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공포는 아닌 점 양해바랍니다. 꿈에 대한 글을 보고 제 경험담을 한번 이야기해보고 싶어서요.
제가 군대 있었을때, 자대배치 받고 이등병 부터 ~ 일병 초,중반 까지 계속해서 일주일에 2,3 회씩은 꼭 꾸던 꿈이 있었습니다.
꿈 속에서는 제가 군인이 아니고 민간인의 신분이고, 군대 선후임이나 동기들은 전혀 나오지 않고 대학교 친구들이나 고등학교 친구들, 동네 ㅂㄹ친구들만 등장하여 같이 맛있는 것도 먹고, PC방도 가고, 재밌게 놀면서 입대하기 전처럼 즐겁게 놀아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는 점점 제 몸이 가벼워 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친구와 같이 길을 걸어도 저는 한 발을 떼면 다음 발까지 2~3걸음을 도약하기도 하고, 달에 온 사람처럼 걸음 걸음마다 두둥실 떠서 부유하며 걷게 됩니다.
몸이 가벼워지고 땅에 온전히 붙어 움직이지 못하며 마치 발이 닿지 않는 수영장에 빠진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친구들은 제가 몸이 가벼워지고 때문에 불안정감을 느끼는 사실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평소와 같이 서로 떠들고, 저에게도 말을 걸어요.
하지만 제 몸은 점점 더 가벼워져 나중에는 책상이라던지 기둥, 친구들의 옷자락을 움켜 잡지 않으면 하늘로 날아가버릴 만큼 가벼워집니다.
도와달라는 말을 하려고 숨을 들이쉬면 정말로 휙하고 날아가버릴 것 같은 불안감에 저는 도움도 청하지 못하고 딱 헬륨 풍선처럼 완전히 부유해서 미친사람처럼 다급하게 이것저것 손을 뻗어 붙잡으려 합니다. 이 와중에도 친구들은 제 이변을 전혀 알지 못하는듯 너무나 평소처럼 행동합니다.
이내 결국 너무나 가벼워진 저는 헛손질만 반복하다 하늘로 떠버리고, 친구들에게 소리쳐봐도 점점 높은 하늘로 날아가버리다 잠이 깨곤 했습니다.
저는 꿈을 꾸면서도 이게 대체 무슨 꿈인가에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어요. 워낙에 신경쓸 것도 많고, 이것저것 외우고 눈치보느라, 그리고 무엇보다 이게 그렇게 자주 반복되고 있는 꿈이라는 자각이 약했습니다. 저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꿈을 꾸다 확 일어나는 경우에는 '와 방금 이런 꿈을 꾸었구나' 하는 생각보다 쏟아지는 잠에 그냥 다시 누워 잠들어버리고, 아침에 눈을 뜬 다음에야 '아 그러고 보니 간밤에 이런 꿈을 꿔서 확 일어났엇지' 하는 자각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당시에 잠 자다 일어나는 경우라면 6시 30분 기상나팔 소리에 0.5초 기상 후 침구 정돈, 생활관 불 켜고 전투복 환복하는 일상 루틴이나, 새벽 초소 근무 전에 불침번 근무자(무조건 선임병사)가 후레시 켜고 '야, ooo 일어나' 하는 소리에 후딱 일어나서 환복하고 근무나가는 경우 처럼 정신없이 몸을 움직이는 환경이다 보니 꿈을 꾸어도 이에 대한 자각이 약했죠.
그러다가 이게 몇달을 반복하다보니 정시 기상이나 야간 근무 기상이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기상시간보다 약간 일찍 일어나는 일이 몇번 있다보니 그때부터 점점 '내가 이런 꿈을 반복해서 꾸고 있구나' 하는 자각이 생겼습니다. 그때부터는 평소와 같은 번개 기상 이후에도 꿈을 꾼 날에는 약간의 자각이 남았습니다. 그로부터 숫자를 대강 세어보니 일주일에 못해도 2번씩은 같은 꿈을 꾸고 있더군요.
그래도 왜 그런 꿈을 꾸는지는 잘 모르고 그냥 '약간 신기한 일이 있네' 정도의 수준으로만 받아들이고 군생활을 하고 있었죠. 그러다 이 꿈의 의미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꿈이 반복되던 현상이 멈추고 난 뒤였습니다. 대략 일병이 되고 3~4 달은 지나고 난 뒤에 언젠가 갑자기 이제는 제가 더이상 같은 꿈을 꾸지 않다는 생각이 든거에요. 이게 멈춘지도 모르게 그냥 그렇게 자연스럽게 멈추고 난 뒤였습니다.
이제는 꿈을 꾸어도 몸이 가벼워지지도 않고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제가 나오고, 꿈의 무대는 민간사회인 경우 만큼이나 훈련장, 생활관과 군대 선후임, 동기들이 등장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저는 그 꿈이 아직 군대라는 폐쇄적인 집단에 들어와서 일상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 현실을 뇌는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에 대한 스트레스를 민간사회의 땅에 발을 붙이고 싶지만 결국은 인식 한켠에 자리한 현실자각과 두려움으로 인해 민간사회와 분리되어버리는 꿈으로 나타나고 있던게 아닐까 싶더군요.
슬슬 군대에 적응도 되었고, 이제 군대에 있는게 그렇게 불편하지만은 않은 시기가 찾아오니 자연스럽게 꿈이 멈춘 것 역시 그렇게 생각하니 말이 되더라구요.
군 전역 이후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 적이 있는데, 그 역시도 제 현재 마음 상태와 걱정거리와 연관하면 자연스럽게 의미가 보이더군요. 꿈이 무슨 대단한 예지를 한다거나 길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관심사나 걱정거리 같이 제 정신상태를 그저 투명하게 반영한 결과인데 이걸 완전히 해체해서 텍스트 변환해 띄워줄 수는 없으니, 이 두루뭉술한 느낌 덩어리를 제게 익숙한 방식으로 풀어서 보여주는게 아닐까 해요.
설사 나와는 완전히 연관성이 없는 뚱딴지 같은 꿈이라 해도, 그 역시 무언가는 분명 강하게 연관되는 경험이 제 머릿속에는 있더군요. 가령 제가 용맹하게 적들을 베어넘기는 장군이 되는 꿈을 꾸었다면, 몇 일전에는 세계의 명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로망에 젖어서 재밌게 보았다는 식으로요.
끝까지 완독하지는 않았습니다만 프로스트의 '꿈의 해석' 에서도 프로이트는 꿈을 '초자아가 현실에서 다 이루지 못한 욕망의 발현' 정도로 보더군요. 내가 강하게 인식한 무언가는 꿈에 등장하게 된다는 것이죠. 그게 의식의 인식이던, 무의식에 인식이던.
그 뒤로는 꿈을 꾸고 난 뒤에는 이게 무슨 이유로 이런 꿈을 꾸게 되었나 가만히 누워서 생각해봅니다. 그러면 의미를 나름대로 찾아내는 재미가 있더라구요.
꿈을 깨어나서 잘 기억하시다니 부럽습니다 저는 분명 꿈을 꾼거같은 자각은 있는데 내용이 생각나는경우는 거의 없어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