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DLC 최종보스에 대한 스포를 초장부터 때릴 예정입니다.
하지만 제목에 스포를 붙인 관계로......
노예기사 게일
영겁에 가까운 시간동안 고리의 도시에 묶여있었던 난쟁이 왕들. 그리고 그 피와 소울을 취한 게일은 흔히 '다크 소울의 화신'이라고 불립니다. 즉, 수많은 장작의 왕들의 힘이 모여 만들어진 '왕들의 화신'과의 대척점이라고 보는 격이죠.
하지만 과연 게일은 다크 소울의 화신이기만 한 걸까요. 아뇨, 제가 보기에 게일은 어둠만을 이어받은 존재가 아닙니다. 바로 '인간'의 화신, 신이 아닌 인간들의 총의가 묶인 존재로 거듭났다고 봅니다.
빛. 그윈이 만들고, 유지한 세계의 질서. 이는 따스한 온기와 평온을 가져와 준 '이성'의 상징입니다.
어둠. 인간의 본질이자 근원. 편안하지만, 때로는 폭주하여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본능'의 상징입니다.
예전에 제가 쓴 잡설 중에는, 인간만이 어둠에서 비롯한 종족이 아니라는 글도 있었습니다. 다크 소울 오프닝에서 보면 분명히 언급하고 있죠. '어둠에서 일어난 존재들이 불에 이끌려, 최초의 불에서 왕의 소울을 찾아내었다'. 즉, 최초의 왕이자 신들이었던 최초의 네 왕들은 모두 어둠에서 시작한 이들입니다. 다크 소울이 지닌 신화적인 면모를 보면, 어둠에서 태어난 이들이 빛을 열었다는건 다음과 같은 은유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본능에 몸을 맡기던 이들 가운데, 먼저 이성에 눈을 뜬 자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나머지 사람들을 이끌었다. 따라서 이자리스의 마녀, 묘왕 니토, 태양빛의 왕 그윈은 이성으로 사람들을 이끄는 '현왕'인 셈이죠. 그렇다면 반대로, 다크 소울을 가져간 난쟁이 왕은? 본능적으로 질주하며 다른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야성적인 왕이 될 자질을 품은 셈입니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왕들의 소울의 성격이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다크 소울을 품은 인간들은 다른 존재들보다 더 어둠(본능)에 가까웠는지도 모릅니다. 오로지 인간, 불사자만이 새로운 시대의 장작이 될 수도, 새로운 어둠의 근원이 될 수도 있지요. 이는 인간이 이성ego과 본능id 사이에서 언제나 갈등하는 존재임을 암시합니다.
최종전에서 게일은 인상적인 선홍색의 어둠을 보여줍니다. 심연의 어둠과는 다르죠. 오히려 심연의 적대세력이라 할 수 있는 거대그루의 암술과 비슷합니다. 심연의 어둠은 가까이 한 자를 괴이하게 변이시키죠. 어둠 자체가 본능이라면, 심연은 그 중에서도 욕망과 관련된 가장 치열하고 강렬하지만 위태로운 본능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렇다면 게일과 그루가 사용하는 어둠은 뭘까요....? 계산해서 나오는 것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는 행동으로 다른 사람을 따뜻하게 감싸안아줄 수 있죠. 이런 '본능'을, 우리는 감정이라고 부를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지는 것은 놀랍게도 벼락이죠. 자연물 가운데서도 신을, 그리고 빛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자연력이 바로 벼락입니다. 그러나 소울 시리즈에서 항상 그랬던 노란빛~주홍빛의 '그윈'의 벼락이 아닌, 블러드본과 같은 청백색의 벼락이죠. 저는 이것이 '더이상 신에 매달리지 않고서도 성립되는 이성'을 상징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즉, 게일은 인간의 감성과, 인간의 이성을 함께 지닌 자입니다. 일개 인간의 몸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간'을 짊어진 탓에 변이를 일으켰을지언정, 게일은 단순한 어둠의 화신이 아닌 '인간의 화신'이라고 할 수 있는것이죠.
ps. 물론 게일이 신화적인 존재가 된 것은 난쟁이 왕들이 품었던 다크소울을 삼킨 덕이겠죠. 하지만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가 짙고, 어둠이 깊을수록 작은 빛도 밝게 보이는 것처럼, 신화 스케일의 어둠을 거둔 게일이기에 자신의 내면에 품었던 '빛'을 떠올릴 수 있지 않았나 합니다. 실제로 페이즈가 넘어가며 점점 '어둠'이 격렬해지고, 2페이즈에서 '빛'의 증거인 이성을 되찾으며, 3페이즈에서는 빛과 어둠이 휘몰아치는 장관을 빚어내죠.
pps. 게일 보스전은 화신과는 다른 의미로 역대급 연출이었습니다. 특히 3페이즈의 웅장한 BGM과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연격, 어둠, 낙뢰가 혼을 쏙 빼놨죠.
......논문 쓰셔도 될듯......
