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cafe.naver.com/gentlemaniac/21
변화의 성채
3998년, 백호의 달(12월), 32일
내가 왕관탐구자의 본거지 <변화의 성채>가 있는 <백산>에 오른 것은 주문 폭풍이 터진 해, 마지막 달의 첫 번째 날이었다. <변화의 성채>는 다른 마법학자들의 본거지와 마찬가지로 혼란스럽고 부산했다. 과거 이곳에 왔을 때 이곳의 성세와 화려함을 생각하면 씁쓸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과거, 변화의 성채는 제국 북부 산악지대의 화려함과 타락을 축소시킨 것처럼 아름다운 곳이었다. 이곳의 음탕하고 자유로운 반요정 변화술사들은 거리낌없이 손님을 유혹했고 손님들에게 잊을 수 없는 쾌락을 제공했다. 도박과 연초, 잊을 수 없는 접대가 이 성채의 방문객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물론 도를 넘는 자들은 변화술사의 그랜드 마스터에게 제제를 당하곤 했지만 어지간히 도를 넘지 않는 한 이곳에서는 모든 것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손님을 맞던 성채 남쪽의 구 시가, <빛날의 거리>는 행인이 없어 쓸쓸했고 방문객을 두근거리게 하던 홍등가의 화려한 불빛도, 변화술사들이 결투를 벌이던 투기장도 휑하기만 했다. 마법 위에 세워지고 마법이 <주문 폭풍>으로 사라지자 무너져 버린 제국의 몰락을 상징하는 것 같아 나는 울적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성채 안쪽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었다. 마법 공학으로 세워진 첨탑 중에 반은 무너져 있었고 반도 위태롭다는 말을 했다. 나를 안내해 준 그랜드 마스터의 제자인 '에우제니아'는 그랜드 마스터의 마법으로 어떻게든 남은 탑을 지키고 있지만 그랜드 마스터도 주문 폭풍으로 정신이 없어 만날 수 없다는 말을 했다. 오면서 그랜드 마스터가 큰 타격을 입어 위험하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에우제니아'가 하는 말과 표정을 보니 그 소문이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에우제니아는 성채 안 쪽의 멀쩡한 탑에 있는 방에 내 잠자리를 내주었다. 나는 누워서 이 변화의 성채와 변화술사들에 대한 생각을 하고 이들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이들에 대한 기록을 해놓기로 마음을 먹었다.
왕관 탐구자에 대한 기록
변화의 성채에 있는 마법학자들은 실로 이상한 자들이다. 그들의 시조는 나함이라는 마법사였는데 나함은 사도공의 첫 번째 제자였다.
사도공에게 변화의 언어를 배운 그는 사도공의 승천 뒤에 변화의 언어에서 필멸자에게 공개되어선 안될 비밀을 숨기고 변화의 마술 체계를 정리하였다. 흔히 <지혜의 왕관>이라고 불리는 상징이 바로 그것이다. 지혜의 왕관을 그린 나함은 그 상징을 해석하는 법을 제자들에게 가르쳤고 제자들은 이 상징을 따라 자신의 마법을 달성했다. 나함의 사망 후, 제자들은 자신들의 마법을 깊게 연구하기 위해 당시 세상과 동떨어진 백산의 꼭대기에 자신들의 거처를 세우고 자신들의 거처 중심에 있는 비전 용맥 위, 거대한 절벽에 지혜의 왕관을 새겨 나함이 남긴 진리를 추구하며 스스로를 왕관 탐구자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수백 년이 지났다. 백산은 나함의 비전을 배우기 위한 인간과 고원 요정들로 가득 차 번화한 도시가 되었다. 동시에 모든 변화마법학자들의 중심지로 우뚝서게 되었다.
세대가 흐르면서 몇 가지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그것은 인간과 고원요정의 혼혈 가능성이었다.
일반적으로 인간과 고원요정은 혼혈이 태어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변화술사 중 연금술에 심취해 있던 고원요정 나하마리엘은 여러 생물의 혼혈종을 만들 방법을 찾다가 승인의 영약이라는 기이한 약을 제조하는데 성공했고 갖가지 혼혈종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가장 특이한 키메라가 바로 인간과 고원요정의 혼혈이었다.
인간과 고원요정은 본래 거의 같은 종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고 이 약의 도움이 있다면 아주 쉽게 후손을 남길 수 있었다. 몇 가지 이유로 인간 남자와 고원 요정 여자의 만남이 일어났는데 나하마리엘은 고원 요정 여자들을 설득해 자신의 약을 마시고 그 결과를 남기게 했다.
이 약으로 태어난 반요정들은 여러모로 부모와 성격이 다른 편이었다. 그들은 엄격한 나함이나 다른 변화술사와는 달리 변화의 철학 그 자체를 중시하고 변화 마술을 깊게 익히기 위해서는 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여겼다.
이 반요정들은 곧 왕관 탐구자들의 주류 세력이 되었다. 그들은 수명이 길고 고원 요정처럼 비전운에 능숙했으며 인간처럼 암송이 빨랐다. 게다가 그들의 어머니들인 고원 요정들은 자신의 슬픔을 끝없이 되살리는 자신의 딸들을 싫어하였으므로 이들은 대부분 고원 요정의 거대한 궁성이 아니라 변화의 성채로 보내져 스승의 손에서 자랐다. 필연적으로 이들은 사회에 반항적이고 상황을 변화시키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러한 성격 덕분인지 변화의 마법을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익힐 수 있었다.
