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작가가 개성에 집착한 것 같은데, 하나같이 어디에서 본 녀석들이다.
부제
그런게 팔릴리가 없잖아?
본문
아아, 정말로 평화로운 날이다.
물론, 정말로 평화롭다는 것은 아니다.
날씨는 좋아 햇볕은 따뜻하고, 바람은 기분좋을 정도로 불어온다.
무릎까지 자란 여러 풀들은 몸에 스치더라도 상처가 나거나 부어오르기는 커녕 상큼한 향기만 날 뿐.
그러나 정말로 평화로운가?
단언하건데 그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아마 미래에도 진정한 평화따위는 찾아오지 않는다.
내가 평화롭다고 스스로를 세뇌시키는 이 사이에도, 지금 이 세상 어디에선간 사람이 죽는다.
대부분은,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
우리 인간들이 진심으로 증오하는 북쪽 빙설계곡에 있는 마족들의 국가 엘다임이 지난 수십년간 인간들과의 분쟁에서 죽여온 인간보단, 지금 한달 사이에 인간이 죽여온 인간의 수가 훨씬 많을 것이다.
오오, 인간성이여.
인류의 앞날은 어둡다!
마족때문에? 아니다.
인간들의 분쟁 때문에? 그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인류의 앞날이 어둡다는 것인가?
그런 의문이 든다면 고개를 들어라.
그리고 내가 보는 것을 당신들도 보는게 좋다.
"다이너마이트!"
피가 끓는듯한 중저음의 외침.
브레지어와 팬티만 입은 여자가 내 팔뚝보다 세배가 넘는 팔뚝으로 황소보다 두 배는 큰 야생 고양잇과 동물의 척추를 뽑아내는 장면을 말이다.
"가람, 선물."
4미터는 넘는 근육덩어리의 여자가 척추가 달린 고양잇과 동물의 머리를 들고 걸어온다.
바닥엔 피를 줄줄, 몸에는 피비린내가 풍긴다.
그것보다 더 끔찍한 것은, 한 걸음을 걸을 때마다 작아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꺄륵."
어느세 내 허리 아래보다 작아진 어린애가 피투성이로 자기 몸보다 큰 척추달린 머리를 들고 입으로 무표정하게 꺄르륵 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다.
나는 그 광경에 공포를 느꼈다.
이미 내 주변에는 머리통과 척추, 그리고 내장이 한 가득.
사실 내가 앞서 설명했던 싱그러운 풀밭은 이미 갈색으로 변색되기 시작한 피바다에 뒤덮여 있었습니다.
며칠 후에는 영양분을 듬뿍 받아 다른 풀보다 훨씬 더 높게 자라겠죠.
나는 양 팔로 머리를 감싸며 고개를 숙였다.
"어째서...이렇게 되어버렸을까..."
낮선 천장이다를 말하고 싶었지만, 여기는 야외니까.
이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서는 과거 회상이 필요하다.
지금으로부터 약 두달 전.
내가 아직 이 세상과 나에 대해서 근거없는 희망과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을 때부터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라
내가 기대했던 반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