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편의점에 잠깐 다녀오는 길에
누군가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돌아보면,
막차를 놓쳐 편의점 앞에서 시간을 때우고 있다가
우연히 지나가던 얼굴을 알아보고 손을 흔드는
아이리 누나와 그 밴드 친구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카즈사랑 요시미, 나츠도 핸드폰을 보고있다가
힐끔 고개를 들고 아는 사람이냐고 물어보더니
마침 잘 됐다는 얼굴로, 혹시 재워줄 수 있냐고 물어보라며
아이리 누나에게 살짝 귓속말을 하는거 꼴릴 것 같지 않냐...
놀다가 막차가 끊겨서 그러는데
혹시 집이 근처면 오늘만 재워줄 수 있냐고
아이리 누나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부탁을 해서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이면,
다들 운이 좋았다면서 자기들끼리 키득거리며
혼자 지내는 자취방까지 뒤따라오는거 꼴릴 것 같지 않냐...
집에 도착해서 방문을 열고 들어가면
제일 불량해 보이던 카즈사는 의외로 가장 예의 바르게
실례하겠다고 인사하더니 얌전히 구석에 앉고
요시미는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침대에 드러누워서 핸드폰을 하고
나츠는 멋대로 냉장고를 열어보거나
방금 편의점에서 사온 봉투를 뒤지더니
이거 먹어도 되냐고 하면서
대답도 듣지 않은 채 과자의 포장을 뜯고
아이리 누나만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나중에 밥 사줄게, 라고 하면서
친구들의 실례를 대신 사과하는거 꼴릴 것 같지 않냐...
그 때 요시미가 키득키득 웃으면서
야한 책을 찾았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들려와
급하게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관심 없는 듯 핸드폰을 하고 있는 카즈사의 옆에서
나츠와 요시미가 책장 구석에서 꺼낸 야한 만화책을
멋대로 펼쳐서 보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진지한 얼굴로 만화를 읽고 있는 나츠와
오타쿠는 진짜로 이런 책 사는구나, 라고 킥킥 웃는 요시미에게
새빨개진 얼굴의 아이리 누나가
남의 방에 있는 물건을 마음대로 꺼내면 안 된다고 혼내며
미안하다고 계속 사과를 하는거 꼴릴 것 같지 않냐...
그 때, 진지한 표정으로 야한 만화를 정독하고 있던 나츠는
조금 흥미 있어 보이는 표정으로
만화의 한 장면을 가리키면서
이거 진짜로 이렇게 돼? 라고 옆에 앉은 카즈사에게 물어보는데
나츠가 가리키는 컷을 힐끗 본 카즈사는
그냥 만화라 그러는거 아냐? 라고 대충 넘겨버리고
아이리 누나는 나츠가 가리키는 장면을 보더니
새빨간 얼굴로 물러나며 시선을 돌리고
결국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나츠의 눈동자와
그리고 장난스러운 요시미의 시선은
이쪽을 향해 힐끗 돌아오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