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꺄.... 갑자기 왠 바람이지? 날씨가 왜이래?”
네리아는 갑자기 불어오는 찬바람에 몸을 떨었다.
집밖으로 나와보니 아까까지 흐리던 날씨와는 틀리게 이젠 먹구름도 끼고 바람도 쌩쌩
불기 시작했다.
“아이참... 아침에 얼핏 깰때는 맑았던 것 같은데 참 이상한 날씨네. 비가오려나?”
날씨도 날씨지만 거리에는 사람들이 코빼기도 보이지가 않아서 그런 날씨를 더욱 스산하게
만들었다.
그나마 엄청 드물게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어디론가 힘없이 걸어다니고 있었다.
네리아는 추워서 몸을 움츠리며 걷다가 이상한 기분을 느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기에
바삐 돌아다니는 다른 사람들처럼 목적지로 정신없이 걸었다.
“쿵!! 아얏!!”
네리아는 그렇게 생각없이 걷다가 마주오던 어떤 여자와 부딪혔는데 네리아는 잠시
비틀거렸으나 여자는 네리아와 부딪히자 힘없이 뒤로 쓰러지며 주저앉아 버렸다.
“아앗!! 정말 죄송합니다!! 아주머니, 다치신데는 없으세요?”
“........................”
네리아는 미안한 마음에 먼저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고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를
일으켜 세워 드릴려고 손을 내밀었으나 여자는 땅바닥에 주저앉은 자세로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그렇게 상대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자 네리아는 잘못된 줄 알고 당황해서 여자의 어깨를
한번 툭 건드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저기요. 괘, 괜찮아요? 아주머니? 정신차려...욧..... 히익!!?”
어깨를 한번 건드리자 여자는 고개를 들어 네리아를 쳐다보았는데 여자의 얼굴이 어찌나
창백한지 흡사 꼭 시체를 보는 것 같아서 네리아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며 작게
신음을 내뱉고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섰다.
네리아가 물러난 사이 여자는 위태롭게 비척거리며 일어선 후 창백하고 깡마른 얼굴로
네리아를 쳐다본 후 무미건조하고 감정이 없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괜....찮다.... 으으.... 크으으....저리 비켜.....”
“아? 아앗? 네넷!!"
여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비틀거리며 네리아를 살짝 밀쳐내고는
저만치 걸어가 버렸는데 네리아는 여자의 차디찬 손이 살짝 자기를 만졌을 때 온몸에
소름이 돋아서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여자가 사라진 후에도 네리아는 한참이나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여자가
사라진 방향을 져다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무서워 죽는 줄 알았네. 정말 이상한 사람도 다 있네. 꼭.... 시체 같아....
아아.... 아무래도 이상해. 지금 이 거리도 그렇고 사람들의 상태도.....이러다 무슨일 나는 건
아니겠지? “
네리아는 무서워져서 더욱더 걸음을 재촉해서 어느덧 약국앞에 다다랐다.
띠링~띠링~띠르르르.....
네리아가 약국의 두꺼운 유리문을 밀자 달랑거리는 종소리가 났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보니 사람도 없고 종소리가 났는데도 아무도 나오질 않아서 네리아는
초조해하며 카운터안에 대고 크게 소리쳤다.
“응? 왜 아무도 없지? 저기요!! 아무도 없나요? 아무도 안계세요? 네?”
“....................”
그렇게 소리치고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도 나오질 않자 낙담을 하며 가려고 하는데 무언가
안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비릿한 냄새가 풍겨와서 네리아는 다시 돌아서서
카운터 안을 쳐다보면서 의아해했다.
‘아앗? 뭐지? 사람은 있는 것 같은데..... 하지만 이 비릿한 냄새는? 설마?.....’
네리아는 약국에 강도가 들어서 혹시 약국주인이 강도한테 당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약국을 빠져나가 신고하려고 했는데 혹시나 자기가 착각한건 아닌지 일단 약국안을
몰래 확인하고 그것을 실행하기로 했다.
네리아는 대담하게도 조심스럽게 카운터 뒤로 들어가서 살금살금 안으로 들어갔다.
으적으적.....꾸르르르.... 크르르....
안으로 들어갈수록 무엇을 먹는 소리와 함께 이상한 소리가 들리며 피비린내가 더욱더
진동하자 네리아는 두려워져서 관둘까 생각하다가 호기심이 더욱더 일어서 계속 안으로
들어갔다.
