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생각하는 시간 오후 1시 50분
두 시간의 생방송이 끝나갈 무렵
또다시 그 시간이 와요
몽고 추장을 닮은 손님이 다녀갔고
긴장은 누그러지고
하루에 한 번씩 지나가는 버스처럼 저만치서 오는
당신을 생각하는 시간 오후 1시 50분
그 시간은 양철 지붕 같은 내 마음을
요란하게 두드리며 번개처럼
드럼 비트처럼 와요
때로는 그냥 지나갔으면 싶지만
정류장에 서 있는 내가 아니면
종점에서 떠나지도 않았을 그 버스를 기다리는
나,라는 단 한 사람
(이 버스가 아니니 나는 타지 않는다)
무언의 표시를 해도 마음의 정류장에
기어이 서고 마는 당신
노선표 위로 부는 바람이 빙글
야릇한 화살표를 그리고
광고판 속 아저씨가 씩 웃으며 나를 보는 동안
그 버스는 오죠
정류장에 있는 나를 위해
버스가 서고 문이 열리면
난 그 버스를 타요
아니 실은 허공의 계단을 밟아
지나간 바람의 노선을 따라갈 뿐
그 버스를 타지 못해요
오후 1시 50분은 지나가니까
당신은 대답이 없으니까
대신 나는 당신에게 보낼
소포가 있는 사람처럼 굴어요
머뭇거리며 빈 손짓을 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 실은 그래요
그리움이라 쓰는 동작이죠 그것밖엔
없어요 당신은 오늘도
떠나갔으니까
지나갔으니까
그리움을 싣고 떠난
노래도 사진도 그림도 몸짓도 하여튼
내 영혼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태우고 오후 1시50분이라는 시간이 떠나면
그 모든 건 가슴 아픈 시가 되어
다시 내 마음에 반송됩니다
생방송이 끝나가려 해요
당신의 텍스트
성기완, 문학과지성 시인선 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