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 나리, 너그럽고 후하신 분이시여. 가난한 자에게 한푼만 도와주십시오." 거지가 외쳤다.
이 왕국 서울인 콤모리옴(Commoriom)전체에서 가장 부유하고 탐욕스러운 돈놀이꾼(대금업자)인 아부슬 우소콴(Avoosl Wuthoqquan)은
등 뒤에서 갑자기 들려온 날카롭고 으스스한 매미 같은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기분좋던 망상이 깨어졌다.
그날 저녁, 그때. 우소콴은 집으로 걸어가면서 그의 망상은 동전과 주괴, 금세공품과 은으로 된 값비싼 금속의 광채, 시냇물과 강과 폭포에 있는 많은 빛깔의 보석이 타오르거나 반짝이는 것으로 찬란하게 가득 차 있었다. 이미, 콤모리옴 으뜸가는 부자이거늘 그는 어찌하면 더 재물을 모을까 탐욕을 버리지 못한 거였다. 그런 탐욕스러운 망상을 하던 그에게 초라한 거지가 구걸하는 소리에 망상이 깨진 게 기분나쁜지 등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차디찬 목소리로 답변했다.
"됐소." 그의 말투는 닫힌 걸쇠의 창살 같았다.
그러나, 거지는 계속 말을 이어가며 애원했다.
"오, 관대한 분이시여, 그럼 동전 두 개만이라도 베풀어주시면 나리의 미래를 예언해드립니다."
우소콴은 그 말에 등 뒤를 돌아보며 거지를 쳐다봤다. 거지 사내는 터무니없이 늙었고, 그의 미이라 같은 갈색 피부는 마치 거대한 정글 거미가 촘촘히 엮은 것 같은 주름으로 물갈퀴가 돋아나 있었다. 걸친 것은 그야말로 넝마였으며 늘어져버린 살갗과 뒤섞인 턱수염은 원시 향나무 이끼처럼 희었다. 이런 몰골에 우소칸은 혐오스러운 눈빛과 같이 차디차게 대답했다.
"너같은 거지 예언따위 필요없어."
거지는 그래도 필사적으로 말했다.
"그럼 한 푼이라도 제발........."
우소콴은 짜증을 담아 더 차디차게 대답했다.
"귀찮게! 필요없다고 했잖아!"
그러자, 그 거지의 눈은 맹독을 가진 뱀눈처럼 사악하고 악독하게 되었다. 그가 소리치듯이 외쳤다.
"그렇다면. 아부슬 우소콴! 공짜로 예언해주지!. 네놈은 기이한 것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이 탐욕으로 이어져 그것이 몰락으로 다가올 것이다. 네가 가진 재물에 대한 그 끝없는 탐욕은 너에게 저주로 다가오고 파멸시킬 것이다! 땅의 숨겨진 풍요로움이 당신을 유혹하고 올가미로 만들 것이며, 땅 자체가 마지막에 당신을 삼킬 것이다."
이에 우소콴은 짜증낸 얼굴로 말했다.
"지독하리만큼 저질 예언이군. 죽으면 땅에 묻혀진다는 것을 그리도 뭐 있는 것처럼 말하고 예언이라고 말하는 네놈같은 거지가 하는 소리를 듣을 거 같냐?"
그렇게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저녁이었다. 우소콴은 그의 집 아래층 방에 앉아 있었는데 그곳은 그의 업무 공간이기도 했다. 방은 수정 창을 통해 떨어지는 붉게 물드는 석양에 비쳐진 짧은 공중 금빛에 의해 비스듬히 기울어졌다. 그 빛은 구리 사슬에 매달린 보석 박힌 램프에 타오르는 불꽃을 비추고 있었다. 그런 그의 가게에 한 낯선 사내가 들어왔다.
우소콴은 그가 외지에서 온 여행하는 상인일 수도 있고, 아니면 더 의심스러운 직업을 가진 이방인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넝마같은 옷차림을 한 그 낯선 사내의 가늘고 비스듬한 황록색 눈, 푸르스름하고 헝클어진 턱수염, 추악한 옷차림은 여기 콤모리옴에서 소외되었다는 충분한 증거였기 때문이다. 불안한 듯이 여기저기 둘러보던 사내는 잠깐 주저했으나, 곧 마음을 먹은듯한 얼굴을 했고, 고민을 하며 입을 다물던 태도는 용기를 내서 꺼낸 한 마디로 무너뜨렸다.
