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을 건 받고
줄 건 주는 계산이 끝났다.
신이치는
누군가 딴소리를 지껄이기 전에
브라질을 떠날 계획이다.
제레미가 언급한 현물은
이미
리우국제공항에서
이륙준비를 마치고 그를 기다렸다.
애초에
정상적인 입국절차를 밟아
브라질에 들어온 게 아니지만
VVIP출입로를 이용하니
출국심사 따윈 없었다.
일반탑승구가 아닌 주기장에서
개인용 제트기에 탑승하려던 일행을 가로막는 자들이 있었다.
“ 미스터 수호.”
“ 누구?”
“ 피어슨 앤 왓슨에서 나왔습니다.”
“ 로비스트?”
피어슨 앤 왓슨이라면
K-Street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로비스트그룹이다.
상대가 건네는 쪽지를 받아 열어본
신이치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 이건 무슨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 진심어린 성의죠.
의뢰인 중
누구도
당신과 척을 지고 싶은 맘은 없습니다.”
“ 좋아.”
상대는
신이치가
그리 쉽게 승낙할지 몰랐다는 얼굴이다.
“ 이건 전면적인 승낙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죠?
미스터 수호.”
“ 그래.
단!
이중계약에 책임 있는 놈들을
내 앞에 데려와.”
“ 책임이요?”
“ 그렇게 전하면 알아들을 거야.”
“ 알겠습니다.”
귀찮은 로비스트를 떨군 신이치는
전용기에 올랐다.
시커먼 남자조종사보다
아름답고 친절한 여승무원에게
한 번이라도 더 눈이 가는 걸 보니
신이치도
천상 사내였다.
그래도.......
방심하면 곤란했다
모리 란과 스즈키 소노코가
그런 부분에서는
신이치도 놀랄 정도로 촉이 좋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전용기를 선물한 곳이
다름 아닌
CIA기 때문이다.
신이치에 앞서 기내점검을 끝낸
그의 사촌형과
로건 (모리 코고로) 과
그의 측근들은
비행기주인이 타든 말든
널브러진 채
일등석급 서비스를 즐겼다.
“ 체크는?”
“ 이상 없습니다.
그건 그렇고...”
“ 말 돌리지 말고 질문하라고 했지.
로건.”
“ 이중계약문제는 어쩌실 겁니까?”
“ 굳이 찾아갈 필요가 있나?
알아서 찾아오게 만들어야지.
걱정하지 마.
그 누군가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테니까.”
“ 믿겠습니다. 수호.”
신이치의 말에
로건 (모리 크고로) 은 고개를 끄덕였다.
곧 이륙할 거란 안내방송이 나오자
대충 자리를 잡고 앉았다.
비싼 전용기니만큼
좌석 대부분은
극도의 편의를 추구하도록 설계됐다.
이래서
부자들이
개인용 제트기를 선호하는 걸까?
신이치는 눈을 감았다.
이제 집으로 돌아간다.
고작 2주도 안 되는
짧은 미션이었는데
이번엔
왠지 길게 느껴졌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신이치에게
아무런 감흥이 없는 나라였다.
그런데
이젠 돌아가는 것이
기대가 됐다.
이유가 뭘까?
‘ 란과 내 친구들 때문일지도.’
가족과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이름이 몇 안 되던
과거에 비하면
지금은
많이 늘어났다고나 할까?
‘ 나도... 늙었나?’
다른 사람이
그의 속마음을 들여다봤다면
아직 창창한 나이에
별소릴 한다고 화냈을 것이다.
하지만,
신이치는
언제부턴가
피와 죽음에 염증을 느꼈다.
안식년은
계략이 아니라 진짜였다.
그리고
태평양을 건넌 전용기가
하네다에 도착했을 때
또다시
원치 않은 상황을 맞닥뜨려야 했다.
바로
자신과 싸워야 할 상대인
후루야 레이의 단독행동을 말이다.
점점 쫄깃쫄깃 해지네요.
제 글을 이렇게 좋아해주시니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