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있으니 귀찮으면 맨 아래만 보아도 좋다)
"엄연히 초'밥'인데 밥이 없으면 그게 초밥이냐??"라고 생각한다면,
한 번 더 생각해보자.
'초밥'은 한국어지 일본어가 아니다.
일본어로는 스시(寿司)다.
그럼 스시(寿司)라는 일본어에도 '밥'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물론 스시(寿司)의 어원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고, 지금도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맛이) 시다'라는 뜻의 일본어 '酸し'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초밥의 원형인 나레즈시(熱鮨)가 생선을 발효시켜 만든 발효음식이었기 때문에 시큼한 맛이 났기 때문이다.
당연히 '밥'이라는 의미는 들어가지 않는다.
한자 표기의 기원을 보아도, 寿司는 뜻이 좋은 한자를 가져와 음을 맞춘 '아테지'이고
본래의 표기법은 鮨나 鮓를 쓰는데, 둘 다 생선살을 조리한 식품을 지칭한다.
(鮨는 생선 젓갈, 鮓은 생선 절임을 각각 의미한다고 하는데 정확하지는 않다.)
한자 표기법의 원형을 보아도 '밥'이라는 의미는 들어가지 않는다.
다음으로 실제 사례들을 보자.
우선 스시의 원형으로 꼽히는 나레즈시는 다음과 같은 물건이다.
나레즈시는 본래 생선을 오래 보존하여 먹기 위해 발달된 조리법으로,
생선을 밥에 묻어 보관하면 밥이 먼저 발효되어 초(醋)가 먼저 형성되고,
초의 산도가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면서 생선이 썩지 않고 발효되어 오래 보존이 가능해지는 것.
사실 곡물을 이용한 육류의 초절임 방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고대부터 중세까지 폭넓게 쓰이던 식재료 보존법이고,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 이것과 가장 유사한 음식은 바로 해(醢)다.
중국에서는 주로 육고기를 이용해 만들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바닷물고기를 이용해 만들게 되니 이게 식해(食醢)다.
그렇다.
나레즈시는 우리나라 음식 중에서는 가자미 식해에 가장 가까운 형태의 음식이었다.
밥을 넣긴 하지만 밥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밥은 발효를 위한 밑재료로 사용되는 것이고,
발효된 이후의 밥은 완전히 삭아 흐물흐물해지고 굉장히 시큼해지는 데다가
물고기를 이용해 만들 경우 물고기의 비린내를 밥이 흡수하여 굉장히 비려지기까지 하기 때문에
나레즈시는 기본적으로 밥은 털어내고 생선만 먹는 음식이었다.
스시가 밥과 생선을 함께 먹는 음식이 된 것은
밥이 완전히 삭기 전에 발효를 멈추는 '나마나레(生なれ)'가 등장한 이후이다.
또, 이와 별개로 나레즈시의 파생형인 다양한 형태의 스시들이 발전하는데
가령 시가현의 토속 음식인 후나즈시(ふなずし)만 해도 다음과 같은 음식이다.
붕어를 이용해 만드는 나레즈시인데,
붕어 자체가 워낙 비린 생선인데 이것이 발효되면서 더 비려지고,
그 비린내가 고스란히 삭은 밥에 흡수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비위를 가진 사람이라면 밥은 도저히 먹을 수 없다.
그래서 당연히 삭은 밥은 털어내고 먹는다.
이시카와현으로 가면 더 특이한 스시가 등장하는데,
가부라즈시(かぶら寿司)라는 물건으로, 보통 방어를 사용해 만든다.
이건 순무 사이에 생선(주로 방어)를 끼우고, 그 상태로 누룩에 파묻어 발효시킨 음식이다.
재료는 생선, 순무, 누룩, 소금.
그렇다.
이건 아예 발효 과정에서조차 밥이 들어가지 않는다.
물론 보통 쌀누룩을 쓰니까 누룩을 만드는 과정에서 밥이 쓰이지 않았느냐고 한다면 밥이 쓰이긴 쓰인 거긴 한데....
어쨌든 완성된 음식에 있어서는 밥은 흔적도 없다.
그러니까 '밥이 있어야만 스시'라고 한다면 가부라스시는 스시가 아닌게 된다.
하지만 이시카와현 사람들에게 '가부라스시는 스시사 아니다'라고 한다면 아마 화를 낼 것이다.
