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에 호기심과 궁금증을 이기지 못 하고 사파이어 RX 7900XTX NITRO+ Vapor-X 24GB 구입했습니다. 어느 분이 이른바 뽐뿌를 넣어서기도 하죠. 어느 회사 과장님이시던데.... 제품 소개 영상을 괜히 봤습니다. 그래도 예전부터 사파이어 니트로 제품 좋아했고, 4~5년 동안 해당 브랜드 제품을 꾸준히 이용해 왔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니트로를 좋아하기에 적으라면 사용기로 100만자도 적을 수 있습니다. 제가 적는 건 괜찮은데, 읽으시는 분들이 고역이라서 약 2주 동안 사용한 내용을 최대한 축약해서 적었습니다. 이건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습니다. 서론부터 길어지고 있어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 사파이어 RX 7900XTX NITRO+ Vapor-X 24GB 외관
■ 3DMARK 벤치마크
RADEON RX 7900XTX는 세계 최초의 게이밍 칩렛 GPU로 TSMC 5나노 공정으로 제조된 그래픽 컴퓨트 다이(Graphics Compute Die)와 동사 6나노 공정으로 제조된 메모리 캐시 다이(Memory Cache Die)가 분리돼 있는 구조입니다. 기존 그래픽와 달라진 이 특이한 구조 때문에 뭔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많고, 재밌다면 재밌고 암튼 뭔가 흥미로운 면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지면을 많이 할애하고 싶지만, 읽으시는 분들이 고역이라 참겠습니다. 굳이 사용자가 알아야 할 부분도 아니고 말이죠.
전력제한은 -10%에서 +15%에 이르는 범위를 가집니다. 개인적으로 전력제한을 풀고 추가로 오버클럭하는 건 말리고 싶습니다. 오버클럭의 위험성과 사용자 책임을 떠나서 효율 면에서 별 이득이 없기 때문입니다.
RX 7900XTX NITRO+는 파스 머신입니다. 8만점이 우습죠. 삼디막 벤치마크 수치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참고할 만한 벤치마크 데이터가 필요하기에 이렇게 정리했다고 보십시오. 비교 대상이 하나 필요했기에 2020년 11월에 구입해서 잘 써먹은 기가바이트 RTX 3090 어로스 마스터를 벤치마크에 동원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무적의 4슬롯 검은 벽돌'이었는데, 참 세월 무상합니다. 3090 어마는 rev. 1.0이라 8핀 보조전원 2개만을 사용하는 모델입니다. 벤치마크 돌릴 때 사용된 그래픽 드라이버 버전은 각기 다음과 같습니다.
위 그래프는 3DMARK 벤치마크 결과를 정리한 겁니다. 파스는 거의 변별력이 없습니다. 그외는 참고할 만한 점이 있습니다. 특히 DX12 API 4K 해상도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타임스파이 익스트림 결과는 고사양 최신게임에서 어느 정도 프레임을 뽑아줄지 가늠할 수 있는 기준점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할 만한 기준점을 살펴봤으니, 게이밍 테스트로 넘어가겠습니다.
■ 포르자 호라이즌5 WQHD+ 벤치마크
WQHD+ 3840 x 1600 해상도에서 포르자 호라이즌5 내장 벤치마크를 연속으로 3회 돌린 후 그 평균값을 측정했습니다. 벤치마크 구간이 짧기 때문에 GPU에 그렇게 큰 부하가 걸리지 않기에 3회 연속으로 돌려도 평균 FPS 값은 3회 모두 동일하게 나왔습니다.
7900XTX NITRO+가 그다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업스케일링 툴'인 FSR2.2를 품질 옵션으로 돌렸을 때는 오히려 프레임이 떨어졌습니다. 1FPS 차이라서 오차범위 혹은 도찐깨진으로 보셔도 됩니다. 3090 AORUS MASTER의 경우 소폭이긴 하지만, 프레임이 증가했습니다. 이해가 안 돼서 추가로 수십 회를 돌렸습니다. 그런데 결과값이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 결과에 승복을 할 수가 없어서 니트로보다 먼저 구입해서 구석에서 먼지만 맞고 있던 이엠텍 RTX 4090 GAMROCK을 다시 장착해서 동일한 조건에서 벤치마크를 돌려봤습니다. 그제서야 이해가 됐습니다. 7900XTX NITRO+만 'WQHD+ 최고높음 프리셋 FSR2.2 품질 옵션'을 켰을 때 프레임이 소폭 하락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FSR2.2 품질'은 네이티브 해상도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좋은 화면을 보여줍니다. 그래도 3090과 4090처럼 소폭이라도 프레임이 증가해야 합니다. 이건 RX 7900XTX NITRO+에서만 발생하는 문제였습니다. 버그든 뭐든 뭔가 문제가 있습니다.
