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
소노코 호텔의 근처에 있는
고급일식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신이치는
몇분 뒤
그의 사촌형의 휴대폰이 울리는 것을
말없이 보고 있다가
곧바로
그의 사촌형에게서 건네받은
휴대폰에서
나카야마 소이치로의 목소리가 들렸다.
“ 보냈네. 수호.”
“ 좋아.”
“ 언제쯤 결과를 받아볼 수 있을까?”
“ 내일.”
“ 내일? 빠르군. 기대하고 있지.”
통화를 끝낸
신이치는
그의 사촌형과 같이
고급일식집을 떠나
호텔로 돌아왔다.
그의 사촌형을 물리치고
혼자 스위트룸으로 올라왔다.
인기척이 들린다.
작은 바Bar에서 술잔을 든 여자는
신이치의 등장에
콜로서스 (키리토) 와 만났을 때처럼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를 표정을 지었다.
“ 올림푸스.”
“ 쿠미코. 아니 아틀라스.”
쿠미코는
겉으로 보기엔
작은 여자아이였다.
발육이 덜 된
어린애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나이는
마흔이 넘는다.
사춘기에서 성장이 멈춰버린 희귀질환,
그것뿐이라면
그냥
불쌍한 불치병환자 가운데 한 명일 뿐이었으리라.
‘ 육신의 성장 대신
다른 부분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해버렸지.’
무지한 이들은
그걸
예언이나 초능력으로 믿었고
쿠미코를
실험실의 기니피그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대단히 똑똑한 여자다.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 사 년?
오 년만인가?
올림푸스.
소식은 들었어.
안식년을 갖기로 했다고?”
“ 근데 일이 더 많아지는 기분이야.”
“ 그야 다들 당신을 원하니까.”
어린애가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심히 괴상했다.
“ 나카야마가 꽁지 빠지게 찾아온 걸 보니 뭔가 재미있는 일을 꾸미나봐?”
“ 일을 꾸미는 건 내가 아니라 너겠지. 쿠미코.”
“ 내가 뭘?”
“ 엠파이어 콘체른.”
“ 난 모르는 일이야.”
쿠미코는 발뺌했지만
신이치는 믿지 않았다.
“ 나도 긴가민가했어.
이걸 보기 전까진 말이지.”
품에서
나바로스가 건넨 USB를 꺼내 흔들었다.
술잔을 놓은 쿠미코는
쓰게 웃었다.
“ 대니얼 나바로스...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거라고 말했는데
그들은 듣지 않았어.”
“ 그들?”
“ 알면서도 되묻는 거야?”
신이치가
지그시 바라보자
그녀는
두 손 두 손 다 들었다.
“ 알았어! 알았다고! 말할게.”
쿠미코는
빈 잔을 술로 채우며 운을 뗐다.
“ 첫 번째 의뢰는
지금 카리스마 그룹을 담당하는 스즈키 그룹을 쪼개는 거였어.
그래서
양키오타쿠 한 놈을 유도했지.
본인은
조종당했다는 것도 모를 걸?”
“ 크랭키.”
“ 맞아.
그런 이상한 별명을 가진 찐따였어.
어쨌든
초기설계를 끝내자마자
나머지는
알아서 굴러가더군.
변수는
네가 등장하면서부터 발생했어.
올림푸스.”
“ 스즈키 그룹과
내 관계를 고려하지 않았나?”
“ 고려했어. 다만...”
“ 다만?”
“ 내 예상을 벗어났거든.”
“ 합류할 줄은 몰랐다고?”
“ 딱 봐도 그렇잖아?
물론 스즈키 그룹이
세계 백 위권에 드는 대기업이긴 해.
하지만,
너에게 받은 은혜를 갚으려고
모든 것을 바칠
다른 기업과 가문에 비하면
명함도 못 내밀 구멍가게지.
당장
미국만 해도
수천억 달러를 제의할 텐데?
일본은 작아도 너무 작아.”
이번 잔도 단숨에 비운 그녀는
이젠
병째 손에 들었다.
“ 두 번째 의뢰는 널 지연시키라는 거였어.”
“ 오오카 모미지.”
“ 그래.
그......
유니콘 프로젝트에 너가 관련되었다는
냄새만 풍겨도
단번에 걸려들더라.
그리고
이번에도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지.”
“ 왜?”
“ 일본 공안조사청을 이용할 줄은 몰랐으니까.
아닌가?
거기가
기회를 노렸다는 게 이치에 맞겠네.”
쿠도 신이치는
이제껏
어떤 나라의 법체계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근데
고국에서만큼은
웬만하면 사고치지 않으려고 자제했다.
그로 미루어
오오카 모미지 역시
사법제도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처리할 거라
추측한 것이다.
당연히
온전한 절차엔 시간이 필요했다.
“ 세 번째는?”
“ 세 번째는 내가 설계한 게 아니야.
올림푸스.
딥브레스와 난 관계없어.
일본정부가 많이 병신 같긴 해도
날 속이고
이중계약할 만큼 멍청하진 않아.”
쿠도 신이치는
턱을 쓰다듬었다.
이 모든 진실에도
왠지 얘기가 겉돈다고 느껴졌다.
‘ 대체 누가 최후의 승자지?’
이익을 얻은 사람보다
손해를 본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
확신하건대
이건
수익과 관련된 일이 아니었다.
그는
나바로스의 USB를
쿠미코에게 던졌다.
“ 더 해줄 말은 없고? 쿠미코.”
“ 어디까지 왔는지는 모르지만
그 때
콜로서스가 움직이느라 몸을 사리던 앙골라가 다시 움직이고 있어.
확실해.
그 때문에 노
인네들 심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거든.
이번 지
세븐 도쿄회담을 망쳤다간...
붐!
피의 숙청을 능가하는
피바다급의 학살이 시작될 거야.”
“ 회담을 망치든 말든 나완 관계없어.”
방금 전
자신이 한 말을 데자뷔처럼 듣게 된 쿠미코는
입매를 일그러뜨렸다.
비아냥거림이다.
“ 드레스덴파일.”
“ 콜로서스도 그렇고.....
왜 자꾸 그것을 들먹거려?
안 돼.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했잖아?”
“ 말을 끝까지 들어.
콜로서스가 그랬던 것처럼
드레스덴파일이 내게 있다고 소문을 내.”
“ 뭐?”
쿠미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소문만 내.”
“ 왜?”
쿠도 신이치는 차갑게 웃었다.
“ 낚시 해봤어?”
고통은 어렵고 인내는 훌륭한 것이다.
다음이 기대되네요!!!!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