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데이비드 G.슈워츠
역자 - 홍혜미, 김용근, 이혁구
출판사 - 글항아리
쪽수 - 616쪽
가격 - 30,000원 (정가)
‘도박’이라는 드라마에 대한 최고의 역사서
전미 도박문제위원회 ‘최고의 책’ 에디터스 초이스 ‘트리피 상’ 월스트리트저널 ‘도박에 관한 최고의 책’
욕망의 극단과 대결하는 곳!
‘도박’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가. 라스베이거스나 마카오의 화려함인가, 아니면 뒷골목의 사기도박과 도끼가 난무하는 살벌한 풍경인가. 도박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이른바 ‘도박의 통사’이자 도박의 경제학과 심리학, 지리학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그런 것들이 전혀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도박은 근원적 ‘생명력’을 연상시킨다. 뽑아도 계속 자라는 잡초, 그대로 놔뒀다가는 마당과 집 전체를 집어삼키는 그 빽빽하고 거침없는 야성의 잡초들이 생각난다. 도박은 잡초다. 뿌리까지 뽑아도 다시 자라며, 고개를 잠시 돌린 사이 존재감은 더 커진다. 인류 역사상 도박을 금지하기 위해 제정된 법은 수천 개가 넘지만, 그 법을 만든 정부와 자치단체들은 입장을 바꿔 다시 도박을 허용하고 그것으로 돈을 벌었다. 도박의 역사는 인류의 출발과 함께했을 정도로 유구하다. 아니, 인류보다 더 오래되었다는 게 정설이다. 동물조차 보상이 큰 위험한 행동을 선택하는 도박성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도박은 어쩌면 진화의 법칙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도박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것은 전쟁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불가피하고, 역동적이며, 막대한 희생과 희열을 낳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로 달려들며, 치밀한 계산과 무모한 베팅으로 지배하는 이들이 있다. 그 혼돈과 카오스의 역사 속 진실은 우리에게 아찔할 정도의 탄식과 함께 서늘하면서도 강인한 통찰을 선사한다.
이 책은 공간적으로 넓은 지역을 포괄한다. 선사시대의 유적 이야기를 지나 유럽 대륙에 오래 머물다가 도박의 본고장이 돼버린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가고 다시 아시아로 건너온다. 시간상으로도 기원전 각 문명과 여러 부족의 소규모 도박에서부터 역사시대로 들어와 도박이 문화가 되고 정치가 되는 시기, 전문가 집단과 조직폭력배, 고위 관료가 결탁한 대형 이익의 실현 시기를 지나 금융위기 이후 도박의 패권이 급속하게 허물어지고 재탄생하는 21세기까지 다루고 있다. 저자는 철저한 문헌 연구와 현장 연구로 도박 발전사에 대한 역사를 서술하고 몬테카를로의 바카라 게임장부터 라스베이거스의 메가 카지노까지, 영국·프랑스·이탈리아 귀족세계의 도박부터 미국 원주민과 중국, 그 외 비서구권 국가들까지 도박의 세계 전체를 조망한다.
17세기 아메리카 대륙에 엄청난 깡패 집단이 있었다. ‘파괴자’라는 뜻을 가진 피쿼드족이다. 이들은 압도적 폭력으로 군림하며 주변 모든 마을의 상납을 받는 최대 인디언 세력이었다. 하지만 영국 군대가 상륙하자 이들은 위기를 맞았다. 둘 사이의 마찰은 곧 전면전으로 번졌다. 영국군은 피쿼트족의 라이벌인 모히칸족 등과 손을 잡고 이들을 진압했다. 싹쓸이라 할 수 있는 대대적인 말살이었다. 살아남은 이들은 레이어드 보호구역으로 몰아넣어졌다. 300년 후인 1910년경 보호구역에서 살아남은 피쿼트족은 단 세 가구에 불과했다. 그렇게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이들은 뛰어난 변호사의 도움으로 독립된 부족이라는 법적 시민권을 획득하며 반전을 꾀했다. 피쿼트족은 급조한 건물에서 고액의 빙고게임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소규모였지만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주기적인 확장을 거듭했다. 1992년에는 코네티컷 주정부와 수익 일부를 세금으로 내는 협약을 체결했다. 곧 게임 테이블을 추가했고 슬롯머신이 도입되었다. 그리고 2번 도로가 교통 체증으로 꽉 막힌 광경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2004년 드디어 폭스우즈 리조트 카지노라는 왕국이 탄생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빙고장과 슬롯머신 6400대, 객실 1400개, 4000석 규모의 공연장, 대회용 골프장에 컨벤션 센터까지 갖춘 매머드급 리조트였다. 코네티컷주는 이들로부터 연간 20억 달러의 세수를 거둬들였다. 피쿼트족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절멸 직전에 도박이라는 밧줄을 잡고 불과 20년 만에 백인과 인디언의 힘의 관계를 역전시킨 것이다.
