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5는 전작(2008년에 PS2로 나온 페르소나 4)으로부터 근 8년 만에, 국내에는 일본 현지 발매(2016년 9월) 이후 거의 9달 만에 발매된 페르소나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5편으로 페르소나 시리즈나 아틀라스 게임을 처음 접한 유저들에게는 다르겠지만, 꾸준히 전작들을 해왔던 유저들에게는 신선함이나 새로움, 참신함보다는 익숙함과 전작들의 그림자가 느껴진다. 좋게 말하면, 전작들을 계승하여 개량하고 보완하여 전작들의 재미와 완성도를 일정 부분 보장한다고 볼 수 있고 다소 부정적으로 말한다면 전작들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아 전작들이 별로였다면 5편도 별로일 수도 있다. 사실 이는 비단 페르소나 5편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시리즈물의 최신작들이 갖고 있는 장단이다.
페르소나 시리즈는 외전을 제외한 본편 기준으로 첫 작품이 나온 지 벌써 20년이 지났고 5편째라 역사가 짧지 않다. 시리즈의 색깔이 2006년에 PS2로 나왔던 3편에서 격변했는데, 이번 5편 역시 직접적으로는 1, 2편보다는 3편과 4편의 연장선상에 있다. 고등학생의 일상을 커뮤니케이션(5편에서는 코퍼레이션[코옵]으로 명칭이 변경됨)이라 불리는 주변인들과의 인연을 맺는 시스템 위주로 표현해 인연의 힘으로 일종의 이능력인 페르소나 능력을 강화시키고(정확히는 페르소나를 합체할 때 경험치 보너스를 받는다거나 인연을 MAX까지 찍으면 숨겨져있는 최상위 페르소나가 해금된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비정상적인 일상에서는 던전(3편에서는 타르타로스, 4편에서는 심야 텔레비전, 5편에서는 팰리스)에 들어가서 섀도(페르소나와 반대되는 사람의 어두운 면이 구체화된 것들)와 싸워나가는 게임의 기본적인 뼈대는 3편에서 정립되어 이번 5편에서도 거의 그대로 이어진다.
던전을 주로 탐색하고 전투가 주인 페르소나 시리즈의 본가였던 진 여신전생 시리즈와는 다르게 일상 파트가 게임에서 차지하는 분량이 많아 흡사 비주얼 노벨 장르나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할 정도다. 어찌보면 비주얼 노벨과 SRPG가 섞여있는 과거 세가의 간판 프랜차이즈였던 사쿠라 대전 시리즈와도 비슷하다. 물론, 게임의 중요한 뼈대가 되는 전투 시스템은 진 여신전생 시리즈, 특히 3편 녹턴의 '프레스 턴'시스템을 가져와 속성과 약점 공격, 약점 공격이나 크리티컬 공격으로 추가 턴을 얻는 턴제 전투를 가져왔다. 속성과 약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단순하게 공격과 힐로만 전투를 때울 수 없고 적의 속성과 아군의 속성을 고려하며 전투를 해야 순식간에 게임 오버가 되는 상황을 피할 수가 있다. 다만, 게임이 후반부로 진행될 수록 또는 보스전에서 아군이나 적이나 무효나 반사 속성 등이 생기고 특별히 약점이 없는 경우들이 생겨나기도 한다.
일상 파트는 크게 낮, 방과후, 저녁으로 나뉘는데 배짱, 지식, 재주 등의 스탯을 공부나 배팅 미니 게임 등으로 올리거나 사람들과 만나 인연을 쌓아 코옵 수치를 높일 수가 있다. 특히 코옵은 게임의 메인 스토리 이외에도 각기 서브 스토리들을 가지고 있어 단순히 페르소나를 만들때 유리하기 위해서 노가다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플레이어로 하여금 페르소나 5의 세계관에 한층 더 몰입하게 만드는 주요 요소다.(특히 여성 캐릭터들의 경우에는 어지간하면 모두 연인 관계까지도 갈 수 있다.)
한편, 게임을 하면서 팰리스나 메멘토스같은 던전들도 가야하는데 메멘토스의 경우에는 랜덤 맵 형식이며 주로 서브 퀘스트나 각종 노가다(레벨, 돈)를 할 수 있고, 팰리스는 게임이 진행되면서 스토리상 진행해야하는 던전들이다. 특히, 이번에 팰리스의 경우에는 주인공들이 잠입해서 보물을 훔친다는 콘셉트로 전작들의 던전과는 다르게 각기 팰리스마다 여러 가지 퍼즐 기믹을 넣어 단순히 던전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게 아니라 차별화를 주었다. 다만, 퍼즐적인 요소가 두뇌를 써서 문제를 풀거나 하는 것보다는 구역별로 왔다갔다 하면서 잠겨있는 구역을 해제하고 넘어가고 아이템을 구해서 막힌 곳에 아이템을 넣어 통과한다던가하는 식이라 하는 사람에 따라 맵을 뺑뺑이시키는 노가다를 하는 것처럼 느끼게 할 수도 있다.
