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밤은 찾아온다.
정처없이 거리를 헤메며 시간을 때운다.아직 시각은 오후5시도 안됐지만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
대낮부터 소주를 기울이는 날 제정신으로 보는 사람은 이제 한명도 없다.처음에는 날 안쓰럽게 보던 곱창집 아줌마도 이제 날 보면 욕설을 지껄이기 일수이다.
하지만 안마실 순 없다.마시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다.쓰디쓴 술이 아니면 도저히 맨정신으로 버틸 수 가 없는것이다.아니.이미 오래전에 미쳐버렸지만.
근처 놀이터의 모래바닥에 쭈그려않아 들고온 소주병을 기울인다.장난을 치며 놀던 아이들이 질겁을 하고 도망간다.지금 내꼴이 말이 아닌 모양이지.그래,그게 현명한 판단이야.
남은 술을 마시기위해 고개를 드는순간 해가 저물어 가는것이 눈에띤다.
예전에는 아름답다고 느낀 황혼의 빛이 지금은 두렵기 그지없다.
두려움에 손가락이 떨렸나보다.흘러내린 술은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바짓가랑이로 떨어진다.
"...크,크크큭..크키키킥!"
완전 거지꼬라지로군.마치 오줌 싼 거렁뱅이다.예전에 그토록 단속하고 잡아들이던 자들의 모습이 이젠 나의 모습이다.
"크하하하하하하!"
'챙!'
발작하듯 웃던 나의 서슬에 들고있던 소주병이 깨졌다.
웃음을 멈추고 난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깨진 부분은 상당히 날카롭다.들쭉날쭉한 것이 마치 톱처럼 삐져나온 유리가 서슬을 발한다.
꺼꾸로 병목을 잡고 목이나 배에 힘껏 내려찍으면 치명적일 것이다.거기다 반바퀴만 빙글 돌리면 선지피랑 내장이 부글부글 솟구치겠지-
땅을 집고 천천히 일어선다.
때마침 한아이가 뛰어온다.둥글게 쌓은 모래위에 장난감 삽이 꼿쳐있다.놓고 간걸 되찾으러 온건가.
남자아이다.한 5살정도?가느다란 목덜미의 살이 보드라워 보인다.올챙이처럼 볼록한 배도 부드러울거다.손가락끝으로 콕 누르면 뽀직하고 구불구불한 내장이 뿜어져나오는것도 올챙이랑 똑같을거야.
삽을 뽑고 돌아서려던 아이가 무언가를 올려다본다.뭔진 몰라도 굉장히 무서운 건가보다.부들부들 떨면서 삽을 떨어뜨린다.
괜찮아,무서울건 없단다.이 아저씨가 지켜줄께.이래뵈도 아저씨 경찰이었단다.그러니 도망갈 필욘 없어.착하지-
겁에 질린 강아지같은 눈에 투명한 녹색 빛이 번쩍인다.
어느덧 밤이 찾아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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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띵동-'
"하아,하아...희진아아~아빠왔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초인종을 누른다.
나의 포근한 집!나의 행복한 집!하지만 무엇보다도 행복한 건...!
"아빠다~!"
문너머로 혀짧은 소리가 들린다.
그 어떤 음악이 이보다 더 감미로울쏘냐!내 가장 큰 보물!
낑낑거리는 소리가 귀엽기 그지없다.까치발을 서고 문을 열려고 애쓰는 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끄응~...어서오세요 아빠!일하느라 힘드셨죠?!"
"아니~전혀 힘들지 않았어 우리딸!"
그 환한 미소를 볼수만 있다면 허리가 부러지는 한이 있어도 난 '일'하러 나갈거다.
"아빠 선물!선물은?선무울~"
"알았다알았어!물론 가져왔지 우리 공주님~영차아!"
등에 매고 있던 천 보따리를 앞으로 내려놓는다.이걸 짊어지고 오느라 등까지 땀에 흠벅 젖었다.이마에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손등으로 닦자 붉은액체가 묻어난다.어느세 튀었는지 모르지만 짐짓 모른채하고 웃으며 딸아이의 얼굴을 바라본다.
