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개인적으로 뇌절이라고 생각했던 파트 1보다 많은 부분이 보완되어 적절한 난이도로 되돌아 온 것 같고, 리부트 둠 시리즈의 결말을 잘 맺었다고 생각합니다.
1. 전투
먼저 새로운 무기인 해머가 개인적으로는 크루시블보다 훨씬 유용하고, 전투의 깊이를 더해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연히 데미지는 타이런트도 한번에 보내버리는 크루시블과 비교가 안되지만, 그 범용성과 활용도가 압도적입니다.
먼저, 본편 시점에서 욕을 꽤 먹었던 머라우더도 크루시블 망치를 활용하여 더 쉽게 잡을수 있게 되었죠.
쉽게 말해 기믹에 비해 약점이 너무 두드러지지 않았던 머라우더가 크루시블 망치에 큰 약점을 가지게 된 셈입니다.
본편에서 블펀에 큰 약점을 가진 일부 적이 있었듯이 말이죠.
그리고 이것을 얼음 수류탄과 활용하여 체력을 수급하는 등 기존에 있었던 시스템과 연계하여 다양한 장점을 살릴 수 있고,
크루시블이나 bfg 탄환처럼 정해진 곳에서만 재보급이 가능하여, 극히 제한적으로만 사용가능했던 것과는 달리 블러드펀치처럼 충전하여 이를 적극 활용할수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좋았습니다.
그런데도 데미지는 강하지 않게 설정하여, 과하게 사기적이지 않은 신무기가 탄생했습니다.
본편의 크루시블을 이걸로 바꿔들고 다닐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새로운 몹들은 역시 성가시다는 느낌은 들지만, 그래도 dlc 1편에 새로 등장했던 적들보다는 훨씬 양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갑옷 남작은 갑옷을 빠르게 깨지 못하면 매우 귀찮아지지만, 갑옷을 깨고나서 다시 이를 수복할 때 기를 모으는 시간이 상당히 길고
스크리머는 초장에 죽였다가는 전투의 난이도가 급상승하지만, 신경쓰면 피해갈 수 있고
다만 저주 프라울러는 워낙 어디서 튀어나올지 예측불허인데, 저주에 걸렸을 때 생기는 기동성 저하가 상당히 뼈아프기는 합니다.
그래도 dlc 1편의 양심 없는 물량보다는 비교적 호전되어서 저주에 걸리거나, 블러드 메이커의 공격에 맞아도 전보다는 살아남기가 쉬운 것 같습니다.
최종보스인 암흑군주는 보스로써의 위엄은 확실하게 보였고 완성도도 높다고 생각하지만, 마지막을 장식하는 보스로써는 조금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단 보스의 일부 패턴에 맞으면 보스 체력이 회복해버리는 것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으나, 저는 연출로써 마음에 들었습니다.
적을 쓰러트리면서 끝없이 힘을 취하는 슬레이어와 동일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암흑군주가 진정으로 슬레이어와 동등한 수준의 전투머신이라는 느낌을 살려낸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전체적인 보스전이 마라우더 전투의 완전판, 혹은 검투사 전투의 상위호환 정도라는 점이 크게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전 dlc 최종보스였던 사무르의 경우, 본편 칸 메이커의 전투(날아다니는 보스, 제한되는 지형 기믹 등)를 발전(혹은 뇌절)시킨 느낌이었는데, 암흑군주와의 전투도 딱 정말 검투사 전투의 발전된 버전이었고, 새롭다는 느낌은 사무르 메이커보다 없었습니다.
차라리 본편의 아이콘 오브 신 처럼 가진거 전부 남김없이 때려박아 죽여버린다는 기믹을 발전시킨 보스였다면, 더욱 호쾌하고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서로 화력을 무식하게 때려박으면서, 그에 따라 체력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진짜 상남자들의 개싸움, 결투 같은 느낌도 더 있었을 것 같구요.
2. 스토리
전반적인 스토리의 흐름은 딱 트레일러를 보면서 예상했던 그대로 흘러간 것 같습니다.
최종장답게 뽕맛 가득한 연출을 치사량으로 때려박았고, 덕분에 눈이 즐거웠으며, 천하의 슬레이어도 혼자서는 해낼 수 없기에 지원이 필요한 전무후무한 전투라는 느낌이 잘 살아났던 것 같습니다.
최후반부에 드러난 반전, 그러니까 암흑군주가 진짜 창조주였다는 진실도 충분히 납득이 갔고, 좋은 반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왜 아버지는 다보스를 완전히 죽이지 않았는지 이유가 비교적 더 명확해졌고, 다보스의 원한 역시 더욱 높은 당위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암흑군주가 슬레이어의 모습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 슬레이어가 신성의 기계를 통해 암흑군주의 모습을 모방하게 된 것일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엔딩은 다소 허무하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슬레이어가 다시 관짝에 들어간다는 건 이해가 됩니다.
이제 사실상 창조주 수준의 힘을 가진 건 슬레이어뿐이니, 그 역시 온전한 인간의 시대를 위해서라면 결국 배제되어야할 존재일 겁니다.
또한 그가 다시 봉인된다는 것은 리부트 시리즈 스토리가 수미상관의 형식을 띄면서 진짜 이야기를 마무리짓는다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엔딩의 방향성 자체에서는 그다지 의문이 없습니다.
다만 '근데 좀더 설명하거나 보여줄게 좀 많지 않냐?' 싶은 생각은 들었습니다.
이 전투 이후에 나이트 센티넬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인류는 앞으로 어떻게 재건해나갈 것인지, 슬레이어 외에 조연들은 어떻게 되었는지(발렌이나 갓인턴 등) 정도는 하다못해 엔딩크레딧에서 삽화 한장씩 정도는 보여줄 수 있지 않나 싶었습니다.
특히 우르닥 쪽이 정말 의문입니다.
악마들은 전부 사라졌지만, 아버지가 사실상 돌아올수도 없게 되었고, 아전트 에너지를 지옥으로부터 공급받지도 못하게 된 상황에서 이들은 어떻게 되려는 걸까요?
사무르 메이커는 이후 어떻게 되는걸까요?
마지막 장면에 등장한 치천사 3명 중에 사무르 메이커가 있는 것인지(그 이전에 등장한 치천사는 총 3명이므로), 아니면 사무르가 아닌 다른 치천사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버지의 정수가 사무르에게 흘러들어가는 듯한 연출 역시 결국 맥거핀으로만 남았죠.
그와 둠 슬레이어의 관계가 완전이 틀어져버린 것에 대해서도 제대로 마무리 지어지지 않았다는 느낌이구요.
최종적으로는 인공 아전트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사무르가 새로운 아버지 역할로 우르닥을 재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듭니다.
사실상 아버지, 창조주의 지위와 권능마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 이번 dlc 2편을 통해 밝혀진 셈이니까요.
하지만, 이런 것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이 그냥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버린 탓에, 이건 어디까지나 추론에 그칠뿐이죠.
이런 수많은 떡밥들을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은 채, 마지막 반전으로 인해 밝혀진 진상도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채 급하게 이야기를 끝내버린 느낌은 다소 아쉽습니다.
(아직 코덱스를 꼼꼼하게 읽어보지는 않았으므로, 거기서 더 설명되는 부분이 있을지는 좀 더 봐야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