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과 1편 리메이크 전반에 대해 중대한 스포일러가 죄다 있습니다!!
다만 혹시 플레이 전에 게시판을 둘러보러 오신 분이라면, 저 개인적으로-특히 스토리쪽으로 만족했다는 내용이 요지라는건 미리 전해둡니다. 많이들..해주세요..재밌습니다..
(여기부터 본문)
메리스켈터 시리즈를 처음 접한 것은 기억이 맞다면 아직 1편만 있을 무렵.. 지나가다 발매 관련 정보를 봤던 정도로, 동화 주인공들 모티브의 캐릭터들은-모티브 쓰는 창작을 꽤 좋아하는 취향상-디자인에의 반영같은게 흥미로웠지만, 한편으론 블러드 스켈터 모드 디자인이 주는 압박감에(..) 취향이 맞을지 알 수 없어 플레이할 생각은 하지 않았었네요.
그리고 그로부터 한참 지나, 어떤 계기였는지는 흐릿하지만 2편의 커버아트를 보고 삘이 강하게 왔습니다. 이 느낌.. 뭔가 요즘 찾아다니고 있던 감성을 채워줄 것 같은!
하지만 다운로드 구매도 못 하는 물건(최소한 국내 E샵은), 물량도 별로 안 남아있길래 익숙하지도 않은 중고거래로 구하느라 한 세월.. 기껏 구해놓고 또 일에 치여서 킵.. 겨우 시작했다가 극초반부터 수족관 에리어의 전체공격 자코에 세이브를 날려서 좌절하고 또 스루..
결국 제대로 플레이를 시작한 것은 피날레 관련한 소식이 들려올때쯤 '아 사놓고 안했네' 하는 느낌으로 아주 늦게서야 잡게 됐습니다.
(뒷걸음으로는 문을 못 연다는걸 확실히 새겨주는 1타강사)
그래서 어땠는가 하면.. 만족!
수상하게 빡센 초반을 넘기고 올 어택을 세팅하기 시작하자 난이도도 적당해졌고, DRPG 느낌이 마침 고팠던 건지 게임플레이 자체도 재밌었을뿐더러..
세계수의 미궁이랑 비슷하다 생각했지만 맵의 악랄함 등에서 충분히 차별화가 되는 구성(..)과, 기대보다 좋은 스토리의 몰입감이 계속 붙잡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독방 에리어를 공략하다 보니 마이너한 동네에서 섣불리 애캐 만들지 않는다는 제 지론을 깨버리고 잠자는공주가 금방 최애캐가 되고.. 진행하면서 잠자는공주뿐 아니라 삼자매 전체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다들 좋아할 수 있도록 짜인 스토리였지만 특히 저 셋의 이야기에 마음이 끌리더라고요.
(2편에서 유독 힘든 역할 도맡아야 했던 엄지공주..)
(일반인 감성+지능캐 담당이던 백설공주의 급발진 하우투패드립..은 아니고 사실확인)
(2편에서 가장 적을 많이 쓰러트린 것도, 아군을 많이 쓰러트린 것도 하멜른)
(아마 유일하게 수확했던 99강. 물론 시스템상 다이나믹하게 좋은 성능인건 아니지만 기분이 좋음)
최종던전이 만만치 않아서 잠시 당황했지만 위키를 뒤져서 얻은 혈정 파밍법을 활용해 주력을 전원 80 퇴화후 재육성.. 프리패스로 내려간 난이도로 맘 편히 엔딩을 향해 갔습니다만, 추리파트에서 첫 선택지부터 미스띄우고 칼같이 멸망! 뭔가 하나도 해명이 안 된 기분의 배드엔딩을 첫 엔딩으로 봤습니다.
..그리고 되돌아보면 이때가 그나마 아직 가벼운 마음이던 때.
진엔딩 루트로 들어가면서 108컴보로 들어오는 통수에 머리가 아주 박살이 나고, 무엇보다 결정타로 저 삼자매의 손만 나온 일러스트가 너무 기억에 씨게 박혀서 눈만 감아도 보일 정도로 중증의 앓이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엔딩을 새벽에 달리고서 내상에 비틀거리면서 정신을 다잡으려고 유툽에서 표류하는 와중..