약품 박스들이 쌓여있는 곳을 지나서 모퉁이를 돌아서 약국 안쪽 제일 후미진 곳에
도달했는데 안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보고 네리아는 도저히 믿을수가 없어서 입이 딱 벌어
지며 할말을 잃어 버렸다.
“.........!!!!!!!!”
“으적으적~ 크으으.... 쩝쩝~”
“으으으.... 아아아..... 말도.....안돼......”
사람이 사람을 먹고있다!!! 이 말도 안되는 상황에 네리아는 신음을 흘리며 부들부들 떨며 그 자리에서 도망을 치려고 했는데 차마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약사로 보이는 여자가 손님으로 보이는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를 뜯어먹고 있었는데
약사는 인기척을 느낀듯 남자를 먹던 것을 그만두고 천천히 일어나서 뒤를 획 돌아 보았다.
그 얼굴을 보는 순간 네리아는 아까 보았던 창백한 얼굴의 여자가 생각났는데 이여자는
아예 얼굴과 곳곳의 살점들이 썩어서 떨어져 나가서 썩는냄새까지 풍겼는데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믿기가 힘들었다.
그 여자는 비척거리며 점점 다가오기 시작하자 네리아는 당황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아아... 저, 저기..... 그게 그러니까....바, 방해할 생각은.... 으힉~ 가, 가까이 오지 말아요!!”
“으어어어......크아악!!~”
“꺄아아아~ 어, 엄마야!! 으아아아앙~”
네리아의 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걸어오던 여자는 공포스럽게도 괴성을 지르며 미♡듯이
달려오기 시작했는데 네리아는 너무 무서워서 자기도 먹힐까봐 울음을 터뜨리며 돌아서서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다.
탁탁탁탁!!! 콰당!! 와르르~ 쨍그랑!!
“아아악!!”
네리아는 뛰다가 너무 당황한 나머지 약들이 쌓여있는 상자와 액체가 담겨있는
유리병들을 쓰러뜨리면서 넘어져버렸다.
“꺄아아아아아~ 오, 오지마!! 이 살인마야!!!”
이윽고 여자가 가까이 다가오자 네리아는 앉아서 상자며 물건이며 닥치는대로 집어서 여자에게 집어던졌는데 물건들을 맞고 잠시 비틀거리기만 할 뿐 계속 다가왔다.
치이이익.......
네리아는 아무 소용이 없자 망연자실해 있는데 아까 깨진 유리병에서 타는 소리가 들리며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아마도 황산이나 그런 산성액체가 담겨져 있는 듯해서
당장 아직 깨지지 않은 유리병 몇 개를 집어들고 던지려고 했는데 막상 실행에 옮기기가
꺼려져서 망설이다가 자기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유리병을 그 여자에게 정신없이
집어던졌다.
“다, 당신 잘못이에요!! 이건 정당방위니 나, 날 원망하지 마, 말아욧!!”
챙그랑! 치이이.... 챙강! 치이이...
“크에!! 크에엑!!! 흐어어어~”
치이이이......털썩!! 부르르...부르르르.....
네리아가 던진 유리병에 여자는 얼굴과 몸통등을 맞고 몹시 고통스러워 하다가 결국
타는 냄새를 풍김과 동시에 살점이 녹으면서 힘없이 쓰러지며 몸을 떨며 경련을 일으켰다.
“으흑~ 으흐흐흐흑~ 아아아....나, 난 몰라!!”
네리아는 생전 처음보는 끔찍한 광경에 어쩔 줄 몰라 하며 계속 울기만 했다.
터벅터벅..... “으어어어.....”
그런데 갑자기 안에서 신음소리가 들리며 누군가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네리아는
울다가 흠칫해서 고개를 들고 자기가 도망쳐 나왔던 곳을 쳐다보았다.
천천히 걸어오는 물체는 아까 분명히 죽어서 약사에게 뜯어먹히던 남자였는데 버젓히
살아서 자기에게 다가오자 더더욱 말도 안돼는 상황에 어이가 없음과 동시에 등골이
오싹해지며 엄청난 공포감이 밀려왔다.
남자는 네리아를 발견하자 역시 아까와 같이 양팔을 앞으로 내밀고 괴성을 지르며 달려오기
시작하자 네리아도 그와 동시에 돌아서서 뛰기 시작했다.
“흐아아앙~ 저, 저남자는...저남자는....분명히 죽었는데.....까아아아악~”
“크아아아아악!!!!”
