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엑실리아로 테일즈 입문해서 엑실리아2 제스티리아까지 플레이 했고 베르세리아는 여캐가 주역이라 안 해서 거의 몇년 만에 테일즈 시리즈를 하게 됐습니다.
이것도 스팀 할인 때 어? 테일즈 시리즈네? 해서 사놨다가 추석 연휴때 생각나서 3일 밤낮으로 몰아서 엔딩 봤습니다.
총평으로는 스토리도 전투도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몰입해서 할 정도로 재밌었습니다. 역대급 테일즈라는 말이 개인적으로 납득이 갔어요.
물론 다른 분들이 말하는 스토리의 날림이라거나 다급한 떡밥 회수 같은 것도 이해가 됐습니다.
중간에 린웰이 아우메드라 공격할 때 로우 얘는 왜 급발진을 하냐 라던가.
시온이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있으니 틱틱거리는 건 알겠는데 왜 1부 동안 그에 관에 힌트조차 안 뿌리냐 라던가.
마지막 전투에서 레나스 아르마가 눈 앞에 떨어졌는데 왜 알펜은 그걸 안 줍고 볼랑에게 용서니 마니 난리냐 라던가.
레나스 아르마가 박살나서 원기옥을 하는데 다나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면서 왜 부탁하는 목소리 전달은 삭제되고 강제징수가 가능했냐 라던가.
그 밖에도 각 속성의 화신들이 서브퀘로 빠진 거라던가 금지구역 가자마자 갑자기 네윌리의 기억이 튀어나와서 대사로 떡밥 풀어버리는 것도 좀 다급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2부 오프닝 보고 뽕이 미친듯이 차올랐던 상태라 더 기대했거든요.
제 개인적으로는 일단 시온의 서사부터가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처음부터 사정이 있어서 벽친다고 알려주는데 진행하면서도 힌트를 안 뿌려서 계속 얘 왜이럴까 상태였다가 가시나무가 나오는데. 그 다음은 가시나무 때문에 접촉불가인 건 알겠는데 그거랑 살갑게 대화하는 거랑은 상관 없을텐데 왜 저러나 상태가 됐습니다. 그렇게 질질 끌다 2부에서 급발진으로 밝혀진 게 가시나무가 있으면 결국 난 죽는다인데. 까놓고 말해서 이거 듣고 느낀 감상은 와! 그랬구나가 아니라. 그런 거 치곤 너무 멀쩡하던데? 였습니다.
솔직히 잘만 먹고 잘만 돌아다니고 영장이랑도 잘만 싸우고 고성능 치유술까지 가지고 있는데다 가시나무 튀어나오면 다치는 건 알펜이지 시온은 멀쩡했으니까요. 차라리 가시나무 나올 때마마다 시온이 괴로워하거나 영장 전투가 끝날 때마다 각혈을 하거나 고통을 참는 장면같은 걸 사이사이 넣어줬다면 더 마음에 와닿았을 것 같았습니다.
이걸 가장크게 느낀 게 볼랑에게 시온이 납치당했을 때였습니다. 기껏 납치해 데려가놓고 바로 풀어주는 것도 이해가 안 됐고 시온이 알펜이 통각을 되찾아서 가시나무 때문에 접촉을 거부당한 걸 트리거로 가시나무 폭주하는 것도 이전에 알펜과 시온이 그만큼 사이가 가까워진 묘사가 부족해서 미묘했습니다.
차라리 시온은 끝까지 잡혀있고 볼랑과 알펜의 전투 후에, 볼랑이 알펜에게 고통을 주려는 목적으로 칼을 던져 시온 복부에 꽂고 그걸로 시온을 살리려는 가시나무가 폭주. 그 과정에서 볼랑은 팔다리 한짝씩 날아가주고 알펜과 동료들은 폭주를 멈추기 위해 시온의 마음에 말을 거는 그런 식으로 가는 편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이러면 마스터코어가 있는 부위도 아닌 복부에 칼을 찔려 쇼크사할 정도로 피를 흘린 시온이 멀쩡히 살아나는 걸로 불사신 떡밥 풀 수 있고 볼랑도 마지막에 뜬금포로 난입할 일도 없을 테니까요.
속성의 화신도. 4개의 화신이 각 속성의 성령력을 모아 쐐기로 보내는 구조라 멈추려면 화신들을 잡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막대한 성령력이 모인 화신을 쓰러트릴 때마다 거기에 작게 생겨난 의지가 레나인 떡밥이나 네일리 떡밥 같은 걸 풀어주는 형태였으면 더 자연스러웠지 않았을까 싶어요. 솔직히 갑작스런 헬가임킬의 등장은 띠용했어서...
마지막 부분도. 굳이 서브퀘로 모두의 목소리를 하나로라는 걸 넣었길래 이걸로 노말, 트루 엔딩이 나뉘는 줄 알았는데 원기옥이라 아쉬웠습니다. 차라리 볼랑 난입 없애고 레나스 아르마로 초령의식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다나의 성령력을 빨아들인 레나의 성령이 너무 강해서 알펜과 시온의 힘에 부쳤고, 300년 전 처럼 폭주하려는 순간에 녹음한 목소리들이 흘러나와서 다나의 성령이 반응. 그 도움을 받아 레나와 다나의 합일 성공이란 흐름이 똑같이 왕도스럽지만 원기옥보단 감동적이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쓰다보니까 단점만 계속 쓴 것 같지만 아쉬운 점이 이랬을 뿐이지 전체적인 만족감은 높았습니다. 테일즈가 이러는 게 한두번도 아니고. 오히려 떡밥 방치하고 후에 완전판 낼게요~보다 날림이라도 회수할 건 회수하고 끝내서 끝맛이 찝찝하지 않았어요.
다른분 말처럼 보스가 슈아 떡칠이라 후반 대형몹 전투가 힘든 건 맞았지만 2부를 거의 대화로 진행하는 것이 되려 지쳤을 때 쉴 수 있게 해줘서 나름 밸런스도 맞춰진 느낌이었고요. 솔직히 1부에서 너무 싸우다보니 편하게 애니보듯이 떡밥 알고 싶은 생각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마지막 엔딩이 모든 걸 용서하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온리 해피엔딩 남주 여주 결혼하고 애까지 낳고 오순도순 잘 사는 것 까지 보여줘야 된다 파인데 테일즈 이 독한 놈들이 엑실리아도 엑실리아2도 제스티리아도 뭐든 커플링 같은 건 만들어 놓고는 마지막엔 이별 엔딩으로 끝내더니 어라이즈에선 무! 려! 결혼 엔딩 도장 쾅! 까지 인증해줘서 쌓였던 불만이 사르르 녹아내렸습니다.
그래. ㅅㅂ. 내가 너희 행복한 거 보려고 추석연휴 3일을 날렸어!!!!
어쨌든 진짜 재밌게 했습니다. 정말 광적으로 스토리에 개연성 뭐 그런 거 따지는 거 아닌 분이면 재밌게 즐길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난이도도 노말로 진행하면 어렵지 않아서 입문자용으로도 강추입니다.
그보다 해피엔딩은 좋은데 과정을 좀 더 보여줘. 그냥 결혼사진 하나론 부족하다고. 마지막에 키스하고 어떻게 됐는지! 프로포즈는 누가 했는지! 한 집에서 어떻게 꽁냥거리는지! 2세 계획은 어떻게 돼는지! 같이 여행했는데 너네끼리 행복하지 말고 나도 보이는데서 행복해달란 말이야!!!!!!
개인적으로 강추, 강추, 또 강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