"금화 300개를 빌리고 싶습니다."
우소콴은 이 말에 눈빛이 잠깐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꾸했다.
"300개는 아주 큰 돈입니다. 게다가, 나는 당신을 알지 못합니다. 그에 대한 댓가로 뭘 가져왔나요?"
방문자는 안쪽 옷에서 낡을대로 낡은 양가죽 주머니를 꺼내 재빠른 움직임으로 주머니 입구를 열어 우소콴이 앉은 테이블에 거대한 크기와 흠 잡을 데없는 순도를 가진 가공되지 않은 에메랄드 2개를 떨어뜨리며 보여줬다. 여지껏 수많은 보석을 보아온 우소콴은 차갑고 얼음처럼 푸른 불꽃으로 심장이 타올랐다.그 눈에는 탐욕스러운 불꽃이 타올랐다. 이거야말로 완벽한 진품 에메랄드이기 때문이며,많은 보석을 가지고 있는 그에게도 이런 큰 에메랄드는 처음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러나 그는 냉정하고 무심하게 말했다.
"당신에게 150개라면 빌려줄 수 있습니다. 에메랄드는 처리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보석을 요구하고 나에게
돈을 지불하기 위해 돌아오지 않는다면, 나만 피해이니까요."
사내는 즉시 반론했다.
"내가 요구하는 돈은 그 보석 값어치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하다못해 금화 250개를 주시죠!
나야 얼마든지 다른 돈놀이꾼을 찾아가면 그만이오!"
"내가 드릴 수 있는 최대 금액은 200개입니다. 보석이 가치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것을 훔쳤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무분별한 질문을 하는 것은 내 습관이 아닙니다."
사내는 울컥한 얼굴을 했으나 아주 잠깐이었다. 그는 곧 생각에 빠져들었고 오래가지 않아 승낙했다.
"좋습니다. 그럼 200개로 하지요."
그는 우소콴이 전해준 금화 200개를 받고 서두르듯이 밖으로 나가 사라졌다.
우소콴은 그가 떠나는 것을 냉소적인 미소로 바라보며 나름대로 추론을 했다. 그는 보석이 도난당했다고 확신했지만 이 사실에 동요하지 않았다. 보석이 누구에게 속했든, 어찌되었든, 그의 금고를 채운 반갑고 귀중한 추가물이 되었다.
그 사내가 말했듯이 두 개의 에메랄드 중 하나만으로도 300개는 될 값어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낯선 사람이 언제라도 돌아와서 돈을 돌려주고 그것들을 다시 돌려달라고 전혀 염려하지 않았다. 보석의 정당한 소유권에 관해서는 우소콴의 관심이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문제가 아니었다. 그 자신과 이방인이 암묵적으로 단순한 대출이 아닌 가격으로 간주해 온 금화 덕분에 그것들은 이제 그 자신의 재산이 되었으니까.
시간은 흘러 밤이 찾아오면서 석양은 방에서 빠르게 사라졌고 갈색 황혼이 커튼의 금속 장식과 보석의 색깔있는 눈을 흐릿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우소콴은 가게문을 닫아 잠그고 작은 놋쇠 금고를 열고 에메랄드 옆 탁자 위에 번쩍이는 보석을 쏟아부다. 창백하고 얼음처럼 맑은 토파즈와 화려한 크리스탈 수정,북쪽의 차갑고 은밀한 사파이어, 얼어붙은 피와 같은 북극의 홍옥수, 하얀 별이 하트에 박힌 듯한 다이아몬드. 눈부신 빨간색의 루비, 호랑이 눈처럼 빛나는 석류석.눈부시게 빛나는 오팔같이 온갖 화려한 진품 보석들이 빛나고 있었다. 여기에는 또한 다른 에메랄드도 있었고, 우소콴은 이전에 여러 번 했던 것처럼 반짝이는 줄과 원으로 보석을 분류했다. 그리고 그는 줄을 이끄는 선장처럼 한쪽 끝에서 새로 획득한 모든 에메랄드를 분리했다.