네리아는 비명을 지르면서 뒤를 돌아보았는데 여전히 남자는 일정한 거리에서 공포스런
얼굴로 쫓아오고 있었다.
남자가 계속 쫓아올 듯하자 네리아는 약국출입구에 다다라서 문을 열고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남자가 입구에 도착함과 동시에 타이밍을 재서 있는 힘껏 유리문을 반대로 밀었다.
‘하나....두울....셋!!!’
스으윽~ 퍼어어억!!! “키야아악!!”
두꺼운 유리문은 반동으로 인해 안쪽으로 밀리며 달려오던 남자를 그대로 들이받았고
남자는 달려오던 속도로 인해 카운터 안까지 뒤로 굴러가 버리며 쓰러졌다.
네리아는 그것을 확인하자 걸음아 나살려라 하고 경찰서에 신고할 겨를도 없이 집까지
정신없이 뛰어가 버렸다.
우탕탕탕 쾅!!! 철컥!!
네리아는 자신의 아파트에 도착하자 5층집까지 계단으로 단숨에 올라가 넘어질듯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서 부리나케 문을 잠그고 문 손잡이를 꽉 잡고 아직도 요동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하아하아...... 이, 이젠 쫓아오지 않겠지? 으흐흐흑~ 훌쩍..... 정말 죽는줄 알았어....
어, 어째서?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사람이 사람을 먹다니....우우욱....
아차!! 내 정신좀 봐. 이, 일단 신고부터 해야지!!“
“무, 무슨 소리야? 뭐야? 뭐?”
네리아가 소란을 피우며 들어오자 쟌은 깜짝 놀란듯이 눈을 부릅뜨고 무슨일이 있나 싶어
방문을 박차고 나와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 누나, 무슨 일이야? 왜 그래?”
“어..응....아, 아무것도 아냐!!!”
네리아는 일단 쟌에게 얼버무린 후 거실에 있는 전화기 앞으로 다가갔다.
“참내.... 아무것도 아니잖아...으윽...”
누나가 자기를 무시하고 전화기를 잡자 아무일도 아니라고 생각해서 쟌은 아픈팔을
부여잡고 아까보다 더욱 창백한 얼굴로 찡그리며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네리아는 아까 일을 생각하자 헛구역질이 나왔으나 겨우 진정시키고 자기가 왜 약국에 갔었는지
까맣게 잊어버리고 경찰서에 전화를 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었다.
전화를 건 곳은 아빠가 살아계실 때 근무하시던 S.T.A.R.S사무실이었다.
네리아도 몇 달전에 있었던 아크레이 산맥에서 있었던 일을 믿지 않았으나 방금 그것을
직접 목격하고서 믿지 않을 수가 없어서 자기가 방금 겪었던 일에대해 상담을 요청하기
위해서이고 몇 번 만나보았던 발렌타인 언니와 잘 아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뚜르르르......뚜르르르.....딸깍...
“네, 감사합니다. 스타스 사무실의 ‘질 발렌타인’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수화기속의 시원시원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네리아는 반가운 마음에 울먹이며
말을했다.
“어, 언니.... 으흐흐흑~ 흑흑~ 나, 나야...”
“응? 네리아? 네리아니? 왜 울어? 무슨 일 있어?”
“언니, 사실은.... 말야...”
네리아는 아까 약국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응? 그래? 알았어. 일단 약국에는 경찰 병력들 출동시킬 테니깐 걱정하지마.
그리고 네리아.... 넌 이 언니랑 얘길 좀 해야겠어. 내가 지금 갈테니깐 어디 집밖에
나가지 말고 꼼짝말고 있어!! 알았지? 쟌 한테도 어디 나가지 말라고 얘기해.“
질은 네리아가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예상과는 달리 별로 놀라지 않는 투로 말했다.
마치 이런 일이 일어나길 예견했다는듯이.....
네리아는 질이 태연하게 얘기하자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질을 굳게 믿는 듯이 말했다.
“응.... 알았어. 언니!! 빠, 빨리 와야해!!! 나 무서워 죽겠단말야!!”
“응, 그래 그럼.....지금 간다. 어디 가지마!!”
딸깍.....
질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머리가 아픈듯이 인상을 찌뿌리며 검지 손가락으로 자신의
양미간을 누르며 침음성을 흘렸다.
“이런..... 결국 네리아가 얘기한 대로 올 것이 오고 말았단 말인가.....
드디어 일을 저지르는구나. 엄브렐러... 뿌드득... 너희들은 천벌을 받을거야.
