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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애갤 유저 칼럼] 08 - 바다가 분노로 물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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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끗
仙人 | (IP보기클릭)182.230.***.*** | 17.09.27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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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철혈같은 작품이 어느날 갑자기 뿅 하고 튀어나온 것은 아닐겁니다. 그 사이 아니메가 전쟁을 다루는 방식이 점층적으로 쌓이다가 시기를 빌어서 뻥 터진거겠죠. 단순히 특정 제작진만이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 업계 전체가 사유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仙人 | (IP보기클릭)182.230.***.*** | 17.09.27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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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는 것의 묘사는 미묘하지만 거대 로봇의 전투가 주변에 피해를 준다는 묘사는 의외로 일찍이부터 있었습니다. TV판 <마징가 Z>의 7화 아수라 남작의 대모략편에서도 광자력 연구소를 침공하는 기계수때문에 도시가 파괴된다는 이유로 반 광자력 연구소 시위에 참여하는 대중이 나오거든요. 사람이 죽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말씀하신대로 대상 연령 덕분에 기피하는 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거대로봇 아니메에서 피해를 완전히 배제하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핵심은 어디가 터지고 누가 죽었냐... 가 아니라 그것이 영웅 서사의 일면으로 묘사되느냐 아니냐의 차이라고 봅니다. 요컨데 영웅 서사 안에서 영웅의 행위는 어느정도 면죄부를 가지고 있게 됩니다. 위에서 설명한 마징가 Z의 해당 에피소드도 결국 대중이 아수라의 책략에 걸려든 것으로 묘사되지, 실제로 광자력 연구소가 피해의 책임을 깊이 반성하는 내용은 없죠. 이런 상황이라면 설령 진짜로 누군가 죽음을 맞이했더라도 관객의 이입 주체인 주인공을 두둔하게 하기 위한 장치들이 고려될 것이 분명한 겁니다. 잠보트 3의 시선은 기본적으로 이런 이원적 개념을 이탈해 있기에 선구적인 면이 보이는 것이죠.
仙人 | (IP보기클릭)182.230.***.*** | 17.09.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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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펀스 제작진 같은 전쟁을 가볍게 여겨지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글이군요
화4성8토1끼3 | (IP보기클릭)222.106.***.*** | 17.09.27 10:36
Serus

아직 현역으로 뛰시는 분이다보니 43년생이라는 사실이 좀 생경하긴 하죠.

仙人 | (IP보기클릭)182.230.***.*** | 17.09.27 01:37

토미노 옹은 전쟁 장르 창작물을 이념 프로파간다의 장에서 끌어내서 실제 전쟁터에 데려다 놓았죠. 선악 구별 없이 모두 목숨을 지키기 위해 서로의 것을 앗아가는 장으로 말이죠.

입덕술사 | (IP보기클릭)115.161.***.*** | 17.09.27 00:10
입덕술사

이념적인 부분이 대두되는 기존 체제를 공격한다는 점에서 60년대 신좌파 운동과 맥이 비슷하긴 하겠습니다. 키네마 준보에서 굳이 토미노 감독의 무크지를 내주는 것도 정신적인 면에서 쇼치쿠 누벨바그와 공유하는 지점이 있기 때문일지도요.

仙人 | (IP보기클릭)182.230.***.*** | 17.09.27 01:39

컷을 이렇게 빠짐없이 전부 펼쳐놓으니 구조가 좀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잠보트 3의 23화 완결편 방영일이 78년 3월 25일이고, 퍼스트건담 1편 시작일이 79년 4월 7일이니 어떤 면으로 보든 본작을 제작했던 경험이 건담 제작의 직접적인 토대가 되었다고 봐야겠네요. 좋은 분석 글 감사합니다.

수미온 | (IP보기클릭)211.211.***.*** | 17.09.27 01:27
수미온

어이쿠 감사합니다. 잠보트 3를 제작하기 위해 습득한 지식이 기동전사 건담에서 사용되었다는 이야기는 토미노 본인이 직접 하기도 했죠. 텍스트 내에 언급된 토미노 요시유키 전작업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사실 애니메이션이야말로 컷바이컷으로 읽어야 하는 물건이지 않나 싶습니다. 60년대에도 촘촘히 그림 콘티로 구조를 쌓아올려서 만들던 매체여서...

仙人 | (IP보기클릭)182.230.***.*** | 17.09.27 01:41

일단 토미노는 추천

이의아리! | (IP보기클릭)27.1.***.*** | 17.09.27 07:05
BEST 이의아리!