그는 자신의 거래에 매우 만족했고, 넘쳐나는 재물에 매우 만족했다. 그는 인색한 자만심과 탐욕스러운 사랑으로 보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의 눈이 의심스러운 마법의 오래된 의 연기가 자욱한 양피지 표지처럼 그의 가죽 같은 얼굴에 박힌 벽옥의 작은 구슬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는 돈과 귀중한 보석, 이것들만이 끊임없는 변화와 낭비의 세계에서 불변하고 변덕스럽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러한 재물에 대한 만족함에 취해있던 그는 뭔가에 놀랐다. 어떤 식으로든 그들을 건드리거나 방해하지 않았기 때문에 갑자기 경고도 없이 오늘 손에 넣은 두 개의 큰 에메랄드가 부드럽고 평평한 검은색 오가 나무 테이블에서 동료들에게서 굴러 떨어지기 시작했다. 놀란 그가 그것을 제지하려고 손을 내밀기도 전에 그들은 반대쪽 가장자리로 사라지고 카펫이 깔린 바닥에 덜거덕 거리는 덜거덕 거리는 소리와 함께 떨어졌다. 그러한 행동은 매우 기이하고 기이한 행동이었다.
우소콴은 보석을 되찾기 위해 다른 생각 없이 벌떡 일어섰다. 하지만, 두 에메랄드는 빠르게 돌아가면서 제멋대로 움직여 그가 살짝 열어둔 창문 작은 틈새를 통해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는 크게 놀랐지만, 제멋대로 움직이는 보석의 괴이함과 수수께끼보다는 에메랄드를 잃을 가능성만 더 걱정이었다.
그는 자신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민첩하게 추격했다. 뚱뚱한 몸집을 가진 그는 평생 이렇게 힘을 다해 달려간 적이 없었을 것이다. 그는 마법인지 뭔지 몰라도 보석이 홀렸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지의 마법 앞에서도 그는 200개 금화라는 막대한 금액을 지불한 것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뛰면서 콤모리옴 거리를 질주했고, 그의 에메랄드가 간 방향을 확인하기 위해 잠시 멈췄다.
저녁먹을 시간이라, 길거리에는 사람이 마침 그리 보이지 않았다. 몇몇 지나던 사람들만 놀란 눈빛으로 보석을 말없이 쳐다볼뿐이었거나, 우소콴을 알아보고 비아냥과 샘통이라는 듯한 눈빛으로 쿡쿡거리며 쳐다볼 뿐. 그러나, 그런 눈빛은 신경쓸 겨를도 없이 우소콴은 달려가고 있었다.
보석은 그렇다고 아주 빠르게 저절로 움직이지도 않았고 충분히 추격할 수 있는, 아니 마치 살아서 날 잡아보라는 듯이 약올리듯이 천천히, 때론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러니, 더더욱 우소콴은 미칠 노릇이었다. 다 잡은 것 같으면 빨라지고 거리가 너무 벌어지면 멈춰섰기 때문이다. 이렇게 에메랄드 2개는 콤모리옴 시에서 벗어나 교외와 그 너머의 거칠고 울창한 숲을 향해 속도를 내고 있었다.
뚱뚱한 우소콴은 추격하다가 곧장 숨이 찼다. 하지만, 보석을 잃어버려 막대한 손해를 본다는 게 더 무서워서 곧바로 다시 추격을 했다. 어느 새, 살인자, 거지들이 거주하는 콤모리옴 외딴 빈민구역까지 달려가고 있었다. 빈민가에서도 사람들은 도망가는 보석을 어리둥절하게 쳐다 보았지만 그들을 막으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쫓고 쫓아갔기에 그 넓은 콤모리옴을 벗어나버렸다.
밤길에 등불조차 없는 어둠만이 자리잡은 숲에서 우소콴은 오로지 보석만 잡고자 달려가고 있었다. 자신이 불빛을 낼 것도 하나도 없고, 대체 여기가 어딘지도 모를 숲길을 한참 가고 가고 간 끝에 이젠 사람이라곤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두려움이나 쌀쌀한 밤 공기로 약간 몸을 떨었지만, 여전히 추격을 늦추지 않았다.