엄브렐러..... 나와 S.T.A.R.S가 두 눈 부릅뜨고 있는 한 무슨 일을 꾸미던지 결코 너희
뜻대로 되진 않을거야!! 아아아.... 하지만 결국 이 도시는 끝장이란 말인가....
결국엔 상황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는구나... 제길!!
아차, 이럴때가 아니지. 기왕 이렇게 된거 빨리 네리아에게 진상을 얘기해주고 더 늦기전에
여기서 벗어나게 해야겠어.“
질은 책상에서 일어나 옷걸이에 걸려있는 코트를 걸치고 황급히 사무실 밖을 빠져나갔다.
한편, 네리아는 거실의 소파에 쭈그리고 무릎을 감싸고 아까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는지
오들오들 떨고만 있었다.
그렇게 한 30여분이 지났을까.... 초인종이 울리는것과 동시에 누군가가 문을 쾅쾅 두들겼다.
네리아는 황급히 일어나서 현관문에 다가가 일단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누, 누구세요? 어, 언니야?”
“그래!! 나야!! 빨리 이 문 좀 열어!! 네리아!! 어서, 급해!!”
네리아는 목소리로 질이라는 것을 확인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문을 열고 질을 보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와락 끌어안고 울기시작했다
“언니!! 흐아아아앙~”
“그래그래.... 많이 놀랐지... 울지마, 이 언니가 왔으니깐... 괜찮아, 괜찮아....”
질은 그런 네리아의 등을 토닥여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자자, 네리아 이제 진정하고 안으로 들어가자. 할 얘기가 많아.”
“훌쩍훌쩍... 네에....”
네리아와 질은 일단 거실로 들어가서 거실 소파에 앉아 아까 전화통화했던 내용을
다시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네리아 네가 봤던 건 말야.... 아아... 어떻게 설명하면 좋지? 끙...”
“뭐, 뭐죠 그게? 언니는 다 알고 있지? 나한테 속 시원히 얘기해 봐. 나도 답답해
죽을 지경이에요. 이 이상하게 변해가는 도시도, 사람들도.....”
질은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고 길게 한숨을 내뱉고는 결심한 듯이 얘기했다.
“네리아, 잘 들어. 절대로 이 언니가 얘기하는 걸 듣고 놀라지마. 그리고 믿어.
지금부터 내가 얘기하는 것은 모두 믿을 수 없겠지만 사실이야..... 불행히도....“
“응, 난 언니의 말을 믿어. 빨리 얘기해줘요.”
“어디부터 얘기할까...그래... 지금 이 도시가 죽어가고 있다는 거 너도 느길꺼야....
그 이상한 병 때문에.... 그건 이상한 병이 아니라 T바이러스라는 물질에 의해 발생한
것이야.“
“T, T바이러스? 대체 그게...?”
“믿지 못하겠지만 그거에 감염된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 바이러스지.
이성은 없고 오로지 탐욕스런 식욕만이 지배하는 그런..... 물론 덧붙이자면 그건
의학적으로 사망한 것들이야.... 즉...좀비라고 불리우는.... 내가 말했지? 전에 겪었던
산맥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 이게 지금 이 도시에서 되풀이 되는거지. 얼마 안있으면
이 도시는 곧 대혼란에 휩싸이게 될거야... 지금은 마치 ‘폭풍전의 고요’ 라고 해야할까....“
“뭐, 뭐라구요!!! 그, 그럼 설마.....”
“그래. 아마 이 도시 사람들의 거의가 감염이 되었을 거야. 아, 그리고 한번 이 바이러스에
걸리면 그걸로 끝이야. 백신은 없어. 더욱더 치명적인 건 이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에게
물리면 곧바로 물린 사람도 감염되게 되지. 그리고 그 사람도 하루 이틀후, 빠르면 몇 시간만에
좀비가 되지. 이런식으로 계속 악순환이 반복되는거야.“
“미, 믿을 수 없어...요....그, 그럼.... 대체 이 바이러스를 만든 게 누구죠?”
“엄브렐러......”
“네? 뭐라구요?”
“엄브렐러. 너도 익히 들어 알고 있겠지? 넌 그저 그 회사가 커다란 제약회사인 줄로만
알고 있겠지? 하지만 네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너무도 무서운 회사란다.
