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카 인류 저항군령 한반도 부산시.
평의회 본청.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소집되었다.
일흔 척이 넘는 군함과 200여기가 넘는 해상형 AGS 부대로 이루어진 펙소 콘소시엄의 북태평양 경도 180도 날짜 변경선을 넘어 오르카 인류 저항군령을 향해 무단으로 북상하였기 때문이었다.
펙소 콘소시엄 함대의 출현을 보고받은 환태평양통합전투사령부와 태평양함대사령부는 이미 요코스카 기지와 쑤아오 기지로부터 제7함대와 제3함대를 출동시켰고, 파푸아 뉴기니 롬브럼 해군기지의 제5함대와 호주 브리즈번 해군기지의 제6함대에는 언제든 백업할 수 있도록 모든 출동 준비를 마친 상황이었다. 환태평양 해병대와 환태평양 공군은 만일에 전면전 상황까지 확전이 될 것에 대비해 펙소 콘소시엄 점령 하 미 대륙을 침공할 수 있도록 태평양함대와 함께 북태평양으로 출동하였고, 환태평양 육군도 해병대의 후방 지원과 지상 기지 방어에 들어갔다.
- “7함대사령관입니다! 적 대함미사일이 우리측 해군 함정에 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준하였습니다!!!”
- “적과 교전에 돌입합니다!!!!”
이윽고, 펙소 콘소시엄 해군 함대에서 먼저 사격통제레이더를 조준하여 대함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제7함대 사령관의 보고가 올라오면서 북태평양 해상에서 오르카 인류 저항군 해군은 펙소 콘소시엄 해군과의 함대 교전에 들어갔다. 지난 번에 치뤘던 레모네이드 델타의 군대와 전투와는 그 규모와 차원을 달리하였기에, 사실상 NSC 내부에서는 부통령인 주디스 요안나와 총리인 고진아 의장을 비롯하여 이미 펙스와의 전면전이 시작되었다고 결론을 짓는 이들이 반이었다.
그런 가운데, 아직까지 펙소 콘소시엄 측으로부터는 그 어떠한 연락도 오고 있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라비아타 통령은 알파를 통해 미 대륙에 있는 오메가와의 교신을 시도해 보았지만, 펙스는 그 마저도 오르카로부터의 연락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었다.
“우리 측 교신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대화를 할 생각은 없었다, 이거로군요.”
“그렇게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통령님.”
“평화협상이라니... 조금이라도 기대를 한 우리가 잘못이지...”
부통령인 주디스 요안나는 펙소 콘소시엄의 위장평화 공세에 혀를 차며 말하였다.
“그나저나 펙스가 갑자기 이렇게 군사적 행동을 보인 이유가 뭘까요?”
“그걸 모르겠습니다. 레모네이드 델타의 군대가 우릴 공격했었을 때에는 그들이 캄챠카 반도에서 민하준 합참차장과 칸 소장을 납치하기 위함이라는 이유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 어떠한 예상 징후조차 나타나질 않았으니 말입니다.”
“자기네들이 되살리려는 회장을 위해선, 그 어떤 명분 없는 전쟁을 치러서라도 우리를 없애려고 하는 것이겠죠. 애초에 자기들 회장을 살리겠다고 하와이에서 바이오로이드들을 납치해다가 생체 실험까지 했던 놈들이지 않습니까.”
“어쩌면 이미 되살아났을지도 모르구요.”
“분명 오메가 회장의 심장이 다시 뛰고 있다고 했으니, 언제라도 냉동캡슐에서 벌떡 일어나서 펙스를 지휘하고 있다고 봐도 전혀 이상할 건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다면 이번 국지도발 사태는 더더욱 그냥 넘어갈 수가 없을 거구요.”
“유추를 해보자면, 결국 펙스의 오메가 회장이 원하는 것은 전 세계를 펙스의 지배 하에 두는 것이지 않습니까? 연합전쟁 뿐만 아니라, 인류가 멸망하기 전에도 숱하게 인류 최후의 연합을 향해 방해 공작을 펼쳐왔던 자입니다. 철충이 지구를 침공하면서 전 인류를 찢어발기고 학살하고 있는 와중에도 말입니다.”
“왜 아미나 박사님께서 연합 전용 비밀 통신 채널을 만드셨었겠습니까?”
“통령님, 통령님도 아시다시피 오메가 회장은 극도로 간악하고 탐욕스러운 인간입니다.”
“현 시점에서 부활을 했건 안 했건, 펙소 콘소시엄은 회장의 뜻에 따라 오르카를 전멸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해올 겁니다. 어쨋건, 회장의 입장에서 봤었을 때 우리들은 철충보다도 먼저 없애버려야 할 제거 대상일 테니까요.”
“흐음...”
비서실장이자 보좌관인 알파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던 라비아타 통령은, 이번엔 벨리코프 합참의장에게 질문하였다.
“합참의장?”
“예, 각하.”
“합참의장 생각은 어떤가요? 이 참에 확실하게 펙소 콘소시엄에 전쟁을 선포하는게 맞다고 생각하시나요?”
“글쎄요... 저는 그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각하, 사실 전 솔직히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 극동사령부랑 공군본부, 공군작전사령부, 그리고 그 외에도 아직 많은 전투 및 기능사령부와 부대들이 창설 준비 단계에 놓여있는 상황입니다.”
“당장 내달 극동사령부가 창설되면 환태평양사령부는 바로 하와이로 사령부를 이전해야 하고, 환태평양 공군도 공군본부와 작전사령부의 부재로 임시적으로 피톤 사령관의 지휘를 받고 있으니, 만약 지금 전면전을 일으키면 지휘 체계에 혼선이 빚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전방 병력들의 부담도 가중될 것입니다.”