그는 매우 점진적이지만 확실하게 에메랄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는 곧 그것들을 되찾을 것이라고 느꼈다. 끊임없이 굴러가는 보석만 바라보며 이상한 추격에 몰두한 그는 이 보석이 가는 길이 숲길에서도 외딴 곳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어쨌든 어딘가에서 그는 잎사귀가 달빛을 무겁고 환상적인 흑단 덩어리와 함께 수은 그물망으로 바꾸는 괴물 같은 나무 사이를 구불 구불 한 좁은 길로 보석을 찾고자 들어갔다.
좁디좁은 길이라 우소콴이 가진 뚱뚱한 몸집에 가로막힐 듯 싶었으나, 그는 오로지 보석 밖에 보이지 않았기에 그런 것은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지 문제없이 들어가고 있었다.여기서도 몇 시간이 지났을지 모를 시간이 지나 그는 덧없는 보석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갔고, 마침내, 그 보석을 손에 닿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힘을 다해 앞으로 몸을 던지려고 할 때 에메랄드 2개는 마치 달빛이 비치는 길을 가로막는 담비 비단뱀처럼 누워 있는 숲의 그림자에 삼켜진 것처럼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졌다. 당황한 우소콴은 비로소 멈춰섰다. 오로지 보석을 잡고자 하는 마음에 그동안 느끼지 못한 피로감이 온 몸에 찾아왔다. 그리고, 대체 여긴 어디지? 주변을 둘러보니 숲길에서도 도저히 와본 적도 없는 길에 어두움만이 있었다. 그 어두움 사이에 비쳐지던 두개의 보석빛이 사라지니 마침내, 두려움이 찾아왔다.
그러나, 그는 오래가지 않아 그 두려움을 떨쳐버렸다. 바로, 여전히 보석을 찾고자 여기저기 둘러보았고 사라진 곳을 어리둥절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이 좁디좁은 숲길이 그의 앞에서 어둡고 조용히 하품하는 동굴 입구에서 끝나고 미지의 지하 깊이로 이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날카로운 돌로 이빨이 나고 기이한 풀이 무성한 수상쩍고 수상해 보이는 동굴이었다. 어두움 속이지만, 이 곳은 뭔가 빛이 비쳐져서 알아볼 수 있었다.
평소라면 우소콴은 이런 동굴에 들어가는 것을주저했으리라. 하지만, 지금은 추격의 열정과 탐욕의 자극 외에 다른 어떤 충동도 할 수 없었다. 그토록 사악한 방식으로 그의 에메랄드를 삼킨 동굴은 어둠 속으로 빠르게 내려가는 가파른 경사였다. 낮고 좁았으며, 역겨운 물이 흘러내려 미끄러웠다.
이 동굴이 어둠 속에서도 알아볼 수 있던 빛은 대체 뭐일까 생각도 오로지 보석을 찾는 것이 전부였던 그에게 오래가지 않아 사라졌고, 안으로 더더욱 깊이 들어가보았다.
그리고, 그는 뭔가를 보고 숨이 멈추는지 알았다. 그 빛이 뭔지 비로소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동굴 깊숙한 공간에 난 어느 큼직한 구멍으로 들어가보니 그는 좁은 돌 난간에 서 있었다. 그런 그의 앞과 아래에 거의 이 난간 높이에 이르는 방 전체가 마치 곡식 창고가 곡식으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세상의 모든 루비, 오팔, 녹주석, 다이아몬드, 자수정, 에메랄드, 황옥, 사파이어가 모여 거대한 구덩이에 쏟아진 것 같았다. 그는 기복이 심한 덩어리의 더 가까운 언덕에 고요하고 예의 바르게 누워있는 자신의 에메랄드를 보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와 같은 크기와 결함이 없는 다른 것들이 너무 많아서 확신할 수 없었다. 여지껏 쫓아온 에메랄드조차도 몇 천? 몇 만은 넘을 정도로 가득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동안 그는 이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그런 다음 황홀경에 빠진 외침과 함께 절벽에서 앞으로 뛰어내려 흔들리고 땡그랑 소리를 내며 부풀어오르는 보석 속에 무릎을 꿇을 뻔했다. 보석들 사이로 뛰어들고 보니 꿈도, 환상도 아닌 실제였기에 더더욱 기쁨에 취해 외쳤다. 내 것이다! 내 것이다, 이 모든 게 내 것이다!