■ 사이버펑크 2077 WQHD+ 벤치마크
■ 바이오하자드 RE4 WQHD+ 벤치마크
마지막으로 프레임테스트에 이용한 게임은 스팀 평가 '압도적으로 긍정적 97%'에 오픈크리틱 93점의 명작입니다. 딜럭스 에디션 예약구매해서 현재 2회차 진행 중이죠. 내장 벤치마크가 없어서 특정 구간을 정해서 그 구간을 3회 연속으로 돌렸습니다. 13챕터 도입부 컷신 100초 구간을 이용했죠. 21 : 9 모니터 특성상 컷신에서 좌우가 짤려서 나오기에, REframework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실제 플레이 화면처럼 3840 x 1600 해상도로 고정시켰습니다.
FSR2.1/2.2와는 다르게 게임에 집중하고 있을 때조차도 화질 차이가 느껴집니다. 이런 정지 샷에서는 말할 것도 없죠. 하지만 대신 바이오하자드RE4는 프레임 증가폭이 훨씬 큽니다. 다회차 스피드런이나 용병모드 기록 플레이 시는 퍼포먼스가 훨씬 더 중요하기에 켜주면 쾌적한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죠. WQHD+ 최고품질 프리셋 플레이 시 실제로 어느 정도 프레임이 나오는지는 아래 첨부한 제 플레이 영상으로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 빅브라더 혹은 헬스닥터 TRIXX 9.0
TRIXX는 7900XTX NITRO+를 감시하는 빅브라더이자 건강을 관리해주는 헬스 체크맨입니다. TRIXX는 NITRO+가 지난 여름에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죠. 바이오스 변경 또한 TRIXX를 통해 가능합니다. 굳이 케이스 옆판 따고 손으로 바이오스 스위치 조정하는 번거로운 수고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간단하게 TRIXX 대시보드 탭에서 변경하면 됩니다. 변경 후에는 반드시 재부팅해야 합니다. 재부팅 후 변경한 바이오스가 적용됩니다.
해당 탭에서는 해상도 비율 조절을 간단하게 할 수 있습니다. 아드레날린에서 RSR을 사용하거나, 게임 내 옵션인 FSR을 이용해서 손이 잘 안 갑니다. 하지만 툴 하나로 옵션을 손볼 수 있기에 분명 유용하신 분들이 있을 겁니다.
팬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스타트 팬 체크 버튼을 클릭하면 좌측에 있는 1번 팬부터 차례대 최대 회전속도인 3300rpm에 도달하면서 팬이 원활하게 작동하는지 체크합니다. 팬 3개 다 모두 3300rpm에 도달하면 헤어드라이어 소음이 부럽지 않은(?) 엄청난 소음을 들려줍니다.
측면 RGB 라이트 제어 기능을 제공하는 탭입니다. 처음 장착했을 때는 RGB 라이트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 상태이기에, 여기서 RGB 에펙트 스타일을 체크해서 켜야 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색 변환 속도를 최저로 해놓으면 거북이가 용궁 찾아가는 속도로 변해서, 어느 정도 우측으로 땡겨줄 필요가 있습니다.
■ 온도 및 소음
이 HWINFO 센서 스크린샷은 많은 걸 말해줍니다. '이게 게임이냐, 매튜야?!"하면서도 6년째 하고 있는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이하 데바데)"를 2시간 좀 넘게 하면서 측정된 데이터입니다. 매칭 시간이나 대기 시간에도 부하를 크게 주기 위해서 트위치 시청을 했습니다. 제가 '데바데'할 때 보통 이렇게 합니다.
여기서 몇 가지 중요한 데이터를 지적하고, 집중적으로 다루겠습니다.
7900XTX NITRO+는 팬 회전속도 2000rpm 이하에서 소음이 없다시피합니다. 2000rpm이 초과하면서 조금씩 소음이 들리기 시작하죠. 개인적으로 2000rpm대 초반까지는 비교적 정숙하다고 느꼈습니다. 2500rpm 전후에서는 분명 시끄럽다고 할 만한 수준입니다. 자, 이제 트위치 보면서 데바데 2시간을 한 HWINFO 센서 데이터를 살펴보죠.
