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기계이라고 한다면 안드로이드도 포함이 되어 있으며 그 중에서 인공지능을 가지고 있는 기체는 많지 않다.
또 그 중에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프로그램이 있는 인공지능 안드로이드는 얼마나 적을까?
토스트 가게에서 맛있게 먹고서 손가락에 묻은 소스와 기름을 혀로 핥고 있는 지그에게 디어가 또 다시 불만을 얘기한다.
배고픈 2명이 먹기에는 토스트 1개씩은 부족한 정도였는데 가게 안에서 토스트 기계에 이상이 생겼었다.
“출장만 해도 몇 만을 받을 수 있는 걸 무슨 너희 둘이 먹는 토스트 1개씩만 더 받고서 퉁치냐고!”
“그러게요. 선불만 안 했으면 잘만 구슬려서 공짜로 얻어먹었을 수도 있을 거 같았는데.”
그 토스트 기를 지그가 고쳐주는 대가로 저렴하게 점심을 해결한 거다.
“그 정도는 옛날처럼 몇 번 쳐서 고쳐지는 수준이었다.”
“그딴 옛날 얘기나 구식 기기 따위는 관심 없다고! 진짜 뭐냐고 이게!”
그의 팔이나 배를 만지면서 말했지만 굶는 날이 많아서 지방이 거의 없다시피 된 그의 몸은 힘쓰는 일이 많아 금방 인기 있는 아이돌 연예인마냥 마른 근육체질이 되었다.
황급히 손을 떼고서 애쉬의 어깨를 살짝 밀고서 부정하지만 지그가 봤을 때 디어의 상태가 이상했다.
정확한 수가 파악되지 않지만 인공지능을 가진 안드로이드는 적다고 밝혀졌다.
그렇게 말하고 틸리드는 그들에게서 멀어졌다. 하지만 그의 예상으로 오늘 안에 또 만나지 않을까 싶다.
차라리 대비라도 해둘까 하고 나쁜 예감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음- 딱히 필요한 건 없을 거 같은데? 얘 생필품도 아직 있고.”
“왜. 단지 귀찮다는 이유로 사는 건 싫은데, 아껴야지.”
당연하다는 듯이 손을 내미는 애쉬를 보고 인상 찌푸리면서 어이없어했다가 그대로 부술 기세로 팔을 휘둘렀지만
재빨리 빼고서 두 손을 모으면서 약한 척 앙탈을 부리는 모습에 혀를 차면서 지그 팔을 잡고서 마트로 끌고 간다.
“애쉬. 손님 오면 20분만 기다려 달라고 해. 나한테 연락하고.”
손을 흔들고는 걸어서 돌아가는 그녀의 모습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남자들이 보이자 쓸데없이 사람들을 괴롭히지 말라고 말할 걸 그랬나 싶었다가 별 일 없겠지 싶어 어깨를 으쓱였다.
그녀가 마음에 안 든다고 멋대로 행동하는 게 걱정인 거다.
“옷이 다 해졌어 너. 옷 좀 사라 쫌. 꾀죄죄하게 다니지 말고.”
“세탁해서 마를 때 다른 걸 입어야 될 거 아냐! 거지도 아니고 진짜.”
인공지능 안드로이드는 행동이나 표정, 피부색을 제대로 칠하고 옷을 입고 다닌다면 영락없이 사람이다. 그래서 구별하기 어렵다.
고르다 말고 어색하게 헛기침을 하는 그녀를 바라보고서 카트 안에 비닐에 감싼 양파를 넣는다.
괜히 부끄러워졌지만 신혼 같다는 말을 듣고서 기분이 좋아져서 금방 표정이 부드러워진다.
바로 옆에서 안드로이드가 프라이팬에 소시지를 굽고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시식을 권유하고 있다.
몇 개 먹어보라는 디어 말에 요지로 찔러져 가지런히 놓여 있는 소시지 두 개를 집어 먹고서 맛있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디어가 2팩을 골라 카트에 넣
지그는 가기 전에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그 안드로이드를 보자 인사 하길래 웃으면서 인사해주었다.
“시식은 안 살 거면 먹지 말라는 느낌이 강해서 꺼려진단 말이지.”
“뭘 그런 걸 가지고. 시식으로 배를 채울 몰상식한 사람도 아니면서.”
후후 하고 가볍게 웃으면서 요구르트를 집는 디어를 보며 피로가 조금 풀리는 느낌을 받으며 뒤돌아서 아까 전 안드로이드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한다.
