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Ledman 님께서 번역중이신 5pb의 걸작 어드벤쳐게임 `슈타인즈 게이트`를 한국에 좀 더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연재하는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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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pb의 과학 어드벤쳐 시리즈 2탄, 슈타인즈 게이트, 시작합니다.
1장 : 시간 도약의 파라노이아 (2)
- 이쪽 창문은 모두 테이프로 붙여놨기 때문에 무척이나 어둡다. 게다가 덥다. 사우나에라도 들어온 기분이다. 진심으로 에어콘을 사야 할 것 같다고 언제나 생각하곤 한다. 자금 제공자는 언제나 모집중. 개발실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난 의자 등받이에 아무렇게나 걸쳐져 있던 흰 가운을 입었다. 개발실에서는 반드시 이 가운을 입도록 하고 있다. 이건 의식과도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통이는 이런 내 습관에 부정적이다. 입고 벗고 하는 게 귀찮은 모양이다. 자기가 흥미있어 하는 것 이외엔 모조리 귀찮다는 거다. 이런 남자가 있으니까 유토리 세대가 이렇다 저렇다 하는 소리가 나오는 거다. 내가 통이를 위해 개인 자금을 써서 샀던 가운은 한 번도 입은 적 없이 옷장 속에 방치되어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쓰일 일은 없겠지. 내 3000엔을 돌려줘.
린타로 : 통이. 계획은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나.
이타루 : 음? 계획이란 게 뭐시기?
- 통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한숨을 쉬고서 책상 쪽으로 고갯짓을 했다. 개발실 중앙에 놓인 책상. 그 위에는 1대의 업무용 전자렌지가 자리잡고 있었다. 최근 것보다도 확실히 크고 각진 형태를 하고 있었다.
린타로 : 계획은 계획이지. 8호기 조정 이외에 다른 뭐가 있다는 거냐.
이타루 : 아아, 그것 말야. 갑자기 계획이라고 해서 무슨 소린가 했어.
린타로 : 이제 슬슬 너하고 알고 지낸지도 3년 반 정도 되는군.
- 이 녀석하곤 같은 고등학교였다. 그리고 지금도 같은 대학에 다니고 있다. 질긴 인연이라고 할 수 있겠군. 랩 멤버가 된 건 불과 2개월 전이긴 하지만.
이타루 : 고2 때는 반이 달라서 거의 이야기 한 적도 없잖아. 그러니까 실제론 2년 반 아냐?
린타로 : 사소한 건 어찌됐든 좋아. 그 정도로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니까 이제 좀 내 말에 따라올 수 있도록 해 줬음 하는데.
이타루 : 그 건 무 리.
린타로 : ……
- 미묘한 침묵이 흐른다. 젠장. 사령관과 부사령관의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대화”를 하는 게 꿈인데.
린타로 : 그래서, 8호기 상태 이상의 원인 규명은 진행되고 있나?
이타루 : 아니, 아직.
- 미래 가젯 연구소는 지금까지 합계 8대의 발명품을 완성했다. 랩이 가진 본래 연구 목적은 좀 전에 알파카맨에게 이야기한 대로 “기관”을 시작으로 하는 어둠의 지배 권력과 싸우기 위한 아이템을 만드는 것이다. 그쪽 발명은 지금까지 한 대도 완성하지 못했다. 그 이전에, 구체적으로 뭘 만들면 좋을까 하는 실마리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다른 한 편으로는 그 연구 부산물로, 독창적이면서도 미래적인 가젯 개발에는 성공했다. 대부분의 위대한 발명은 무언가 연구 도중에 일어나는 우연의 산물이라는 법칙이 진리라고, 난 생각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세렌디피티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만든 건 합계 8개. 여기서 영광스런 미래 가젯을 순서대로 거론하도록 하겠다.
