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Ledman 님께서 번역중이신 5pb의 걸작 어드벤쳐게임 `슈타인즈 게이트`를 한국에 좀 더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연재하는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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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pb의 과학 어드벤쳐 시리즈 2탄, 슈타인즈 게이트, 시작합니다.
- 결국 내가 설명하게 되었다. 크리스에게 이야기하면서도 도중에 내 무용담도 피로해 가며― 크리스는 “탈선하지 말아요”하고 화냈다― 전화렌지(가칭)하고 바나나의 관계에 대해서 거짓 없이 이야기했다. 크리스는 마지막에는 그쪽에서 질문을 해 오는 등, 천재라는 소릴 듣는 만큼 이해력이 빨랐다.
크리스 : ―역시 재미있군요.
린타로 : 네 견해를 들어 볼까.
크리스 : 적어도 전자기파 병기나 텔레포트 같은 말, 도, 안, 되, 는 가설은 내다 버려야겠군요.
- 여전히 싸우자는 태도로군, 여사께선.
크리스 : 다시 한 번 실험해 봐도 돼요? 저도 이 눈으로 보고 싶네요.
- 그렇게 말하고서 우리가 대답하기도 전에 크리스는 “보통” 바나나를 한 개 송이에서 뜯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그걸 전화렌지(가칭)에 넣고, 서둘러 자기 핸드폰으로 타이머를 입력했다. 어째서일까.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났다. 꽤나 즐거워 보이는군― 이라는. 뭐랄까, 구체적으로 어디가 다른 건지는 확실하게 지적할 수 없고, 계속 표정은 굳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뭐, 이 녀석은 과학자 지망생이니까 실험을 좋아한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지.
크리스 : 오카베씨하고 하시다씨는 바나나 쪽을 봐 주세요.
린타로 : 내게 명령하는 건 관두는 게 좋겠군. 난 매드 사이언티스트 호오―
크리스 : 됐으니까 바나나를 보고 있으세요!
- 금새 화내네.
- 나하고 통이는 그 말대로 바나나를 지켜봤다. 크리스에게 명령을 받아서가 아니라, 우리도 처음 “텔레포트”가 발생했을 때 바나나 쪽을 보고 있지 않았으니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크리스 : 60초 경과. 뭔가 변화는?
이타루 : 없어.
- 지금 전화렌지(가칭) 안에 있는 바나나가 젤리화해서 여기로 돌아온다. 한 번만이라면 뭔가 사고, 아니면 우연의 산물이라고 못박아 버릴 수도 있지만 두 번 연속으로 발생한다면 그건 확실히 “뭔가가 일어났다는” 증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크리스도 생각을 바꾸겠지. 이게 인류 역사상 최초로 성공을 거둔 텔레포트 실험이라는 걸 인정할 거다. 나는 기도하는 듯한 기분으로 바나나를 쳐다보고―
크리스 : 100초.
- 크리스가 그렇게 말하고서, 약간 지난 뒤에―
이타루 : 앗!
- 갑자기 소리도 없이 젤바나가 “출현”했다. 송이에 붙어 있는 젤바나는 2개가 되었다. 눈을 깜빡일 틈도 없었던, 그야말로 찰나의 사건.
이타루 : 나왔어!
린타로 : ……
- 역시, 말이 안 나올 정도의 충격이었다… 나는 지금, 어처구니 없는 것을 목격했다. 현상을 말하라면, 명백한 텔레포트다. 렌지의 타이머가 울렸다.
크리스 : ……
- 크리스는 렌지 안을 들여다 본 채로 굳어 있었다.
린타로 : 그쪽은 어땠지?
크리스 : 엇? 아, 그러니까… 배, 104초. 경과했을 때, 사, 사라졌어. 갑자기. 응.
- 상당히 당황하고 있군. 이 현상을 보고서 놀라지 않는 사람이 더 적겠지.
린타로 : 역시 텔레포트인 거야, 인류 역사상 최초인!
크리스 : ……
- 크리스는 곧바로 평정을 찾았다. 미간에 주름을 만들고, 팔짱을 낀 채로 생각에 잠겼다. 오른발 끝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뭔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중얼거리고도 있었다.