최대 2638rpm이 찍혔습니다. 시끄럽습니다. 8핀 보조전원 3개를 꼽는 RX VEGA 64 NITRO+ Limitied Edition을 사용할 때 시끄럽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 했습니다. 소음이 없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소음이 좀 있었습니다. 평균으로 보면 소음이 거의 편이긴 합니다. 하지만 순간순간 2500rpm을 넘으면서 귀에 거슬리는 소음이 발생했습니다. 처음에는 왜 이런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인과관계를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몇 가지 답이 나왔습니다. 첫째, 벤치마크 데이터를 뽑았던 때와는 달리 트위치 시청과 데바데 플레이를 동시를 했을 때 실내온도가 25~26도로 1~2도 이상 높았습니다. 이건 비온 후 날씨가 추워져서 보일러를 둘려서 방 온도가 높아져서 그랬던 거죠. 둘째, 매칭 시간이나 대기 시간에 GPU 아이들 타임이 있어야 하는데, 트위치를 시청하면서 거의 부하가 줄어들지 않아서 전력소모가 꾸준했습니다. 트위치만 봐도 기본적으로 50W 정도는 소모합니다. 7900XTX는 가벼운 작업에서도 상당한 전력을 사용하죠. 실내온도가 23~24도일 때는 평균 2000rpm 미만에 최대 팬 속도도 2500rpm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7900XTX NITRO+는 정션온도가 101도가 넘으면 죽는 병(?)에 걸려 있습니다. 당연히 웃자고 하는 소리고, 115도 찍어도 안 죽습니다. 다만 쓰로틀링이 걸릴 뿐이죠. RADEON VII의 경우 정션온도 제한이 115도였습니다. 하지만 사파이어 엔지니어들은 정션온도 제한을 101도로 잡아놨습니다. 정션온도는 GPU 다이에서 가장 뜨거운 부분의 온도입니다. 설계 결함이 있지 않는 한 이보다 뜨거운 부분은 없습니다. 따라서 쿨러는 정션온도 101도를 목표로 냉각을 합니다.
그래서 정션온도가 101도가 되는 순간 가능한 팬 회전 수를 올립니다. 그 결과가 소음을 발생시키는 2638rpm입니다. 자, 여기서 비교군을 보죠.
GPU 핫스팟 온도: 평균 82.7도 / 최대 85.3도
3090 친구는 항상 조용했습니다. 원인 금방 파악되죠. 7900XTX보다 전력을 덜 소모해서 그 만큼 발열이 낮기 때문입니다. 특히 트위치를 보는 등 가벼운 작업을 할 때 전력소모는 7900XTX보다 2.5배 이상 낮습니다. 3090의 핫스팟 온도가 7900XTX의 정션온도처럼 가장 뜨거운 GPU 다이의 최심부 온도를 나타내는지는 불명입니다. 따라서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습니다.
어쨌든 원인을 찾긴 찾았습니다. 더 높은 전력소모에 따른 발열과 101도라는 타이트하게 잡힌 졍션온도 때문에 7900XTX NITRO+는 팬을 고회전시켜 소음을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 온도를 항상 23~24도로 유지시킬 수 있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소음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2달 만 있으면 여름입니다.
해법은 간단하죠. 에어컨을 틀면 됩니다. 풀로 틀어서 방 온도를 23~24도로 꾸준히 유지시키면 됩니다. 그러면 7900XTX NITRO+는 최대 420W가 넘는 전력소모에서도 정숙함을 자랑할 겁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이미 사파이어 엔지니어들이 줬습니다. 세컨더리 바이오스, 그러니까 사일런트 모드를 이용하면 됩니다. 해당 모드에서는 부스트 클럭은 2500MHz로 180MHz가 낮습니다. 레퍼런스 모델과 동일한 클럭입니다. 이로 인한 성능 손실은 약 3%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3% 해당하는 성능 상승 분을 포기하면, 실내온도가 26도라도 2000rpm 보다 훨씬 낮은 속도로 도는 NITRO+를 볼 수 있습니다. 여름에도 팬 소음으로 괴로워 할 필요가 없게 되죠.
애프터버너 같은 프로그램으로 전력제한을 380W로 낮추는 방법도 있습니다. 언더볼팅 얘기가 나올까봐 미리 말씀드리는데, 언더볼팅은 전압을 건드린다는 점에서 오버클럭과 별 다를 바 없습니다. 추천하지 않습니다. 제품의 동작안정성을 확인하는 데 최소 수십에서 기백 시간을 할애해야 하기도 하고요. 사파이어 엔지니어들이 제공하는 확실하고 간단한 방법을 택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 '니트로'는 불타고 있는가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5나노 공정과 6나노 공정의 결합물인 만큼 분명 아쉬운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하기 나름입니다. 케이스 공기 순환이 잘 되고, 추가적인 쿨링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면 항상 최상의 컨디션으로 조용한 모습을 보여주며, 최고의 성능을 유감없이 발휘해 줄 겁니다.
약 2주 동안 사용하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했는데, 그걸 다 풀어놓지 못 해서 아쉽기 짝이 없습니다. 기회가 있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제품입니다. 진짜로 서두에 적은 대로 100만자 적을 수 있습니다.
니트로의 감성 하나 만큼은 군계일학입니다. 벤치마크 때문에 3090 다시 달았을 때 메인보드에 웬 시커먼 오징어 하나가 꽂혀 있나 했습니다. 디자인에 따른 감성도 무시 못합니다. 7900XTX NITRO+가 원빈이면, 3090 AORUS MASTER는 오징어입니다. 쓰고 싶어진다는 부분에서는 이 만한 제품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