- 1호기, 『비트 입자포』
- 2호기, 『대나무 헬리콥터 카메라』
- 3호기, 『설마 오라오라입니까!?』
- 4호기, 『모아드 스네이크』
- 5호기, 『또하찮은걸이어버렸다by고에몽』
- 6호기, 『사이륨 세이버』
- 7호기, 『공각기동미채 볼』
- 모두 다 통이가 만든 web사이트에서 공개하고 있으니,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만들어 낸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산물을 그 눈으로 똑똑히 보길 바란다. 여하튼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게 미래 가젯 8호기 『전화렌지(가칭)』다. 정말이지 하나도 센스 없는 네이밍이지만 일단 (가칭)을 붙여둔 관계로, 금후에 보다 세련된 이름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참고로 『전화렌지』라고 이름 붙인 건 내가 아니라 마유리다. 매번 미래 가젯의 이름은 세 사람이 의논해서 결정한다. 난 좀 더 루비라든가 그런 게 들어가 있는 판타지스러운 이름을 붙이고 싶어하고, 통이는 “생각하는 게 귀찮아”라면서 전혀 로망이 없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고, 마유리는 “간단한 이름이 아니면 외울 수 없어”라는 식으로 바보 선언을 하는 듯한 의견을 내곤 한다. 이런 관계로 네이밍에서는 항상 의견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 뭐어, 이름은 그렇다 치고. 이 『전화렌지(가칭)』은 전자렌지에다가 핸드폰을 연결해서 전자렌지를 원격 조작하게 만든다는 꿈과 같은 발명품이다. 나가기 전에 편의점 도시락을 전자렌지에 넣어두고, 집에 돌아올 때 미리 핸드폰으로 원격 조작을 하면 집에 도착했을 때엔 편의점 도시락 데우기가 끝나게 되는 것이다. …요는, 전혀 쓸모가 없는 헛짓거리긴 하지만. 며칠 전, 이 전화렌지(가칭)에 의도하지 않았던 묘한 기능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 계기가 된 건 마유리의 행동으로, 그 태평한 소녀는 끈질기게도 이 전화렌지(가칭)의 원격 조작 기능을 사용하여 냉동 닭튀김을 데우는 걸 일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여느 때나 다름없이 마유리가 가장 좋아하는 냉동 닭튀김인 『쥬시 닭튀김 넘버원!』을 해동하려고 했을 때 예상 외의 사건이 벌어졌다. 결론부터 말해서, 해동하려고 했던 닭튀김은 반대로 “냉동”이 된 것이다. 참고로 그 때 전화렌지(가칭)에 넣어 둔 냉동 닭튀김은 거의 자연스레 해동된 상태였다, 라는 것을 명기해 두겠다. 그 냉동 닭튀김을 데우려 했는데 거꾸로 꽝꽝 얼어 버린 것이다. 그 뒤로, 나하고 통이가 함께 원인 규명 중이긴 한데…
이타루 : 마유시가 했던 상황을 재현하려고 몇 번이나 실험해 봤지만 냉동되거나 되지 않았다 했지. 바나나를 냉동시켜 보려고 했더니 더 이상하게 되어 버렸고 말야. 정말이지 영문을 모르겠어.
- 통이는 더위에 지친 듯한 표정으로 옷섶을 붙잡고 펄럭이며 부쳐댔다. “이상하게 되어 버린 것”에 대해서는 나도 파악하고 있다. 지금 여기서 다시 한 번, 그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지 어떤지를 시험해 보기로 했다.
린타로 : 마유리! 마유리! 여기 바나나를 가져와 줘!
- 응접실 쪽에서 여전히 뜨개질을 하고 있는 마유리에게 말을 걸었다.
마유리 : …또 젤바나 만들 거야―?
이타루 : 전부터 신경이 쓰였는데 말야, 마유시, 젤바나라고 줄여서 말하는 것 좀 자제여.
마유리 : 그치만 젤바나는 젤바난걸.
- 마유리가 가져 온 바나나를 한 송이를 통째로 전화렌지(가칭)에 넣었다.
마유리 : 어째서 항상 한 송이를 다 넣는 거야―? 아까워라―
린타로 : 쪼잔하게 행동해선 “기관”하고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없어.