......논문 쓰셔도 될듯......
게일뽕에 취해서 쓴 낙서에 과찬이십니다 :)
게일의 번개에서 신없이도 유지되는 인간의 이성이라는 결론까지 도출하시다니 환상곡 당신의 프롬뇌는 대체....
사실 다크 소울 트릴로지에서 푸른 번개는 굉장히 이질적이었으니까요 :)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거울의 기사도 하얀 번개를 썼던 듯한 기분이....
2편엔 별의 별게 다 번개로 나오곤 했습니다. 월광만 해도 전기가 파지직 거리죠.
어억.....2편에서 월광검으로 특수공격 성공시켜본적이 없어서 몰랐군요!!
유튜브 영상을 돌다 보면, 게일이 불의 시대부터 노예기사로써 싸움을 이어오던 진짜 오래된 인간으로 신들과 대극을 이루는 인물로 설명하기도 하더군요
나무위키에서도 재의 귀인과 쌍대칭적인 인물이라는 해석이 있었죠. 어떤 식으로 보자면 1편에서 잘려나간 오스카의 스토리라인을 일부 차용했을지도요 :)
본편이나 아리안델에서 게일이랑 같이 다니는 이벤트만 몇개 더 있었어도 정말 좋았을텐데.....
컷신 말고 제대로 된 대화 한번이라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ㅜㅜ
확실히 신적은 힘을가졌다는 연출로 생각하긴 했지만 다크소울의 화신인주제에 태양빛의 신이던 그윈의 번개를 사용한다는게 의아했었는데 글보고나니 이렇게 해석할수도 있었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사실 이전까지만 해도 벼락의 색은 나름대로 떡밥거리였죠. 1편에서도 비룡들이 쓰는 벼락이나 온슈타인의 벼락, 일반 뇌창이나 대뇌창은, 오프닝에서 그윈이 보여준 뇌창이나 태양의 창과 색이 확연히 다릅니다. 3편에서도 역시 다른 벼락과 무명왕/화신의 벼락은 황색과 주홍색으로 구분되어있죠.(물론 태양창도 마찬가집니다.)
블러드본을 생각하면 만나는 빈도 같은건 게르만이랑 크게 다르지 않은데... 아예 본편부터 등장시켰다면 어땠을까 아쉽네요 DLC에서 첫 등장인데도 이렇게 사람들에게 크게 각인됬는데 말이죠
분량은 아쉽지만 연출 하나는 굉장한걸 위안삼죠^^
다크 소울 세계관에서 불의 시대가 저물고 한참 뒤, 인간의 이성을 믿다가 다들 호되게 데이는 블러드본 세계관이 이어진다고 치면 재미있는 비유가 되겠네요. 다크 소울 시리즈는 신화 시대의 시작과 종말을 다루었고, 그 뒤 중세와 근대를 거쳐 근대적 이성이 코스믹 호러로 무너지는 블러드본의 사건이 일어난다면...
결론 : 이성이든 본성이든 꿈도 희망도 없는 그거시 프롬 퀄ㅡ리티!
투기장이나 암령침입 트롤러들이 포스트모더니즘까지 보여주는 걸 보면 소울 시리즈는 참 철학적인 게임이군요(음?)
너무간것같아요 벼락은 걍 연출 같아요
단순연출에도 의미부여하고 노는게 프롬뇌 재미 아니겠습니까:)
닥비추 애초에 소울 세계관에서 벼락은 신들의 상징인데 이걸 게일이 쓴다는 것부터 그가 신과도 같은 자리에 올랐음을 시사하는데
이러면 멋지겠지만 프롬애들이 그냥 벼락을 넣으면 멋지겠지만 무명왕이랑 겹치면 복붙이라 하겠지? 싶어서 넣은거 같기도.... 다만 천재지변같은 벼락을 동반한 패턴은 마음에 쏙들었습니다 투박하지 않고 화려해서 신기했어요
화려하면서도 절제된듯한 움직임이 정말 예술이죠! 처음엔 벼락은 그냥 이펙트인줄 알았는데 유도탄 떨어진 리에 꽂히면서 대미지도 제법 아프더군요^^;;
삭제된 댓글입니다.
레몬크림
감사합니다:)
미야자키가 좋아하는 만화가 있는데요 저는 게일의 컨셉을 거기서 영감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게일 보스전은 뭔가 초기 베르게르크의 가츠와 매우 유사했어요. 결코 신의 힘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자신의 힘, 인간의 힘만으로 적들과 괴물들을 무찌르고 인간이 과연 운명에 저항할수 있는가 그런 면모를 미야자키 감독이 크게 영향을 받아 이번 게일 보스전 컨셉을 엄청 크게 잡은건지도 몰라요. 그리고 게일의 공격 패턴과 생김새가 특히 피투성이가 된 대검과 연발석궁이 미묘히 베르세르크의 가츠를 문뜩 떠오르게 하더군요. 뜬끔 없지만 베르세르크의 크나큰 영향으로 이번 dlc가 마지막으로 미야자키 감독의 큰 영향력들을 쏟아부은것 같아요
문득 게일이 프리데전부터 그소를 들엇다면 싶기도 하죠:)
근데 로스릭 구간때 순례자 나비들도 비슷한 색의 공격을 하지 않나요?거대그루가 더 근접하긴 하지만....
