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분들이 창세기전이라는 IP에 얼마나 진심인지는 솔직히 알 것 같아요. 왜 이런 식으로 만들게 됐는지도 짐작이 되고. 열심히 하려는 노력과 진심은 알겠는데, 방향을 잘 못 잡은 것 같아서 참 유감이네요. 우리가 스테이크 집에 가는 이유는 맛있는 스테이크를 먹고 싶은 거지,가니쉬로 나오는 아스파라거스를 기대하는 게 아니잖아요. 오늘 아침에 막 따온 싱싱한 유기농 아스파라거스를 최고급 알래스카 소금으로간을 해서 내오면 뭐한답니까. 막상 스테이크는 별로인데.
결과물이 어떻든 그동안 많이 노력하셨을 창작자분들에 대한 존중을 표하기 위해, 일단 칭찬으로 시작할게요.
1.서사, 캐릭터, 그리고 세계관
창세기전의 역사와 설정을 정리하는 데 큰 노력을 다한 건 확실히 칭찬할만 하다고 봅니다. 3,40대 아재들이 창세기전을 인생 게임으로 꼽는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강한 여운을 남기는 스토리와 캐릭터성인 게 사실이니까요. 첫 두 챕터만 봐도 개발사에서 이 부분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가 아주 잘 보이더라구요. 스트라이더와 사라 사이의 깨알 플러팅이라던지, 캐빈이 실버애로우를 위해 희생하는 부분이라던지,아니면 번스타인이 베라딘 뒷다마를 하는 부분이라던지. 제 기억으로 원작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좋은 시도라고 봐요. 안타리아의 책이었나각종 캐릭터나 지역을 설명하는 탭도 세계관 관련 정보 찾아보기 좋아하는 오타쿠 입장에서는 꽤 인상적이었고요. 솔직히 이런 작업은 시리즈를 정말 아끼고 애정하는 오타쿠가 아니면 하기 힘든 작업이니까요. 서사와 캐릭터, 그리고 세계관에 대해서는 아주 많이 칭찬하고 싶고,실제로 꽤 기대가 되네요.
2. 일러스트, 특히나 무기 일러스트
솔직히 좀 놀랐어요. 딴 건 몰라도 무기 일러스트는 아주 훌륭하더라구요. 엑스칼리버나 실피드는 물론이고 어떻게 된 게 심지어 낡은 장검도이렇게 힘을 줄 일인가 싶을 정도로 디테일하게 잘 나왔습니다. 무기 일러스트 그린 팀원들이 돌아가면서 디렉터 뺨을 후려 때려도 무죄라고봐요.
캐릭터 일러스트는 호불호가 있을 수 있어서 길게 얘기하진 않을게요.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라시드의 양배추 머리랑 GS의 더벅머리 샤기컷만 빼면요.
3) 음악
편곡이란 게 참 딜레마가 큰 작업인데, 꽤 잘 한 것 같아 좋아요. 추억 보정이 심하게 들어갔기 때문일까, 저는 창세기전2 음악을 아주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사실 리메이크에서 음악 부분에 걱정이 꽤 컸어요. 원작의 음악과 너무 비슷하면 올드하게 느껴지고, 너무 다르면 또 이질감이 느껴져서 거부감이 드니까 말이에요. 제 개인적인 평가는 그 중간 어디에선가 줄타기를 잘한 것 같아요. 유튜브에서 댓글을 보니까 음악에대해서 호불호가 좀 있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호네요.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문제점들을 얘기해 볼게요. 개발자분들이 시리즈에 애정이 있는 것도 알겠고, 노력을 했을 것도 알겠는데. 솔직히 데모 버전만 봐서는 문제가 너무 너무 많으니까요. 단점이 너무 커서 장점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요.
1) 그래픽 문제는 넘어가 주도록 해요.
다들 그래픽에 대해서 많이들 얘기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노포 국밥집 외관이 좀 허름하고 더러우면 어때요.국밥만 맛있으면 됐지.
그리고 저만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솔직히 다들 “스위치 성능 때문이지 우리 개발사 형들은 문제 없어” 라고 쉴드 치는 게 그냥 꼴 보기 싫은거잖아요? 그래픽 좀 구리면 어때요. 게임만 재밌으면 됐지.
