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할 짓이군, 이건...."
신이치가 일부러 모셔오라고(?) 한
후루야 레이와
카자미 형사를 감시(?) 하고 있던
모리 코고로는
낮은 한숨을 쉬었다.
지금
그들이 있는
요코스카 주일미군사령부 내의
기밀실 밖의 복도는
텅텅 비어있었다.
그 벨트리 특급에서 살아남은
이르마 분트의 부하들과
용병들을
이 사령부의 감금실에
감금 아닌 감금을 시켜놓고 나자
지금 이 곳에는
신이치의 근접경호를 맡은
신이치의 사촌형의 지휘를 받는
영국 SAS 대원들과
미국 델타포스 대원들을
제외하고는
후루야 레이와 카자미 형사와
자신 말고는
이 구역에는
남아 있는 사람이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6명.
아니.......
곧
남아 있는 인원은 5명이 될 것이고
어쩌면
바로 3명이 될 지도 모른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신이치가 결정을 할 사항이니까.
'확실하게 셋이 될 것 같기는 하군.'
지금 듣는 사람이
절로 귀를 난도질해 버리고 싶을 정도로
끔찍한 비명을 질러 대고 있는
이르마 분트는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비명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신이치는
절대로
그녀를 살려두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그 비명을
넋이 나간 듯한 모습으로 듣고 있는
후루야 레이와 카자미 형사도
시체나 다름 없는 상황이었다.
신이치가
가장 약이 바싹 오르게 만든 일이라고 할 수 있는
신이치를 앞선 일을
실질적으로 실행하고 계획한 것은
그 두 사람이고,
신이치의 굶주림은
당연히
이르마 분트 하나만으로 끝나지 않을 테니까.
이제
곧 자신이
그 이르마 분트와 같은 꼴이 될 가능성이 높으리라는 것은
후루야 레이와 카자미 형사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니. 어쩌면........'
시체나 다름없는 이와
곧 시체가 될 가능성이 높을 두 이.
그리고
신이치와 자신,
신이치의 사촌형을 제외하면
그렇다면
지금 이 곳에는
남아 있는 인간이 없다.
시체는 인간이 아니고
지금 신이치도
평범한 인간이 아니니까.
그리고
모리 코로고 자신과
신이치를 호위하고 있는
그의 사촌형도
평범한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한
살인전문가이자
터미네이터 저리가라 급의 전투기계이기도 하고 말이니까.
살아 있는 이는 있되,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이들만이 공존한다는 생각이 들자
모리 코고로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거리고
후루야 레이와 카자미 형사도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그 웃음은 오래 가지 못했다.
"끄아아아아..........아아........으흐흐흐."
비명과 흐느낌이 뒤섞인 그 소리가
그 구역을 울려온다.
그 소리에
모리 코고로의 몸이
순식간에 경직이 되고,
후루야 레이와 카자미 형사의 몸이
자신들도 모르게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그...그 이르...마 분트라고,
이르마 분트....'
이르마 분트가 누구인가
말 그대로
공포라는 감정을 알겠다고
사람을 짐승을 죽이듯이
재미삼아 죽이고도 남는
중증의 사이코패스
그 자체인 존재이다.
그리고
그런 사이코패스적인 부분은
검은 조직에 있었을 당시에
소문만으로도
후루야 레이조차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진과 워커조차도
그녀를 배신한다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도 못하게 하는
극도의 공포 그 자체였다.
말 그대로
바늘로 찔러도 피도 한 방울 나오지 않는다는 말과
지독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의
살아 있는 증거가
바로
그녀였던 거였다.
그런 이르마 분트가
지금
놀이동산의 귀신의 집 안에서
부모의 손을 놓치고
혼자 있는 아이처럼 흐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 사실이
버틸 수 없을 만큼 공포스러운
후루야 레이였다.
그가 아는
이르마 분트는
팔다리를 끊어내고
몸을 톱으로 자른다고 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미치광이 이상급의
사이코 광년이었다.
잘려 나가는
자신의 육체를 보면서도
비웃음을 흘리고도 남을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지금 빌고, 소리치고, 울고 있었다.
어느 정도의 고통을 겪고 있으면
그 이르마 분트가
마치
대로변 한 복판에서
부모를 잃어버린 아이처럼
저렇게
처철할 정도로 울 수가 있단 말인가.
눈으로 볼 수는 없다.
아무리
그 후루야 레이라고 할지라도
지금
그녀가 고통받고 있는
저 방 안으로 들어가 볼 용기는 없으니까.
그 안에서
가학성을 마구 드러내고 있을
악마 아니
마귀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지는 않다.
악마나 마귀는 상상하는 것으로 족하다.
그 누구도
악마나 마귀라는 존재를
실제로 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에도가와 코난.
아니
쿠도 신이치.'
여러 가지로
신이치라는 소년은
그의 상상을 뛰어넘고 있었다.
일본 내에서
세계 역사상 길이 남을
사상 최대의 첩보전을 벌인 것도 모자라
그 일본 최대 재벌이라고 할 수 있는
카리스마 그룹과
검은 조직
그리고
세계를 지배하려는 상상을 초월한 음모를 벌인
네오나치 조직인
스펙터와
일본을 암중모색으로 지배하는
일본회의를 상대로
일대일로
정면 승부를 벌여서
결국
그들을 패퇴시키고
일본에서 영원히 추방시킨 것도 모자라서
그들의 최종보스이자
카리스마 렌야라는 가명으로 숨어있던
아돌프 히틀러의 유일한 아들인
에른스트 스타블로 블로펠트를
순식간에 사로잡은 것도 모자라
자신을 포함한
일본 공안경찰을
효과적으로 제압한 것도 모자라
그 스펙터의 조직원들과
그들이 고용한
일급 용병들마저
마치 굴비두름처럼
순식간에 제압을 해버리다니,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서
자신조차도 두려워하는
그 천하의 이르마 분트를
저렇게
처참하면서도
철저하게 부숴버리다니.
그런
상상아닌 상상을 하는 동안
방 안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는
점점 힘이 빠지기 시작하고
그 스산한 비명소리를 듣고 있던
모리 코고로와
후루야 레이, 카자미 형사는
자신들도 모르게
가만히 눈을 감고
그녀의 명복(?)을 빌어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는 동안
방 안에서 들려오던 비명소리는
작은 흐느낌으로 바뀌기 시작하고
곧바로
쉬어버린 목소리에 뒤따라서
힘껏 내지르지만 채
목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는 비명.
그리고.......
정적.
낮은 정적.
숨소리조차 천둥소리만큼 크게 들려올 정도의
깊은 정적이
그 곳을 가득 메웠고
그러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후루야 레이와 카자미 형사의 심정이 이해가 됩니다. 말 그대로 진짜 지옥이 어떤 곳인지 제대로 맛을 보는 것 같으니..... 듣기만 해도 심장이 완전히 조여드는 듯한 극한의 공포....... 상상만으로도 진짜 소름이...... 그것도 신이치가 직접 하는 저 짓을 그 둘이라고 하지 말라는 법도 없을테니.......
맞는 말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