저게 우리가 흔히 먹는 스시의 형태인 '니기리스시(握り寿司)'보다 훨씬 오래된,
스시의 원형이자 근본에 더 가까운 물건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건 본인도 직접 먹어 보았는데, 시큼한 맛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면 꽤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위의 이야기는 너무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냐고?
오늘날에 팔리는 현대적 형태의 초밥들 중에도 밥이 안 쓰인 초밥들이 엄연히 있다.
대표적인게 소바스시(そば寿司 혹은 蕎麦寿司).
이름에 '소바'가 들어간 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쌀밥 대신 소바, 즉 메밀면을 사용한다.
'밥이 없는데 어떻게 초밥이냐!!'라고 해도 소용 없다.
일본인들도 엄연히 이 음식을 소바스시라고 부른다.
스시의 종주국 일본의 현지인들이 소바스시라고 부르는 걸 한국인들이 이건 스시가 아냐!!라고 하는 것도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발효 과정에서만 밥을 쓸 뿐, 밥을 털어내고 먹는 것이 원형인 나레즈시도 스시고
아예 밥이 들어가지조차 않는 가부라즈시도 스시고
밥 대신 메밀면을 사용한 소바스시도 스시지만
옥수수로 만든 폴렌타를 샤리로 쓰면 스시가 아니다??
흠.....기준이 너무 제멋대로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렇기 때문에,
저 대회에서 규정 상 만들어야 하는 요리를 '니기리스시'로 명확하게 지정했거나,
'쌀밥으로 만든 샤리를 사용해야만 한다'라고 제한을 걸어둔게 아니라면 저 요리를 초밥이 아니라고 탈락시킨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맞다.
3줄요약
1. 한국어 '초밥'과 다르게 일본어 '스시(寿司)'에는 '밥'이란 의미가 포함되지 않는다.
2. 스시의 원형인 나레즈시는 밥은 털어내고 먹는 음식이었고, 가부라즈시처럼 아예 밥이 안 들어가는 스시도 있었다.
3. 현대의 스시로만 봐도, 밥 대신 소바를 쓰는 소바스시도 엄연히 스시라 불리고 있다.
저 꼰대 잘못이 맞지 ㅋㅋㅋ
알기쉽다! 좋았으!
이래서 일본 애들이 고기 무쳐놓고 나물이라고.....!
나무르랑 윳케 보면 쟤네 기준은 되게 널널한게 아닐까
담백한 펙트 : 스시는 절인 생선이란 뜻이다. 즉 생선이 중요한거지 밥이 중요한게아니었다. 대충 수르트뢰밍 비스무리한게 스시였다. 밥이 중요해진건 스시역사에서 얼마 되지도 않았다.
근데 저건 저 주최측 비판용이라 아무래도 상관없는 거 아닌가? 얘네들 꼰대라 이 좋은 것도 스시라 안함. 이런 거잖음
바게트 스시
나무르랑 윳케 보면 쟤네 기준은 되게 널널한게 아닐까
알기쉽다! 좋았으!
저 꼰대 잘못이 맞지 ㅋㅋㅋ
이런거 재밌다
이래서 일본 애들이 고기 무쳐놓고 나물이라고.....!
좋은데?
좋.....긴하지
식해같은 음식이었던거네요
근데 저건 저 주최측 비판용이라 아무래도 상관없는 거 아닌가? 얘네들 꼰대라 이 좋은 것도 스시라 안함. 이런 거잖음
외국인의 고정관념없는 순수성이 역으로 원형에 더 가까운 의미로 간거구나
담백한 펙트 : 스시는 절인 생선이란 뜻이다. 즉 생선이 중요한거지 밥이 중요한게아니었다. 대충 수르트뢰밍 비스무리한게 스시였다. 밥이 중요해진건 스시역사에서 얼마 되지도 않았다.
자세한 설명추
스시는 원래 밥을 이용한 발효식품이었다던가? 그리고 식혜마냥 그 밥이 아까우니 같이 먹다보니 지금 형태가 되었고.
심사위원이 현직 셰프들보다 전문성 딸리는거까지 고증인가ㅋㅋㅋㅋㅋ
바게트 스시
그렇다면 유부초밥... 아니 계란초밥은 무엇인가
지식이 늘었다
한국에서 초밥된이유가 식초에 초랑 밥인형태라서 그런거아녓남 알고있기론이거긴한데 그래서그냥 스시라고 부르라고 했떤기억이ㅋㅋㅋ
사실 미스터 초밥왕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 기준이 많이 나와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봐야 되긴 함 ㅋㅋ 문어 초밥 대결에서 쭈꾸미 알 초밥 내놓고도 주인공이라고 이기는 장면도 있는데 뭘...