여태 그가 수십여년동안 모아온 금고 속 보석은 여기에선 한 줌 주머니 수준이었다. 그의 가게 몇 채가 있어도 이 보석들을 채우고도 넘칠 것이다. 이 세상, 그 누구도 이런 엄청난 보석을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황홀경에 빠진 그는 미치도록 웃고 소리지르며 보석을 손에 집어들고 그 엄청난 빛에 취하도록 보고 보았다. 보석들을 공중에 뿌리고 외치며 기쁨에 취하며 행복에 겨워했었다.
그리고, 움직일 때마다 헤아릴 수 없는 구덩이 속으로 더 깊이 가라앉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그의 탐욕스러운 환희가 위험에 대한 생각에 닿기도 전에 보석이 그의 무릎 위로 솟아올라 통통한 허벅지를 삼키고 있었다. 한참을 이렇게 행복에 겨워하던 그는 비로소 자신이 보석 속으로 가라앉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깜짝 놀라서 빠져나와 안전한 바위 절벽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는 속수무책으로 허둥댔다. 움직이는 보석들이 그의 아래에서 무너졌고, 그는 더 나아가 빛나고 불안정한 무더기가 그의 허리까지 올라올 때까지 더 깊이 나아갔다.
아무리 움직여도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행복에 겨워하던 것은 사라졌고 두려움이 찾아들었다. 아무리, 보석이 좋다고 한들 이렇게 보석 속에 빠져 죽을 수는 없다. 두려움 속에 그는 버둥거렸고 결국,누구도 없음을 알면서도 외쳐댔다.
"살려줘! 누구없어요! 보석 속에 빠졌어요! 제발 누구 없어요!"
그 때였다.
"아하하하하하하!!"
소름끼치는 듯한 웃음소리가 대답하듯이 들려왔다.
고통스러운 노력으로 그의 뚱뚱한 목을 비틀어 어깨 너머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그는 보석 구덩이 위에 있던 일종의 선반 위에 웅크리고 있는 가장 기이한 존재를 보았다.
그것은 완전히, 그리고 터무니없이 비인간적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어떤 종류의 동물이나 알려진 신이나 악마와도 닮지 않았다. 그것은 매우 크고 창백하고 쪼그리고 앉았으며 두꺼비 같은 얼굴과 부어 오르고 8개가 넘는 팔다리를 가지고 있었다. 대체 뭐라고 해야할 생물일까? 파충류같으면서도 무슨 오징어같은 해양동물같은 피부도 보이고 이 세상에 도저히 상상을 할 수도 없는 괴이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그것은 선반 위에 납작하게 놓여 있었고, 엄청 큰 갈라진 입이 튀어나와 있었다. 눈꺼풀 없는 눈은 우소콴을 비스듬히
바라보고 있었으며 재미있다는 듯이 얼굴은 키득키득 거리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말없이 보던 그것은 입을 열었다.
거칠고 쉰 목소리지만 분명히 사람이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음?.....넌 뭐야? 내 보석들 사이에 들어가 살찐 돼지처럼 버둥거리는 넌 뭐냐? 오호? 너........
이제 보니 어디서 굴러온지 모르겠다만, 살찐 돈놀이꾼인 듯 싶구나."
우소콴은 보석에 빠져 죽을 거 같아 두려워하는데 이걸 재미있어 하고 비웃는 말투였다. 보통이라면 비명지르고 달아날
괴물이었거늘, 지금은 이 괴물에게라도 구원을 바래야 했다.
"도와주세요! 내가 가라앉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습니까?"
그 생물은 큭큭거리며 기름진 웃음을 지었고 비아냥거리듯이 말했다.
"예예... 물론, 당신이 처한 곤경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 어디 말해보실까요?
당신?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겁니까?"
우소콴은 다급하게 애원하듯이 외쳤다.
"저는 내 에메랄드를 찾으러 왔습니다. 훌륭하고 흠이 없는 보석 두 개를 금화 200개를 주고 사왔습니다!
그것이 갑자기 움직여 이걸 찾고자 여기까지 온 것이고요! 그러니, 어서 좀 살려주세요!!"
"당신의 에메랄드?"