변화를 간절히 바라는 재능 있는 자들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을 때, 이들은 당시 그들의 탐구단장(왕관 탐구자의 장, Grand master)에게 자신들의 변화의 철학을 설파했고 탐구단장은 그 사상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그들의 철학을 승인했다.
변화의 철학
변화의 철학자들에 따르면 세계는 끝없이 변화하는 가마솥이고 그곳에서 올바르게 살아가려면 끝없이 자신을 변화시켜 세계에 적합한 인격자가 되는 방법 뿐이다. 그들은 세상을 지배하는 도덕에 얽매이지 않으며 자유롭고 유연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들은 변화를 통해 얻는 쾌락을 중시하고 쾌락을 통해 그 변화의 기운을 읽어 들여 깨달음을 얻기를 바란다.
이 변화의 철학 대문에 변화술사 대부분은 쾌락주의자에 가깝고 무법자에 가깝다. 특히 본성이 선한자라고 해서 세상의 규칙에 얽매이는 건 아니기에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심지어 이들은 자신들의 마법 매개를 검으로 쓰고 검술까지 연마하기에 대단히 위험한 자들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 주문 폭풍으로 제국이 몰락하기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의적이자 혁명가로 알려져 있던 연금술사 <떠도는 프리츠>는 자신의 변화를 위해 여행을 선택했고 그 여행마다 자신의 '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켜 결국은 의적이자 혁명가가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떠도는 프리츠를 지나치게 위험한 성자로 본다. (특히 지배층들은 더더욱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 다른 예로, <고통받는 카라>라는 생체변환술사는 지독한 쾌락주의자로 자신의 신체를 변화시켜 다른 이의 벌을 대신 맞으며 자신 안에 일어나는 변화를 관측했다. 사람들은 그녀를 꺼림칙하게 여겼으며 그녀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괴짜로 알려져 있다.
이 변화의 철학이 가져온 쾌락주의적인 생활 양식은 변화술사의 인식을 나락으로 보내는 것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심지어 그들은 자신의 몸을 감싸는 <왕관탐구자> 특유의 코트를 걸친 속에 옷을 마음대로 입기 때문에 인식은 더더욱 안좋아진다.
생체변환술사 대부분은 코트 안이 알몸이거나 알몸에 준하는 것들을 입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상대의 생체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상대를 공격하거나 유혹하는 것을 즐긴다. 심지어 일부는 좀 더 위험하고 이국적인 놀이를 즐기는 경우도 많다. 필자의 명예와 독자의 정신을 위해 그 놀이에 대해 상세하게 적지는 않겠다.
연금술사들은 옷은 정상이지만 코트 안에 온갖 위험한 것들을 숨기고 다닌다. 이들은 도시에서 사고를 일으키는 주범들이지만 의사 역할을 하거나 영주를 위해 봉사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평민들은 이들을 제지할 수 없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이들을 미워한다.
검에 에너지를 둘러 사용하는 기력술사들은 그런데로 정상적인 옷차림을 하지만 이들은 광적인 결투지상주의자들로 세상과 자신의 강약을 뒤집는 것을 목표로 하고 서로 서열을 일일이 매겨 그 순위를 뒤집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 위험한 인간들이다.
이들에 대해 관찰하고 그 역사를 알아볼 수록 내 정신이 피폐해질 따름이다. 현재의 탐구단장은 옛 인물로 과거의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진다는 소식이 그나마 멀쩡한 소식이었다. 부디, 그를 만나 이 피폐한 정신이 치유되기를 바랄 뿐이다.
빛의 검처녀, 에우제니아
3999년, 백토끼의 달(1월), 4일
며칠 동안, 만남을 고대했지만 슬프게도 탐구단장은 만날 수 없었다. 탐구단장의 제자인 빛의 검처녀 에우제니아는 현재 단장이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하느라 만나지 못한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아름다운 처녀이자 명성 있는 마검사인 에우제니아를 오래 보는 것은 기쁜 일이었으나 단장을 만나지 못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고위 변화술사와 고원요정 귀족의 딸로 태어났다는 반요정 에우제니아는 대단히 이질적인 인물이었다. 쾌락적인 변화술사들과 다르게 그녀는 고상하고 절제의 미덕을 가지고 있었다. 단정한 차림새와 지성을 가득 품고 반짝이는 눈은 그녀가 변화술사 중에는 드물게 올바른 인물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녀의 태도는 시종일관 정중했으며 예의에 조금도 어긋나지 않았고 대접 역시 호화로웠다. 며칠을 좀 더 머물며 그녀와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야만의 땅, 토르타를 달리는 내 친구, 대족장 루크 마그나티라를 만나기로 했기에 아쉬운 이별을 해야 했다.
백산을 내려오며 반쯤 무너졌음에도 여전히 위엄을 발휘하는 첨탑의 성채를 바라보았다. 내려오는 길에 공허의 영향인지 엄청나게 거대해진 뱀 하나를 만나 머리에 납탄 몇십 발을 먹여주는 것 외에는 특별한 일 없이 산하촌의 여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정식으로 끌려감
디얍 또 끌려감?
GM-스파이스파이
정식으로 끌려감
어벤저스 어셈블!
신작 기대됩니다!
진짜 복규동은 무슨 최면 어플 쓰는건지 진짜 궁금하다….스맡조에서 나간 개발 운영진들 다 갔네
사파 거두와 그를 따르는 자들이 모인 젠틀매니악
생채변환술사 부분의 자세한 기록이 필요합니다!
이번에도 찌찌가 존나 크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