빵끗

仙人 | (IP보기클릭)182.230.***.*** | 17.09.27 21:48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ㅎㅎ

양웬리 | (IP보기클릭)175.223.***.*** | 17.09.27 09:39
양웬리

어쿠 저도 지면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仙人 | (IP보기클릭)182.230.***.*** | 17.09.27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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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펀스 제작진 같은 전쟁을 가볍게 여겨지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글이군요

화4성8토1끼3 | (IP보기클릭)222.106.***.*** | 17.09.27 10:36
화4성8토1끼3

보여줘도 못 알아먹을 거고 알아먹으려 하지도 않을 겁니다.

메리사 | (IP보기클릭)165.229.***.*** | 17.09.27 17:02
BEST 화4성8토1끼3

사실 철혈같은 작품이 어느날 갑자기 뿅 하고 튀어나온 것은 아닐겁니다. 그 사이 아니메가 전쟁을 다루는 방식이 점층적으로 쌓이다가 시기를 빌어서 뻥 터진거겠죠. 단순히 특정 제작진만이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 업계 전체가 사유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仙人 | (IP보기클릭)182.230.***.*** | 17.09.27 21:51

생각해보면 높이 수십미터짜리 무게가 수백에서 수천톤이 넘어가는 금속 덩이리들기리 싸우는데 그 근처 여파로 건물만 부서지고 사람 하나 안죽는다는게 정말 말이 안되는거지요.... 주 고객연령층인 어린이인 용자물이나 그 연령대를 노린 거대로봇물에서는 사람 죽는 모습을 보여주는건 거의 없으니까요. 개인적으로 가오가이가의 디바이딩 드라이버의 공간만곡으로 필드를 만들어서 민간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 시킨건 진짜 회기적인거 같았네요.(뭐 그 실상은 배경에 대한 경비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었지만....)

RGM-96X JESTA | (IP보기클릭)1.228.***.*** | 17.09.27 14:03
BEST RGM-96X JESTA

사람이 죽는 것의 묘사는 미묘하지만 거대 로봇의 전투가 주변에 피해를 준다는 묘사는 의외로 일찍이부터 있었습니다. TV판 <마징가 Z>의 7화 아수라 남작의 대모략편에서도 광자력 연구소를 침공하는 기계수때문에 도시가 파괴된다는 이유로 반 광자력 연구소 시위에 참여하는 대중이 나오거든요. 사람이 죽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말씀하신대로 대상 연령 덕분에 기피하는 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거대로봇 아니메에서 피해를 완전히 배제하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핵심은 어디가 터지고 누가 죽었냐... 가 아니라 그것이 영웅 서사의 일면으로 묘사되느냐 아니냐의 차이라고 봅니다. 요컨데 영웅 서사 안에서 영웅의 행위는 어느정도 면죄부를 가지고 있게 됩니다. 위에서 설명한 마징가 Z의 해당 에피소드도 결국 대중이 아수라의 책략에 걸려든 것으로 묘사되지, 실제로 광자력 연구소가 피해의 책임을 깊이 반성하는 내용은 없죠. 이런 상황이라면 설령 진짜로 누군가 죽음을 맞이했더라도 관객의 이입 주체인 주인공을 두둔하게 하기 위한 장치들이 고려될 것이 분명한 겁니다. 잠보트 3의 시선은 기본적으로 이런 이원적 개념을 이탈해 있기에 선구적인 면이 보이는 것이죠.

仙人 | (IP보기클릭)182.230.***.*** | 17.09.27 22:00

점보트3가 진짜 명작요. 재밌기도 재밌는데 당시의 장르 틀을 아주 개박살내면서 재밌어요. 게다가 그저 눈길을 끌기위한 자극적인 내용이 아니고 가시처럼 박혀서 생각을 복잡하게 만드는 강렬한 내용... 다이탄3는 한가한 사람에게만 추천하는데 점보트3는 로봇물이란 장르에 관심있는 사람에게는 이데온과 같이 무조건 추천해줍니다.

마군Z | (IP보기클릭)165.132.***.*** | 17.09.27 16:13
마군Z

공교롭게도 두 작품의 필살기가 달과 태양인 것 처럼 당대 토미노의 정신세계를 양분해서 볼 수 있는 귀중한 샘플들이죠. 토미노라는 작가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연달아 제작된 두 작품을 이어서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봅니다.

仙人 | (IP보기클릭)182.230.***.*** | 17.09.27 22:03

학살의 토미노 요시유키..

제멋대로 황제 | (IP보기클릭)121.130.***.*** | 17.09.27 18:15
제멋대로 황제

전 해당 별명에 반대하는 입장이라...

