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해당 팬픽은 픽션이며 2차 창작입니다. 실제 인물 및 단체와 관련 없습니다.
2
(커맨드 듀얼)
(M&W룰)
(ID카드)
어디까지나 룰 참고용이며, 100% 지켜진다는 확신은 없습니다.
3. 등장하는 카드 대부분은 오리카입니다.
4. 삽화 중 하나는 커미션 신청으로 받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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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쓸 거야?’
미나코의 질문에도 내 생각은 변함없다.
상대가 전력을 내라고 말했다.
그러니 그 전력의 일부라도 보여줄 생각이다.
덜컥
엑스트라 덱의 케이스를 연다.
그리고 카드 1장을 꺼낸다.
전력이라 불릴만한 카드를
“새로운 ID 카드?”
상대가 예의 어느 정도 갖추고 물어본다.
솔직히 대답하면
“YES.”
그 카드는 듀얼디스크가 아닌, 커맨드 디스크, 커맨드 워치 위에 올렸다.
이것은 필드 구축을 위한 것이 아니다.
[푸른 눈]을 강화하기 위한 카드다.
“억년(億年) 시나리오 기동. 코드네임 ‘자존심(Pride)’. 코기토 모드 기동!”
~
“......”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
[푸른 눈의 백룡]이라는 하얀 비늘의 용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아니, 애초에 그걸 [푸른 눈의 백룡]이라 불러야 하는가?
전력을 내라고 말하기는 했는데, 저것이 그 전력인가?
그것은 이미 두개골과 척추, 팔뼈와 다리뼈, 날개뼈, 그리고 꼬리뼈만 존재할 뿐이었다.
그래, 뼈뿐인 존재였다.
살이 없어지고, 그 자리를 뼈가 대신하는 것 같았다.
그 뼈들마저 서로 관절로 이어진 것도 아니었다.
마디마디가 분리된 채, 뼈 하나하나가 알 수 없는 힘으로 떠있는 것 같았다.
배가 있던 부분은 구체 모양 퍼즐 같은 무언가가 그 공백을 채우고 있었다.
저 구체 모양 퍼즐, 어디서 본 것 같다.
어디서 봤더라?
그래! 원작의 마인드 크러시 때 나왔던 카이바의 산산조각 난 마음이다.
두개골 안은 밝게 빛나는 푸른 점 하나가 눈을 대신하는 것 같았다.
그 눈의 초점은 정말 마음이 산산조각 난 것처럼 공허했다.
저것이 정말 그 [푸른 눈]이란 말인가?
아름다웠던 그 자태는 사라지고, 공포감만을 부여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날개뼈들 사이로 새어나오는 빛은 아름답기는커녕 적을 죽일 기세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배틀. [푸른 눈의 백룡]으로 [이터널 나이트메어]를 공격.”
용의 두개골이 입을 벌린다.
이빨 사이로 에너지가 새어나오며 보는 것만으로 그 위력을 실감나게 한다.
에너지의 구체는 점점 커지며, 모든 것을 빨아들일 기세로 거세졌다.
"역린의 레퀴엠 버스트.”
콰앙! 응축된 에너지가 폭발하며 발사된다.
폭풍과도 같이 거세게 휘몰아치는 숨결.
“앗!?”
저 공포스러운 모습에 넋을 놓고 있었다!?
이럴 때가 아니지!?
“[이터널 나이트메어]의 효과는 상대 턴에도 발동할 수 있다! 상대 몬스터의 능력치를 절반으로......”
뭔가 이상했다.
[이터널 나이트메어]의 클로로포름은 이미 적 몬스터를 감싸고 있었다.
이미 효과가 적용됐을 터
그런데
[푸른눈의 백룡(코기토 모드)] - ATK 4000
그런데 어째서 공격력이 떨어지지 않지?
심지어 공격력이 더 올랐잖아!?
거센 숨결의 빛이 [이터널 나이트메어]를 덮쳤다.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빛 속에서, 사신의 모습은 흔적도 남지 않고 사라졌다.
사치의 코스트 12 → 13
“내, 내 [이터널 나이트메어]가......?”
최강의 카드를 잃은 상실감은 컸다.
다음 턴이 온다고 해도, 패는 2장.
눈앞에 있는 해골 드래곤은 겨우 2장만으로 잡을 수 없다고 내 감이 말하고 있다.
심지어 [클로로포이즌] 몬스터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전투 후 상대 능력치를 절반으로 하는 효과에도
[푸른눈의 백룡(코기토 모드)] - ATK 4000
녀석의 공격력은 4천으로 오른 그대로였다.
어떤 효과도 통하지 않는다.
그런 상대라면 더더욱 이길 수 있을 리 없다.
“턴 엔드.”
상대가 턴을 끝내는 선언이 마치 사형으로의 카운트다운처럼 들려왔다.
11턴 - 사치
사치의 패 - 2장
사치의 코스트 13 → 14
이제는 드로우라 말할 여력도 없다.
...잠깐, 수비력은?
바로 몬스터의 능력치를 확인한다.
[푸른눈의 백룡(코기토 모드)] - DEF 3500
수비력도 올라갔다.
공격력과 수비력을 1000씩 올리는 것인가?
[궁극완전체]가 된 [그레이트 모스]로도 녀석에게 데미지를 줄 수는 없다.
“턴......엔드.”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난 이미 졌다.
[푸른 눈]이 저런 모습이 된 후부터 이미
12턴 - 유카리
유카리의 패 - 5장
승자의 여유인가?
아니, 전부터 드로우할 때 말이 없었지.
“[커맨드 매직 - 리사이클] 발동. 묘지의 [커맨드 매직]을 선택하고, 그 효과를 적용한다. [크리티컬 데미지]를 선택하고, 이 턴에 커맨드 몬스터에게 발생하는 전투 데미지를 수비력에 의한 감소가 적용되지 않게 한다.”