마유리 : 이기지 못해도 괜찮아. 저기, 바나나는 마유시―가 사 오고 있잖아―? 저것 때문에 마유시―는 바나나를 전혀 못 먹고 있다구요.
린타로 : 다음부터는 한 개씩 쓰는 것도 검토해 보도록 하지.
- 하지만 이번엔 이미 넣어 버렸으니, 배고픈 소녀의 투정은 화려하게 패스. 전화렌지(가칭)의 조작방법은 무척이나 간단하다. 전자렌지에 억지스럽게 연결해 둔 전용 핸드폰. 그 번호로 전화를 걸면 된다. 번호는 이미 나 자신의 핸드폰에 등록해 둔 상태다. 으음, 핸드폰을 어디 넣어 뒀더라.
- 전화렌지(가칭) : 전화 걸기
- 전화 걸기 완료. 곧바로 연결되었다.
목소리 : R, E, N, G. 저는 전화렌지(가칭)입니다.
- 전화를 걸면 자동으로 이어지도록 되어 있다. 흘러나오는 건 마유리가 녹음한 음성 안내다.
마유리 : 마유시―의 목소리, 잘 들려―?
린타로 : 좀 조용히 해. 마유시― 음성안내가 안 들리잖아.
목소리 : 여기서는 타이머 조작을 할 수 있습니다. # 버튼을 누른 후에 데우고 싶은 초 만큼 입력해 주세요. 예를 들어, 1분이라면 『#60』, 2분이라면 『#120』… 입니다.
- 음성안내대로 입력하면 문제 없이 전화렌지(가칭)는 해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여기서 일부러 『120#』이라고 잘못 입력하는 거다.
- 120#
- 이걸로 완료. 처음에는 마유리가 저지른 단순한 입력 실수였지만 이렇게 했더니 어째서인지 냉동이 개시된 것이다. 전화렌지(가칭)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안에 있는 회전 접시하고 거기에 놓인 바나나가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한다.
이타루 : 괜찮은 턴테이블 아냐? 일반적인 거하고 달리 역회전을 한다구, 그거.
린타로 : 뭣이, 역회전!?
- 지금까지 눈치 못 채고 있었다!
린타로 : 거기에 중대한 의미가 있을지도 몰라! 양자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주는 문제이니, 『훈트의 규칙』을 도입해서―
이타루 : 그럴 리가… 없지.
린타로 : …없나.
이타루 : 없어.
린타로 : …그런가.
- 세 사람이서 바나나가 돌아가는 걸 가만히 쳐다봤다. 120초가 경과하여, 렌지가 경쾌한 소리를 냈다. 안에서 바나나를 꺼낸다.
마유리 : 젤바나 완성~
- 바나나는 바나나가 아닌 게 되어 있었다. 아주 ㅤㅇㅏㄼ은 껍질 속 내용물은 모두 젤리처럼 물컹물컹해져 있다.그것도 한 송이 통째로. 마유리가 전화렌지(가칭)에 냉동 기능이 있다는 걸 발견한 후, 바나나를 얼리려고 실험해 봤다. 그 결과 어는 게 아니라 어째서인지 이렇게 이상한 결과가 나오고 만 것이다. 그 덕에 우리는 더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린타로 : 통이. 이 바나나… 먹어보고 싶지 않나? 그러고 싶을 걸. 우리의 이념 달성을 위한 희생으로 스러져 간 통이에게, 경례…!
이타루 : …레알 맛 없어 보이는데.
린타로 : 맛은 상관없어. 먹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는 거다! 자아, 통이여. 사양하지 말게나. 시체는 수습해 줄 테니 눈 질끈 감고 먹어 보도록!
이타루 : 싫어.
린타로 : …그럼 마유리. 네게 그 명예를 양보하마.
마유리 : 뭔가 말야, 젤바나는 안쪽이 찐득찐득하고 물컹물컹했어.
- 이런, 벌써 시식해 본 건가. 역시 이 멍한 소녀는 거물이다. 틀림없어.
