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밤
아, 고 잡것들이 말이여, 불도 한 점 없는 거 뭣이냐 깜
깜한 묏똥가에서 둘이서 불이 붙어가지고는 누가 왔는
지, 누가 지나가는지, 누가 쳐다보는지도 모르고 말이여,
여치는 싸랑싸랑 울어댔쌓는디 내가 어떻게 놀라부렀는
가 첨에는 참말로 산 귀신들이 아닌가 싶어 대가리 털이
바짝 서두만 가만히 본께 두 년놈들이 깨를 홀라당 벗고
는 메뚜기같이 착싹 붙어가지고는 일을 벌이는디, 하이
고매, 숨이 그만 탁 막혀 나는 말도 못 하고 소리도 못
지르겠고 그런다고 좋은 구경 놔두고 꽁무니 빼기도 그
렇고 마른침을 꼴딱 삼켜가면서 눈알이 빠져라 쳐다보
는디 글쎄, 풀들이 난데없이 야밤에 짓뭉개져가지고는
푸르딩딩 멍든 자죽처럼 짓뭉개졌을 풀들이 말이여, 싸
아한 냄새를 피워올리는 바로 고것들이 무슨 죄일까 싶
어, 나 참 별 생각도 다 해봤는디 말이여, 그때 말이여 반
딧불 하나가 눈을 깜빡깜빡하면서 싸가지 없이 나를 빤
히 보고 있었던 거 아니겄어, 한마디로 챙피하두만 눈을
깜빡깜빡하면서, 내가 벌겋게 달아오른 것을 지가 다 봤
을 거 아녀, 처음부터 끝까지 저도 다 보고 있었으면서
말이여, 하이고매,
바닷가 우체국
안도현,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