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판12는 제 인생게임 중 하나인데요.
2006년 당시 100시간 넘게 플레이하며 정말로 재밌게 즐겼던 기억이 있습니다.
PS4 리마스터 버전 구입 후 2회차를 해볼까 망설이다가, 좋은 추억으로 남겨두고 싶어 봉인 중이었는데...
파판16이 RPG가 아닌 액션 게임으로 나오는 바람에 개인적으로 실망을 좀 해서... 쉬는 날 열심히 달려 17년 만의 2회차를 클리어하게 되었네요.
리마스터 버전에선 2배속, 4배속으로 노가다를 빠르게 할 수 있고, 여러가지 면에서 편의성이 좋아져서 40시간도 안 되어 클리어할 수 있었습니다.
파판12가 반픈월드에 가깝기 때문에 2006년 당시에는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숨겨진 장비 얻고, 강한 몹 잡고, 헌터 퀘스트도 해결하고... 이런 식으로 플레이를 하느라 스토리가 날림으로 마무리됐다는 걸 체감하지 못했었는데요. (일어 버전이기도 했고요.)
이번에 메인스토리 위주로 빠르게 밀어보니까 확실히 후반부 급전개→날림 마무리가 온몸으로 체감이 되더라고요;;;
그럼에도 파판12는 2023년 현재 기준으로도 잘 만들어진 JRPG 수작임이 분명합니다.
다른 무엇보다 게임을 정성 들여 만들었다는게 느껴지고요. NPC 대화 하나하나에도 디테일이 살아 있네요. (파판12 몹퀘스트가 파판16 서브퀘스트보다 퀄리티가 높을 정도네요;;;)
심지어 파판10의 절반 정도의 폴리곤만 썼는데도, 엄청난 텍스처 노가다를 통해서 PS2 최고의 그래픽을 구현해냈다죠.
아마도 스퀘어가 장인정신을 갖고 만든 마지막 게임이 아닐지.
그리고 이제 와서 파판12를 다시 클리어해보니, 2010년에 출시된 제노블레이드 1편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준 작품이라는 게 새삼스레 체감이 되었습니다.
뭔가 JRPG의 역사와 발전 양상을 쭉 돌아볼 수 있었던 것 같아, 이런 느낌도 좋았네요.
2회차 소감은 여기까지로 하고, 파판12의 장단점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파판12의 장점
- 파판16보다도 훨씬 넓은 필드와 풍부한 숨겨진 요소. 반픈월드를 탐험하는 재미.
- 파밍하고, 장비 업그레이드하고, 파티 육성하는 순수한 RPG로서의 재미 역시 뛰어남.
- 2배속, 4배속 설정에 따른 쾌적한 노가다. 지금 봐도 봐줄만한 그래픽. 그리고 언제나처럼 좋은 음악.
-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스퀘어의 장인정신. 디테일한 NPC 대사와 자잘한 이벤트들. 무게감 있는 초중반 스토리 전개.
- 엔딩 이후의 풍부한 야리코미 요소. 17년 전 JRPG라고 믿기 힘든 거대한 볼륨.
파판12의 단점
- 17년 전에는 혁신적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낡아빠진 MMORPG식 전투 시스템. 뉴비들에겐 전투가 진입장벽이 될지도.
- 디렉터 중도 사임에 따른 후반부 스토리 급전개 및 급마무리. RPG에서 스토리를 중시하는 성향이라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플레이에 임하시길.
- 오글거림이 거의 없고 중2병 요소도 전무하지만, 그 대신 중세 판타지 취향이 아니라면 스토리 전개가 초반부터 지루할 수 있음.
(위쳐3 하시면서 자주 주무셨던 유저라면 파판12 분위기도 취향에 안 맞으실 수 있습니다.)
- 캐릭터성이 전반적으로 밋밋함. 주인공 반과 히로인 판네로(페넬로)는 관찰자 시점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활약도 없고 매력도 없음.
(반은 오랜만에 다시 보니 조금 밉상이기까지 하네요;;)
- 그나마 발프레아, 아쉐, 프란 정도가 매력 있는 캐릭터들이지만 7편, 8편, 10편 등에 비해서는 확실히 임팩트 부족.
결론
- 고전 명작이라 확실히 17년 전 감동을 그대로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 하지만 JRPG를 좋아하고, 파판 시리즈에 관심이 있고, 혹은 스퀘어의 옛 장인정신이 그리운 유저라면 할 게임 없을 때 부담없이 건드려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특히 제노블 시리즈를 좋아하신다면 취향에 잘 맞을 것 같습니다.)
- 스토리 후반부 급전개 및 급마무리에 대한 악평이 많지만, 그 전까지의 스토리는 무게감 있고 준수합니다. 괜히 마츠노 야스미가 각본 잘 쓰기로 유명한게 아니죠..
- but 중세 판타지가 취향과 거리가 멀고, 특히 위쳐3를 하시면서 자주 잠드셨던 유저라면 초중반 스토리와 세계관도 그닥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참고하시길...
애초에 제노블레이드를 만든 모노리스 소프트가 왕년에 스퀘어에서 파이널 판타지,제노기어스,크로노 트리거 등등을 만들었던 멤버들이 독립해서 세운 회사입니다 인맥 때문에 이후로도 스퀘어에서 모노리스로 이직하는 사람들이 있다더군요
애초에 제노블레이드를 만든 모노리스 소프트가 왕년에 스퀘어에서 파이널 판타지,제노기어스,크로노 트리거 등등을 만들었던 멤버들이 독립해서 세운 회사입니다 인맥 때문에 이후로도 스퀘어에서 모노리스로 이직하는 사람들이 있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