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도 신이치를 아는 사람은
그 소년을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쿠도 신이치가 움직이면
무조건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 소년은
일인기업이었다.
그것도
어지간한 글로벌기업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엄청난 매출을 자랑하는 알짜배기다.
쿠도 신이치와
다른 두 사람이 중심이 된 삼인위
말 그대로
세계정부이자 심연정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다국적 용병사업이라든가
비즈니스컨설팅은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구성된 최고전문가만 섭외했으니
그만큼 몸값이 비쌌고
결과는
항상 최고였다.
‘구하라!
그럼 얻을 것이다!’
이쪽 세계에서
미스터 가디언 (쿠도 신이치) 과
계약을 성사시킨다는 건
여분의 목숨을 얻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 귀국을 환영합니다.
쿠도 신이치 군...님.”
“ 오랜만입니다.
이오리 무가 씨.”
하네다를 떠난 신이치가
도쿄 소노코 호텔에 도착했을 때
이오리 무가와
오오카 모미지, 스즈키 소노코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 뒤에는
호텔을 위시한
호텔지배인과
직원들의 환대를 받았다.
“ 아,
오늘은 피곤하니
자세한 브리핑은 내일 받겠습니다.
급한 일은 없겠죠?”
“ 신지로 내각총리대행이 저녁을 같이 하시잡니다.”
“ 내일 아침으로 미뤄요.”
“ 알겠습니다.”
그가 피곤한 듯 인상을 쓰자
모미지와 소노코는
서로를 겁먹은 눈으로 바라보다가
이오리 무가에게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그 모습을 본
이오리 무가도 선선히 물러섰다.
“ 아, 참!
혹시 돌집에서 연락이 와도 무시하세요.”
“ 돌집?
일본 의원회관과 의사당 말씀이신가요?”
“ 흠.
무시하긴 힘든가?”
쿠도 신이치야
간이 배 밖으로 나왔으니 가능할지 모르지만
대다수의 평범한 일본인은
자국 정부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을
면전에서 까긴 어려울 것이다.
그가
아무리 대찬 커리어맨이자
전직 공안 출신에
오오카 모미지 모미지 콘체른의 후계자를 근접에서 모시는
앨리트라도
살아있는 권력에 대항하긴 힘들었다.
“ 연락이 오면 내게 돌려주세요.”
“ 알겠습니다.”
이오리 무가와 다른 사람들은
이번엔
진짜 물러났다.
뜨거운 온수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언제 들어왔는지
로건 (모리 코고로) 를 제외한
그의 부관인
리차드와
그 떨거지들은
벌써 술판을 벌이는 중이었다.
작전이 없는 용병의 삶은
대부분
광란의 파티에 빠져들어
쾌락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거기서 만족하지 못하면
약물이든 알콜이든
중독자가 되는 것이다.
솔직히
용병은 예비강력범죄자였다.
“ 적당히 놀다 떠나.”
“ 진짜 안식년을 가지려는 겁니까?
수호.”
“ 내 말이 농담인 줄 알았어?”
신이치도
무알콜 맥주캔을 까 술판에 끼어들었다.
“ 과연 주변에서 당신을 쉬게 놔둘까요?”
“ 내가 안 한다면 안 하는 거야.
리차드.”
남미문제에 참견한 건
자신의 친구인 소노코의 집안인
스즈키 그룹과
란의 친구라고 할 수 있는
모미지 콘체른에 대한
은혜갚음과
일본에서 안식년을 보내는 데 도움 받을 일이 있어서
미리 선수 친 것이다.
일미동맹의 역학관계에서
이제껏 백악관이 부탁하면
나가타쵸는 양보하는 게
당연한 포지션이었다.
“ 우리도 이참에 쉬겠습니다.”
“ 너희들이?
며칠이나 갈까?
한 일주일만 지나도 몸이 근질근질할 텐데?”
“ 관광이나 다니게 가이드나 붙여주십시오.
혹시 압니까?
우리도 일본에 정착할지?”
리차드에게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인 신이치는
발코니로 나왔다.
아직 해가 떨어지지 않은
도쿄의 늦은 오후는
여느 도시의 바쁜 일상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 미국은 보복할 거다.’
진상이야 어쨌든
남미에서 벌어진 자국민납치와 살해를 테러와 결부시키는 순간
청문회결과와 상관없이
군사보복을 결행할 확률이 높다.
눈치 빠른 로비스트들이
이 좋은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전쟁은 노다지다.
아니,
굳이 전쟁까지 가지 않더라도
미국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면
신무기도입이나 국방계약 등
국방사업에 탄력이 붙게 되어있다.
잘 짜인 한 편의 시나리오.
그 부분에 있어서
신이치는
진심으로
스펙터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였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블로펠트를 탈출시킬
모든 예비계획 중 하나가 작동된 셈이니까.
신이치를 위시한
삼인위
아니
세계정부라고 해도
스펙터를 완전히 뿌리뽑을 수 있다고
장담하기가
어렵다고 할 수 있었다.
마르크스 레닌 주의는
묵은 교과서로 취급되지만
히틀러의 추종자들은
지금도
세계 어디에서든 준동할 수 있으니까.
인종차별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히틀러의 추종자들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스펙터는
얼마든지 힘을 키울 수 있을 테니.......
누군가 이익을 얻으면
누군가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고
개도국이든 선진국이든
다수를 착취해
소수만 배불리는 수익구조가 일반적이다.
어째서
다수는
이 소수를 위해 희생돼야 할까?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선
법리法理를 알아야 했다.
법조계에 종사하는 법관과 변호사, 법학자는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사법제도의 악랄한 이중성은
무지無知한 국민을 보호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진짜 현실 세상을 예리하게 꼬집어내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고마운 글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