디어가 없는 틈을 타서 그녀가 일고 있던 로맨스 소설 읽는 중이지만 애쉬 마음에 들진 않아서 금방 덮어버렸다.
가게 소파에서 뒹굴 거리다가 목소리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한 여자가 가게 밖에서 기웃거리고 있었다.
“오서오세요 손님. 가게 주인이 잠시 나간 상태여서 20분 기다리면-”
“아, 아니요. 그저 문득 생각나서 들린 거라서 말이죠. 없으면 다음에 오도록 하죠.”
친구인가 싶기도 한데 상대가 여자라는 게 애쉬의 눈을 날카롭게 했다.
“예? 아아. 예전에 군에서 조금 같이 생활한 적이 있어서 찾아와봤습니다. 전우라고나 할 수 있을지 애매하긴 합니다만.”
주인 이라는 말에 움찔했다가 가게 주인을 말하는 거겠지 싶어 대답했지만, 눈빛이 달라져서는 자기를 유심히 보고 있다는 건 금방 알 수 있었다.
군인은 금방 발길을 돌리려는데 마침 마트에서 지그가 돌아왔다.
애쉬가 혀를 차고는 디어를 노려봤지만 그녀는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지그는 가게와 연결 되어 일상생활하며 쉴 수 있는 2층으로 가는 문을 열고서 커피 스틱 2개를 챙겨서 내려왔다.
티스푼으로 커피를 저어 녹인 후 얼음물에 부어서 간단히 완성되는 냉커피임에도 불구하고 군인은 고맙다며 받았다.
작은 농담이나 주고받으며 근황을 얘기하고 싶었는데 그녀가 아차 싶었다.
“미안. 영광이라던가 영웅 이라 불리는 건 싫어했지.”
“괜찮아요. 지난 날이니. 못한 축하나 드리죠. 이제 대위 맞지요?”
자기 때문에 이상한 분위기가 된 거 같아 장난을 조금 치자 그녀가 미소를 지어주었다.
“아쉽구만. 네가 남아 있었으면 널 데리고 갔을 텐데. 넌 그래도 부하병사들에게 좋은 간부였으니까.”
솔직히 그 다음 군 생활을 어떻게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지우면 좋겠다 싶은 적이 수 없이 많았지만 그렇다고 지울 수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덕분에 얻은 것도 있으니 너무 나쁜 적만 있지는 않았다.
그도 처음의 멋도 모르던 겁쟁이 학생에서 이렇게 비틀린 어른이 돼버렸으니.
“왜 안 바쁘겠어. 아직까지 복구가 시급한 곳은 많고 AIND(에인드) 중에 아직도 게릴라전을 벌이는 녀석들도 있으니까.”
“아직까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사상자도 나오고 있는 만큼 주의해야지. 테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문 뒤에서 쿵쾅쿵쾅 하는 소리가 들리는 가 싶었는데 정작 문은 소리도 없이 조용히 열리고 디어와 애쉬가 나왔다.
깜짝 놀라서 커피를 품을 뻔 했지만 간신히 넘겼지만 사레들릴 뻔 했다.
“니들은 무슨 나오자마자 하는 첫 마디가 그거야? 뭐- 소개하면 내 소대장이었던 미셸. 이쪽은 애쉬.”
애쉬만 소개시켜 주고 다른 쪽을 소개시켜주지 않자 물었지만 지그는 무슨 소리냐며
“그 이름 부르지 말라니까. 엄청 오랜만에 들어보긴 하지만.”
시큰둥한 반응이지만 미셸은 반가워서 이리저리 그녀를 살피고 머리를 쓰다듬고 하자 디어는 순간 자기가 강아지가 된 기분에 뒤로 조금 물러났다.
“어떻게 된 거야. 머리도 이렇게 여성스러워 지다니. 맨날 폭탄 맞은 머리였었는데.”
“아~ 그립네~ 그 때는 뭐 이런 짐승같이 생긴 애가 있나 싶었는데.”
킥킥 하고 웃는 애쉬를 한 번 노려보고 미셸을 밀어서 자리에 앉히는 디어를 보고서 지그도 그녀의 첫 모습을 회상해보았다.
“분명 나한테는 금방 죽을 애송이라고 불렀었지 아마?”
