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절이름 까먹었으니 내가 새대가린걸 누굴 탓하리.
어느 낡은절이 있었다.
비가 오면 세고 여기저기 군데군데 손을 볼때가 많았는데 당시에는 조선 후기
숭유억불정책이 과도할때이니 누구도 선뜻 시주를 해주는 이가 많지 않았다.
시름이 깊어지던 묘스님은 어느날 부처님 앞에서 기도를 하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눈앞의 불상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하는 꿈을 꾸었다.
'묘씨야.내일 아침에 너와 처음 만나는 이가 바로 절을 위한 시주이니라.;
그걸 꿈구고 난후 묘스님은 아침에 일어나 절 앞을 서성이는데
맙소사 처음 만난 이는 다름 아닌 아랫마을에 사는 머슴이었다.
남의집 하인이 재산이 얼마나 있겠는가?
한참 망설이던 스님은 말이라도 건네보고자 전후 이야기를 했는데
머슴은 흔쾌히 시주를 하겠다고했다.
자신이 평생에 걸쳐모은 재산이었다.
스님은 그래도 여간 미안한게 아니었다.
평생 남의집 허드렛일로 모은돈이 아닌가?
스님이 미안해하자 머슴이 말했다.
'저는 평생 남의 종살이나 하고 장가도 못갔습니다.
돈을 가져봐야 뭐하겠습니까?
뜻있는 곳에 쓰고 싶어요.'
그말에 스님은 무엇이 하고싶은지 묻자
'저는 평생 평민이지만 남의 머슴 살이를 해야했습니다.
담음 생에는 실컷 공부하고 좋은집 자식으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스님은 합장을 하였고 머슴은 자신이 평생 모은 돈을 시주하였다.
그 돈으로 절 수리는 마쳤으나 그뒤 머슴은 몹쓸병에 갑자기 걸려 시름시름 앓았는데
병이든 머슴을 구제해줄 주인집이 어디있겠는가?
그때당시에는 거의다 그랬다.
결국엔 주인집에서 쫓겨난 병든 머슴 이야기를 듣고 스님이 데려와 간호했으나
머슴은 그만 몇달을 앓다가 죽고 말았다.
다비식이라도 해주고자 다비식을 하는데 스님은 기가막혔다.
자신이 가진 모든걸 시주했음에도 이리 가다니.
남들이 자신을 뭐라하거나 말거나 그런건 개의치 않겠으나
스스로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그 날 스님은 분노를 못이겨 그만 도끼로 불상의 머리를 찍고 말았다.
그리고 놀란 스님은 자신이 머슴을 죽게 만든것도 모자라서
부처님 불상에 대죄를 지었다며 울다가 마음이 피폐해져 그만 절을 나가고 말았다.
스님은 그렇게 장장 30년 세월을 유리걸식하며 그저 참회만을 하면서 지냈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이 사고친 절 근처에서 주지 스님을 만났는데 주지 스님은 도리어 위로하며 그만 절로 돌아오라 일렀다.
그리고 나서 주지스님은 자네가 찍은 도끼가 불상에서 안빠져 나와 마을 장정이 뽑으려했으나
못 뽑고 그게 소문이 나면서 다른 지역에서 힘개나 쓴다는 장정들이
와서 힘자랑한다고 여러번 도전하는데 그게 장장 30년세월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자신이 저지른 죄이니 결자해지는 스스로 해야겠다 싶어서 절로 돌아갔다.
절에 돌아가서 목욕재계하고 불상으로 나아가는데 때마침 그 고을에
새로 부임한 젊은 현령이 하인들을 시켜서 절을 보수중이었다.
알고보니 그 현령은 불심이 깊은 관리로 절이 낡은걸 안타까워해서
진두지휘하며 수리중이었다.
스님을 발견한 젊은 수령이 말했다.
'스님 마침 잘 오셨습니다.
포졸들을 시켜 저 도끼를 뽑게 만들었으나 도저히 뽑히지가 않았습니다.
불상이 저 상태로 30년이나 있었다니 참으로 보기가 불편했겠습니다.'
그말에 당사자인 묘스님은 합장하며 자신이 저지른 죄라며 지난 일을 말해주었다.
그러자 현령의 표정이 뭔가 기묘하게 바뀌면서 기억을 더듬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스님은 현령에게 다시 합장 인사하고 불상에 세번 절하고는
도끼자루를 손에 쥐고서 뽑자 스님 손에서는 아주 쉽게 뽑혔다.
그리고 도끼 날에는 놀랍게도
'시주와 승려가 오늘 만나리라.'
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는게 아닌가?
놀라서 서로 쳐다보던 현령과 스님.
형령은 그제서야 스님 두손을 꼬옥 잡더니 말했다.
'스님.스님.이제서야 기억났습니다.
제가 바로 전생의 그 머슴 박씨였습니다.
제가 전 재산을 그래도 좋은곳에 시주한 공덕으로 이리 좋은 집안에 태어나 좋아하는 공부 실컷했습니다.'
라고 말했고 스님도 왈칵 눈물이 나오며 고개를 끄덕이며 둘은 반가운 재회를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