"지금 풀어도 됩니다요 공주님."
와아-하고 보따리의 끝에 묶인 리본모양의 노끈을 푼다.보따리에서 스며나온 그것에 고사리같은 하얀손이 물감처럼 붉게 물든다.
"...어?"
커다란 눈망울이 더욱 동그래진다.뭐지?설마 마음에 안드는건가?
순간 약간이나마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왜,왜 그러니 희진아?아빠선물이 마음에 안들어?"
펼쳐진 보따리안을 쳐다보던 작은머리가 절레절레 흔들린다.
그리곤 새카만 눈으로 올려다보며 짤막한 검지손가락으론 그안을 가리킨다.
"이거,주혁이 아냐?"
"음?"
고개를 빼고 보따리안을 바라보았다.
붉은액체-싱싱한 선지로 범벅이 된 보따리안에는 핑크빛의 올록볼록한 내장과 빨갛게 칠해진 고깃덩어리가 젤 처음 눈에 띄었다.하지만 손으로 내장이랑 살덩어리따위를 휘적휘적 치우자,그속에 파묻힌 자그마한 머리가 보였다.
들어올려서 대충 문질러서 피를 닦아내니 확실히 곱창집 아줌마 아들인 주혁이였다.예전엔 제법 친했던 만큼 자주 그집으로 밥먹으러 갔었는데 어느날 아줌마가 자기아들이 근처 유치원에 다니는데 미술상을 탓다며 뽐내던 기억이 났다.
날이 어두워져서 미처 얼굴까진 못본 모양이다.
"그러네.....그래서,희진인 싫어?"
내장을 주물럭거리면서 장난을 치던 희진이는 고개를 들어 살짝 갸우뚱하다가,함박꽃처럼 환하게 웃는다.
"아아니이~전혀♡"
그러고는 손을 뻗어 들고있던 머리를 빼앗고 꺄아-소리치며 뛰어들어간다.
"....."
알고있다.이것은 정상이 아니다.
비틀려도 한참 비틀린 괴기한 일상.도저히 눈뜨고 볼 수 없는 구역질나는 지옥과도 같은 생활.
하지만 벗어날 수 없다.도망칠 수 없다.도망칠 생각도 없다.
내손으로 죽인 아이들과 여자(가끔은 남자도 있었다)의 수는 더이상 세는것을 그만뒀다.그것을 들키지않고 실행할 수 있었던 것은 예전직업의 덕택이었다.
내일 아침 눈을뜨면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짓에 발광하고 밖에 나가서 술을 사겠지.대낮동안 돌아다니며 퍼마시다보면 또 밤이 찾아올것이다.그러면 적당한 제물을 찾아서 죽인 후,밝게 웃으며 친숙한 우리집 현관문의 벨을 누를것이다.
일상적인 비일상.
무엇보다도 끔찍하고 무엇보다고 행복한 나와 딸아이의 하루.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그것은 5년전,
전국을 경악케 한 그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집의 정원에서 시작됬었지-
"아빠 뭐해?"
맑은 목소리가 덧없는 기억을 날려버린다.
희진이는 축쳐진 주혁이의 머리통을 마치 줄이 달린 물풍선처럼 척수를 잡고 들고 서 있었다.
아아-지금은 상관없다.
내일이 얼마나 끔찍한 아침이 될것인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눈앞의 일그러진 행복을 비하면,탐스러운 붉은 꽃처럼 아름다운 나의 딸을 생각하면 그런것 쯤은 아무렇지도 않다.
설사 이 행복을 잊을 정도로 고통스러울지라도,
상관없다.
내일도 밤은 찾아올 것이다.
[공포] 꽃 (번외)
아세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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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9.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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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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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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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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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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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르가멧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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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2.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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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르가멧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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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2.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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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으음?! 뭐지 어딘가부터 코드가... 으음?!
원래 서코에 일러랑 넣어서 낼려고 복선을 깔아놓은 거지만 전부 중도하차된 기획
넣었다간 바로 19금 당할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