크리스 : 순간이동이라니…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거야…? 하지만 실제로 이동했고… 믿을 수 없지만… 양자 텔레포트인 걸까… 아니, 그건 양자 수준의 이야기고…
린타로 : 현실에서 눈을 돌리지 마라. 그 눈으로 본 게 전부다.
- 내 말에 예리한 시선이 이쪽을 향했다. 그야말로 스나이퍼의 눈초리다. 기합을 넣는 방식이 여간내기가 아니다.
크리스 : …정말로 텔레포트야? 결론을 지어놓고 생각하는 건 위험해.
린타로 : 그럼 천재소녀여. 지금 현상은 뭐란 건가?
크리스 : …… 정리하죠. 바나나 송이나, 냉동 닭튀김 때엔 텔레포트 하지 않았어. 그렇죠?
린타로 : …가령, 텔레포트 할 수 있는 물건의 크기에 한도가 있을지도 몰라.
크리스 : 닭튀김은 바나나보다 작잖아요.
린타로 : 실험에선 언제나 같은 닭튀김을 사용했지. 1봉지에 12개 들이.
- 마유리는 자기가 좋아하는 “쥬시 닭튀김 넘버 원”밖에 사오지 않는다.
이타루 : 그런 걸로 치면 상당한 양이지.
크리스 : 소금은? 소금으로도 실험해 봤었죠?
- 그 때 실험에선, 한 줌 정도의 소금을 그릇에 담아서 시험했다. 결과는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크리스 : 접시가 방해가 되었다거나.
린타로 : 물론 접시가 없는 상태에서도 해 봤지만 변화는 없었다.
크리스 : 그러면 소금은 입자 하나하나를 기준으로 했을 경우, 너무 작아서 안 된다… 라거나? 으음… 단서가 필요해…
- 천재소녀는 고전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약간 짜증이 난 듯, 방 안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크리스 : 다른 건요? 전화렌지에 연관된 걸로 뭔가 눈치 챈 건 있어요?
린타로 : 전화렌지가 아니라 전화렌지(가칭)이다.
크리스 : 어찌됐든 상관없어요, 그런 건. 어때요? 눈치 챈 건, 있나요? 없나요?
- 크리스는 내가 아닌 통이 쪽으로 묻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확실히 전화렌지(가칭)를 만져온 건 통이니까, 나보다 잘 알 거다.
이타루 : 아, 그래―
- 통이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이타루 : 한 번, 이 녀석한테서 엄청난 방전이 일어났었음.
린타로 : 뭣이!? 그런 건 처음 듣는데!?
이타루 : 오카린이 없을 때 일이었으니까.
크리스 : 방전이란 건 어느 정도로요?
이타루 : 이 개발실이 형광등을 켠 것처럼 밝아졌어. 그게 2초 정도 계속되었지.
크리스 : 어떤 상황에서 일어난 건가요?
이타루 : 이 녀석한테 연결해 놓은 핸드폰을 조정할 때. 전용으로 쓰던 걸 빼고, 대신 내 핸드폰을 접속했음. 그랬더니 좀 있다가 빠직빠직.
린타로 : 그건 언제 일이지?
이타루 : 어제 낮이야. 오카린이 닥터 나카바치 발표회를 보러 갔을 때.
크리스 : 닥터 나카바치…
- 어제 낮에는 확실히 닥터 나카바치의 발표회를 보러 갔다. 그러고 보니 그 녀석이 말했던 타임머신 이론은 존 티토를 베낀 거였다. 지금 게시판에 글을 쓰고 있는 존 티토 속의 사람은 혹시나 나카바치일지도 모른다.
린타로 : 하지만 기다려. 통이, 넌 그렇게 말했을 텐데. 닥터 나카바치의 발표회는 중지되었다고―
이타루 : 그래. 그 때. 하지만 오카린은 중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유시하고 같이 나갔잖아.
- …그런 기억은 내겐 없다. 애당초 내 기억 속에선 나카바치의 발표회는 중지되지 않았었으니까. 기억의 아귀가 맞지 않는 건 해결되지 않았다.
