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3] 착각하게 만드는 게임, 드래곤볼 파이터 Z
개인적으로 이번 E3 2017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타이틀을
하나 뽑으라면, 아크 시스템 웍스에서 개발하고 있는 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의
'드래곤볼 파이터 Z'를 꼽고 싶습니다. 이미 게임쇼 이전에 유출이 되었음에도
실제로 구동되는 화면을 볼 때의 임팩트는 어머어마한 것이었습니다.
원작 연재 종료 후 22년만에, 드디어.
최근에는 모 작품으로
인해 육공 소리까지 듣는 드래곤볼이지만, 정말로 많은 게이머들이 원했던
방향이 이런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어쨌든 장르는 대전 격투 게임이고
대전 격투 게임에는 밸런스나 시스템이 중요하지만, 하나의 캐릭터 게임으로
보았을 때 이 정도 연출이라면 다른 부분은 솔직히 어떻게 되어도 상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원작의 팬들은 물론,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게이머나
어린 게이머들의 눈까지 연출로 사로잡았습니다.
이런 생각은 저만 하는 것은 아니어서 게임쇼 기간
내내 정말 많은 관람객이 드래곤볼 파이터 Z를 플레이하기 위해 몰렸지만
다행스럽게 MS 부스에서 미디어 시연 시간을 이용해 플레이해볼 수 있었습니다.
데모 버전은 손오공, 손오반, 베지터, 프리저, 셀, 마인 부우까지 6명을
플레이할 수 있었고, 캐릭터 셀렉트 화면에서 커서가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부분에서는 아크 시스템 웍스의 대전 격투 게임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시작합니다.
스테이지는 천하제일무도회 대회장과 나메크성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나메크성은 하나의 모습만 있는 게 아니라
환경이 바뀌기도 합니다. 우주선을 타고 도착한 직후 평온한 나메크성에서
싸우기도 하고, 초 사이야인 버전 손오공과 프리저가 마지막 혈투를
벌이던 당시의 처절한 모습의 배경까지 적절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1대1 대전이 아니라 3대3 대전 방식인데, 아직 20% 정도 개발이 진행된
버전임에도 6명의 캐릭터 데이터를 불러오는 데 로딩이 상당히 짧은
편이었습니다. 게임을 플레이해본 소감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착각을
하게끔 하는 게임이란 인상이 강했습니다. 간단한 조작을 하는데, 그냥
대시 버튼 하나 눌렀을 뿐인데 화면에는 어마어마한 장면이 연출됩니다.
이 정도로 멋지면 진짜 제가 잘난 것 같아서 으쓱하기도 합니다.
아크
시스템 웍스의 대전 격투 게임이 복잡하고 어려운 시스템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좀 더 대중적인 캐릭터 게임이기 때문에 조작법도 간단하고 시스템도
이내 익숙해질 정도로 쉽습니다. 커맨드는 파동 계열 정도이고 버튼
조합만 잘 숙지해두면 어려움 없이 드래곤볼 애니메이션을 아득히 초월하는
화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버튼을
많이 쓰긴 하지만 실제로는 간단한 조작으로 굉장히 멋진 장면이 연출된다.
상대를 띄우고 쫓아가는 장면이나 캐릭터가
쓰러지고 다음 캐릭터가 전환될 때 등장하는 연출은 솔직히 그 어떤
드래곤볼 관련 애니메이션보다도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과잉 연출이라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드래곤볼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싸운다고 하면 이 정도의 연출은 당연하다고 저절로 납득이 됩니다.
길티
기어 Xrd 시리즈로 마치 2D 애니메이션 같은 3D 그래픽 구현을
보여주었던 아크 시스템 웍스는 본 작품에 이르러 제대로 물이 오른
모습을 과시합니다. 언리얼 엔진이 있어서 참 다행이란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손오공이 아직 오공이던 시절의 멋진 모습으로 순간이동 에네르기파를
날리는 모습은 팬에겐 감격스러운 장면일 것입니다.
기본적으로는
2D 방식의 화면이지만 몇몇 포인트가 필요한 곳에서 카메라 앵글이 바뀌고,
잠시 연출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과감하게 앵글이 바뀌고 캐릭터를 비추기도
합니다. 과거 3DS로 아크 시스템 웍스가 만들었던 초궁극무투전에서처럼
늘어지는 연출이 아니기 때문에 흐름을 끊는 우를 범하지도 않았습니다.
기술
커맨드도 간단한 파동 계열 정도.
2편 이후의 마블 vs. 캡콤 시리즈 처럼
플레이 도중 다른 캐릭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쿨타임만 되면 다른
캐릭터로 스피디하게 체인지해서 싸울 수도 있습니다. 강력한 기술을
쓸 때 동료 캐릭터가 가세해서 더 강력한 기술을 함께 내지를 수도 있습니다.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전투 공간이 엄청나게 넓은 것이 아니고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예전 초무투전 시리즈같은 느낌이 아니라 일반적인 대전
격투 게임에 가까운 감각으로 찐하게 싸우게 됩니다.
드래곤볼
세대 아재가 흥분해서 너무 좋은 소리만 쓴 것 같지만, 아직 완성되기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하지만, 대전 격투 게임은 보는 것과 실제 플레이하는
것을 구분해야 하긴 하지만 몇 분의 트레일러 영상만으로도 내년 발매일을
기다릴 이유는 충분해 보입니다. 기공파 대결이 빠진 것에 아쉬워 하는
분들도 많지만, 개발사에서는 빠른 대결 흐름을 가져가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인터뷰를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원작의 모습을
오히려 애니메이션보다 더 멋지게 재현한 캐릭터 게임으로도, 그리고
대전 격투 게 전문 개발사 아크 시스템 웍스가 만드는 대전 격투 게임으로도
기대되는 드래곤볼 파이터 Z는 2018년 초 BNEK를 통해 한글판으로
출시될 예정이며 발매 기종은 PS4와 Xbox One, PC입니다.
이상원 기자 petlabor@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