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진용이의 방에 있었고, 진용이가 내 어깨를 붙잡고 있었다.
"돌아온 모양이군. 꽤 깊이 빠져 있더라? 흠. 나도 이랬던 건가?"
"돌아오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그리고 아까 내가 본 건 뭐지? 분명히 난 패스트푸드점에 있었는데 왜 다시 여기에 있는 거야?"
정신없던 나와는 달리 녀석은 여유로운 태도였다.
"패스트푸드라. 햄버거라도 먹었냐? 그게 네 즐거웠던 순간이었나 보지?"
나는 도저히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이것저것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너무 한꺼번에 의문이 떠올라서 도저히 언어로 정리가 되질 않았다. 다행히 녀석은 뜸들이지 않고 하나씩 설명하기 시작했다.
"경험을 해봤으니 이제 대충 짐작하겠지만, 그 돌은 가진 사람이 원하는 상황으로 보내주는 힘이 있어. 물론 짧은 시간일 뿐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 순간에 네가 했었던 일이 현실에도 반영된다는 거다. 즉, 네가 과거로 가서 사람을 죽이기라도 한다면, 현실의 넌 살인자가 되어버리고, 네가 죽였던 사람은 이 세상에 영영 존재하지 않게 되는 거지. 이제 내가 아까 한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냐? 말 그대로 과거의 원인을 바꿔 현재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거야."
그 말을 들으니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그, 그렇다면 이거 굉장히 위험할 수도 있잖아? 역사를 바꿔버릴 수도 있다는 말이니까!"
"이제야 눈치챈 모양이군. 그러니까 그 돌을 함부로 사용해선 위험해. 그리고 이 일에 대해선 반드시 비밀을 지켜. 다른 사람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악용하려 들 수도 있으니까."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란 말인가.
고작 이런 돌멩이 하나가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도구라니. 타임머신조차 부정하는 나더러 이런 터무니없는 말을 믿으라고? 그렇다고는 해도 직접 체험을 해봤으니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고.
그런데 잠깐만…. 분명히 이 돌은 신기하긴 한데 왜 갑자기 내게 보여준 거지?
가만, 이 녀석은 과거를 바꿨다고 했지. 그렇다면 설마….
"그, 그럼 너는 이 돌멩이를 사용해서 동생을…."
진용이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 동생 진화도 원래 내 말은 전혀 듣지 않았고, 밉살스럽기만 한 아이였어. 그러다가 난 우연히 저 돌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과거를 일부 바꿨다. 과거로 가서 진화에게 좀 더 잘해주고, 좀 더 양보하고. 아무튼, 여러 가지 일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진화는 '나를 좋아하게' 된 거다."
역시 그런 일이 있었군. 어쩐지,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남매치고는 이상할 정도로 친하다고 생각했었다.
아마도, 동생과 사이가 멀어진 계기가 있었던 당시로 돌아가서 그때와는 다르게, 잘 대해주었던 것이리라. 예를 들어 싸웠던 시점으로 돌아가서 싸우기 전에 먼저 사과를 하는 식으로 행동하다 보면 훨씬 좋은 관계가 될 수 있겠지.
그렇다는 것은 나도 이 돌만 있다면…되돌릴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이거 나한테 빌려줘! 잠시만이라도 좋으니까."
이 돌만 있으면, 나와 선미도 다른 남매들처럼 정상적인 관계로 지낼 수 있다. 이제 서로를 모르는 남 보듯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녀석은 조건 하나 달지 않고 시원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갖고 가.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으니까."
"크윽! 고마워! 넌 정말 좋은 친구야!"
나는 잊고 가는 일이 없도록 얼른 가방 속에 넣었다. 드디어 염원이 이루어지는 건가….
들뜬 기분의 나와는 달리 진용이는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대신. 사용하기 전에 주의사항이 있어. 이것만은 명심해 둬."
"뭔데?"
나는 당장에라도 집으로 뛰어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진용이의 말을 기다린다.
"우선 과거에서 움직이는 동안 현실에서는 그보다 더 빨리 시간이 흘러간다는 거야. 과거에서 한 1분 정도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면 현실에선 몇 십분, 몇 시간이 지나 있다는 거다. 그러니까 가능하면 자기 전에, 혹은 충분한 시간 동안 혼자 있을 때 하는 게 좋아."
"알았어. 어차피 남에게 보여줄 만한 일도 아니니까."
"그리고 아까는 내가 곧바로 깨웠으니까 잘 모르겠지만, 이 과거로 가는 것. 나는 '점프한다'고 부르는데, 이 점프를 한 번 할 때마다 생각보다 많은 피로가 몰려오기 때문에 한 번 점프를 하고 나면 최소한 하루는 쉬었다가 하도록 해. 이런 난생처음으로 하는 행위를 우리 몸이 그렇게 쉽게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하지. 무리하게 점프하다간 뇌에 과부하가 걸려서…큰일 날 수도 있어."
상당히 섬뜩하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흠. 하루에 한 번만 하라는 말이지? 알았어. 어차피 그렇게 자주 할 생각도 없으니까. 천천히 여유 있게 하지 뭐."
목표를 위해서 몇 번이나 점프를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하루에 한 번이면 한 달에 30번이나 할 수 있다. 30번 정도 하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과거로 점프하는 건 네 자유지만, 그 상황에서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건 마음대로 컨트롤이 불가능해. 그냥 랜덤하게 '튕겨나가는' 거지.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만에 하나, 현실로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생길지도 몰라. 만약 그런 일이 있더라도 나를 원망하지는 마."
지금까지 말했던 것들은 별로 문제 될 게 없었지만, 이건 그냥 넘어가기엔 좀 무서운 말이었다.
"그건 좀 무서운데…나는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살긴 싫다고."
녀석은 나를 안심시키듯이 덧붙인다.
"그렇다곤 해도 나도 몇 번이나 점프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오히려 너무 빨리 튕겨져나가는 게 불만이었을 정도니까. 그렇지만, 모든 일에 100%는 장담할 수 없으니까 혹시나 해서 말해두는 거야."
"좋아. 알았어. 나도 목표만 달성하면 그만둘 거니까."
"마지막으로…."
녀석은 이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듯, 지금까지의 경고는 이 이야기를 하려고 말했다는 것처럼 심각한 얼굴로 말한다.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마. 과거에 했었던 일과 다른 일을 하게 되면 분명히 현재의 상황도 바뀐다. 그렇지만, 지나친 욕심을 부려서 모든 것을 네 마음대로 하려고 했다가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생길 수도 있어."
"감당할 수 없는 일?"
"모든 일에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뒤따르기 마련이지. 그것을 생각하지 않고 눈앞의 일만 쫓아가는 건 위험한 일이야. 쉽게 말해서, 네가 책임질 수 있을 만큼만 해둬."
즉, 뒷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돌을 남용하지 말라는 뜻이로군. 확실히 악용의 가능성이 있는 물건이긴 하지만…그건 문제없다. 난 세계 정복 같은 것엔 관심 없으니까.
"걱정 마. 난 그저 오빠 소리를 듣고,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고 싶을 뿐이니까. 목표만 달성하면 그만둘 거야."
"그 마음, 꼭 잊지 마라."
[LT] 여동생 만들기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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