“무리도 아니었지. 처음에 고등학생 입학하자마자 전쟁이 터졌으니까. 뭣도 모르고 끌려갔었고.”
디어가 안한 듯이 말했지만 지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과거를 회상하고 있었다.
가슴 쪽이 답답하다는 거짓말로 상의까지 벗어버렸는데도 아무런 반응 없었는데 말이지.
힘없이 웃어버리는 디어를 보고 애쉬의 몸을 한 번 훑어보고는 위로해준다.
“어머? 당연히 너랑 나 아니겠어? 너보다는 내가 더 섹시하지 않겠어?”
자기 팔을 끌어안는 애쉬와 또 무엇 때문에 화가 나서 언성을 높이는 디어를 보면서 지그는 무슨 일인지 파악해보려 하지만
걱정 어린 눈이 그를 비피고 있다는 걸 알고는 애쉬가 말했다.
“적어도 내가 작동하는 이상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자세하게 말하지 않은 애쉬지만 미셸은 그녀들에게 그를 부탁한다고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디어가 웃으며 말하고는 미셸도 웃으며 인사하고는 멀어져갔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갈 시간이 되니 몸이 조금 뻐근한 느낌이 들었지만 기지개 몇 번하고는 손님이 오진 않을까 하고 턱을 괴고서 창밖을 바라본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데 시선을 느껴 바라보니 애쉬가 엷게 미소 짓고 있다.
자연스럽게 의자를 끌어다가 그의 옆에 앉는 디어가 투덜거렸다.
“그래도 우리 유지비나 네 식사나 기타 등등 꽤 들어가지 않아?”
“대부분의 안드로이드들이나 기계들은 전기를 쓰고 있기에 발전소를 늘리게 되었고 정전 대비도 철저하게 하고 있으니까. 애 초에 전기세로 많이 들
어가지는 않아. 때문에 기름이나 가스를 쓰는 기기들이 거의 사라졌지.”
“그런 거라면 다행이긴 한데, 응? 아니 그럼 좀 많이 먹어! 난 또 돈이 아슬아슬해서 식비 아끼는 줄 알았잖아!”
“오히려 저축도 조금씩 하고 있지만 난 우리 주인님이 걱정이네~”
“평생 150만헤르가 들어오고 우리나 가게 유지비도 식비도 별로 안 나가는데 정작 본인한테는 돈을 전혀 안 쓰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도 이제 나이도 25세인데 이성이라던가 뭐 연애, 취미 같은 쪽에 돈을 안 쓰니까~”
발끈하면서 자리에 벌떡 일어났지만 애쉬는 그녀쪽을 보지도 않은 채로 얘기를 이어간다.
“그래봤자 우린 안드로이드라고. 사람하고는 다르니까. 아무리 너와 내가 AIND(에인드)라고 해도.”
원하는 대답을 그가 말해주기를 바라면서 힐끔하고 쳐다봤는데
“어딘가에 있겠지. 우리 영웅님을 동경하는 사람 중에 그 감정이 서서히 사랑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을 테고.”
지그는 그녀들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자기 쪽으로 당겨서 살짝 끌어안는 모습이 되었다.
“갑작스럽기는 하네. 아, 디어 네가 싫다면 그냥 뿌리치고 떨어지면 되잖아?”
“아니 싫다기보다는 오히려 기쁘다고 할까, 이런 경우는 흔하지 않으니- 뭐래!!”
황급히 떨어지려고 했는데 지그의 손에 힘이 들어가 있다.
이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 가끔씩 그에게 장난을 치긴 했어도 그는 무뚝뚝하게 있었으니까.
만약 전쟁이 터지지 않았어도 그는 군대에 들어갔었을 거다.
예정이 빨라진 건 상관없었지만 그가 전역하게 된 건 전쟁 때문에 지쳐버렸기 때문이었다.
부모 없는 고아로서 고아원에서 지낼 때부터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면서 조금씩이긴 해도 돈은 최대한 벌어도 폐를 끼친다는 느낌을 떨쳐낼 수 없었고
장학금으로 생활비 정도는 낼 수 있게 된 때가 16세.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허름한 집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그 집을 전역 후에 손 본 게 이 수리장.
“말했잖아? 당신에게 거두어졌을 때부터 계속. 언제나 난 네 곁에 있을 거라고. 네가 싫다고 해도 이젠 소용없어.”
디어가 쑥스러운 듯이 괜히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카락 끝을 빙글빙글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