알고리즘이 내세에서 만나자를 틀어주는 바람에 회복은 커녕 내상을 배로 입고 눈물을 쏟기도 했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야 다 못 만나게 생겼는데(기절)
이렇게 2의 스토리가 생각보다 너무 쎄게 박혔기 때문에.. 80시간 했으니 다른 장르 좀 하고 1편 해야지 하던 계획을 틀어서 바로 1편도 달리기로 결정.
(1편의 잠자는공주는 롱 헤어. 저는 어느쪽도 다 좋아합니다)
기본적인 시스템은 큰 차이가 없지만 플레이 감각은 생각보다 꽤 다른 1편이었습니다. 2에서는 영창으로 써야하는 스킬이 많아서 다루기 힘들던(영창 없이 나가는 하급 마법을 주력으로 쓰게 됨) 마법사쪽이 강한 점도 그렇고..
잭의 역할이 상당히 바뀌고 혈액 관리를 좀 더 생각해야 하는 점 등. 어느 점에선 차이가 있어서 질리지 않고 할만했네요.
영입 순서도 대체로 2의 역순으로(엄밀히는 2가 역순), 비중이나 파티 채용에서도 자연스럽게 차이가 생기게 되는 것. 특히 백설공주는 1에서야 제대로 써보게 됐네요.
(어째 본모습이 드러난 후가 훨씬 버거운 나이트메어 토벌전에서 여러번 고배를 마심)
그래도 전반적으로 2보다 약간 매운맛 느낌으로(..) 2를 먼저 하는걸 권장하는 건 스토리의 연계뿐 아니라 이런 점도 고려한건가 싶기도 합니다.
캐릭터들 서브 스토리의 서사도, 2를 먼저 하고 와서 쉽게 받아들이게 되는건가 싶은 내용도 있었고..
뭐 제일 중요한건 1->2로는 대충 2편 스토리가 예측이 되고 2->1로는 1편 스토리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인 것 같지만요.
(딜러뿐인 거너 라인이지만 평화주의. 착함)
(그 장신인데 만성적인 빈혈에 시달리는 잭한테도 가벼운 건 의외)
(합류가 빠른 것도 있어서 2편보다 삼자매의 비중이 높다. 2는 잠자는공주의 비중이 아쉬웠던 것 때문에 개인적으로 좋았던 포인트)
시스템이나 진행에 대한 건 그 정도로 하고, 아무래도 스토리에서 제일 결정적인 차이는 주인공.. 잭의 존재일텐데.
사실 제가 꼭 그런 취향으로 시작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2의 츠우가 여주인공이었으므로 서브스토리에서 풀어내는 인물관계도 우정이나 갈등해소가 주가 됐고, 보기에 따라 꽤 백함 취향이었지요.
남주인공으로 진행하게 되는 1편에 위화감은 없을까, 하는 생각도 조금 있었습니다만..
막상 플레이하면서는, 오히려 2랑은 달라서 좋구나- 하게 되더라고요.
약간 연애감정에 가까운 모습들이 나오는 서브스토리라서 2편보다 더 매력이 살아나는 경우도 있다고 느꼈습니다.
소위 말하는 라노벨 주인공 타입인 잭이지만, 역으로 그 스테레오타입에 이유가 있다고 납득하게 됐달까.
위에 나온대로 보스전에서 고생도 좀 했지만..진행하면서 일반 전투는 오히려 2편보다 훨씬 편해졌기 때문에(무조건 약점으로 박히는 광역기를 턴마다 쏴제끼는 마법사 직업군이 날뜀) 이걸 이용해 레벨링을 쉽게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서 1편도 그럭저럭 무난하게 후반까지 접어들 수 있었습니다.
약간의 고생은 했지만, 후반 스토리의 몰입감은 2편 이상.
아무래도 빌드업해온 반전이 기다린다는 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야기를 끝낸다'고 하는 테마가 드러나는 점이 좋았다고 할까요.