린타로 : 그러고 보니 그 시간에, 난 통이한테 메일을 보냈지. 도착하지 않았나?
이타루 : 메일이라고?
크리스 : 어제 ATF에서 보여준 메일?
- 내가 끄덕이자, 크리스가 거리를 좁혀 왔다.
크리스 : 그건 확실히, 내가 발표회에서 남자한테 찔려서 죽었다는 내용이었죠?
린타로 : 그래. 하지만 통이 핸드폰에는 왠지 몰라도 일주일 이상 전에 도착한 것으로 되어서…
이타루 : 하아? 그건 오카린이 한 거짓말 아니었어? 그렇지 않으면 시간 기록이 이상하단 거잖아.
린타로 : 난 항상 진실밖에 말하지 않아! 랄까,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보낸 메일 기록을 보여주지.
- 나는 내 핸드폰의 메일 리스트를 표시해 보았다. 하지만―
린타로 : 없어…
- 메일 리스트에 그 메일을 보낸 흔적은 없었다. 내 기억으로 보면 닥터 나카바치의 발표회가 끝난 뒤 30분 정도 뒤였던 것 같다. 크리스가 죽어 잇는 걸 발견하고, 그 자리에 있던 나를 포함한 10명 정도의 사람은 공황 상태에 빠져서 서둘러 라디오 회관에서 나왔다. 그러고서 쓴 메일. 몇 번이고 조사해 봤지만 그 시간에 있어야 할 보낸 메일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있어야 할 것이, 사라졌다. 마치 전화렌지(가칭) 안에 있던 바나나처럼.
린타로 : 어째서 없는 거지…? 난 확실히 보냈어. 오후 1시 전에―
이타루 : 아, 딱 그 시간이었어. 방전 현상이 일어난 건! 『좋은 친구』가 끝나기 직전이었으니까.
- 나는 순간적으로 번뜩였다. 번뜩여라, 라는 에디슨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한 것이다. 이런 건 보통 사람이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즉 나는 천재! 히죽거리며 나는 크리스하고 통이를 쳐다봤다.
린타로 : 그런가… 그런 거였나.
크리스 : 엇, 뭐죠?
이타루 : 아, 이건 오카린이 언제나 하는 버릇이니까 신경 쓰지 않는 게 좋아, 레알.
린타로 : 닥쳐라! 난 깨달았다! 깨닫고 만 거다!
- 전화렌지(가칭) 위쪽을 손바닥으로 탕탕 쳤다.
린타로 : 내가 보낸 메일에서 일어난 신비한 현상과, 방전이 일어난 거하곤, 그러니까― 뭔가 관계가 있어!
이타루 : ……
크리스 : ……
린타로 : ……
크리스 : …그래서?
린타로 : 하?
크리스 : 뭔가 관계가 있는 건 알았어. 그래서, 뭔가라는 게 뭐죠?
린타로 : 그걸 조사하는 게 네 일이지 크리스티나.
크리스 : 하시다씨. 이 사람하고 이야기하는 거, 피곤해요.
이타루 : 처음엔 누구나 그래. 기본적인 대처 방법은, 진지하게 상대하지 않는 거―
린타로 : 거기! 내 언동을 완전 부정하지 마!
- 좋아. 내가 올바르다는 걸 증명해 주마. 방전 현상을 재현할 수 있다면 메일의 시간 관계 수수께끼에 대해서도 뭔가 알아낼 수 있을 거다.
린타로 : 통이, 방전 현상이 일어났을 때 전화렌지(가칭)의 상태를 가르쳐 줘.
이타루 : 꽤나 무모한 상태였지. 내 핸드폰을 전화렌지에 연결하고, X68000을 조작할 수 있는지 테스트를 하고 있었어.
- 나는 전화렌지(가칭)에 접속되어 있는 핸드폰을 뽑고, 대신 내 핸드폰을 꽂았다. 그러자 그 때 응접실 쪽에서 문을 여는 소리가 났다.
마유리 : 다녀왔어요― 하우― 배고파―
- 비닐봉지를 바닥에 놓으며 마유리가 들어왔다. 알바가 끝난 모양이었다.
