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음유시인의 기록문 OP
Eternal Fantasy - 유니의 꿈
"내가 못살아..."
인생 한탄 툴툴 털면서 뛰어가고 뛰어갔다. 어쩌다가 저런 붕대 페티쉬 아저씨에게 걸려가지고 이꼴을 당해야 하는거야. 내가 평소에 죄지은게 많아서 카르마가 쌓였나?
삐이-삐이-하는 음악으로도 써먹질 못할 시끄러운 음악과 함께, 주변은 루비색의 빨간색 빛으로 감싸졌다. 이 아저씨 단단히 화가나셨나보구만. 나를 잡으려고 이렇게 애 쓰시는거 보면 말이야.
일단 먼저...
"빠져 나가야 겠지."
빠져 나간뒤 바다에 몸을 젖힐 생각으로만 가득차 있다. 아니 그냥 온천 물로 들어갈까?
"거기까지입니다."
눈앞에 왠 언니가 보였었다. 가슴 풍만한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베일로 얼굴을 가린 언니가 언제 왔는지 복에 떡 하니 서 있는것이 보였었다.
"더 이상의 반항은 용납못합니다. 비록 원한은 없지만 회장님이 당신을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굳이 이렇게 가야 합니까."
한발자국 다가갔다. 저 언니에게서 어떠한 표정 변화가 없는것을 보고 한가지 확신이 생겼다. 진짜로 길을 비켜줄 생각이 없다는것을.
"서로 피를 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저를 강제로 데려온것은 당신의 아-아니 회장님이 아니신가 싶은데요."
"지금 그쪽이 거대한 착각을 하시는게 있는데..."
철컹-철컹-하는 무언가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 했는데 복도 저 너머 어두운 곳에서 스타크래프트에 나오는 드라군 비슷한 깡통 몇대가 걸어오고 있었다. 하나, 둘, 셋...좀 많은거 같은데? 여기 옥상까지 데려온것을 보니 아예 작정하고 나를 잡으려는거구만.
지이이잉-
개틀링총을 언제든지 쏠 기세로, 혹은 위협하려는 듯 빙글 빙글 돌면서. 모두다. 하여간 인기 있는 소녀는 늘 피곤하단 말이야.
"지금 봐주고 있는 것은, 저희 쪽입니다. 회장님께서 자비를 베푸셔서 생포로 끝내시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반항하시면..."
-타겟 조준 완료. 명령 대기중-
"저희 또한 어쩔수가 없..."
"지금 두가지 착각을 하시는데."
하프의 현을 튕겼다. 뜬금없는 나의 행동에 검은 드레스 옷을 입은 언니가 어리둥절 하는 모습이 보였었다. 이 상황이라면 보통 사람들 같으면은 틀렸어-이젠 꿈도 희망도 없어-라면서 무릅을 끓는다. 아니면 끝까지 싸우려다가 목숨만 날아가거나.
나는? 어떻게 하냐고?
"하나는 미이라 아저씨는 저에게 자비를 베푸는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쫒고 있는것입니다. 따님이라는 망령을 말이죠. 아니 정정하죠. 따님의 모습을 한 그림을 쫒는다고 해야 옳은 표현이겠군요. 또 하나는..."
현을 힘껏 튕겼다. 손가락들이 모아둔 음들이 모으고 모아져서 하나의 음악이 완성 되어 갔다. 빠르면서도...
"봐주는 쪽은 바로 제쪽이라는것을."
펑!
날카로운 칼날의 음악을. 드레스 언니가 소리 난쪽을 돌아보았다. 깡통 중 하나가 연기를 내고 있었다. 물의 창날로 인해 몸이 뚫어진 체. 지직- 지직- 스파크 튀기면서.
한발자국씩 걸어갔다. 내 발걸음을 리듬 삼아 연주를 계속하면서. 내가 지나갈때마다 깡통은 제각자 다른 이유로 쓰러졌다.
아까전 바닥에서 물의 칼날이 올라온것을 비롯해, 허공에서 검의 모양을 한 물이 그대로 깡통의 목 베거나 딱 봐도 무섭게 생긴 개틀링 총을 두개로 갈라버렸다.
첨벙-첨벙-하는 물 튀기는 소리와 함께.
"...어떻게..."
검은 드레스 언니도 어지간히 놀랬는지 그대로 멍 때리 셨다. 내 음악에 감동을 받으신건가. 내가 곁으로 지나가도 멍 때리실 정도로.
탕!
"윽!?"
내 연주는 볼에 스쳐간 무언가로 인해 멈추게 되었다. 뭐지 하면서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았는데...
