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이 RPG의 탈을 썻지만 실은 백기병을 조작해 어둡고 복잡한 맵과 싸워가며 기가칼로리를 보전해서 인질로 붙잡혀있는 스토리를 구출하는 유사 RPG 게임이었다면 그래도 이번 편은 제법 핵앤슬래쉬 RPG 다워졌습니다. 유사 RPG에서 제대로 된 RPG가 되었다고 할까요. 락온하고 공격키 누르면서 평타만 연타하는 게임에서 때에 맞게 스킬을 구사하고 스타일을 바꿔가며 효율적으로 적을 상대하는 게임이 되었는데 1편이 원래 이정도는 나왔어야 한다고 봅니다. 한가지 불편해진건 락온이 삭제되었는데 그래서 논타겟 스킬 쓸때 조금만 각도가 이상해도 마구 빗나가서 민망해집니다. 단점은 아니고 게임이 좀 더 머리를 쓰게 바뀐 점입니다.
맵을 랜덤맵으로 바꾸면서 거의 모든 맵이 일직선으로 된건 파밍하고 진행하는 입장에서야 좋지만 성의없게 보이네요. 어둠을 헤치면서 맵의 퍼즐들을 풀어 진행하던 전작과 달리 능력만 되면 매우 스피디하게 진행이 가능한건 장점인데. 대신 맵을 보는 재미는 없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지형 장식물만 틀리지 구조가 거의 비슷해요. 느낌표를 향해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스토리는 많이 순화되었는데, 주인공이 오랜 세월동한 세뇌당한 후 감금당한채 괴롭힘당해서 극심한 편집증에 시달리던 메탈리카에서 부모님을 잃은걸 빼고는 평범하게 살던 아마리에로 변한 영향이 큽니다. 마녀의 위엄을 보여주겠다며 민가를 약탈하게 시키던 메탈리카와 달리 아마리에는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네요. 그리고 2편의 스토리는 맵 탐색 게임이던 1편을 끝까지 하게 만든 스토리만큼의 임팩트는 없어요. 플롯은 종장 직전까지는 1편과 비슷한거 같은데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전작에 비해 단순해졌습니다. 문제는 종장인데 뭔가 더 나올거 같았는데 그냥 끝났는데, 최초의 각성 마녀는 과거에 말 때문에 쓰라린 일을 겪고 말이 없는 세계를 원하게 된 걸까요? 뜬금없이 침묵의 세계를 만들겠다는데 본편에서 말 때문에 위험헀던 에피소드 하나 없이 갑자기 그러니 황당할 뿐입니다. 그리고 2편만 하신분은 그래서 니케가 대체 뭐지? 하고 의문만 생길거 같습니다.
마녀와 백기병 1편은 니혼이치 치고 이례적으로 스토리가 좋던 게임이었습니다. 이 회사는 일부 게임들의 낮은 스토리 퀄리티에 충격받은 소비자들에게 혹시 사장 아들이 스토리 작가 했냐는 소리까지 듣던 회사(그 퀄 낮은 게임은 아니고 다른 몇몇 게임은 스토리를 아들은 아니고 사장 본인이 썼습니다만)인데 웬일로 스토리가 좋았죠. 급전개와 급수습이 없는건 아니지만 적어도 게임하며 즐기기엔 충분히 오락적으로 괜찮았습니다. 마녀와 백기병을 만들고 남은 설정을 재활용해서 만든게 루프란의 지하 미궁과 마녀의 여단인데 이쪽도 꽤 좋은 평가를 받았죠. 2편이 만들어진다고 했을때 좀 걱정했는데 1편은 아무리 봐도 후속작 같은걸 생각하지 않고 써낸 스토리인데다 여러번 써먹기도 힘든 스토리인데 어떻게 하려나 걱정했는데 1편과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로 만들기로 결정했네요. 그렇게 만들어진 2편의 스토리는 그래도 꽤 노력을 한거 같은데 역시 조금 부족했다고 봅니다. 큰 기대 안하고 그냥 평범한 작품 하나 한다고 생각하면 괜찮았습니다.
제가 보기엔 스토리 원래 각본가 안쓰고 외주회사 준게 아프게 작용한듯... 백기병-루프란 연달아 스토리 꿀잼이었던건 우연이라고 보진 않는데 외주 주자마자 스토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