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이번 분기의 최고 화제작, 케모노프렌즈가 오늘 새벽 12화를 끝으로 우선 그 여정을 마무리지었습니다. (벌써부터 2기가 기다려집니다!)12화 감상 리뷰와, 이 작품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에 대한 생각을 적어보려 합니다.
가방이 위기에 처하자, 보스는 프렌즈들에게 직접 말을 겁니다.
사실 전 화에도 이용자 대피 경고를 끄기 위해 가방을 임시 파크가이드로 설정해야 했듯,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럭키 비스트들은 주어진 프로그램상의 조건에 단단히 매여있는 로봇이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직접 말한 걸 들어보면 프렌즈 생태계에 간섭을 최소화하고자 제작자들이 럭키비스트가 프렌즈와 상호작용하지 못하도록 일부러 제한해뒀기 때문에 말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 셈이죠. 보스가 서벌에게 "셋이서 한 모험, 정말 재미있었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울컥한 건 저뿐이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서벌과 불곰이 거대 세룰리안을 공격하지만, 안에 떠있던 가방의 베낭만 떨어졌을 뿐 가방은 여전히 세룰리안 안에 갇혀있습니다.
두번째 볼 때 든 생각입니다만, 지난 화에서 가방의 모자가 벗겨졌고 이번 화에 베낭이 떨어졌다는 건 지금까지 가방을 설명할 때 언급되던 외형적 특징 두 가지를 떼어낸 셈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주로 인류의 특징으로 제시되는 도구를 잃은 것이기도 하죠. 그럼에도 가방은 여전히 가방이라는 인간입니다. 우리가 인간이기 위해, 타인의 친구이기 위해 꼭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흡수될 거란 걱정도 제쳐놓고 가방을 구하려 달려드는 서벌.
위기에 빠진 가방을 구하기 위해! 이 애니의 타노시함을 지키기 위해!
자파리만쥬와 홍차, 노래를 뿌리고 다니는! 케모프레의 감초 귀염둥이 프렌즈단! 등장!
박사와 조수가 흑막이라고 한 사람 나와
다들 얼추 예상했고, 이뤄지길 바라마지 않으며 행복회로를 돌렸던 바로 그 전개였습니다. 인간이 위험에 빠진 상황을 보스가 각 럭키비스트에게 전파해 지금까지 만난 모든 프렌즈들이 격전지에 집결한 겁니다. 예측했다고는 해도 오프닝곡과 함께 나타난 프렌즈들을 보면 감동을 받을 수 밖에 없더군요. 시청자의 감정선을 잡고 들었다놨다를 해낸 연출과 각본의 승리입니다.
다행히 맹공과 물세례 끝에 거대 세룰리안의 다리를 잘라내고 가방을 구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거대 세룰리안은 곧장 다시 공격하려 합니다. 그리고 이때 세룰리안의 시선을 가로챈 것은 서벌이 던진 종이비행기였습니다! 1화에서 가방이 파란 세룰리안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던졌던 바로 그대로, 1화에서 가방이 서벌과 헤어졌을때 잔뜩 접어줬던 바로 그 종이비행기를 서벌이 던진 겁니다. 아마 이전 장면에서 세룰리안이 주워먹고 있던 유인용 횃불에 갖다대어 불을 붙인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거 말이죠. 담배는 몸에 해롭습니다
아니면 가방의 베낭에서 종이비행기를 꺼낼 때 성냥도 같이 꺼낸 걸 수도 있겠습니다.
여튼 서벌이 던져올린 작은 종이비행기는 정확하게 보스가 대기하고 있는 배 방향으로 날아가고, 거대 세룰리안도 배 쪽으로 몸을 옮깁니다.
일단 세룰리안이 방향을 틀자 서벌은 곧장 가방에게 달려가지만, 이미 샌드스타를 흡수당한 가방은 원래의 동물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사실 저는 이 장면에서 미라이씨로 돌아갈 줄 알았습니다. 순진하게 제작진의 서술 트릭에 걸려넘어가 준 셈이네요.