최종전의 스케일은 어느 루트로건 2편보다 크다고 할 만 하고.
특히 주인공으로서 고군분투하긴 했지만 인상은 조금 옅은 채였던 잭이 확 살아나는 내용이기도 했죠.
'높은 곳에 오르고 싶다'는 혈식 리비도가 갖는 진짜 의미도, "이 탑의 위에는.. 나쁜 거인이 있어."에서 진 최종보스로 이어지는.. 원작 동화의 모티브가 하나로 연결되는 순간에 전율이 흘렀습니다.
한번 올랐던 나무를 베어 쓰러트리는 것이 주인공인 잭의 역할... 그렇구나! 하고 감탄하게 되는 전개였습니다.
(그리고 분위기 파악 못하는 룰렛.. 심지어 설정이 안 되어 있는건지 보물 상자를 누르는 바람에 프리즈가 걸리기도)
이렇게 최종보스까지 잡..고 나면 엔딩이어야 하겠지만, 2에 포함된 리메이크 1편이므로 아직 중대한 일이 남아있습니다.
추가 에피소드가 기다리는 히든던전의 공략이죠!
..만만치 않습니다. 뭘 잘못 하고 있는건가 했지만 하긴 히든던전이란게 다 이렇죠.
(졸지에 이름값을 하게 되어버렸다)
정신없어하면서도 어떻게 나이트메어 토벌전까지 도달.
계속 들어오는 상태이상 덕에 체력전에서 먼저 쓰러질까 걱정이었지만 다행히 게임오버 없이 넘기고..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진 뒤...
....!!
드..드디어 이곳인가! 하고 외칠뻔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깨알같이 2의 회상씬에 나온 장면들도 그대로 나와주는 세심함까지.
지하동굴보다도 한층 더 강해진 적들이 나오다보니, 혈식 퇴화를 하지 않은 스펙으로는 만렙이 가까워졌음에도 힘듭니다.
그래도 스토리를 보다보니 당장 진행이 급하단 생각이 들어서, 퇴화 없이 억지로라도 한층 한층 진행. 스크린샷으로 남긴 건 없지만 찐막이라 그런지 퍼즐도 꽤나 맵습니다(...)
그리고 다시 폭발하는 잭의 주인공 보정. 제일 먼저 루프 전의 2편을 기억해내는 활약!!
돌아보면 2에서 딱히 써먹질 않았던 인어공주의 마이크 떡밥이 이때를 위한 거였어!
이미 위험할 정도로 흥분에 빠진 저로서는 감사하게도, 별다른 고구마 없이 츠우의 설득(전투지만)에 돌입.
하지만 1턴만 돌려봐도 쓰러트릴 수 없는 사양인 것은 명확하고.. 알고서도 혹시나 해서 딜도 넣어보고 하면서 몇턴정도 몸을 비틀었습니다만()
결국 격파를 포기하고 기억을 되짚어보니.. 아! 1에서 드문드문 이벤트로 습득한, 2의 서브스토리를 암시하던 아이템들이 있었구나! 왜 데미지 1에 소모되지 않음 사양인가 했는데!
사용해보니 곧바로 전용 보이스와 스크립트! 이건 된다!!
원래대로라면 이 아이템 사용도 잭이 도맡아서 하므로 꽤 긴 턴이 필요합니다만, 마침 백설공주도 직업 특성으로 아이템 사용 스킬이 열려있는 상태였던 덕에 시간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이런 기믹성 전투가 없다시피한 시리즈다보니 의외로 떠올리는게 늦어버렸지만, 동시에 전투에서 감동을 느낀 것도 처음. 이게 스토리 있는 RPG의 맛이죠..
그리하여 마침내 츠우도 제정신(?)을 찾게 만들었고, 이제 진짜로 마지막 스토리..만 남았는데..!