이 일화는 우리에게 ‘도박’이 지닌 힘의 실체를 보여준다. 힘은 어디에서 나오나? 그것은 본질과 보편성에서 나온다. 도박은 본질이고 보편성이다. 그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좋아하는 사람도 반드시 있다. 역사 내내 그랬으니, 저자의 안내를 받아 선사시대로 가보자. 수렵채집의 시대에는 먹고사는 것의 불확실성이 삶을 지배했다. 삶은 불가사의했고, 희망과 공포, 미신적인 것들이 뒤섞여 있었다. 그들은 미지의 것을 미리 시험하는 용도로 돌, 나무, 뼈를 썼다. 이것이 첫 번째 도박 도구들이다. 초자연적·직관적 수단을 이용해 미래를 알아내기 위한 이들의 행위는 점점 많은 이의 운을 점치고, 점에 대한 내기로 바뀌면서 즐거움과 유흥의 방향으로 나아갔다. 골밀도가 불균등한 뼛조각은 잘 굴러가지 않아 상아나 나무로 대체되었고 드디어 3000년 전 이라크 북부 지역에서 주사위가 탄생했다.
이탈리아, 상업적 도박의 시작을 열다
고대의 도박은 중국이 이끌었다. 기원전부터 닭싸움, 경마, 개싸움, 귀뚜라미싸움, 염소싸움을 비롯해 로토, 카드게임, 골패, 마작, 판탄 등 범위가 넓었다. 『한서漢書』에는 백성이 도박에 빠졌다고 한탄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상업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반 대중이 고정된 뱅크를 상대로 자유롭게 베팅하는 카지노는 16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됐다. 이 시기 베네치아에서는 약삭빠른 도박꾼들이 도박계에 혁명을 불러일으킬 만한 확률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상업적 도박의 발명은 도박이 허용된 곳에서 도박장을 운영하며 합법적으로 소득을 벌어들일 수 있는 경로로 이어졌다. 이것이 리도토였다.
상업적 도박은 조건이 있다. 도박을 제공하는 쪽에서 돈을 따야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교한 확률로 뱅커 쪽이 승리하는 바셋, 파로 등의 게임이 고안되었다. 이후 100여 년 리도토의 전성기가 구가되었다. 철학자 루소도 베네치아에서 생애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도박에 손을 대봤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돈의 유혹에 빠져들었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대본작가인 로렌초 데폰테는 리도토에서 삶을 거의 망가뜨렸다. 카사노바는 악명 높은 도박꾼이었다. 그는 운이 좋지 않을 때도 도박을 멈추지 못했는데, 카사노바와 로렌초는 같은 도박장을 드나들며 아는 사이였다. 이에 로렌초가 「돈 조반니」를 쓸 때 카사노바의 도움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저자의 추론이다.
카지노는 베네치아에서 탄생했지만, 룰렛, 바카라, 블랙잭처럼 요즘 카지노에서 인기 있는 게임들은 1650~1850년 유럽의 도박 열풍이 그들만의 독특한 풍으로 발현된 프랑스에서 시작되었다. 프랑스 국왕은 도박을 허락했고, 베르사유 궁정에서도 도박은 없어서는 안 될 요소였다. 이렇게 시작된 도박은 이후 전 국민의 집착으로까지 나아갔다. 심지어 프랑스 혁명기에 사회의 도박의 강도는 점점 더 올라갔다. 그것은 마치 어떤 방해 공작에도 면역력을 갖춘 것처럼 지속되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프랑스 혁명이 카드 게임 규칙에서 한 가지를 변경시켰다는 이야기도 회자되고 있다. 예전에는 왕이 그려진 카드가 가장 높은 카드였는데, 혁명 이후에는 에이스 카드를 가장 높은 카드로 쳐주었다는 것이다.
프랑스 혁명은 유럽 전역에 걸쳐 구체제를 몰락시켰다. 도박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프랑스의 도박 금지(1837)는 유럽 대륙에서 한 세기에 걸쳐 진행된 카지노 도박 감소의 전조였다. 서유럽의 산업화된 국가들은 사람들의 무분별한 도박으로 초래된 경제적 어려움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고, 이어서 도박을 억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탄압 아래서도 도박은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더 번성하기까지 했는데, 바로 병약자를 위한 휴양지(리조트)에서였다. 신체적인 고통을 받는 이들이 치유를 위해 모여들었던 스파는 넘쳐나는 부富를 격렬한 도박으로 해소하려는 사람들의 온상지가 되었다.