“펙스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현상 유지는, 현재로선 환태평양사령부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합니다. 만일 필요하다면 수도방위사령부와 합동전략사령부, 그리고 함대전력사령부와 스틸라인 제5야전군사령부에서 병력을 추가로 증원하여 부족한 전력 공백을 매꾸는 방식으로 한 동안은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요?”
“적어도 발키리 슈렌 장군과 송나빈 제독, 그리고 임제인 장군이 대장으로 정식 진급하여 직책 업무 수행을 시작하는 날까지는요.”
“조금 더 앞당길 수 있을까요, 의장?”
“노력해보겠습니다.”
“제독님, 지난 번 페어뱅크스 폭격 이후의 선전효과를 봐서라도 마냥 펙스와의 전면 충돌은 피할 수는 없을 겁니다.”
“실제로 오메가가 정보를 통제하긴 했다만, 펙소 콘소시엄의 주민들 사이로 이미 우리들의 존재에 대한 소문이 퍼진 모양이니까요.”
“그 점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저항군이 준비가 아직 덜 된것과 별개로, 만약 미 대륙에 저항군이 상륙하여 전면전을 벌인다고 쳤을 때 발생할 민간인 피해 문제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전장을 거의 100여년 넘게 다녀간 제 경험으로 미루어봤을 때, 민간인 피해가 아예 발생하지 않는 전쟁은 있을 수 없습니다. 직, 간접적으로 어떻게든 민간인 피해는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그 점은 미리 염두를 해두셔야만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민간인들이 우리에게 마냥 우호적일 것이냐, 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봐야할 사안이지요.”
“민간인들을 설득하는 것도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할 겁니다. 우리 쪽에서야 아무리 명분있는 전쟁이라 할 지라도, 사실 펙스 쪽 민간인들에게는 당장 내일을 죽느냐 사느냐 문제로 걱정해야 할 처지이니까요.”
“비서실장님께서 저번에 말씀하신데로, 저항군이 펙스의 손아귀에서 그들을 구원해주려면, 우선 우리가 그들에게 그 만한 명분이 되어줄 존재가 되어야만 할 겁니다.”
벨리코프가 알파에게 말하였다.
무감정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꽤나 담담하고 사무적인 어조였지만, 그 속에는 베트남 전쟁으로 시작해서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명분없는 전쟁을 치르며 민사작전 능력은 세계 최악이라고 평가받는 미군의 전직 합참의장의 뼈 있는 충언이 담겨있었다.
“그건 따로 계획을 해둔 것이 있습니다.”
“어... 통령님? 부통령님? 그리고 의장님?”
“네, 알겠습니다.”
알파의 말에 벨리코프 합참의장 뿐만 아니라 NSC에 소집된 모든 이들의 시선이 라비아타 통령과 요안나 부통령, 그리고 고진아 의장로 향했다.
“부통령님과 의장님과 보좌관님 이렇게 네 명이서만 따로 모여서 의논을 좀 한게 있었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철충 뿐만 아니라 펙소 콘소시엄으로부터도 대항하고, 또 아직 우리가 찾지 못한 바이오로이드 인간 분들을 찾아 해방시켜주기 위해선, 우리의 존재가 그 자체로서 명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죠.”
“그래서 아직 가결의이긴 하지만...”
“... 정식으로 오르카 인류 저항군을 국가로 선포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국가 기반 시스템 자체는 이미 다 만들어져있으니, 현재로선 의회를 출범시키고 국호를 재정하는 과정만 남아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국가 체제는 가급적 현 상황을 유지하여 연방제로 가려고 합니다.”
“국호는 어떻게 정하기로 하셨습니까?”
“인류연합, 지구통일정부, 지구연방, 자유인류동맹 등등 다양한 이름들이 거론되긴 했습니다만...”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국호는 ‘범인류연방’ 입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라비아타 통령의 말에 장내가 술령였다.
오르카 인류 저항군에 국호를 정하고 정식으로 국가로 선포하겠다는 말이었다.
사실 지금 소집된 NSC도 그렇고, 행정부와 각 행정부처를 비롯한 국무회의(평의회)의 존재, 정규군과 이를 지휘하고 보좌하는 군 수뇌부가 존재하고 있고, 이미 오르카 인류 저항군은 정식 국가로서 선포만 하지 않았을 뿐 이미 국가로서 기틀 자체는 거의 다 마련이 되어있는 상태였다.
“아예 정식 국가로 선포하여 펙스에 대항한다라...”
“저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인류 재건 이후에 사회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구요.”
“그럼 저항군도 더 이상 저항군이 아니고 연방군이라고 불러야겠군요.”
“통령이란 호칭도 이제 대통령으로 바꾸셔야 할 겁니다.”
“그렇겠지요, 아무래도?”
“각 부처 위원장들도 이젠 장관으로 호칭을 바꿔야겠구만.”
“각하, 의회는 어떻게 선출하실 계획이십니까?”
“그건...”
그 때였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해군참모차장인 감마가 느닷없이 NSC가 소집된 회의실로로 찾아왔다.
정복을 차려입고 있었지만, 안대도 잊어버린 것이 어딘가 급해보이는 것 같은 기색이 역력해보였다.
“감마?”
“각하,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조금 급한 사안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해군참모차장??”
“오메가가...”
“... 우릴 공격한 이유를 알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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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중 삽화로 사용되는 그림과 사진의 출처는 구글링과 핀터레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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