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이야기합니다.
PC 유저 특성 상 겪게 되는 자잘한 버그의 연속, 무거운 조작감 덕분에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말과 캐릭터, 지나치게 매니악 하거나 부조리한 시스템 상당수가 주는 온갖 불편과 짜증을 전부 감안 하더라도, 이겜은 게이머라면 반드시 해 봐야 하는 게임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제가 취향 거르고 해 봐야 하는 게임이라고 권하는 겜이 딱 1개 더 있었는데, 디스코 엘리시움 이었네요.
간혹 게임 자체가 즐거움을 주는 것을 넘어서, 더 큰 무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경우가 아주 드물게 있는데 레데리2 가 그렇지 않나 싶네요.
서부극이라는 장르 자체가,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드는 경향이 무척 강한데 이 게임은 그런 서부극의 장르적 성격을 정확히 짚어서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스토리를 풀어내는 서사의 완성도는 거의 2000년대 이후 나온 게임 들 중에서 원탑이 아닌가 싶음. 이야기 자체도 좋은데 전달력도 원탑이라, 이 수준의 텔링을 보여주는 건 라오어1 아니면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토리와 서사 부분에 있어서는 다른 게임 제작자들이 보고 본 받을 만한 완성도라고 봅니다. 이걸 보통 고전이라고 부르는데, 이 작품은 사실상 명작 수준을 넘어 섰다고 봅니다. 1899년의 아서 모건이라는 인간의 삶을 살아가는 무언가라고 이야기 하는데, 정확한 평가라고 봅니다. 이건 막말로 겜 이상의 무언가가 아닌가 싶습니다.
단점이 상당히 많은데, 그거 다 씹고 취향 호불호까지 뭉갤 정도로 게임이 보여주는 비전과 성취가 대단합니다. 50퍼 세일 할 때 3만 3천원 주고 샀는데, 너무 싸게 산 거 아닌가? 돈 더 주고 사는 게 맞지 않나 싶은 생각 들게 만든 겜은 최근 10년 간 이 게임이 유일했습니다.
단순한 복수극이 아닌,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라는 누군가의 사고와 시선을 게임이라는 장르를 통해 체험으로서 얻어가는 거 같습니다. 전통적인 복수라는 테마를 중점으로 만든 콜 오브 후아레즈 건슬링어도 좋은 게임이었지만, 이건...서부극에서 복수라는 소재를 중심에서 빼고도 이렇게 좋은 이야기를 보여줄 수가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서도 아서지만, 그러한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서 더치라는 인물의 몰락을 그려내며 세상에 좌절하는 이상주의자의 비애를 입체적으로 그려낸 것도 정말 대단했습니다. 제가 1편을 안 해봤는데, 1편 하고 2편 하는 분들은 감상의 차원이 다를 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그 부분이 안타까웠네요. 콘솔 유저가 아니라 레데리 1을 접할 기회가 없었기에...
개인적으로 조작감 안 좋으면 바로 관두는 성격이고, 파 크라이 같은 게임성을 선호하는데, 이건 그런 취향 다 씹고서 사람 멱살 붙잡고 하게 만드는 완성도를 지녔습니다. 오히려 파크6는 사 두고 좀 하다가 손도 안대고 이것만 몇 주 동안 주구장창 했습니다.
스크립트 꼬이는 버그로 미션 재시작 하느라 시간만 합쳐서 대충 3시간 근방 정도 되는 거 같고, 메모리 문제로 계속 튕기고 (32G 쓰는데도...) 솔루션 다 적용해 봐도 꾸준히 튕기는 지라, 몰입감이 지속적으로 깨졌음에도 유저에게 겜을 붙잡게 만든다는 건 정말 대단한 거라고 하고 싶습니다.
저는 스토리 위주 게임인데 자주 튕기면 바로 관두는 편인데, 스토리 위주의 겜에서 몰입이 꾸준히 깨지면 플레이가 별 의미 없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거 다 감안하고도 계속 잡고 한 겜은 사펑이랑 이거 딱 두 개 밖에 없는 듯.
개인적으론 게시판에 불호글 쓰게 될 정도로 짜증 지수 올라가면 누가 뭐라고 하던 간에 보통 접어버리는데, 이건 최초로 엔딩 다 보고 에필로그까지 전부 클리어하게 만든 겜으로 남을 거 같네요. 지금 레데리1 해보려고 엑박 뭐 사야되나 알아보는 중 입니다. 정말로 사게 된다면 순전히 타이틀 하나 보고 사게 될 거 같네요.
PS:
피어슨 찾아갔을 때 저 사진 보면서 진짜 이 겜이 끝났구나 싶었네요. 존으로 동료 무덤 보려고 전국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발견
사진 발견 한 순간 제 안에서 이 겜이 진짜 끝났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끄고 플탐 보니 100시간 넘었네요. 갓겜...ㄷ
인상 깊었던 버그들
발렌타인 살롱에 머리 깎으러 들어왔는데, 혼자 주정부리길래 적대시하기 하니까 저 상태로 계속 따라다니더군요. 진짜 개무서웠습니다.
손에서 컵이 무한으로 떨어지더군요. 이게 대체 뭔 버그인지...
버그인지 컨셉인지 모를 얼굴에만 피칠갑 한 블랙워터 푸줏간 아저씨...
원래 옷에 피 묻어있어야 하는데 이 아저씨는 얼굴만 피로 페이스 페인팅을 하고 있더군요 ㅋㅋㅋ
흔히 보이는 스폰 위치 버그
저 상태로 제자리걸음 하길래 총 쏘니까 마차 부서지면서 하늘로 튕겨나감
한 번은 사슴이 걸려서, 컷씬에서 혼자 드드드드 거리다가 갑자기 하늘로 사출 당하는 것도 봤네요
엔딩 근처라 아서 나레이션 혼자 심각해 죽겠는데, 사슴 혼자 지구탈출 하는 거 보고 빵 터졌던 기억이 나네요
ksw1019
아서 상태 보면 좀 있으면 끝나겠구나 해서 더 안타까윰
짜증나는 요소들 땜에 전작을 더 재밌게 했습니다. 물론 2편도 재밌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