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에는 제 소박한 생각이 담겨져 있습니다.
울려라! 유포니엄 3기가 종영한지도 이제 반 년 정도 지난 것 같습니다. 당시 큰 충격과 상심에 한동안 유포니엄 시리즈 정주행은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애니메이션 게시판에 쓸 글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유포니엄의 음악(音樂)은 여전히 저와 함께였습니다. 며칠 전 큰맘먹고 다시 시청한 3기. 홀린 듯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난 후 느낀 감정은 처음 본방 사수할 때와는 달랐습니다.
■ 관점을 달리하면 3기가 보인다.
제가 기대했던 유포니엄 3기는 키타우지 고등학교 취주악부의 금상 도전기였습니다. 엑스트라 같지만 모두가 주인공이었던 취주악부원들. 그녀들의 땀으로 선라이즈 페스티발과 간사이 대회를 거침없이 돌파해가는 여정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선페스 마칭도 없었고 간사이 대회 연주도 없었습니다. 전국 대회도 쿠미코의 회상이 대부분이라 부원들의 연주 장면도, 전국 대회 금상의 카타르시스도 부족했습니다.
그럼 제게 유포니엄 3기는 실패한 시즌으로 남았을까요?
관점을 바꿔 생애전환기에 있는 쿠미코의 파란만장한 심리를 적나라하게 그린, 사이키델릭 호러블 스릴러 장편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깜짝 놀랄만한 완성도였던 것입니다.
3기의 1쿨은 키타우지 고등학교 취주악부원들의 열정을 보여주기엔 턱없이 부족한 분량이었지만 쿠미코의 이야기는 빠듯하더라도 충실하게 그려졌습니다.
■ 내 부원은 누구도 놓치고 싶지 않아.
쿠미코의 첫 공포는 자신이 부장 역할을 잘 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었습니다.
3기 이전 특별편인 "앙상블 콘테스트편"과 본작 4화까지 쿠미코는 끊임없이 음악적으로나 인간 관계에서 어려워하는 부원을 도왔습니다. 자신이 부장에 적합한 사람인가를 스스로 의심하면서도 부를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했습니다.
■ 유포니엄 솔리는 나야.
쿠미코의 두 번째 공포는 레이나에게서 선택받지 못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습니다.
5화 부터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올라오는 마유와의 갈등은 1기 때의 레이나와 카오리를 떠오르게 합니다. 누구보다 부를 위해 헌신했던 쿠미코가 전학생에게 위협을 받습니다. 능숙한 사람이 선택받아야 한다는 쿠미코의 신념은 스스로를 옥죄게 됩니다.
■ 너와 난 길이 달라.
그간 위태로웠던 레이나와 쿠미코의 사이가 9화에서 완벽하게 균열되었습니다.
지금의 쿠미코는 부장입니다. 레이나를 동경한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끌려다닐 수는 없습니다. 쿠미코는 홀로서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나는 키타우지에서 금상을 따고 싶어.
간사이 대회를 앞둔 리허설 룸에서 쿠미코는 레이나 눈치를 보지 않고 부원들에게 진심을 이야기합니다. 레이나가 타키 선생님과 스스로를 위해 전국 대회 금상을 따고 싶어한다면 쿠미코는 자신이 좋아하는 키타우지 고등학교 취주악부원과 금상을 따고 싶어합니다. 쿠미코가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넘었습니다.
■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쿠미코의 마지막 공포는 내일이 보이지 않는 진로였습니다.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고민했던 쿠미코에게 올곧은 품성의 미치에 선생님과 타키 선생님은 훌륭한 롤모델이었습니다.
■ 지고 싶은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으니까.
마유와의 최종 결전. 쿠미코는 정정당당하게 겨뤄서 승리하고 싶습니다. 더이상 마유에 대한 의심도 경계도 없습니다. 측은함이 있을뿐입니다.
마유는 레이나를 만나지 못한 세계선의 언럭키 쿠미코. 바로 거울 안의 자신이니까요.
■ 이게 키타우지의 베스트 멤버야.
오디션은 끝났습니다. 더이상 논란도 분쟁도 없습니다. 이제는 앞으로 나아갈 뿐입니다.
■ 죽을 만큼 분해.
죽을 듯이 연습해서 레이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었던 쿠미코. 결국 쿠미코는 레이나의 곁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 나는 키타우지 고등학교 취주악부 부장 "오마에 쿠미코."
3기 관전 포인트는 짧게 끊어서 보는 것이 아닌 장편 영화처럼 몰아서 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리듬이 정말로 사람을 쭉쭉 빨아들이는 느낌입니다.
쿠미코의 슬픔, 고통, 결의.
쿠미코를 위한 쿠미코에 의한 유포니엄 3기는 곱씹어 볼수록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입니다.
■ 키타우지 고등학교 취주악부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글로 보는데도 살짝 울컥하네요. 원작을 잘 모르는 제게는 3기의 전개나 마무리도 좋았습니다. 가장 힘든 시기에 위로를 줬던 작품이라 그런지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것 같네요...!
돌아보면 유포니엄이라는 작품을 너무 사랑했던 것 같습니다. 유포라는 열병에 사랑의 광기로 쓴 게시글들. 3기가 다시 제작 될 수 없다면 제가 3기에 맞출 수 밖에 없죠. 시간이 지나 이 마음이 퇴색되더라도 뜨거웠던 사랑은 결코 잊지 못 할 것입니다.
그냥 전개가 맘에 안들었음 3기는.
ㅠㅠ 미워도 다시 한번
원작 생각하고 3기보면 뭥미란 말외엔 드는 생각이 없었음. 레이나의 캐릭터성이 바뀐건 알지만 1-2기와 너무 달라진데다 원작에서도 갑툭튀해서 욕먹었던 신캐를 여기선 아예 개연성 무시하고 밀어주고 안그래도 적은 화수를 연습이나 쿠미코의 서사에 중점을 두기보다 신캐의 소개와 갈등에 중점을 둬서... 후반 전개는 기냥 후다다닥 하고 끝내버린터라 쿠미코는 애니판에선 언니를 이해하게 된걸 제외하면 레이나와의 관계도 결국 흐지부지되고 슈이치와도 연애관계로 발전하지 못했고 기냥 대학졸업후 모교교사로 온거뿐이네...그런 생각했음.
물론 저도 3기 보면서 이게 뭐임? 이게 맞나? 이게 최선이라고 쿄애니? 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죠. 그래서 전 자기합리화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랬더니 놀랄 만큼 편안해지더군요. 레이나는 원래 처음부터 저런 애였습니다. 마유는 원작의 무취한 무매력 캐릭터에서 호기심을 자아내는 천사 소녀로 탈바꿈 되었습니다. 슈이치는 영상화만 되지 않았지 여전히 쿠미코와 교제한다는 암시가 있습니다. 종합해보면 이시하라 타츠야는 신입니다. 제가 다시 본 3기는 이렇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