일본은 문어, 쭈꾸미, 낚지를 딱히 구분안해서 그런거 아님? 단어야 따로 있겠지만 그냥 일반적으로는 다 타코로 퉁치는거 같던데
만화라서 일부러 자극적인 내용을 그렸을 수도
그럼 야키니쿠 스시는 스시가 아니구나.
근데 뭐 이런식으로 나가면 제육백반도 스시가 되는거라… 재료가 생선이 아니어도 되고, 발효 안해도 되고, 밥을 쥐어 올려야 하는것도 아니고 밥에 꼭 초를 쳐야 하는 것도 아니게 되고 나면 제육백반도 말 가져다 붙이기에 따라 스시가 되고 김치도 야채를 재료로 한 스시가 되는거고 탕수육도 밥 없이 튀긴 고기를 재료로 한 스시가 되는거… 주최측에서 조건을 명확히 하지 않은게 잘못인건 맞는데 그렇다고 이걸 단지 오리지널 스시와 다른 가지로 파생된 음식들과 언어적 정의를 가지고 들어 말장난할 일은 아니지 싶음.
"주최측에서 조건을 명확히 하지 않은게 잘못인건 맞는데"가 핵심이기 때문에 뒤의 말은 사족임. 주최측에서 생각하는 스시의 명확한 조건이 있으면 그걸 명시했어야 하는 거고, 그걸 명시하지 않은 시점에서 참가자가 스시에 대한 현대적 재해석이나 다른 나라 요리와의 퓨전도 허용하는 거라 받아들이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음. 물론 심사위원들이 그런 재해석이 스시의 본질과 너무 동떨어졌다고 판단한다면 그냥 감점을 하면 됨. 근데 야예 실격을 시켰다는 건, 주최측이 생각하는 명확한 스시의 기준이 있으면서도 그걸 참가자들에게는 고지하지 않았다는 말이 됨. 그럼 그 시점에서 그냥 명확하게 주최측의 잘못이고, 주최측의 잘못인 시점에서 더 이상 논할 필요가 없음. 주최측의 잘못으로 인한 부당한 실격이 명확한 시점에서 말장난이니 뭐니는 그냥 사족에 불과함.
주최측에서는 밥이 없으면 스시가 아니라고 했을 뿐인데, 그걸 반박하려면 그냥 나레즈시에서 끝났으면 됨. 밥이 없으면 스시가 아니라는 말이 틀렸다고 또 반대로 쫙 나가서 이거 없어도 스시고 저거 없어도 스시고 이래도 스시고 저래도 스시고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 이게 스시뿐 아니라 일반적이고 오래된 문제라 논리학이나 인지학에서 family resemblencer같은 개념이 있는거고. 결국 저 대회의 평가는 주최측이 하는거고, 그 대회 주최측의 스시의 정의에 동의하지 않으면 그 대회 밖에서 저 빵 요리도 스시라는 데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따로 뭔가 진행하면 됨. 학술적으로 귀납적으로 완벽하게 정의가 불가능할지언정 집단지성같은 힘이 결국 작용해서 답이 나오게 되니까.
"밥이 없으면 스시가 아니라는 말이 틀렸다고 또 반대로 쫙 나가서 이거 없어도 스시고 저거 없어도 스시고 이래도 스시고 저래도 스시고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 본문 읽은 거 맞음? 난 반대로 쫙 나가서 이거 없어도 스시고 저거 없어도 스시고 이래도 스시고 저래도 스시고 한 적이 없음. 내가 본문에서 든 예시는 1. 나레즈시-밥을 걷어내고 먹음 2. 후나즈시-역시 밥을 걷어내고 먹음 3. 카부라즈시-아예 밥이 안 들어감 4. 소바스시-밥 대신 소바를 씀 난 스시의 다른 요소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조차 한 적이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밥이 스시의 필수요소인가"만 논했음. 내가 본문에서 언제 이거 없어도 스시고 저거 없어도 스시고 이래도 스시고 저래도 스시고 이야기를 했다는 거임? 밥의 유무 외에 다른 그 무엇도 논한 적이 없는데 왜 본문에 없는 내용을 확대해석해서 이런 댓글을 다는지 전혀 모르겠는데. 본문을 다시 읽고 답해줘. 내가 본문에서 밥이 유무 외에 그 어떤 요소를 언급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