마유리 : 아무 맛도 안 나서, 하나도 맛 없었어―
린타로 : 찐득찐득에 물컹물컹이라… 통이, 어떻게 생각하나.
아타루 : 물컹물컹 바나나라… 물컹물컹한 바나나…
- 통이의 콧구멍에서 붉은 액체가 쓰윽 하고 한 줄기 흘러내렸다.
이타루 : 마유시, “네 바나나, 물컹물컹해…”하고 말해 봐.
마유리 : 통이, 통이, 코피 나와―
이타루 : 됐으니까말해주세요부탁입니다!
마유리 : 네 바나나, 물컹물―
린타로 : 그딴 거 시키지 마, 저능아 자식아!
- 머리에 크리넥스 통을 있는 힘껏 쳐박아 주자 통이는 얌전해졌다. 그런 말을 할 뻔한 마유리는 이해가 잘 안 되는 모양으로, 태평한 미소를 띄운 채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린타로 : 젤리 상태가 되었다는 것은 반고형. 즉 분자끼리의 결합이 약해졌을 가능성이 있군.
- 반고형… 즉 원래 고체형이었던 바나나가 액체 상태가 되었다…
린타로 : 그런가, 알았다!
- 나는 개발실 안쪽에 있는 화이트보드로 가서 한가운데에 크게 『냉동』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그 두 문자에 곧바로 ×표를 해서 지우고 손으로 탕탕 쳤다.
린타로 : 우리는 『냉동 기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제론 아니었던 거야!
-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물질은 액체에서 고체로 변하면 부피가 줄어들고 거꾸로 밀도는 커진다. 냉동은 말 그대로 액체에서 고체로 변화하는 행위지만 실험한 바나나는 정 반대의 결과를 나타냈다. 젤리 상태가 되었다는 것은 밀도가 줄어들었다는 거다. 결코 “냉동”이라고는 할 수 없다.
린타로 : 자아, 너희들, “뭐, 뭐라고―!”하고 외치도록! 여기는 외쳐야 하는 타이밍이다!
- 하지만 두 사람의 리액션은 희박했다. 마유리는 아마 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테니 어쩔 수 없다 치고…
이타루 : 『냉동 기능』이 아니란 건 안다니까.
- 아, 알고 있었다면 어째서 먼저 이야기하지 않은 거냐…
이타루 : 문제는, 그럼 이 기능은 뭐냐?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냐? 란 거잖아.
마유리 : 냉동의 반대라면, 해동이 아닐까나―?
린타로 : 그야말로 우둔한 의견이군, 마유리! 그건 보통 전자렌지하고 다를 게 없잖아!
마유리 : 그럼 뭐길래―?
이타루 : 그걸 모르니까 고민하고 있져.
린타로 : ……
- 거의 해동 상태였던 닭튀김이, 냉동 상태로 돌아가 버린 이유― 솔직히 말해 전혀 모르겠다.
괴게임, 애니메이션 서브컬쳐 이야기 나눔터, Nex32.net입니다~
// 슈타인즈 게이트 번역 - 1장-3 편에서 계속
혹시 이 공략을 그대로 본다면 본편 즐기는데 무리가 없을까요? 그렇담 함 구해볼 생각인데...이녀석 애니로도 나온다는 얘길 들은거 같은데 소식이 없네.
이 공략을 보시면 본편 즐기시는데도 무리 없을겁니다. ^^ Ledman님이 워낙 번역을 잘해주셔서 이대로 한글화에 써도 무리 없습니다. ^^ 애니는 이제 막 제작에 들어가서 아직은 나오려면 좀 멀었습니다. ^^ 재밌게 보셨으면 홈페이지에도 들러주세요 ^^
그렇군요. 당분간은 아마 리치 하느라 시간이 안될거 같고...구하게되면 그때 홈페이지 들르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하세요 ^^
수고하십니다.
저기 전자렌지 앞에 미니컵 신라면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ㅡㅡ;;
ㅊㅊ
전자렌지가 아닙니다! 전화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