그쪽은 렉으로 거의 확인을 못했습니다8^8 나중에 프롬뇌좀 더 굴려봐야죠^^
적흑색이요
삭제된 댓글입니다.
팬티를 보고싶어하는 본능의 구현! 은 아무리 간지폭풍 노익장이라고 해도 조금 피트가 어긋났죠^^;;;;;
같은 논지의 원고를 최근 TIG에 넘겼는데 같은 의견을 가지신 분을 여기서 보니 되게 뿌듯해지네요. 좋은 분석 잘 읽었습니다
저만 같은 생각이 아니었다는 부분이 매우 반갑습니다 :) 칭찬 감사드려요!
근데 보니까 번개떨어지는 지점이 랜덤이고 게일도 번개에 피해입던데 이건 어떻게된걸까요
랜덤은 아니구요 어떤분은 게일이 다크소울을 흡수했지만 통제는 하지못해서 해골이랑 번개가 나오는거라더군요
번개 자체는 게일의 유도탄이 떨어진 곳에 떨어집니다. 이 유도탄이 유도성능이 그리 좋질 못해서 엄한 곳에 떨어지는게 제법 많고, 그래서 낙뢰도 엄한데 떨어지는 경우가 많죠. 가끔 몸을 움츠렸다 포효하듯 펼칠 때 어둠이 폭발적으로 솟구치는걸 보면 어느정도는 다크 소울의 힘을 다룰 수 있지만, 자유자재로는 다루지 못해 억지로 끌어내려(혹은 어둠에 휘둘려) 터뜨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장작'의 자질을 빼앗은 재의 귀인을 상대하기 위해, '어둠'의 자질을 빼앗아 모은 게일이 감당하기 어려운 힘을 다루려 시도하는걸지도 모르죠 :)
잘 읽고 갑니다^^ dlc2가 나오면서 그 동안 은거하시던 분들이 나오셔서 기쁘네요 ㅎㅎ 게일의 붉은 인간성 어둠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ㅁ@였는데, 즉흥환상곡님의 글을 보니 조금 감이 오는 것도 같습니다. 사람이 가장 처음 마주하는 어둠은 모체의 붉은 어둠이라는 이야기도 생각나네요^^
붉은색 하면 '불꽃'의 이미지도 있죠. 끈적끈적한 검푸른 액체, 나아가 심해로 연상되는 '심연의 어둠'과는 달리, 최초의 불꽃에서 비롯된 진정한 '다크 소울'은 여전히 불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걸지도요 :) 그리고, 사람이 가장 처음 마주하는 어둠은 모체의 붉은 어둠이다.... 멋진 말입니다. 덕분에 저도 한 마디 배워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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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의 색이 푸른 색인건 그윈의 힘이 아닌, 게일 그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낸 것이라 그렇다는 추측도 있었지요.
세상을 이어가기 위해 불을 지핀 역대 왕들과는 반대로 오로지 아가씨의 그림을 위해 달려온 게일영감이 보스가 된게 한층 더 극적으로 느껴졌습니다(게일이 '아가씨' 의 그림을 더 위했는지 아가씨의 '그림'을 더 위했는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극적인 연출을 위해 전자를 믿기로..). 닼소1의 마누스도 펜던트의 설명문을 보면 그저 작은 무언가를 위해 그런 모습에 다다랐을지도 모른다는 프롬뇌가 풀가동....
인간이란 끝간데 없이 비정해질 수도 있지만, 그 끝에서도 추억 하나로 모든 이치를 깨뜨릴 수 있는 존재죠.
가정에 오류가 있네요. 그윈은 불의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존재일 뿐, 빛은 최초의 화로에서 태어났습니다. 다크소울 이전에도 인간은 존재했습니다. 난쟁이를 기점으로 인간은 다크소울을 지니게 된 것이지 인간의 근원이 다크소울은 아닙니다.
두가지 모두 약간 오해하셨습니다 :) 그윈이 빛에서 근원한 존재라고 말하고픈건 아니었어요^^(오히려 그윈 본인도 일단은 어둠에서 일어난 자라고 언급했죠.) 그윈을 위시한 '불의 시대'가 (중세시대처럼) '신앙으로 유지되는 이성의 시대'라고 표현하고 싶었죠. 인간 역시 다크 소울로 인해 어둠을 품은 것이 아니라, 본래 어둠(본능)에서 시작하였고, 그윈(현자 포지션이겠죠?)에 의해 빛(이성)을 얻었지만, 다크 소울이라는 촉진제로 인해 다시금 본능으로 회귀하고픈 존재라고 해석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