아, 끝났네.
“역린의 레퀴엠 버스트.”
드래곤의 숨결에 [그레이트 모스]의 아름다운 날개는 찢겨져 나간다.
온몸은 불타 재가 되어 날아간다.
사치의 코스트 - 13 → 16
사치 - LP 20000
커맨드 몬스터 전멸 후, 남은 코스트는 라이프 4000에 코스트 하나당 1000씩 환산된다.
나에겐 더 이상 이 라이프를 지킬 수단은 없다.
“턴 엔드.”
13턴 - 사치
사치의 패 - 3장
“턴 엔드......”
14턴 - 유카리
유카리의 패 - 6장
“[해저드 솔저]를 소환하고, 배틀. [푸른 눈의 백룡]으로 공격.”
관절 없는 팔이 쭉 늘어나며 내 몸을 잡아챈다.
척추를 늘려 두개골을 내 앞까지 들이민다.
그대로 입을 벌린다.
“역린의 레퀴엠 버스트.”
지금 느끼는 이 감정
그래, 공포가 내 몸을 지배한다.
눈앞의 이 괴물은 날 죽이려드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입에서만 모아놓을 것 같은 에너지가 뼈들 사이사이로 세어 나오고 있었다.
두개골 안의 푸른 점은 날 확실히 응시하고 있다.
에너지가 응축되는 소리에 이명이 귀를 덮는다.
공포가 온몸에 퍼지며, 내 의식은 사라져간
~
“스톱!”
듀얼을 보다 못한 내가 중재에 나섰다.
지금 광경은 내가 봐도 공포가 느껴졌다.
[푸른 눈]이었던, 어쩌면 지금도 [푸른 눈의 백룡]일 수 있는 이 해골 드래곤이 눈앞의 인간을 진심으로 죽이려드는 것 같았다.
“잠깐, 잔카 씨! 갑자기 무슨!?”
하나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난 저 드래곤이 움켜쥔 듀얼리스트를 향해 땅을 박차며 뛰어갔다.
내 존재를 눈치 챈 것인지, 드래곤은 공격을 중지했다.
입과 뼈들 사이로 분출되던 에너지가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손에 쥐던 상대를 가지고 논 장난감 원래 자리 두듯이 놓아주었다.
풀려난 사치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팔다리를 움직이지도, 눈을 깜빡이지도 않았다.
불길한 마음에 사치에게 다가간 나는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사치의 오른손목에 댔다.
......고동이 느껴지지 않는다.
“......죽었어? 쇼크로?”
카드게임으로 사람이 죽었다.
아니, 난 그 광경을 직접 보았기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내가 놀랐던 사실은
“사람이 죽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공격을 직행시켰다고? 몰랐던 거야?”
“겉으로 보면 죽었는지 어떻게 알아?”
그녀의 대답은 진심으로 한 것일지언정, 그 말에는 냉담함이 느껴졌다.
듀얼에 의한 사고사는 사형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저런 태명한 말을 할 수 있는 거겠지.
그러나 그런 충격에서 벋어나지 못하는 내게 더 냉담한 말이 들려왔다.
“이걸로 빌리언 가는 끝이군요. 후계자까지 죽었으니.”
그 목소리는 사치가 타고 온 것으로 추정되는 리무진 앞에서 들려왔다.
초록색 머리에 포니테일을 한, 겉으로 보면 남성인지 여성인지 헷갈리는 인물이었다.
턱시도를 입고 있는 걸로 봐선, 사치의 집사인가?
“뭐, 불만이라면 퇴직금 줄 사람이 없다는 것 정도군요.”
그 사람의 걸음걸이는 갑자기 시작됐다.
구두를 신은 채 뚜벅거리는 발소리는 점점 유카리 쪽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대장’은 잘 계십니까?”
집사의 입에선 유카리를 향한 질문이 튀어나온다.
“몰라? 댁 대장을 내가 어떻게 알아?”
유카리의 입에선 숨김이 없어 보이는 말이 나온다.
“그럼 됐습니다.”
초록머리 집사는 다시 구두 신은 발걸음을 옮겼다.
자신이 타고 왔던 리무진을 뒤로 한 채
“저 리무진은 가지든지 해체해서 팔든지 마음대로 하세요.”
라는 말을 남기고 집사는 시야에 보이지 않는 장소로 이동했다.
“죽은 자기 주인은 버려두고, 저렇게 태평하게 간다고!?”
너무 어이없어, 생각을 입으로 꺼내고 말았다.
“아는 사이에요?”
치히로씨가 물었다.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하나비가 유추했다.
“뭐, 이제 그만 서로 할 일 하러 가세.”
텐노 할아버지의 말을 뒤로, 사람들은 발걸음을 옮겼다.
치히로씨와 하나비는 카페로, 텐노 할아버지는 그 건물 2층으로
그리고 유카리는
“당신도 경찰 일 있지 않아?”
라는 말을 끝으로 카페로 들어갔다.
“......”
그녀의 태도와 선 채로 죽은 시체
모든 것들이 주변 공기를 차갑게 만드는 것 같았다.
카드게임으로 사람이 죽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분위기를 차갑게 만들었던 듀얼, 그리고 그 드래곤은 듀얼이 끝남과 동시에 사라졌다.
코기토 모드, 그건 도대체 뭐였을까?
그 뼈 덩어리가 진정 [푸른 눈]이었단 말인가?
ID 카드에 내가 모르는 비밀이 또 있었단 말인가?
지금 이 궁금증에 해답을 줄 인물은 어디에도 없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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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픽션일 뿐입니다.
픽션에서 사람이 죽어도 신경 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저 즐겁게 보는 관객만 있을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