그래요. 게임만 재밌었으면…
2) 3D 모델링과 전투 이펙트
사실 이해는 가요. 창세기전에 나오는 주요 캐릭터가 한둘이 아니니까요. 예를 들어 파이널 판타지 같은 경우에는 많아 봐야 열명 남짓 되는메인 캐릭터에 잔뜩 힘을 주고 나면 나머지는 적당히 대충대충 만들어도 괜찮잖아요. 창세기전은 워낙 개성 있고 인기 있는 캐릭터들이 많다보니 그 많은 캐릭터에 비슷비슷한 수준의 공을 들이려다 보면 전반적인 퀄리티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겠죠. 그리고 초필살기도 한 둘이 아니고요. 실제로 포켓몬스터 시리즈도 비슷한 이유로 3D 모델링과 스킬 이펙트 관련한 문제를 겪고 있는 것 같구요.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팬심으로, 추억의 게임에 대한 사랑으로 봐주려고 해도, 이건 아니죠. 블리자드 스톰은 정말 잘못 됐어요. 해도 해도너무 해요. 욕을 먹어 싸죠. 창세기전2가 30년 전에 그렇게 인기가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 당시로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화려한 초필살기와 마법이었잖아요? 적어도 데모 버전에 나온 블리자드 스톰은 정말 아니었어요. 그래서 그런가다른 초필살기들도 전혀 기대가 되지 않구요.
3) 전투. 모든 문제의 핵심
SRPG의 핵심은 전투죠. 스테이크 집에 가면 가니쉬가 어떻든 스테이만 맛있으면 장땡이고, 제육볶음 집에 가면 밑반찬이 어떻든 제육볶음만 맛있으면 돼죠. 다른 게 다 개판이어도 전투만 좋았다면 괜찮았을 거에요. 전투가 괜찮았다면 다른 장점들도 더 부각돼서 보였을 거고. 문제는 전투가 엉망이란 점이죠.
전투에서의 캐릭터성이 부재해요. SRPG로서 창세기전 리메이크가, 적어도 이번 데모 버전이 망작인 건 바로 이 점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얘나, 쟤나, 또 다른 애나, 싸우는 방식이 다 그게 그거니까요. 성기사단이 싸우는 방식이나, 발키리가 싸우는 방식이나, 레인저가 싸우는 방식이나, 심지어 흑영대가 싸우는 방식도 다 똑같아요. 1) 다가간다. 2) 뚜까 팬다. 오직 하야 하나만 유일하게 다르구요.
흔히들 갓겜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을 생각해보자구요. 비교하는 거 자체가 모욕적이긴 하지만 발더스 게이트 3를 생각해보면. 무기로 냅다 패죽일 수도 있고, 이빨을 잘 털어서 그냥 지나갈 수도 있고, 친한 척 다가가서 뒤에서 암살을 할 수도 있고, 멀리 숨어서 화살을 날릴 수도 있고, 절벽에 냅다 집어 던질 수도 있고, 같은 편끼리 싸우게 만들어서 죽일 수도 있고, 기름통을 모아둔 장소로 유인해서 불태워 죽일수도 있고, 그 외에 무수히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전투를 할 수 있다 보니 생각하는 재미가 있고 전투가 재미있죠. 발더스 정도는 아니지만 파이어 엠블렘만 생각을 해봐도 그래요. 다양한 클래스가 있고, 클래스마다 싸우는 방식이 다르죠. 인게이지에서는 반지를 사용한 변신을 하면서 전투의 다양성이 배가 되고. 창세기전은 무슨 모든 캐릭터가 똑같이 그냥 다가가서 뚜까 패는 게 끝이니까 전투가 지루해요. 적을 마주칠 것 같으면 그냥 전투를 피하고 싶어요.
캐릭터 뿐만 아니라 전투 환경도 단조로워요. 타일의 특성이 없이 모든 타일이 똑같아요. 어떤 타일은 스테이터스 변화를 만들어낸다든지, 공격의 방식이 획기적으로 바뀐다든지 하는 식으로 다양한 환경이 주어져야 전략이 살 텐데 말이죠. 타일 뿐 아니라, 각각의 맵 마다 각자의 재밌는 기믹이 있다든지 해야지. 전투 환경이 이렇게까지 단조로울 일인가 싶을 정도로 다 똑같아요. 날씨 변수가 있는 건 고무적이긴 한데, 솔직히 크게 기대가 되지는 않네요. 30년전에 나온 원작에도 있는 시스템이었고, 2023년에는 훨씬 더 다양한 전투 환경을 제공해야죠. 설원에서는 불마법이 약하고 레인저랑 발키리가 유리하다고 하는데… 그게 진심으로 흥미로운 전략성을 제공할거라고 믿는 건가 궁금하네요. 우리가 창세기전에 슈퍼 마리오 원더 정도의 전투 기믹을 기대하는 게 아니잖아요.
마지막으로 리더 시스템. 누가 리더로 움직이든 다 똑같을거면 리더 변경은 왜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리더가 바뀌면 타격 방식이 달라지고회피나 패링 방식이 달라지기는 하는데. 그게 재밌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직 초반부라 그렇고 이후에는 좀 더 재밌고 다양한 무언가가 나올까 희망을 걸어보는데, 제 가슴 깊숙한 어디선가 헛된 희망은 버리라고 하는 것 같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개의 희망을 가져봐요. 아마도 무의미하겠지만.
