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바깥ㅡ
오랜만에 하데스와 산책을 나섰다. 리버스 이후 어색했던 걸음걸이는 이제 그럭저럭 나아진 거 같다.
'생각해보면 꽤나 고생이었지...'
형언하기 힘들만큼 부담스런 외모에서 그럭저럭 여자애의 형상으로 탈바꿈한 것은 분명 다행이지만.
여성의 긴 하반신이 낯선걸까, 계속 주저앉으려 해서 여간 고생이 아니었다.
다행히 (모나가 추천했던)꾸준한 산책으로, 어색하나마 옆에서 잘 따라 걷는 행세다.
...번번히 소매를 붙잡히긴 하지만.
"저... 하데스?"
"...왜 그런가 주인?"
"이제 잘 걷는 거 같은데 슬슬 놔줘도 되지 않을까, 그러니까..."
나는 붙잡힌 소매를 팔랑팔랑 흔들어 보였다. 그에 따라 하데스의 가느다란 손도 춤을 춘다.
"요거."
"...주인은, 싫은가?"
추우욱ㅡ
"아니아니아니 기뻐기뻐! 와하하! 의지되는 건 참 좋지, 암!"
눈에 띄게 풀 죽는 기색에 화들짝 놀라고 만다. 최근엔 많이 나아졌지만, 그녀의 감정을 세심히 안 살필래야 안 살필 수 없다.
"그렇지만... 좀 부끄럽고..."
나는 볼을 긁적이며 주변 거리를 살핀다. 늦은 저녁 때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은 꽤 된다. 그들 눈에 우리 둘이 뭘로 보일지, 참.
"부끄럽다?"
"아니, 부끄러운게 아니라. 그러니까..."
붉은 보석 같은 눈동자가 나를 빤히 직시한다. 나는 단어를 어떻게 골라야할지 헤매다가 결국ㅡ
"...아니야, 내가 미안."
"...."
더욱 꽉 붙잡혔다. 일부러 천을 덧대여 만든 소맷자락이, 불에 탈 것 같이.
***
"하데스."
"?"
붉은 머리의 소녀가 무구한 표정으로 돌아본다.
바라본다, 전에 비해 조금, 아주 조금은 가벼워진 그녀의 안색을.
그리고 내던진다, 조금 무심할 수 있는 질문을.
"이젠 죽고 싶지 않아?"
걱정이라는 간편한 감정에 기대어, 나는 조심스레 묻고 만다.
하데스의 표정이 조금 경직된다. 그리고 걸음을 멈춘다.
나 역시 가던 길을 멈추고 그녀의 말을, 진심을 기다린다.
그녀의 금방이라도 타오를 것 같은 선홍빛의 눈동자는, 나의 비뚤어지고 힘없는 눈동자를 말없이 바라본다.
가을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혹시 내가 되돌릴 수 없는, 그릇된 행동을 저지른건가, 자조하려는 찰나.
굳게 닫혀 있던 그녀의 입이 조금, 열린다.
"죽고 싶어."
".....!"
아찔해진다. 머릿속이 빙빙 돈다. 꼬리가 빳빳이 선다.
어쩌면 예상했던 것이다. 그녀의 격정 어린 자1살충동은 조금 나아진 것이지 완치된 것은 아니다.
그저... 기대했을 뿐. 괜한 기대감이 실망감이 되었을 뿐.
아니, 이런 생각조차 그녀에게 실례다. 나는 주인이고, 하데스는 차일드다. 마왕쟁탈전 중에도, 그 후에도, 그녀의 생이 다할 때까지도, 난 그녀를 책임지기로 결심했다.
조금... 시간이 더 걸릴 뿐이다. 혹시 '불치'인 것은 아닐까 삿된 생각이 뇌 어딘가를 파고들지만, 애써 게워낸다.
시간이 걸려도, 난 그녀의 자1살충동을 마주해야 한다.
그렇게 때 아닌 잡념에 사로잡힐 때,
"당신과 한날한시에... 죽고 싶어."
"응? 뭐? 미안, 하데스. 딴 생각 하느라 못 들었어."
"....."
고개를 푹 숙인 채 뭐라 중얼거렸던 하데스는, 있는 그대로 경직됐다. 왜 부들부들 떨지?
"어이, 하데..."
"죽을 테다!!!!!!!!!!!!!!!!!!!!!!!!!!!!!!!!!!"
"야 차도로 뛰어들지 마!!"
나는 열기가 군데군데 새어나오는 그녀의 몸뚱아리를 겨우겨우 붙잡는다.
***
"안 되겠네요, 우리 꼬마주인님~"
묘령의 군복 여인이 가로수 뒤에서 피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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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데스 능력에 감동해서 삘받고 써봅니다. 아트는 아니지만 탭위반은... 아니겠죠?
팔짱끼고 방무뎀에 다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