마유리 : 닭튀김을 먹자― 쥬시 닭튀김 넘버 원♪ 오카린, 바나나는 사 왔어―? 응, 오카린?
- 우리가 있는 개발실 쪽을 들여다보곤,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유리 : 어라라? 손님~?
- 크리스의 모습을 본 마유리는, 항상 그렇듯 상냥한 미소를 띄우며 꾸벅 하고 머리를 숙였다.
마유리 : 마유시―에요. 잘 부탁드려요―
크리스 : 마키세에요. 랩 멤버가 된 것 같네요.
마유리 : 어―? 정말? 대단해, 여성 랩 멤버다―
린타로 : 통이, X68000에는 어떤 조작을 했지?
이타루 : 방금 말한 대로 메일을 받는 설정을 조정하고 있었어. 원격 조작으로 메일을 받는 상태를 모니터닝 하려고. 그래서 동시에 120초의 『냉동 기능』을 쓰고 있었지. PC에서도 냉동 기능을 기동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했었지. 어젠 그 테스트도 하고 있었거든.
린타로 : 마유리, 쥬시 닭튀김 넘버 원을 전화렌지(가칭) 속으로!
마유리 : 다른 사람도 닭튀김 먹을래? 1개씩이라면 먹어도 좋아―
- 마유리는 그야말로 태평하게 닭튀김을 렌지에 넣었다. 통이한테서 PC 모니터에 비치는 화면의 의미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DOS하고 조작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키보드로 『120#』이라고 쳐 넣고 엔터 키를 눌렀다. 곧바로 전화렌지(가칭)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턴테이블하고 거기 올려져 있는 쥬시 닭튀김 넘버 원이 역회전을 시작한다. 크리스가 전화렌지(가칭)의 움직임을 진지한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었다. 어떠한 사소한 변화라도 놓치지 않겠다, 는 느낌이었다.
린타로 : 이걸로 방전 현상이 일어났을 때의 조건은 재현된 거지?
이타루 : 으음, 어땠더라…
린타로 : 거기 서 있는 조수!
크리스 : 하아? 나?
린타로 : 달리 누가 있단 거냐!
크리스 : 언제부터 내가 네 조수가 됐어!
린타로 : 됐으니까 내 메일 주소로 뭔가 메일을 보내라!
- 조건을 재현한 거라면, 지금 전화렌지(가칭)에 이어져 있는 내 핸드폰으로 메일을 보내면 지금이 아니라 과거의 시간대에 받게 될 거다. 하지만 조수― 크리스는 굳은 표정으로 어깨를 들썩거렸을 뿐이었다.
크리스 : 난 당신 주소 따윈 몰라요.
린타로 : 도움이 안 되는 조수로군.
크리스 : 멋대로 조수로 만들지 말라니까!
린타로 : 통이, 네 핸드폰에서 메일을!
이타루 : 아, 어, 으음, 뭐라고?
린타로 : 아무 거나 상관없어!
이타루 : 으음, 으음…
린타로 : 『크리스티나는 BYONTAI』 이걸로 보내!
크리스 : BYONTAI는 금지라고 했잖아!
이타루 : 그럼 타협안으로, 『오카린은 BYONTAI』로 할게.
린타로 : 이 배신자가…!
크리스 : 하시다씨, 굿잡.
- 히죽거리는 크리스가 통이를 향해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정말 마음에 안 든다.
마유리 : 아― 마유시의 바나나가.
- 우리가 이래저래 난리 치는 옆에서, 마유리는 예의 바나나 송이를 발견하고서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마유리 : 젤바나가 되었어―
- 젤바나라고 줄여 말하지 말라니까.
크리스 : 실험에 쓴 거예요.
마유리 : 이거, 마유시― 건데…
이타루 : 메일 보낸다?
크리스 : 마유시―씨. 돈은 나중에 낼 거예요. 저기 있는 호오인씨가.
린타로 : 어째서 내가!
마유리 : 정말이지― 어째서 맨날 마유시―의 음식 가지고 실험을 하는 거야―? 아, 혹시나 이 닭튀김으로도 실험하고 있는 거야?