1) 상성 시스템
SRPG에서의 전략성의 핵심은 클래스 간 상성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파엠에서 칼은 도끼를 이기고, 도끼는 창을 이기고, 창은 칼을 이기죠. 비슷한 예로 포켓몬스터에서 물은 불을 이기고, 불은 풀을 이기고, 풀은 물을 이기구요. 창세기전2 리메이크에도 UI에서 강조되지는않았지만 클래스 간 상성이 있기는 하더라고요. 상태 창을 보면 밑에 아주 작게 말이에요. 클래스 간의 상성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엮여 있는지에 따라서 이후 챕터에서 전략적인 플레이가 가능할 수도 있겠다 싶어요. 첫 두 챕터는 성기사 계열, 발키리 계열, 레인저 계열 위주였지만,이후에 GS가 용병대를 이끌면서부터는 아주 많은 클래스가 나올테니까요. 아마도. 바라건대. 그 때가 되면 클래스 간의 상성에 따라 재미있는 전략들이 나오길 기대해 보려고요.
흑영대 싸우는 거 보면 레인저 싸우는 거랑 크게 다르지 않은데 무슨 기대를 하냐 싶기도 하네요…
2) 성장 시스템
데모 버전에서는 아직 성장 시스템이 나오질 않았죠. 사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궁금해요. 캐릭터들이 성장을 하고 전직을 해 감에따라 어떤 스킬과 능력을 배우는지에 따라서 이후 챕터가 재밌어질 수도 있으니까 말이에요. 데모 버전은 다들 저렙이다 보니 전투 방식이 다들 대동소이한 건가 라고 생각을 하면 희망이 아예 없는 건 아닌 것 같기도 해요. 우린 이제 막 튜토리얼을 한 거니까요.
마지막으로, 창세기전 시리즈의 오랜 팬으로서 리메이크 시도에 아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발자분들 발매까지 남은 한달 동안 다들 힘내주시길 바랍니다.
진짜 그래픽은 별 문제가 아니에요 게임 뼈대만 문제 없으면 얼마든지 실드 쳐줄 수 있느데 기본적인 것들이 안되고 불편하고 답답하니 깔건 죄다 까버리는 거
솔직히 밑반찬도 형편없어요. 메인 디시가 워낙 개판이니 그나마 나아 보이는거지
저도 세계관이런거가 신경을 많이 쓴거 같아서 시간이 가면 갈수록 게임의 몰입도가 좋아질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데 RPG특성상 기술이나 시스템이나 전부 초반부터 화려하지는 않잖아요. 파판도 소환수가 나오는건 보통 중후반이고 파엠도 몇챕터는 그냥 인트로고 재미있어지는건 한 5챕터정도 부터가 아닌가 합니다. 확실한건 유닛들이 다 너무 비슷하다는건데 뭐 이건 나중에 마장기나 마법사나 여러 유닛들이 더 나오면 달라지지않을까요?
진짜 그래픽은 별 문제가 아니에요 게임 뼈대만 문제 없으면 얼마든지 실드 쳐줄 수 있느데 기본적인 것들이 안되고 불편하고 답답하니 깔건 죄다 까버리는 거
근데 RPG특성상 기술이나 시스템이나 전부 초반부터 화려하지는 않잖아요. 파판도 소환수가 나오는건 보통 중후반이고 파엠도 몇챕터는 그냥 인트로고 재미있어지는건 한 5챕터정도 부터가 아닌가 합니다. 확실한건 유닛들이 다 너무 비슷하다는건데 뭐 이건 나중에 마장기나 마법사나 여러 유닛들이 더 나오면 달라지지않을까요?
저도 세계관이런거가 신경을 많이 쓴거 같아서 시간이 가면 갈수록 게임의 몰입도가 좋아질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론 전투의 속도가 너무 느린점부터 시작해서 모험모드에서 달리는게 따로 없다는점 등 템포가 너무 느린게 가장 답답하더라구요. 파엠처럼 버튼하나 할당해서 배속모드 주고 모험모드에서 달릴 수 있게 해주고 비전투시에도 물약 사용 가능하게 해주고 평타는 스킬에서 빼주고 케릭터 선택할때 이동 고르는거 없이 바로 이동하게 해주고 이정도 단점들만 고쳐도 할만한 게임될것 같은데 남은 한달동안 이중에 얼마나 개선시킬것인지 아니면 거의 그대로 내놓을지 이 부분이 가장 궁금하네요. 창세기전에 추억이 워낙 많고 각별해서 한정판으로 했는데 정식 제품판은 좀 다듬어줬으면 싶습니다.
라시드 용비늘컷은 좀 심했어
솔직히 밑반찬도 형편없어요. 메인 디시가 워낙 개판이니 그나마 나아 보이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