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군번이라 이쯤되면 생각이 나네요.
뭐 군생활이야 거의 다 비슷비슷할꺼고.. 전 별로 고생은 안했네요.
그냥. 입대할 때가 많이 생각나요.
철없던 시절 여자친구랑 붙어다니느라 다른건 일체 안했죠.
9월 24일 생일. 9월 29일 여자친구 생일 . 9월 30일 입대.
30일 아침까지도 전날 여자친구랑 있느라 입대를 하네마네 걱정하셨던 부모님....
306에 들어가서 진짜 하는거없이 잠자고 밥먹고 앉아서 졸다가 잠깐 뭐 하다가 졸다가 밥먹고 자고...
보충대에 한 3일 있었던거 같아요. 원래 10월 1일 군번인데 10월 1일이 국군의 날이라 일찍 입대한 케이스라고 했어요.
보충대에서 신검받고 ... 재검 뜨더라구요.
'뭐지. 집에 갈수 있나 보고싶다 여자친구.' 라는 마음과.. '이왕 들어온거 한큐에 걍 입대하자. 가면 또 와야된다..' 라는 마음..
어쨋든 재검 장소로 가는 버스에서. 1살 많은 형이었던거 같아요. 좀 뚱뚱하고 무슨 보이스카웃인지 바텐더인지 검은 남방에 무슨 휘장같은게 주렁주렁달린 옷을 입은 형은.
자기는 집에 가야된다고. 여자친구 보러 가야된다고 좀 난리쳤던거 같네요. 그때 당시엔 되게 쎈척하는 형같았는데 집에 갈꺼란 말이 왜케 줩밥같이 들렸는진 잘 모르겠어요.
아 좀 좋게 본 친구 하나는 햇빛알레르기 때메 진짜 운동장에 있을 때 흙을 피부에 바르더라구요. 그냥 바르는게 아니라 처덕처덕. 진짜 피부가 이상해지는거 봤네요.
아 쟨 가겠다 싶었고.. 저보다 2~3번째 일찍 들어간 그 보이스카웃 형은 집에 보내달라고 울고불고. 자기 아니면 일할 사람이 없다고 우는거 보고...좀 그랬어요.
전 지방간이요. 93키로 쯤 나갔는데. 군의관님이 들어가서 존나게 뛰면 된다고 입대 도장 찍어줬어요. (신교대 6주 훈련 받고 자대 배치 후 100일 휴가 나와서 체중 재보니까 72키로....)
군대 선후임 동기도 그립고 .. 지금 사는게 영 빡셔서 못찾아보고 못만나보고 있지만. 그립네요.
어쨋든. 제 평생에 쎈척하고 집에 보내달라고 울고불고 군의관한테 사정하면서 팔 붙잡고 울고 오는 버스에서 웃으면서 여자친구 만나러 간다고 좋아하던 형...
근데 2개월인가 3개월 후에 재입대 판정 받았던데 .. 잘 살고 있겠죠.
걍... 가을이 오는거 같아 쎈치해져서 끄적거려봤네요. 벌써 16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