하지만 다행히 인간 프렌즈는 샌드스타를 뺏겨도 인간이기 때문에 가방은 기억도 잃지 않고 무사히 서벌 곁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먹지 말아 주세요, 안 먹는대도... 이 만담을 무사히 다시 들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가설을 생각해봤는데, 프렌즈가 샌드스타를 잃으면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단순히 동물로 돌아가서 복잡한 사고활동을 못하게 되기 때문에 리셋이나 다름없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니 인간은 돌아와도 여전히 인간의 뇌이기 때문에 기억이나 사고에는 아무 영향이 없는 거죠.
한편 거대 세룰리안이 배에 오르자, 보스가 배를 출항시킨 후 자침해 세룰리안을 바다에 가라앉힙니다. 이로써 세룰리안의 위협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목숨을 걸고 세룰리안을 처치한 보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프렌즈의 찬가는 용기의 찬가! 보스의 대단함은 용기의 대단함!!
하지만 다행히도 메인보드 목걸이는 구사일생하여, 가방 일행과 계속 함께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다시 평온한 상황으로 돌아오자 규칙 때문에 프렌즈에게 말하지 못하게 된 보스.
하지만 가방이 기지를 발휘해 서벌과 어설픈 사냥 상황극을 벌이자, 기다렸다는 듯이 즐겁게 한마디를 보태줍니다.
그는 이미 훌륭한 하나의 프렌즈라고 해야합니다.
그리고 승전 기념 + 가방 자아탐색 성공 기념 파티에서 가방 탄생의 진실이 드러나네요.
미라이씨는 모두의 예상과 달리 죽지 않고 세룰리안 퇴치를 어느정도 해냈지만 위험성 때문에 부득이하게 파크를 떠나야 했고, 이때 흘린 모자에 남아있던 머리카락에 샌드스타가 깃들면서 사람 프렌즈인 가방이 태어났던 겁니다. 그러니 아라이는 모자를 도둑맞은 게 아니라 모자에 발이 돋아나서 도망갔던 거네요(...)
그리고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아직 풀리지 않은 떡밥은, 역시 전대 서벌입니다. 11화의 극단적인 안타노시 전개 때문에 다들 서벌이 전에도 먹혀서 한 번 리셋당한 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역시 성우도 다르고, 안전하게 섬에서 퇴거하는 시점까지도 전대 서벌이 무사히 미라이씨 옆에 있었다는 걸 기록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전대 서벌은 미라이를 따라갔을까요? 나중에 미라이씨가 등장한다면 그녀와 함께 등장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1화에서 서벌과 헤어질 때처럼 잠시 돌아보고 다시 달려나갑니다. 이렇게 복선을 회수하며 충실히 오버랩시키는 연출이 좋습니다.
길지 않은 항해 끝에 가방과 보스는 자파리파크의 또다른 섬, 오국 섬에 새롭게 도달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교습(쿄슈) 섬은 혼슈, 오국(고코쿠) 섬은 시고쿠 섬에 대응하는 것 같네요.
이렇게 케모노프렌즈 애니메이션이 막을 내렸습니다.
...일리가 없지요! 1화에서 그러했듯 서벌이 쫓아와 합류하면서, 그리고 새로운 프렌즈를 만나면서 12화는 끝을 맺었습니다.
일본 본토의 4개 섬만 해도 4기까지 문제 없군요. 포켓몬처럼 세계 각지를 모티브로 삼아 확장해나가면 좋겠습니다.
이것으로 케모프레는 앞으로 10년은 더 싸울 수 있다!
이 글을 쓰면서 하고 싶었던 핵심은 이겁니다.
케모노프렌즈에서 인간과 프렌즈는 대등한 관계에서 서로 같은 목표를 위해 온 힘을 다했습니다. 인간은 프렌즈를 지키면서 세룰리안을 퇴치하고자 노력했고, 프렌즈는 그 노력에 공감하고 힘을 보태어, 그들의 교집합이라 할 수 있는 "인간 프렌즈"인 가방과 프렌즈들이 다함께 힘을 합쳐서 세룰리안을 최종적으로 무찔렀습니다.