빈털터리가 된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스파 리조트 열기는 처음엔 프랑스에서, 그다음엔 독일로 번져나갔다. 유명한 작가들도 이곳을 찾았다. 톨스토이는 1857년 여름 유럽을 여행하다가 바덴바덴에 머물면서 룰렛을 접했다. 그는 첫날밤에는 소액으로 놀았지만, 이튿날에는 컨버세이션 하우스에서 룰렛 휠을 정복하려고 시도하며 엄청난 돈을 소비했다. 전 재산을 탕진한 그는 프랑스인으로부터 두 번이나 대출을 받았으며, 몇몇 친척이나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달라며 절망적인 편지를 보냈다. 작가 투르게네프는 톨스토이가 걱정되어 직접 바덴바덴으로 찾아왔고, 돈도 빌려줬다. 투르게네프가 떠나고 얼마 안 돼 톨스토이는 도박을 통제하지 못한 자기 자신을 한탄하면서 바덴바덴을 떠났다.
도스토옙스키는 그의 창조성이 가장 극대화되었던 시기인 1862~1872년 도박에 극심하게 빠져 있었다. 1850년대에 시베리아로 망명했을 때 도스토옙스키는 자주 도박을 했고 보통은 잃는 편이었다. 1862년에 그는 처음으로 비스바덴을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엄청난 큰 승리를 거둔다. 이듬해에 그는 바덴바덴과 홈부르크를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지난해에 땄던 모든 돈을 잃었다. 그의 베팅 금액이 컸던 것은 아니지만, 암울한 불안 속에서, 매 판의 게임이 진행될 때마다 그는 승리와 실패를 마음속에서 극대화시켰다.
도박계의 산업혁명과 신디케이트
19세기 말 제2차 산업혁명으로 생산의 효율화와 기계화가 강조되었는데, 도박도 마찬가지로 더 빨리,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기계가 발명됐다. 바로 슬롯머신이었다. 슬롯머신은 순식간에 미국 전역의 도시로 퍼져나갔고, 여성과 아이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미국인이 금단의 쾌락을 맛보기 위해 슬그머니 주류 밀매점을 비집고 다니던 금주법의 시대에 슬롯머신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알 카포네, 프랭크 코스텔로 등 지하세계 보스들의 수익성 높은 사업이 되었다.
도박은 미국의 주류 상업과 발맞춰 진화했다. 1870~1880년대에 미국의 산업체 소유권 관련 제도가 복잡해짐에 따라 전면적인 도박 신디케이트도 일반화되었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이러한 신디케이트는 점점 더 미국 산업을 지배해들어갔던 신탁 모델을 기반으로 했다. 신디케이트는 본질적으로 단일 도박장 또는 여러 도박장을 소유한 작은 연합체였다. 보통은 한 회원이 현장 관리자 역할을 했다. 이러한 관리 아래 회원들은 불안정한 사업을 운영하면서도 어느 정도 안정을 누렸다. 경찰, 판사,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제공함으로써 모종의 계약을 맺어 안전을 보장받는 것도 이들의 업무였다.
시카고에도 대규모 신디케이트가 존재했다. 1890년 존 필립 퀸은 시카고의 ‘도박자 신탁’이 신디케이트로서의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기술했다. 그 단체는 ‘체육인들의 조합’이었는데, 이들은 관리자만 기부처를 알 수 있는 공동 기금에 매주 기부했다. 하지만 퀸의 추측에 따르면, 이들은 “실질적으로 경찰의 간섭에서 벗어나” 있던 신탁 회원들이었다. 시카고만이 아니라 미니애폴리스에도 1870년대에 ‘조합’이 있었다. 이 신디케이트는 도시 내 일류 도박장 두 곳을 운영했고, 도박장보다는 좀 낮은 급인 리조트도 몇 군데 보유하고 있었다. 미국 정치와 사업이 19세기 말 고도로 조직화되면서, 도박장을 운영했던 이들도 그와 비슷한 양상으로 통합되었다.
