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는 매일 점심에 꽁보리밥에 김치만 먹거나 혹은 그것조차 없이 점심을 굶는 날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날 선생님이 모두의 도시락으로 비빔밥을 나눠주는게 아닌가?
성우는 오랜만에 고기 반찬을 먹을 수 있어서 매우 기뻣다.
또한 처음에는 도시락을 공유하면 모두 도시락에 김치만 싸올거라 우려했으나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부모들 사이에 경쟁이 붙어 다들 고기반찬을 싸오거나 그런 형편이 안되는 집은 계란후라이 그 조차 안되는 집은 최소한 김치를 볶아서 도시락을 싸줬다.
오히려 도시락의 공유로 인해 자기 자식이 무시 받을까 두려운 부모들 덕분에 반 전체에 도시락 수준이 향상되었고
성우는 매일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성우는 몰랐다.
도시락 반찬이 공유되는 순간 자신이 도시락을 못 가져오는 건 더 이상 동정의 대상이 아닌 민폐이며 양심이 없는 자라는 것을
평소 그가 도시락을 못 싸오면 밥 한 숟가락이라도 나눠주던 친구들은 성우가 계속 도시락을 안 가져오자 성우를 경멸의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성우는 엄마에게 이 사실을 말했으나 마음까지 가난했던 어머니는 오히려 그 소식을 기뻐하며 그나마 싸주던 꽁보리밥에 김치도 싸오지 않게되었다.
결국 2주 연옥 도시락을 가지고 오지 않자 성우는 도시락을 얻어 먹기만 하기 위해 도시락을 안 싸오는 염치 없는 아이가 되었고 착하지만 가난한 아이에서 가난하고 염치도 없는 아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