 끝내면 난 이 작가가 각본을 쓴 애니메이션은 두 번 다시 안 볼 거라는 사실이다.
골이 아프다.
세상에서 제일 ㅈ같은 애니는 처음부터 망작 스멜이 풀풀 풍기는 애니가 아니다. 망작인지도 모르고 열심히 보고 있는데 도중에서야 망작이 맞다는 것을 깨닫게 만드는 애니다.
계속 보면서 뭔가 엔젤비츠 보는 느낌이엇는데
엔젤비트는 감성이라도 잘 챙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