네바다, 미국 도박의 오아시스가 되다
결국 돈의 논리가 통했다. 1920년대 미국에서 대공황으로 인한 경제적 불안감이 확산되자 거대 도박장 운영자뿐만 아니라 개인 사업가와 그들 집단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가 법적으로 도박을 허용해야 한다는 태도로 돌아섰다. 끈질긴 논쟁 끝에 찬성론자들이 승리했다. 법안이 상하 양원을 통과한 것이다. 프레드 발자 네바다 주지사는 1931년 3월 19일 해당 법안에 서명했고, 네바다 주민들은 도박할 자유를 얻었다. 파로, 몬테, 룰렛, 키노, 판탄, 21, 블랙잭, 스터드 포커, 드로 포커 또는 카드나 주사위…… 처음에 그 중심이 된 도시는 리노였지만 점점 라스베이거스로 옮겨가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되고, 드디어 수문이 열렸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있는 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내려는 관광객이 지역으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고, 개발업자들은 이 수익성 좋은 시장에 허둥지둥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이른바 도금시대에, 도시들은 더 커지고 더 부유해졌으며, 도박도 함께 번창했다. 존 모리시, 패트릭 헌, 루번 파슨스와 같은 사람들은, 비록 부정하게 손에 넣은 돈을 파로 게임이나 주식시장에 허비해버리긴 했지만, 도박장을 운영하면서 번 수익으로 엄청난 부와 권력을 갖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도박장을 소유하는 법인 형태의 조직이 도박 시장에서 지배력을 공고히 했다. 신디케이트 회원들은 마을이나 여러 도시에 걸쳐 다수의 불법 도박장 지분을 나눠 가졌다. 주주 중 일부는 관리자로 일하기도 했지만, 같은 조직 내에서도 고위층에 속하는 이들은 경찰이나 사법계 주요 인사들과의 인맥을 담보로 자본금만 투자하는 식이었다.
라스베이거스의 스트립 풍경은 지속적으로 변화했다. 수십 년 동안 카지노업자들이 남들보다 더 크고, 더 화려하고, 더 돈을 많이 들인 카지노를 지으려고 경쟁했기 때문이다.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은 약간의 도박만 감수한다면 휴양객들이 식도락과 충분한 일광욕, 최소한의 비용으로 공연을 즐기며 최고의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여행지로 유명해졌다. 도박은 모든 미국인이 즐길 수 있는 행위가 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
TV 프로그램 「어프렌티스」에 출연하기 전, 그리고 대선 주자로 나서기 훨씬 전, 도널드 트럼프는 입신양명의 포부를 가진 젊은 개발업자였다. 당시 출세하기 위해서라면 가장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던 카지노 시티에 입성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었다. 트럼프는 1980년 애틀랜틱시티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다. 이와 동시에 카지노 업계에서 가장 신임할 만한 한 사람이 사업 확장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빌 하라는 애틀랜틱시티 해안가 지역에서 이제 곧 개장을 앞둔 카지노 호텔 브랜드를 하라스 머리너로 바꿨던 참이었다. 트럼프는 자신이 부지를 제공하는 대신 하라가 카지노 건설 비용을 대고, 수익의 절반을 자신의 몫으로 주며, 협력관계를 맺으면서도 첫 5년간은 어떤 영업 손실에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사업에서 초래될 수 있는 모든 위험을 하라의 책임으로 몰고 자신은 잠재적 이익의 많은 부분을 취하는 식으로 거래를 제안했던 것이다. 하라는 주로 중간급 도박자들을 대상으로 회사를 키워왔다. 이러한 방식에는 큰 위험 요소가 없었고, VIP 사업으로는 큰 이득을 남기지 않는 대신 25센트나 1달러 기계 게임을 하러 끈덕지게 카지노를 찾는 도박자 군단을 주 고객층으로 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하라스의 주요 마케팅 전략에 따를 경우 반드시 있어야 할 주차장 조성을 거부했다. 트럼프는 한술 더 떠서 호텔 이름에서 앞부분 ‘하라스 앳’을 삭제하도록 강요했고, 결국 이곳은 그냥 ‘트럼프 플라자’가 되었다. 나아가 트럼프는 맞은편의 카지노 호텔을 사들여 빌 하라와 직접 맞붙었다. 결국 하라스는 트럼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트럼프가 사업 가치를 하락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불성실하게 보드워크 사업을 경영했다는 이유였다. 트럼프는 똑같은 이유로 하라스를 맞고소했다. 연방법원에서는 트럼프의 손을 들어주며 그가 두 카지노 모두 소유할 수 있도록 허락했고, 이로써 트럼프와 하라스의 협력관계는 깨졌다. 1986년 초, 트럼프는 하라스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하라스를 인수한 뒤 그가 가장 먼저 지시한 일은 바로 (처음부터 하라스가 요구했지만, 트럼프가 거절했던) 주차장 신설이었다.