도청 최흉의 자코인 이 녀석한테 발목을 잡혀서(특히 심볼 인카운트식으로 여러번 일반 전투를 해야만 돌파 가능한 파트) 팔자에도 없이 좀 더 뺑뺑이를 돌아야 했습니다. 제가 다 납득 가능한데 이놈 내구력은 좀 개발자한테 따지고 싶을 정도였네요(...)
여기선 안 시킬법도 했는데 끝까지 충실하게 챙겨주는 나이트메어 토벌전. 늘 그렇듯이 힘든 상대지만 더는 뺑이치지 않겠다는..아니 인어공주를 구할 의지로 충만한 파티의 적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고대하던 최상층. 어쩌면 자기희생적일지 모를 츠우의 선택이 부른 결말은..
ㅇ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피날레 정보때문에 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츠우!! 인어공주!!
설마 이렇게 일러스트로 연출해줄지는 몰랐어서 좋은 의미로 혼절!
그리고 이..이 오프닝! 오프닝 바뀌는 거! 오프닝에 츠우랑 인어공주 추가되는!
소원에 비친 한번의 꿈이었던 2편 세계에서 올바른 루트인 1편 세계에 합류했다는 연출!
..엄청 주접을 떨었지만 실제로 플레이할때 저런 느낌이었습니다. 과몰입이 또
어쨌든 이런 식으로 2편 합쳐서 130시간(게임오버 로스타임 생각하면 실제론 더 많은)에 걸친 여정을 마침내 성불하며 끝낼 수 있었고..
저의 내세에서 만나자 경련반응도 무사히 완치되고.. 그랬다는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지금 와서 들으면 츠우 인어공주 커플한테 딱 맞는 곡이었어! 다시 태어났을 때는 새로운 미래가 기다릴 거라던가!
(후일담을 보고 나면 플레이어블로 사용도 가능해지고, 엔딩 단체사진에도 추가되는 두 사람. 확실하게 챙겨줘서 좋았다)
플레이타임이 전혀 아깝지 않은 작품이었습니다만, 아쉬운 점은 입덕이 늦은바람에 한정판을 구할 기회를 놓쳤다는 것..!
잠자는공주 굿즈도 하나씩 끼어있어서 더더욱 아쉬울 따름..입니다... 크윽..
뭐 한정판들 워낙 빠르게 사라지니까 어차피 반응 느린 저는 못 샀을지도 모르겠지만요 ㅎ;
그래도 피날레 한정판은 좀 살 생각 했으면 살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안타깝네요. 중고거래로 기웃거려보곤 있지만 자주 올라오는 것도 아니고 있어도 엄청 비싸서 구하게 될진 잘ㅋㅋㅋ모르겠습니다ㅋㅋㅋㅋㅋㅋ
아 그 밖에, 하나하나 댓글은 못 달았지만 마이너 게시판인데도 공략이나 정보 올려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엄청 하드코어한 게임까진 아니지만 이 게시판의 팁들 아니었으면 많이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소비 아이템으로 경험치몹 시리즈 원킬내는거라거나 2편의 레벨업 비기, 그 밖에 작아 보이지만 확실히 영향 준 수많은 팁들 덕에 무난히 깰 수 있었습니다,
이제 좀 다른 게임하면서 뜸을 들였다가(?) 피날레를 해야겠네요.
피날레쪽은 그리 평이 좋지 않은 부분도 좀 보이는지라 걱정도 있지만 으음.. 걱정해봤자 어차피 플레이할건 기정사실이기 때문에!
피날레도 끝내면 또 글 적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은 많은데 말할 곳이 없어서 자기만족성으로 적은 글이지만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 ㅎ_ㅎ 게시판에 계신 분들 다들 이 시리즈가 나름대로 좋은 기억이길 바라며..
2편이 1편하고 같이 즐길수 있다는거랑 2편 마지막 비극을 구원해줄 루프된 1편을 같이 내준건 정말 최고의 수였다고 생각합니다
2편 기획이 처음부터 있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2->1로 이어지는 이 스토리 연계는 정말 좋았습니다. 두 작품의 스토리나 캐릭터의 상호보완적 면모도 평가할만 하고.. 긴 플탐이 아깝지 않은 감동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