린타로 : 그런 거지.
이타루 : 예이예―이. 보냅니다― 보내기 보내기 클릭.
- 그 옆을 빠져나가, 마유리가 전화렌지(가칭) 앞으로 열심히 걸어갔다. 그걸 제지할 틈도 없이, 마유리는 아직 작동하고 있는 렌지 문을―
린타로 : 어이 잠깐, 열지 마 마유리!
마유리 : 호요?
-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열어 버렸다―
마유리 : 와아앗―!
- 어두운 개발실에, 번갯불 같은 파란 섬광이 가득 찼다.
크리스 : 방전되고 있어!
- 격렬한 스파크 소리. 나는 마유리의 몸을 껴안듯 해서 전화렌지(가칭)에서 한 발짝 물러나게 했다.
이타루 : 뭐, 뭔가 위험한 것 같은데!?
- 방 안에, 희미하게 연기가 피어올랐다. 탄 것 같은 냄새도 난다. 눈부신 섬광 때문에 눈이 마비된 상태였다. 몇 번이고 눈을 깜빡여서 시력을 회복시키려 해 봤다. 크리스나 통이의 기침 소리도 들린다.
린타로 : 저, 전원, 다친 덴 없나?
이타루 : 그, 그런 듯.
크리스 : 저기, 2초보다 더 오랫동안 방전됐던 거 아냐?
- 마유리의 가는 손가락이 내 두 팔을 꾹 하고 잡았다.
마유리 : 오, 오카린? 저기,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 점점 시야가 넓어졌다. 마유리는 당혹스러워 하고 있었다.
린타로 : 괜찮아? 화상 같은 거 입지 않았어?
마유리 : 으음… 아무 데도 아픈 덴 없으니까 괜찮은 것 같은데―
- 얼른 마유리를 감싸길 잘했군. 나는 광기의 매드 사이언티스트긴 하지만 동료의 위기는 몸을 바쳐서라도 구하는 사람이다. 껴안고 있는 것처럼 되어 있던 마유리에게서 슬며시 거리를 두었다. 휴우. 그건 그렇고, 정말 놀랐다. 나는 이마의 땀을 닦았다.
크리스 : 자, 잠깐 이것 좀 봐!
- 크리스의 긴박한 목소리. 드디어 시야가 다 돌아와서, 다시 개발실 전체를 둘러보았다. 거기서 갑자기 눈에 들어온 참상을 보고서, 말문이 막혔다. 개발실 중앙에 놓여 있던 커다란 테이블. 나무로 되어 있으며 꽤나 튼튼해서 사람이 5~6명 정도 올라가도 부서지지 않는, 전화렌지(가칭)하고 X68000이 올려져 있던 테이블이, 두 동강이 나 있었다. 렌지에 붙여 놓았던 PC 같은 건 모조리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렌지는― 그 쪼개진 테이블을 뚫고, 마루바닥에 문자 그대로 쳐박혀 있었다.
이타루 : 이건 ㅤㅁㅝㅇ미? 어찌된 거지…? 아무리 전자렌지라고 해도, 바닥에 구멍을 뚫을 정도로 무겁진 않을 텐데…
크리스 : 방전 현상만으론 이렇게 되지 않아. 그 이외의 현상이…?
- 나는 잠시 할 말을 잊었지만, 곧바로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어떻게든 수습해 보려 했다.
린타로 : 큭, 큭큭큭, 후하하하! 모, 모두 다 계산대로로군!
- 어쨌든 크게 웃어 보았다. 그러고서 핸드폰을 끄집어 내서 항상 하던 그걸 하려고 했지만 그러고 보니 핸드폰은 전화렌지(가칭)에 꽂혀 있는 상태였다.
- 엘 프사이 콩그루. 소리는 내지 않고 입모양 만으로 중얼거린다. 이 말에 의미 따윈 없다. 어감을 따서 적당히 붙이기만 한 단어. 하지만 의미가 없기 때문에 거기에 의미가 있다. 오랫동안 쓰면서 이걸 중얼거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타루 : 마유시의 닭튀김이 지독한 상태가 된 건에 대해서.
마유리 : 엣?