엄브렐러가 T바이러스를 만들어서 생체 실험을 하는 도중 사고가 생겼나봐. 그래서 이
도시에 바이러스가 퍼진거고....젠장....난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사람들이 우리말을
믿어주질 않아. 결국 이렇게 시간만 끌다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고 말았지만
말야.“
“이...럴수가.... 아아아.... 그럼... 이 도시는.....”
“그리고 네 아버지...엔리코부대장이 죽은 이유가 바로 엄브렐러의 스파이에 의해서 였다는
것을 알아둬.
알버트 웨스커....바로 우리 스타스의 대장이었지. 물론 그 스파이도 저택이 폭파되면서 한줌의 재가
되었지만 말야.“
“뭐,...... 뭐라..구요!!! 정말.. 정말이에요?”
“응.... 언젠가 너도 알아야 할 곳 같아서 더 이상 숨길수가 없구나.....미안해....”
“아니에요....알버트 웨스커... 그러니까 그사람... 아빠를 죽인 사람도 죽은거죠? 그렇군요....
다 지난 일인걸요... 으흑흑흑.....아빠....”
“미안해 네리아.....너무 많은것을 알게되서 아직 머릿속이 무척 혼란스러울거야...
하지만 시간이 없어. 넌 아직 감염이 안된 것 같은데, 아직 늦지 않았어.
어서 빨리 쟌을 데리고 이 도시를 떠나. 더 늦기 전에. 이 언니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이것
밖에 없구나. 미안해....“
“아, 아니야... 오히려 고마워.... 언니, 그럼 저희랑 같이 떠나시는 거죠? 네?”
“아니, 난 갈 수 없어. 난 엄브렐러가 도 무슨 궁꿍이를 벌이는지 좀 더 지켜볼 생각이야.
이게 내 일이기도 하고.... 결코 엄브렐러 뜻대로하게 내버려 두지 않아. 네리아.....
내말 잘 새겨듣고 오늘 내일 중으로 빨리 떠나길 바래.... 나중에 살아서 보자.... 그럼...“
“어, 언니!! 언니!!”
질은 그렇게 말하고는 급히 네리아의 집을 빠져나갔다.
네리아는 질에게 더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먼저 가버리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방금 알게 된 놀라운 사실들에 치를 떨 수밖에 없었는데 한편으로는 어느새
엄브렐러에 대한 증오심이 네리아의 마음속 한구석에 점차 자리잡기 시작했다.
‘아빠가 죽은것과 이 도시가 이 꼴이 된 것이 다 엄브렐러 때문이라고....이익....
그리고.... 내가 아까 약국에서 봤던 게.... 사람이 아니고 좀비? 아악!! 싫어!!
그, 그래... 일단 언니 말대로 빠, 빨리 여기 이 도시에서 나가야겠어!!‘
일단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네리아는 동생 쟌과 상의하기 위해 쟌의 방문을 두드렸다.
똑똑....
“쟌? 쟌? 누나야, 들어가도 돼?”
“........................”
“얜 자고있나? 쟌, 누나 들어간다.”
네리아는 방에서 아무 인기척이 없자, 조심스럽게 쟌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자는 줄 알았는데 쟌은 자기 침대위에 웅크리고 이불을 둘러쓰고 괴로운듯이 머리를
감싸쥐고 그저 멍하니 있을 따름이었다.
“쟌? 쟌.... 많이 아픈가 보구나. 미안해.... 이 누나가 아무것도 해주질 못해서....
하지잔.... 사실은 쟌 너에게 얘기할 것이 있어.“
“..........됐어.... 됐다구.....”
“아냐..... 쟌 꼭 들어야해. 이건 중요한 일이야. 있잖아 쟌....”
“됐다니까!!! 으흐흐흑...... 난.... 난... 다 들었다구!!! 다 필요없어!!
난 이대로 죽는거야? 그런거야? 응? 응?”
“쟌!! 죽다니? 너 그게 무슨 소리야? 죽는단 소린 함부로 하는 게 아냐!!”
“나도 다 알아!! 아까 질 누나가 얘기하는 거 다 들었어!! 자, 봐!! 이건 어떻게 설명할
건데!! 난, 난...죽어가고 있다고!! 으흐흐흑....“
쟌은 흥분했는지 영문을 몰라하는 네리아에게 아까 보여주었던 자기 팔에 감겨있는 붕대를
거칠게 풀어내고는 다시 내밀었다.
쟌의 팔은 상처부위는 어느새 썩어서 살점이 떨어져 나갈 듯 했으며 상처를 기점으로 팔과
어깨 그리고 가슴까지 푸르죽죽하게 변해 있었고 안색은 더욱더 창백해졌고, 식은땀을 많이
흘리고 있었다.
