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외곽의 한 별장.
코시자와 재단이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는
이 별장의 한 공간에는
늦은 밤임에도
양복을 입은 세 남자가
무거운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군용 차량이
무엇인지 아는가?”
코시자와 회장이
나이초의 사와베 국장에게 물었다.
“M54입니다.”
사와베 국장이 답했다.
인터네셔널하베스터가 디자인하고
다이아몬드T,
인터네셔널하베스터,
카이저지프,
맥 네 개 사가
1951년부터 1965년까지 제작한
5톤 트럭,
카코, 덤프,
트랙터, 레카, 밴,
또는 장갑차 상부를 얹어
경장갑차로 전환이 가능한
이 트럭은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그리고
냉전 시기를 통해 전 세계로 팔려 나갔다.
미국의 우방 국가는 물론
적성 국가에서도
폐기 예정인 트럭을 서류 조작해 도입할 정도로
전 세계에서 사랑받은 군용 트럭이었다.
코시자와 회장의 시선이
시게노 상무에게로 옮겨졌다.
사와베 국장은
시게노 상무로 옮겨진 코시자와 회장의 시선에서
자신의 답이 틀렸음을 눈치챘다.
“랜드크루저.”
시게노 상무가
사와베 국장을 보면서
토요타에서 제작한 4륜구동 SUV의 이름을 말했다.
코시자와 회장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1986년에 리비아와 차드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지.”
시게노 상무가
사와베 국장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전력상으로는
소련에서 수입한 전차와 장갑차로 무장한
리비아군이
절대적으로 우세했지.
국제사회에서도
당연히 리비아가 압승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런데 실제로는
리비아군이 대패했지.
그리고
그 중심에 랜드크루저가 있었고.
랜드크루저를 개조한 테크니컬로 리비아군을 박살 냈지.
분쟁 지역에서 몰아내는 것은 물론
리비아 본토로 들어가
공군기지를 점령하고 전투기를 탈취할 정도의 대승이었지.
그리고 해외 언론은
그 전쟁을 토요타 전쟁이라고 불렀지.”
“생각이 짧았습니다.”
사와베 국장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토요타가 제작한 랜드크루저는
군용차량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일반 군용차량보다 싸고,
정비도 쉬웠다.
많이 만들어지고,
많이 팔린 만큼 부품 수급도 용이했다.
“일본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군용차량을 판매한 나라이지만,
사람들은
일본을 무기 수출국으로 생각하지 않지.”
시게노 상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호주에서 잠수함을 팔려다가
프랑스에게 졌지.
아랍에미리트에는
수송기 판매에 실패했고,
영국에 수출하려던 해상 초계기는
미국에,
태국에 수출하려던 방공 레이더는
스페인에 빼앗겨 버렸지.”
사와베 국장은
코시자와 회장의 차분한 목소리에
분노가 스며들었다고 느꼈다.
“인도에, 뉴질랜드에, 필리핀에, 그리스에.
수많은 나라에
이 땅에서
우리의 손으로 만든 무기를 팔려고 노력했지만
번번이 좌절되었다.
반면에
우리의 이웃인 한국은 어떠한가,”
코시자와 회장의 목소리에
확실히
분노가 스며들었다.
“한국은
인도네시아에 전투기와 잠수함을 팔았다.
영국 로열네이비는
한국에 군함을 발주했고
터키, 폴란드, 인도, 핀란드, 에스토니아, 노르웨이가
한국에서 만든 자주포를 쓰고 있다!”
코시자와 회장의 목소리가 커졌다.
두 사람은 말없이 있었다.
“70년도에
조선 놈들이
그 망할 놈의 하푼을 사겠다고
미국에 입찰을 넣었지!
우리 자랑스러운 일본계 로비스트들이
워싱턴에 돈을 뿌려 가면서
하푼 수출을 막았어!
이긴 줄 알았지!
이긴 줄 알았어!
그런데 결과가 어떻게 되었나?
조선 놈들이 프랑스로 달려갔어.
그리고 엑조세를 팔아 주면
A300도 같이 사 주겠다고 딜을 쳤지.
프랑스는 만세를 불렀지.
미국은 부랴부랴
한국에 달려가 하푼을 팔겠다고 이야기했고,
망할 놈의 조선은
하푼과 엑조세를 동시에 운용하는
유일한 나라가 되었지!
대한항공 회장은
프랑스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고,
우리는 엿을 먹었고!”
유명한 이야기다.
한국이 대함미사일을 도입하면서
일본이 방해를 했지만
실패했다.
오히려
한국의 전력만 강화해 준 이야기다.