그것은 표정으로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유감이군. 당신. 여기 보석들은 내거요. 오로지, 내 말만 듣죠. 아무리 멀리가져가도 다른 마법을 쓴다고 해도,
아무리 어떤 수법으로 숨겨도 내가 부르면 얼마든지 온답니다. 흐흐흐흐흐. "
거칠면서 약올리듯이 말하면서도 감정이 들어간 말투로 그것은 말하고 움직였다. 지금까지 재미있는 구경하며
가만히 있던 그것은 반론하듯이 말하며 얼굴을 들어 우소콴을 쳐다봤다. 잠깐이나마 감정이 들어간 얼굴로
감히 내것을 누구 것이라고 주장하느냐? 라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말을 이어갔다.
"바로 며칠전에, 어느 깡마른 침입자가 와서 에메랄드 2개를 훔쳐갔죠. 당신도 여기까지 오면서 느껴겠지만 여긴 사람이
찾아오기에는 좁고 길도 한참 와야하니까 좀처럼 사람이 온 적이 없거든요. 헌데, 왠일로 오랫만에 사람이 왔더군요. 저는 구경만 했습니다.
얼마든지 잡을 수 있지만. 그 사람은 당신처럼 미련하게 보석으로 빠져들지 않고 입구에서 2개만 집어들고 좋아라 하다가 더 가져갈까
고민하더군요. 당신과 다르게 신중한 성격이라서 놔두다간 되려, 더 많은 사람에게 소문을 내던가, 아니면 더 귀찮게 할 거 같아서 내가
앞으로 나섰더니 날 보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더군요. 나야 얼마든지 쫓아가 그를 잡을 수 있었지만, 놔뒀습니다.
다른 게 올 것이라고 기대했더니 딱 맞게 왔네요."
하지만, 이렇게 길게 말해도 우소콴은 버둥거리며 살려달라고 외치며 새겨듣지도 못했다. 그러던 말던, 생물은 계속 말했다.
말투는 비아냥을 담아 웃듯이 말하는 거였다.
"정말 잘한 짓이었다니까. 그 때 잡아봐야 오랫만에 맛볼게 초라할텐데 참고 보내주니까 이처럼 살찐 것이 와서
버둥거리는 걸 보니 참 기분이 좋은 걸? 하하하하하하하."
우소콴은 이제 목덜미까지 보석에 빠져버렸기에 이 말을 이해하지도 못했다. 점점 더 공포에 휩싸여 단어를 이해하거나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없었다. 그는 천천히 보석 속으로 가라앉았다. 녹색, 노란색, 빨간색, 보라색 보석이 그의 목덜미 주위에서 화려하게 깜박이고 있었고 이젠 서서히 얼굴까지 잠겨들어가고 있었다.
"도와줘! 도와줘!" 그는 통곡했다. "삼켜지겠어! 제발 도와줘!!!"
그러자, 그 생물은 말없이 냉소적으로 웃는 듯이 입을 벌렸다. 입에서 나온 통통하고 하얀 혀의 갈라진 끝을 보여주면서, 그 독특한 존재는
보석 사이로 툭 내려왔다. 그는 보석 사이에 전혀 가라앉지 않았고 느긋하게 걸어왔다. 우소콴에게 닿을 수 있는 위치로 미끄러지듯
앞으로 온 그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민첩한 한 번의 동작으로 그를 자유롭게 끌어냈다. 그런 다음, 잠시 멈추거나 서문을 추가하거나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그 큰 입을 쩍 벌려 우소콴을 꿀꺽 삼켜버리고 맛을 음미했다.
1932년 6월호 위어드 테일스 연재
원제목은 The Weird of Avoosl Wuthoqquan
한국에선 처음으로 소개된 소년중앙 별책부록 일어 중역판은 무진장 중략된 버젼이었죠.
극중에 우소콴이 보석을 쫓아갈 때 묘사는 엄청나게 간추렸음.
여기선 우소콴이 우소칸이라고 번역되었습니다.
--여기 나온 도시 콤모리옴은 작가의 다른 작품 '니가심 자움의 목'(원제목은 아삼마우스의 유언, 유고)
에서 다른 차원에서 온 식인거인 크니가심 자움에게 멸망당하고 맙니다. 이 작품도
이 아틀란티스의 저주에서 생략된 버젼으로 중역되어 실렸죠.
뒤늦게 봤는데 재밌는 단편이어서 이리 뒤늦게라도 댓글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