- 일어선 마유리가 가만히 전화렌지(가칭)를 들여다 봤다. 바닥에 쳐박히긴 했지만 문은 어떻게든 열 수 있었다.
마유리 : 아아, 거, 검게 탔어― 마유시―의 닭튀김이…
- 풀이 죽어 버린 마유리의 어깨를, 나는 다독이듯 토닥거렸다.
린타로 : 쥬시 닭튀김 넘버 원은 위대한 실험의 성공을 위하여 존엄한 희생을 한 거야. 명복을 빌어 주자구.
크리스 : 닭튀김 건은 중요하지 않아. 지금은 전화렌지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해석하는 것이 우선―
마유리 : 중요하지 않다니 너무해, 으음, 크리스티나…
크리스 : 이봐, 거기 호오인 쿄마. 어떻게 할 거야!? 마유시―씨가 내 이름을 잘못 외웠잖아!
이타루 : 그보다 환기시키는 게 좋겠어. 쿨럭쿨럭.
린타로 : 시끄러, 닥쳐라 너희들.
- 나는 위압하기 위한 시선을 보냈다. 지금 이 순간은, 그야말로 세기의 실험이 성공해서 인류가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은 기념할만한 시간. 역사가 움직인 날인 것이다. 그걸 이런 바보스런 이야기로 망칠 권리는, 이 녀석들한텐 없다. 나는 고동치는 가슴을 억누르고서, 전화렌지(가칭)에 꽂혀 있는 나 자신의 핸드폰을 향해 손을 뻗쳤다. 다행히도 그 정도의 방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데도 망가지지 않았다. 제대로 작동했다. 하지만 본래대로라면 표시가 되어 있어야 할 “새로 온 메일”을 표시하는 아이콘이 보이지 않는다. 받은 메일함을 불러낸다. 새로 온 메일은 위에 있을 거다. 하지만…
- 가슴이 더욱 크게 뛰었다. 방금 전에, 그 방전 현상 직전에 통이가 이 핸드폰으로 보낸 메일이 가장 위에 없었다. 이 “신비한” 현상이야말로 내가 원하던 거였다. 곧바로 메일함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 그리고―
- 그것을―
- 발견했다.
- 받은 편지함
7/24 17:30
from 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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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린은 B
린타로 : 후, 후하하, 후하하하하!
- 성공이다. 실험은, 왠지는 잘 모르겠지만 성공했다! 시간 기록이 그걸 말해 주고 있었다. 이 메일을 받은 날짜는 “7월 24일” 즉 5일 전인 것이다. 그야말로 내가 보낸 “크리스 살해 통지 메일”하고 같은 결과가 되었다. 29일에 보낸 메일이 24일로 시간을 거슬러서 보내졌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드디어 “번뜩였다”.
린타로 : 모든 게 이어졌다. 일련의 사건이 의미하는, 유일무이한 답. 이 전화렌지(가칭)에 숨겨진 기능의 진실, 그것이 보였다…! 직감이라기보다, 그래, 이건 확신.
크리스 : …가르쳐 줘요. 이게 뭐란 건가요?
- 나는 내 입술이 자연스레 모양을 만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노려보는 듯한 크리스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았다.
린타로 : 일단 이것부터 말해 두지. 대부분의 대발명은 뭔가를 연구하던 중에 일어나는 우연의 산물이다, 라는 걸. 이걸 세렌디피티라고 하지.
크리스 : 서론은 됐어.
- 으… 내 대사를 한 방에 날리다니. 뭐 좋아, 그럼 본론이다.
린타로 : 메일은 “과거”로 보내졌다. 녹아 가던 닭튀김은 냉동 상태로 “돌아갔다”. 송이에서 뜯어내 진 바나나는 송이로 “돌아갔다”.
크리스 : …설마.
- 크리스도 감이 온 모양이었다. 과연 천재 조수.
린타로 : 바로 그 설마다…!
- 이것이 슈타인즈 게이트의 선택인 것이다.
린타로 : 이 전화렌지(가칭)는―
린타로 : 타임머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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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타인즈 게이트 번역 - 2장- 1 편에서 계속
수고 많으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