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수업 중에 손 번쩍 들고 큰 소리로 던지는
즉흥 질문에는 즉흥으로 대답하지만
수업 끝나고, 쭈뼛거리며 와서, 모기 소리로
정말 몰라 던지는 질문에는
답하기가 어렵다
더듬는 말에는 더듬게 된다 네가,
그걸 모르는구나, 나도
모른단다
저 시끄러운 티브이는 내가 조금 모르는 의문
저 높은 아파트는 내가 아주 조금 모르는 의문
저 크고 희멀건 관청과 빌딩과 궁궐은 내가,
아주아주 조금 모르는 의문
그렇지만 사월이 와서, 이 세상에 홀연 다른 세상이 덮
일 때
날이 밝거나 어두워지듯 발 디딜 곳 없이 스미는 꽃잎
들 풀잎들은
내가, 많이 아는 의문
세세연년 죽었다 되살아나는 이 많은 녹색들은
내가 아주 많이 아는 의문
부활은 내가, 아주아주 많이 아는 의문
이제 의문이 세상을 덮었으니
의문이 답이구나
온 세상이 질문으로 가득 찼으니
질문만이 대답이구나
부활은 묻고,
부활은 묻네
사월에게 엎드려 묻네
부활을 묻네
사월에게 물으려 하네
부활은 우리가 아주아주 많이 아는 의문,
너는 정말 묻고 있구나
나는 정말 대답한단다
나는 정말 모른단다
끝없는 사람
이영광, 문학과지성 시인선 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