그리고 3편부터 이 시리즈는 각종 메뉴 디자인, 인터페이스 등을 굉장히 스타일리쉬하게 만드는 특징이 있는데, 이번에도 빨간색을 주요 컬러로 다른 게임에서 보기 힘든 화려한 디자인을 보여준다. 다만, 전투가 끝나고 전투 결과가 나타나는 디자인이 로딩을 눈속임하는 용도인지 스킵이 되질 않아서 안그래도 플레이 시간이 긴 게임이라 처음에는 화려함에 우와하다가도 이내 빨리빨리 하고 싶은데 스킵이 안 되서 답답해진다. 거기다가 특유의 BGM이 좋기로 유명한 시리즈인데 이번에도 굉장히 좋다.
게임의 스토리는 제작진이 콘셉트로 밝혔듯이 피카레스크 장르를 따라 주인공들이 비일상의 세계(게임에서는 '인지 영역'이라고 부름)에서 도둑이 되어 교묘하게 또는 대놓고 법의 처벌이나 심판을 피해가는 사회적인 각종 악인들의 마음을 뺏어 그들의 개심(잘못된 마음을 바로 고침)시켜 법 테두리 바깥에서 그들을 심판시키는 내용이다. 이 스토리 안에는 엔자이(유죄율이 90%에 이르는 일본 사법 체계에서 누명을 뒤집어 쓰는 사례들이 생겨 이러한 사회적인 문제들을 지칭하는 용어)와 사회적인 낙인 문제, 정치나 타인에 무관심하고 자극적이거나 유행에만 관심을 가지는 대중들, 정경유착과 관료주의 문제, 기성세대와 세대 갈등 문제 등 일본의 사회적인 문제들(더 나아가 충분히 일본 말고도 우리나라 등 현대 사회에서 생각해볼 만한 사회적인 문제들)을 꽤나 대놓고 그저 학원물로 가벼워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사실 게임의 진행 과정도 3, 4편의 내러티브에서 많이 따와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사회적인 문제들을 5편에서 더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점은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발매 전부터 한국 정식발매판에는 삭제되었지만 모 캐릭터의 신발에 있는 욱일기 무늬가 있어 극우주의 또는 혐한 게임이라며 유저들간에 논란을 일으켜왔는데 정작 게임에서는 기존의 사회 문제들을 꽤나 노골적으로 까면서 정치사상적으로 진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게임의 분량이 상당히 긴데(보통 1회차 엔딩까지 80시간정도) 갈수록 다른 게임들이 최근에 플레이 타임이 줄어들거나 멀티 플레이 위주로 나온다는 점에서는 굉장한 강점이다. 다만 플레이 타임은 전작들 보다 길어졌지만 중후반부의 급전개로 전반적인 스토리 분량은 전작들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느낌이고, 오히려 1회차 플레이 타임이 부담스러워서 특별한 다회차 요소가 있지 않은데(1회차의 인간 스탯, 페르소나 전서, 아이템, 소지금 등이 계승된다.) 다회차를 하기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가 있다. 또한 게임이 일상과 마찬가지로 내러티브 역시 반복적이다. 그리고 내러티브의 진행 속도가 느긋하게 진행되다가 중후반부에 특이점을 지난 후에는 급박하게 흘러가다가 급박하게 엔딩을 맞이해 분량 조절이 실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요약하자면,
1. 새로움보다는 전작들의 +a로 전작들과 여러 가지 부분(게임성, 게임 진행, 내러티브 등등)이 비슷하다.
2. 비주얼 노벨과 육성 시뮬레이션, 턴방식 전투의 RPG가 잘 융합되어 있다. 이러한 장르들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재미를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다.
3. 게임의 그래픽 디자인, 음악, 스토리나 게임이 다루는 사회적인 내용들이 특색이 있다.
4. 발매 전 욱일기 무늬 등으로 극우나 혐한 논란과는 다르게 게임 내적으로는 정치사상적으로 진보적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를 어떻게 볼지는 게임을 해보고 유저가 판단을 해봐야 할 것 같다.
5. 플레이 타임이 긴 것은 플레이 타임이 점점 줄어드는 최근의 다른 게임들과 비교해서는 장점이지만 다회차에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6.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거부감, RPG나 턴 방식의 게임, 텍스트가 많은 게임들을 싫어하거나 혐오하지 않는 이상 여러가지 면에서 페르소나 5편은 충분히 한번 쯤은 해볼 만한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