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안 오션웨이(Russian Ocean Way)팀은 러시아 지리학협회의 후원을 받아 삼동체(sailing trimaran) 무동력 범선을 타고
19세기 러시아 탐험가들의 경로를 따라가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었다.
2021년 7월 발트해의 크론슈타트에서 출항한 러시아인들은 대서양을 가로지르며 2년동안 목표거리의 1/3가량인 13,000해리을 항해했다.
항해 1년이 지난 새해 초, 러시아인들은 자신들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시작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사실 이들은 전쟁과는 무관한 탐험가이자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러시아를 떠나왔으므로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다.
하지만 개전 이후로 수많은 국가들이 러시아 범선의 입항을 거부하거나 러시아인들의 계좌결제을 막아 물자보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3년 2월 말, 칠레 탈카우아노에 잠시 기항한 러시아인들은 남태평양 한가운데에 위치한 이스터섬을 향해 출발했다.
그런데 3월 중순, 칠레 해상 서쪽 1000 해리 해상에서 폭풍을 만나 조타장치가 파손되고 마운트에 금이 가 점점 침몰하기 시작했다.
러시아인들은 응급수리를 시도했지만 균열은 점점 심해져갔다. 다음날인 3월 16일, 스타니슬라프 베레즈킨(Станислав Березкин) 선장은
구조요청 무전을 보냈다. 이에 가장 가까이 있던 파나마 국적의 화물선인 수니온(SOUNION, IMO 9949467)이 그들을 구하기 위해 다가왔다.
거친 날씨와 파도 때문에 수니온이 러시아인들의 범선을 발견하기까진 약 5시간이 걸렸다.
러시아인들이 수니온으로 옮겨타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당시 파고는 약 3m였다.
러시아인들은 침몰하기 직전인 배를 버리고 사다리로 점프하여 목숨을 구했다.
갑판에 올라온 러시아인들은 수니온 선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선원들 절반은 필리핀인들이었다.
이윽고 유창한 러시아어 비슷한 말이 들려왔다. 이 화물선의 간부선원들은 전원 우크라이나인들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인들을 적대하지 않았다. 그들은 러시아인들에게 먹을 것과 입을 옷과 잠잘 선실을 내줬다.
그리고 그들의 범선에 예인줄을 연결하여 견인해주기까지 했다. 아쉽게도 파도가 너무 심하게 쳐서
범선이 견디지 못하고 부서지는 바람에 결과적으로는 소용이 없었지만 말이다.
베레즈킨 선장은 수니온의 선장인 우크라이나인과 대화를 나눴다. 베레즈킨은 수니온 선장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었다.
그러자 우크라이나인 선장은 잠시 베레즈킨을 빤히 쳐다보더니 짧게 대답했다.
'마리우폴'
베레즈킨은 더 이상 아무것도 물어볼 수 없었다. 그저 고맙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화물선이 칠레에 입항하자 기자들이 인터뷰를 청해왔다. 우크라이나인 선장은 그들에게 형식적인 브리핑만 해줬고
모든 기자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익명으로 표기 해줄 것을 요구'하고 떠났다.
기자들은 베레즈킨에게도 인터뷰를 요청했다. 베레즈킨은 이렇게 대답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바다라는 공간이 인종과 국적의 경계가 없는 곳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떤 언어를 사용하든, 어떤 피부색을 가졌던, 어떤 눈 색깔을 가졌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바다 위에서 우리 모두 신으로부터 같은 거리에 있습니다. 그 거리는 팔을 뻗으면 닿을 수 있고 구원 받을 수 있습니다.'
TMI: 참고로 이 탐험대는 배가 부서지면 현지에서 배를 새로 사서 여정을 계속하는 끝에,
배를 총 3번 교체했고 현재는 러시아로 귀환하는데 성공함.
https://www.boatshed.com/ukrainian-ship-rescues-russian-sailing-vessel-in-pacific-blog-120265.html
https://nautica.news/ukrainian-mariners-rescue-russian-sailing-vessel-in-the-pacif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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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마리우폴은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항구도시로, 우크라이나 전쟁 최대의 격전지였다.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을 약 3달동안 포위공격한 끝에 함락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2만명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전쟁은 인간쓰레기들이 일으키고 피는 엄한 사람들이 흘리는거지..
아..은혜를 원수로 갚은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