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역전"이라는 요소를 크게 잘못 해석한 게 6의 패착입니다.
지금까지 역전 시리즈는 억지도 사실 많았습니다만 "결정적인 증거나 정황 때문에 피고인의 유죄가 유력한 상황"에서의 역전이 주된 모티프였습니다.
스핀오프인 역전검사 시리즈에서도 괴상한 사건 정황을 어떻게 연결해서 진실을 찾아내냐가 게임의 소구점이었죠.
그런데 역재6은 "사건 정황상 피고인은 무죄가 분명하나 권력 시스템이 피고인을 유죄로 몰아가는 상황"에서 역전해야 합니다.
재판장에서 싸워야 하는 상대가 미궁에 빠져든 사건 정황이 아니라 눈 앞에 짜증나는 헛소리를 늘어놓는 검사와 공주, 청중들이 되어버린 거죠.
에피소드 5를 완료하기 전까지는 플레이어를 답답하게 만드는 캐릭터들과 국가 권력에 대한 역전을 못하기 때문에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지 못합니다.
역재4~6까지 사법 시스템에 대한 역전을 주요 모티프로 삼으려고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4, 5는 애피소드마다 난제를 풀어냈다는 카타르시스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에피소드를 풀면 전체적으로 더 큰 뭔가를 이룬 것 같았죠.
그렇지만 6은 갈등의 소구 포인트를 괴상한데 잡아버리는 바람에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개운하지 못합니다. 신 캐릭터도 내내 비호감만 제공하구요.
이건 기획 단계에서 방향을 잘못 잡은 겁니다.
감상글을 보고 나니 갈등의 포인트를 확실히 잘못 잡은 것 같네요. 에피소드마다 사건을 해결해도 방청객들 분위기는 똑같이 험악해서 그런가, 방청객들이 짜증났다는 반응이 한 둘이 아니였지요.
라스보스 잡는데 하나도 재미가 없더군요. 허공에 주먹질 하다 끝난 느낌. 차라리 5의 그 놈은 일단 패기라도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