이후 위 장면에서 주고받는 대화에서 나타나는 프렌즈들의 인간에 대한 태도는 단순히 가방 개인에 대한 신뢰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공감을 통해 인간이라는 동물을 이해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이 장면 뿐만 아니라, 맛있는 요리를 먹고 싶어하고, 소중한 친구들을 위협에서 구하고 싶어하고, 즐겁게 놀고 싶어하는 것은, 프렌즈라는 형태를 통해 종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 구현되었을 뿐 동물과 인간이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닐까 싶습니다.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루는 작품들은 보통 인간이 동물들에게 끼친 해악에 집중합니다. 문명사회가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좁혀나가고 환경을 파괴해 다른 동물들을 멸종으로 몰아넣어온 것을 지적하고 그에 대한 책임과 반성을 요구합니다. 옳은 말이지만 어떻게 보면 과거지향적일 수 있는 관점입니다. 인간은 편협하기 때문에 자신의 잘못에 직면하거나 불편한 진실에 마주하면 고개를 돌려버리기 일쑤입니다. 어찌보면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울리기엔 한계가 있는 접근법일 수도 있는 겁니다.
그에 비해 케모노프렌즈는 과거의 잘못보다는 같은 동물로서 우리가 가진 공통점과, 그것으로 인간과 동물이 친구가, 프렌즈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이것은 동물과 인간의 관계라는 어찌보면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시청자인 우리들이 불편함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며, 동시에 그 관계가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정립될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 그것을 위해 우리 인간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한 고민 또한 시청자에게 전달됩니다. 어쩌면 이런 것들이야말로 제작진이 이 작품에 담고싶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작품의 접근 방식을 정의하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제목부터가 제작진의 메세지인 셈입니다.
케모노프렌즈, "동물은 친구다."
훌륭한 리뷰입니다 특히 마지막에 '반성적 자세를 요구하는 것보다 동물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을 택했다' 라는 분석은 제작진 인터뷰에서도 드러나는 거라 크~~~
케모노 프렌즈의 가장 큰 특징은, 동물을 인간화시켜서 인간처럼 행동하는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인간의 모습을 하고서 동물의 특징이나 행동양식 사고구조를 유지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외형이나 목소리는 어디까지나 모두를 평등한 동일선상에 놓기 위한 도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래저래 다들 귀엽습니다. 쟈파리 파크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 응?-
이거 보고나니 기존의 자연관이 확 뒤집히는것 같다...
훌륭한 리뷰입니다 특히 마지막에 '반성적 자세를 요구하는 것보다 동물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을 택했다' 라는 분석은 제작진 인터뷰에서도 드러나는 거라 크~~~
아주 좋소 훌륭하오~!
도플갱어 서벌과의 대립! 두둥! 이라는 우울 전개는 싫어.
게임판의 스토리는 서벌의 모습을 본딴 세벌(셀로리언 서벌)을 쫓는 것인데 거기서도 끝내는 세벌과 친구가 되는 타놋시!!!한 전개가 우리를 기달립니다.... 아아 게임은 왜 끝난 것인가OTL
치.유.물을 기대했는데, 진짜 치유계일 줄이야...
그래서 그때 흘린 눈물은 대체 뭐였던거야!!!
이거 보고나니 기존의 자연관이 확 뒤집히는것 같다...
케모노 프렌즈의 가장 큰 특징은, 동물을 인간화시켜서 인간처럼 행동하는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인간의 모습을 하고서 동물의 특징이나 행동양식 사고구조를 유지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외형이나 목소리는 어디까지나 모두를 평등한 동일선상에 놓기 위한 도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래저래 다들 귀엽습니다. 쟈파리 파크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 응?-
흥행했더라도 반짝하고 마는 몇 애니들처럼 '그렇지 거품이었지 꺼질만했어' 같은 게 아니라 작품적으로도 평가할 가치가 있다는 점이 굉장히 좋습니다 캐릭터 디자이너인 요시자키 미네와 애니 제작위원회, 애니메이터까지 그냥 '동물을 좋아하니 동물을 표현하자' 로 일관한 것도 ㅋㅋㅋㅋ 어딘가 노림수 없이 달관했단 느낌이 들어 더 좋구요
혹시 이 게시판에 제작진 인터뷰가 번역되어 올라온 적 있나요? 만약 없다면 한번 올려놓고 싶습니다 동물을 좋아하고 그걸 효과적으로 알리고 전하고 싶다는 열의가 그득그득인 인터뷰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