도박사의 거대한 흐름을 풀어내는 특유의 재치와 노련함
저자는 이러한 도박사의 거대한 흐름을 특유의 재치와 노련함으로 유쾌하게 풀어낸다. 저자의 탁월성은 이야기를 그림 그리듯 생동감 있게 묘사한다는 점에 있다. 외국 소설을 읽다보면 때로 풍경이나 시대의 분위기를 자세히 묘사하는 방식의 글들이 있다. 어떤 때에는 저자가 정성스럽게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묘사하더라도 한국 문화권과 다소 거리가 있는 시대나 상황의 정감을 포착해내기 어렵기도 하다. 데이비드 슈워츠가 그려내는 도박의 역사 또한 저 멀리 고대와 중세로부터 시작해 현대까지 이르는 유럽과 미국 중심의 이야기지만,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이질적인 단절감보다는 익숙한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독일과 프랑스의 휴양지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며 도박에 몰입하는 귀족들, 프랑스 궁정과 영국 사교클럽에서 이뤄졌던 특권층의 도박, 시스템 베팅을 연구하기 위해 몰두했던 도박자들과 역동하는 독립 국가 미국에서 서쪽으로 함께 진격해나갔던 도박사들, 도박 사업에 손을 뻗었던 조직폭력배들의 시대, 카지노 산업으로 전성기를 맞았던 라스베이거스와 애틀랜틱시티의 격동, 인디언 카지노의 발전과 지금 우리에게도 익숙한 윈, 하라, 트럼프와 같은 굵직굵직한 카지노 산업계 거물들의 일화까지. 장마다 이어지는 일련의 흥미로운 일화 가운데, 저자는 상업적 도박과 공익을 위한 사업으로서의 도박의 등장, 도박의 합법화와 산업화, 도박 사업의 법인화에 따른 질적 변화와 온라인 도박의 발달에 따른 새로운 규제 및 쟁점 등 도박사에서 핵심적인 역사 지식과 주요 사건들을 건조하지 않게 녹여냈다. 요컨대 이 책은 도박으로 큰돈을 손에 쥐어보려는 도박자, 도박으로 얻는 이득을 목적으로 한 도박장 운영자, 국가와 지역, 민족의 생존을 위해 도박 사업을 유치하고자 했던 지도자 등 도박을 통해 각자의 욕망을 좇았던 수많은 사람이 시간과 공간을 달리하며 도박을 주제로 펼쳐낸 열일곱 장의 변주곡에 비유될 수 있다.
목 차
프롤로그 주술사, 죽음의 땅에서 다시 일어서다
1장 리도토 혁명 상업적 형태의 카지노가 생겨나다
2장 치유를 원하는 사람들 도박을 위해 온천을 찾다
3장 어둠으로 가득 찬 밝은 곳 프랑스 리비에라 지역의 도박
4장 영국 사람들의 한 방 베팅 영국의 카지노(1700~1914)
5장 도박의 신대륙 미국 도박의 탄생
6장 새로운 땅으로 황금을 좇아 서쪽으로 이동하는 사람들
7장 돈 많은 바보들 도박의 도시화
8장 마피아와 슬롯머신 조직폭력배 시대의 도박
9장 견딜 수 없는 유혹 네바다, 미국 도박의 오아시스가 되다
10장 태양의 도시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의 탄생
11장 하늘 끝까지 라스베이거스의 폭발적 성장
12장 다시 한번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로 동부의 카지노 중심지, 애틀랜틱시티
13장 버거킹 혁명 라스베이거스의 반격
14장 고삐 풀린 아메리칸드림 공익을 위한 도박 합법화의 시대
15장 쇼 비즈니스 시대 라스베이거스의 분투
16장 올인 카지노 도박의 세계적 확산
17장 카지노 도박의 재편 도박의 디지털화와 라스베이거스의 진화
에필로그 베팅은 계속된다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추 천 사
윌리엄 그라임스, 『뉴욕타임스』
『퍼블리셔스 위클리』
『커커스리뷰』
웨인 커티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갬블링사이츠』
『베팅벳페어』
에런 브라운(『레드블러디드 리스크』 저자)
넬슨 로즈(『갬블링 앤 더 로』 저자)
팀 피터스, 『카드 플레이어 매거진』
엘리자베스 모리스, 『라이브러리 저널』
래리 그래그, 『이식된 영국인』 저자
이언 게이틀리, 『담배: 이국적 식물은 어떻게 문명사회를 유혹했는가』 저자
크랜델 애딩턴, 포커 명예의 전당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