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병아리들은 성장이란 걸 하지 않았다.
몇년이 지나도 닭이 아닌 병아리의 모습으로 있을 뿐이었다.
노쇠로 인해 털색이 빛바랗게 될 뿐 그 외에는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외양적인 부분일 뿐이었다.
사실 병아리는 자라면서 근육이 7톤짜리 배트로 내리쳐도 지구만 박살날 뿐 병아리는 멀쩡했다.
그정도로 강력한 내구성을 지닌 병아리들은 인간이 감히 손을 못 대는 하늘 같은 존재였다.
이런 병아리들은 스스로의 힘에 자부심을 가지며 힘을 모아 왕국을 세웠다.
그것이 병아리 왕국인 것이다.
병아리 왕국은 감히 외부의 적이 침입하지 않도록 국방에 힘을 썼다. 병아리 왕국을 둘러싼 성벽에는 24시간씩 호랑이가죽을 뒤집어쓴 병아리들이 지켰다. 성앞에 도달한 적들은 호랑이가 아니라 호랑이를 잔인하게 죽인 병아리들이 무서워서 달아나곤 했다.
그리고 혹여나 인간이 병아리로 분장해 스파이짓을 할 경우엔 고약한 처벌을 내렸다. 고약한 처벌이란 그 인간들을 생쥐로 분장시킨뒤 내쫓는 것인데 병아리 왕국 주변에는 병아리의 천적 고양이가 도사리고 있었다. 고양이들은 생쥐 분장을 한 인간들을 냥냥 펀치로 혼내줬다. 고양이들은 병아리만큼 영악하진 못해서 병아리가 이 일을 의도했음을 모른 채 스파이들을 괴롭혔다.
이러한 철저함에 왕국은 한동안 평화로웠다. 아마 그 일만 없었으면 몇천년이고 그들의 역사는 계속되었을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낙타고기였다. 호랑이들은 목숨을 구걸하기위해 병아리왕국에 조공을 바치곤 했는데 이번엔 색다르게 낙타를 사냥해온 것이다. 병아리에겐 낙타는 아주 희귀한 동물이며 그들의 맛은 진미라 부를 수 있나니 어떻게 안 받을 수 있겠는가?
왕족병아리들은 오오삼삼 모여 낙타고기를 식사했다. 술에 곁드려 먹은 낙타고기란!
배를 채운 뒤 노곤해진 그들은 잠을 자게되는데 다시는 눈을 뜨지 못하였다.
닭르스였던 것이다.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떤다는 닭르스는 병아리들을 예비용 치킨으로 만드는 마법의 전염병이었다.
무슨 소린고 하면 병아리를 닭으로 퇴화시키는 병이라는 뜻이다. 몸의 근육이 인간의 루게릭병처럼 매우 수축하여 노쇠하게 되고 털이 보송보송한 하얀 털로 변한다. 힘없는 닭들로 퇴화한 병아리들은 바로 그자리에서 튀겨져서 치킨으로 먹히는 것이다.
결국 그 사건을 기점으로 병아리 왕국은 몰락했다.
모든 병아리를 다 튀켜버린 인간들은 동물들의 왕이 되었다.
몰락한 병아리의 역사는 인간들에 의해 지워지고 치킨의 역사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 튀겨지는 닭들은 기억할 것이다.
황금 올리브의 왕국이라 불렸던 병아리 왕국을!
코즈믹 호러를 느끼고 갑니다.
ㅋㅋㅋ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