"어떻게 그딴 계집 한명도 못잡는단 말인가. 그러고도 내 비서야?"
언제 왔는지 미이라 아저씨가 서 있었다. 한손에 권총을 든 체.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면서.
"장난은 여기까지다."
철컥-
"지금 총구는 네년 머리를 노리고 있다. 딴 생각 안하는것이 좋을것이다."
"그렇게 저를 잡는다고 해서 딸을 볼수 있을거라 생각하십니까? 따님 분이 보신다면 매우 기-"
"허튼 생각 마시길."
주변에 검은색의 뾰족한 무언가가 나를 겨냥하고 있었다. 마치 송곳 처럼. 어디에서 왔나 했는데...
"회장님 말씀을 순순히 따르시는것이 좋으실겁니다. 쇠 꼬챙이가 되고 싶지 않으시면."
"....예쁜 머리 두고 뭐하시는겁니까."
자신의 머리카락을 여러개로 내 몸을 노리고 있는것이다. 한발자국 움직이니 이에 반응 하듯 머리카락중 하나가 내 목에 가까워 졌다.
"마지막 자비다. 네년 연주로 내 딸을 다시 보게 해라."
총을 든 손이 떨리는것이 보였었다. 미약하게.
"그렇게 어려운일이 아니지 않는가. 그렇게 내 딸을 보게 해주는것이 어려운 일인가! 그냥 연주만 하면 되지 않나! 해준다면 내 모든것을 들어줄수 있네! 여기서 왕처럼 살게 해줄수 있는것은 물론이고! 그게 그렇게 어렵나!"
동시에 남자의 목소리 또한 다급해져 갔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나마 평정을 유지했던 모습은 어디로 가버리고. 그렇게나 따님이 보고 싶었던 것인가. 어떻게 해서든지 말이야.
"....정 그렇게 딸이 보고 싶으시면."
하지만 내가 해줄수 있는것은 없었다. 이미 탐욕과 욕망으로 가득찬 인간에게. 설마 여기서 소원을 들어줬다 하더라도 계속 해달라고 조를것이다. 그러다가 시간 날때마다 강제로 연주를 하게 해서 딸을 보게 해달라고 하겠지. 가정집에서 흔히 볼수 있는 축음기 취급 당하면서.
자기 말로는 왕처럼 살게 해주겠다지만, 쓸모 없어졌다 판단하면 그대로 버릴것이다. 고장난 축음기 취급하면서.
"보름달이 빛나는 밤 하늘 아래에 강물에 손을 뻗어 보십시오."
"....뭐?"
"그러면 보실수 있을것입니다. 따님을. 원하는 만큼."
목청껏 노래를 불렀다. 붕대 아저씨를 비롯해 드레스 언니도 양손으로 귀를 막아야 했을 정도. 주변이 깨지기 시작했다. 유리를 비롯해 주변 장식들과 벽 까지.
"그거 아시나요?"
여전히 귀를 막고 있는 붕대 아저씨 곁을 지나가면서 나는 속삭였다. 아저씨만 들을수 있겠끔.
"호세피나양은 더이상 그대를 아버지로 받아들이지 않을겁니다. 죽은자여."
이 말을 끝으로 나는 부숴진 창문을 향해 그대로 뛰어 내렸다. 하프를 꼭 안은 체로.
"저 년 잡아!!"
그리고 위에서 들려왔다. 붕대 아저씨의 외침이.
"도시를 불태워서라도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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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나서 후딲 써봅니당. 허헛. 노벨피아에 연재하느라 빠듯하네요.
영혼이란게 정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호세피나가 알았으면 아버지의 모습에 가슴아파했겠네요. 저는 호세피나의 영혼이 시몬의 죄를 대속하겠다며, 우로부치 느낌의 마법소녀가 되어 고통받는 모습을 상상해봤습니다. 시몬이 그 모습을 보고 멘탈 깨진다든가.
그렇게 얘기 들어보니까 비극적인 아빠와 딸로서의 모습이 부각되네요. 결국 서로에게 상처 밖에 남지 않은 두사람...(호세피나의 이야기는 좀 구상해보긴 했지만요)
호세피나는 아니지만 세퍼드의 반응과 발언을 생각하면 호세피나 반응도 충분히 에상가죠..
비록 클론이었지만 친딸이나 다름 없던 셰퍼드가 그런 말을 할 정도인데 첫째딸인 호세피나도 오죽하겠음? 누가 보고 좋아하겠네요...마음이 매우 찢어지겠지만 결국 셰퍼드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