仙人 | (IP보기클릭)182.230.***.*** | 17.09.27 22:03

확실히 잠보트3를 보면은 우리 인류라는 무리들이 상당히 객관화 되어서 나타났었죠. 그렇기 때문에, 공포감도 배증되는게 아닐까 합니다. 예를들어 우리는 인류이기 때문에 인류의 입장에서 보는 위치에서는 기존의 로봇물과 크게 다를바가 없었죠. 악당은 죽어 마땅하고, 우리는 주인공 메카로부터 구원을 받기 때문에 위기라는건 어디까지나 극복하기 위한 존재로 묘사되지만, 잠보트3에서의 인류는 가이조쿠로부터 침략을 당하는 존재라는걸 제대로 부각하고 있다는 점. 인류가 공포에 떨고, 부챠는 인류를 벌레잡듯이 잡거나, 식용으로 관리하거나 본문처럼 메카부스터는 물론이고 잠보트역시 우리의 친구가 아닌 일방적인 힘의 차이를 가진 대상이라는 점. 이러한 시각의 차이에서 토미노는 지금까지의 울분같은게 느껴질 정도로 섬세하게 묘세하게 되죠.

킨케두=지금 | (IP보기클릭)121.54.***.*** | 17.10.01 12:49
킨케두=지금

대중에의 객관화는 사실 토미노 이전에도 아예 없었지 않고, 도리어 토미노는 그러한 대중도 때로는 이입의 주체로 발산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봅니다. 기존과 달리 객관화된건 대중보다는 영웅처럼 묘사되던 주역로봇의 자태에 가깝죠. 다만 기존 로봇 아니메의 대중과 상당히 격이 있게 느껴지는 것은 토미노는 이 판 자체를 '전시상황'이라고 확신하고 있기때문으로 보입니다.

仙人 | (IP보기클릭)182.230.***.*** | 17.10.02 23:41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나중에 또 다른 주제의 칼럼도 부탁드립니다.

OrewaKfaka | (IP보기클릭)122.38.***.*** | 17.10.01 16:14
OrewaKfaka

어이쿠 감사합니다. 가뭄에 콩나듯 브런치에도 글을 올리니 가끔 봐주세요. 주소는 https://brunch.co.kr/@nowyan

仙人 | (IP보기클릭)182.230.***.*** | 17.10.02 23:42

「피카소」찬양은 위법 [중앙일보] 입력 1969.06.09 00:00 [출처: 중앙일보] 「피카소」찬양은 위법 http://news.joins.com/article/1199866 기사의 마지막에 재미있는 문단이 있어서 퍼와 봅니다. "그러나 검찰은「피카소」의 작품을 단순히 미술품으로 소장, 감상하거나 그의 예술에 대한 연구를 하는 행위는 반공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피카소가 게르니카를 그렸던 것처럼 애니메이션은 영화보다 더 극적인 상황을 더 여과없이 보여줄 수 있는 '사회의 창'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이를테면 '전쟁'과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비극'들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을 '전쟁놀이'에서 현실적인 지옥을 맛볼 수 있게 해준달까요. 그로 인해 전쟁의 의미에 대해 되짚어 볼 수 있게 해준다고 봅니다. 이를테면 '바람의 검심' 같은 작품에서도 PTSD같은 것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거든요. 소년병에 해당한다고도 할 수 있는 소지로라던가 말이죠. 보다 적나라한 현실을 묘사하는 가장 현대적인 장치로서 저는 참여예술 형식의 애니메이션을 참 좋아하는데 기회되면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시로바코 | (IP보기클릭)59.12.***.*** | 17.10.01 22:00
시로바코

전 어떠한 매체가 어떠한 사실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다는 관점에는 사실 좀 부정적입니다. 그것은 매체 특성이라기보다는 매체의 언어를 어떻게 다루느냐 하는, 매체적 관점보다는 작가적 관점에서 해소되어야 되는 일이라고 보기 때문이죠. 말씀해주신 바람의 검심 사례도 매우 설정적인 특질이기 때문에 '만화이기 때문에' 성립하는 형태는 아니라는 것이 저의 소견이옵니다... 그런것들은 설정보다는 해당 매체의 언어로만 표현할 수 있는 아웃풋이 있을때 비로소 '만화이기 때문에'라는 단초를 붙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한 샘플로는 데이비드 마추켈리의 <아스테리오스 폴립> 중 티눈으로부터 아내를 떠올리는 일련의 시퀀스를 자주 제시합니다. 만화가 아니면 표현이 불가능한 회고의 감성이죠.) 하지만 만화 혹은 애니메이션 읽기는 권장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해당 매체들이 상대적으로 특수하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비평이 지난하기 때문입니다. 제작되는 작품의 수가 폭발적인 데에 비해서 대중과 접점을 가진 비평지면이 미비한 것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니까요. 물론 평단의 문제보다는 비평 소비가 미비한 탓이지 않나 싶습니다만...

仙人 | (IP보기클릭)182.230.***.*** | 17.10.02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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