쟌은 자기가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울부짖으며 네리아에게 말했다.
“자, 누나 봐!! 지금 이게 T바이러슨지 뭔가 하는 것 때문이지?
날....날.....물었던 녀석도 아까 질 누나가 얘기한 것과 같은 증세를 보였어!! 난 멋도 모르고
그 녀석을 두들겨 팼지만 녀석은 전혀 아파하는 것 같지 않았어!! 마치 감각이 없는듯이...
그리고 공허한 탁한눈빛... 난....난.... 정신병자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래...그런 거였어.....나, 나도 곧 그렇게 되겠지? 으힉~으히히힉~ 으아아아!!! 으흐흐흑....“
쟌은 그렇게 악을쓰고 정신까지 이상해 졌는지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했다.
네리아는 이 엄청난 사실에 충격을 받았는지 그런 쟌을 보고 부들부들 떨다가 자기 동생이
죽는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하얘지며 갑자기 감정이 복받쳐올라 쟌을 부둥켜안고 울기
시작했다.
“쟌!! 쟌!! 아, 아니야!! 으아아앙~ 넌 죽지않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이 누나가
잘못했어!! 이 지경이 되도록 몰랐다니!! 흑흑......쟌...쟌....“
쟌은 네리아가 끌어안자 정신을 차렸는지 방금과는 틀리게 조금 진정이 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도 모든 것을 빠르게 체념한 듯 받아들인 듯했다.
“아, 아니야.... 누나...잘못 없어.... 내 잘못인걸.....”
“쟌!!쟌!! 그래, 정신이 들어? 아니야, 이 누나 잘못이야. 그래 내가 꼭 낫게 해 줄테니까
걱정하지마!! 알았지? 그러니까...그러니까 제발... 죽는다는소린 하지마...으흐흐흑...“
“잘도....그러겠다.... 다 알아....난 곧 죽을 거라는걸....포기해....난 틀렸어...”
“아냐!! 아냐!! 아냐!! 그, 그래!! 질 언니와 얘기한건 다 거짓말이었어!! 널 겁주기 위해서
였었어!! 으흐흐흐흑....그러니까.....“
“바보....븅♡.... 거짓말이라면서 왜...왜 우냐? 누, 누나....이런 말하긴 뭣하지만 그동안 정말
미안했어. 나, 나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지? 난 다 알아.... 맨날 투정만 부리기만 하고....
말은 안했...지만... 나 정말 누날 사랑해.... 제, 젠장.... 쪽팔려서 이런 말 안할려고 했는데....
하, 하지만 언젠가는 해야겠다고.....생각....했지만 이런 상황이 돼서야 하게 되어서 정말...
미...안해... 그....그리고 그동안 고마웠어.....“
“으흑.....쟌.....쟌.... 아냐.... 말하지 않아도 난 다 알아.... 그러니까 제발 죽는다는 소린
하지마...제발...으흐흐흑~“
“이제....야 속이 후련하군... 누나는 질 누나 말대로 여길 어서...떠나... 나, 난 여기
남겠어. 이런 몸으론 떠날 수가 없어....“
“아냐!! 아냐!! 난 널 두고 아무데도 가지 않아!! 난 네 누나야!!
이런 널 두고 갈 수 없어!! 없단 말이야!!”
“무, 무슨 바보같은.... 으윽.....으으으윽......커헉....컥...컥... 털썩...”
쟌은 증상이 더욱더 심해졌는지 피를 한웅큼 몇차례 토하고는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렸다.
네리아는 쟌이 피를 토하고 쓰러지자 쟌이 죽은 줄 알고 반쯤 정신이 나가버려서 쟌의
어깨를 정신없이 흔들면서 동생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오열하기 시작했다.
“쟌!!! 쟌!! 안돼!! 흐아아앙~ 앙앙~ 정신, 정신 좀 차려봐!! 안돼!! 안돼!! 누구도 우리 쟌을
내게서 뱃어 갈 수 없어!! 하느님!! 아버지! 제발...제발!! 우리 쟌을 살려주세요!! 으헉..
으헉... 끅..끅.. 데려... 갈려면.... 대신 날 데려..가....주....세....“
네리아는 울다가 너무 충격을 받은 탓인지 목소리를 채 내지 못하고 눈을 하얗게 까
뒤집으며 기절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