일본도,
일본의 말을 들은
미국도,
그리고
보잉도 엿을 먹었다.
보잉과 더불어
상업용 항공기를 양분하고 있는 에어버스의 시작이
바로 그 사건 덕이었다.
대한항공 회장이
에어버스 본사가 있는 툴루즈에 갈 때마다
레드 카펫이 깔리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무기 수입에서도 마찬가지야.
일본은
매년 150억 달러가 넘는 무기를 사들이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지.
왜?
그 망할 놈의 FMS 때문에!”
코시자와 회장이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강하게 내리쳤다.
FMS(Foreign Military Sales, 대외 군사 판매).
미국은
일본과의 무기 거래에서
자국이 주도권을 가진 FMS 방식을 고수한다.
즉
미국이 가격을 결정하고,
일본은 대금을 선납한다.
돈은 미리 주고도
언제 물건을 받을지,
어떻게 받을지 알 수 없고,
계약 내용이 바뀌어
거래 규모가 축소되어도
선납된 금액 중 초과분은 돌려받지 못한다.
“같은 FMS인데!
똑같이 FMS의 적용을 받는데!
왜 조선 놈들은 고객으로 대접을 받으며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우리는
왜 더 낮은 자세로 굽신굽신하면서
그들의 조건대로
무기를 사들이고 있는 거지!
왜!”
코시자와 회장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숙였다.
“우리가 무기를 사면 그렇게들 말하지.
우경화다, 재무장이다!
반면에
한국이 무기를 사면
조국을 지키기 위해
신무기를 도입했다고 말하고!
이게 현실이야!
세계 최고의 무기 기술을 가졌지만
망할 놈의 군대가 없어서
이런 처참한 꼴을 당하고 있다고!”
부끄러운 이야기다.
무엇보다
조선 놈들보다 뒤처졌다는 사실에
그들은
더욱 큰 부끄러움을 느꼈다.
코시자와 회장은
천천히 숨을 골랐다.
이 이야기만 나오면
그는
마음 깊은 곳에서 타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실제로
그런 부분을 보완하겠다는 생각으로
맨 처음에는
비밀리에
가브리엘 밀러를 통해서
글로젠 DS 쪽과 비밀리에 선을 만들어서
엘리시제이션 계획 탈취에
숟가락을 얹을려고 했다가
그 가브리엘 밀러가
키리토 아니 키리가야 카즈토(콜로서스) 손에
완전히 끝장나버리면서
오히려
본인이 가지고 있던 미츠비시 쪽 지분 대부분을
키리토
아니
키리가야 카즈토(콜로서스) 입에 공짜로 먹여주는
대실패를 겪고
그나마
나머지 남은
나머지 미츠비시 쪽 지분을
전부 다 쏟아부어서
지금의
이 계획을 추진하게 된 것이었다
“마에하라 군에게
여자를 요청해 두었습니다.”
코시자와는 숨을 고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흥분의 여파가
그의 신체에 남아 있었다.
에이전트의 지인으로 보이는
그 사쿠라바 잇토키
그 소년에게 붙일 용도이다.
아름다워야 하고,
영어와 일본어에 능통해야 한다.
기본적인 교양과 지식을 갖춰야 하고,
지시에 따라
남자에게 몸을 허락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그들과 어떠한 연관성도 찾아낼 수 없어야 한다.
그런 여자는 찾기 힘들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돈이 있다면.
“차질 없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또 내가 알아야 할 사항은?”
코시자와 회장이 말했다.
“시마다가
딴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시게노 상무의 입에서
시마다의 이름이 나오자
코시자와 회장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딴생각이라면?”
“시마다가
에이전트에게 개인적인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마에하라 군에게
따로 그녀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습니다.”
코시자와 회장은 그 남자를 떠올렸다.
현직 중의원 시마다 아리히로.
아버지에게 지역구를 물려받은
후계 정치인.
떠오르는 방위족(자주국방화를 주장하는 정치계파) 중의원이었기에
모임에 합류시킨 그가
다른 사람 모르게
모임의 잡일을 처리하는
활동 우익 마에하라에게
그 여자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다는 이야기다.
“의도는?”
“개인적인 관심이라고 생각됩니다.
마에하라 군도
그렇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코시자와 회장의 이마에 잡힌 주름이
더욱 짙어졌다.
그를
이 모임에 참여시킨 것이
잘못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고를 해 둘까요?”
사와베 국장이 물었다.
“아니, 우선 감시만 붙이도록.”
코시자와 회장은 그렇게 말했다.
[연재] 유니콘 프로젝트 3 독립닌자요원 잇토키 (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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