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 왔습니다. 캐롤.”
“ 업데이트.”
“ 영 씨 남매가 풀려났습니다.”
“ 똘마니들은?”
“ 불법무기소지로 유치장에 있습니다.”
“ 무장해제를 당했군?
누군지는 몰라도 머리를 잘 굴렸어.”
현지 사법당국이
작심하고 옭아매면
누구도
몸 성히 빠져나가기 어렵다.
“ 부통령이 그런 거 아닌가요?”
“ 파머는 그 정도로 막나갈 배포는 없어.
잭슨이지.”
“ 비서실장 말입니까?”
“ 아칸소 깡패새끼가
많이 출세했지.
하지만,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술을 마셔도
깡패 습성까지 바꿀 순 없었나봐.”
나쁜 짓으로
쉽고 빠르게 이득을 맛본 놈은
항상
그 유혹에 시달렸다.
그리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선
더욱
쉽고 빠른 길만 찾으려고 한다.
그것이
인간의 본능이었다.
“ 한나는?”
“ 복지국 직원이
경찰서로 찾아와 서류를 작성 중입니다.”
“ 우리 애들은?”
“ 대기 중입니다.”
“ 무력충돌은 피해.”
“ 그거야
변호사놈들의 주둥아리에 달렸죠.”
어느 날
갑자기
아동복지국이 보호하려는 아이의 친할머니라고 주장한다면
상대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십중팔구는
미친 사람 보듯이 내쫓길 것이다.
그러나
미친 할망구가
수십 명의 변호사군단을 달고 왔다면
얘기가 다르다.
퇴근한 판사를
도로 불러들일 능력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명품으로 온몸을 도배한
캐롤라인은
딱 봐도
귀부인 같았다.
시장의 행정명령과
판사의 영장도 강력했지만
주지사의 전화 한 통이 결정적이었다.
경찰서를 둘러싼 연방요원들은
그녀를 알면서도
막아서지 못했다.
왜냐하면
윗선에선
캐롤라인을 건드리기 두려워했으니까.
헥터 가르시아 못지않은 폭탄을 품은 게
그녀다.
탁자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한나를
캐롤라인은
창 너머로 물끄러미 바라만 봤다.
사진으로 보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사진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스러웠지만
실물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천사.
아기천사가 나팔을 불고 내려오는
황홀함.
아들을
영원히 다시 볼 수 없다는 아픔이
조금이나마 치유된다.
케네스와 닮은 구석이 보였다.
사진을 처음 봤을 땐
왜 못 알아봤을까?
부하도 알아본 걸
친할머니인 자신은 눈치 채지 못했다.
캐롤라인의 눈빛이 침중해지자
피셔는 혀를 찼다.
“ 자책하는 겁니까?
캐롤.”
“ 좀 더 빨리 알아챘다면
오늘 같이 험악한 일을 겪게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할미실격이군.”
“ 확실한 건
친자확인검사가 끝나봐야 압니다.”
“ 아니야.
네 말이 맞아.
피셔.
한나는 케네스와 날 닮았어.”
편견이라도 상관없다.
그녀는
눈앞에 아른거리는
저 작은 아이를 품에 안고 싶었다.
보호하고 싶다.
“ 여사님.”
말쑥하게 차려입은 양복쟁이가 다가왔다.
“ 시간이 걸리겠지만
어떻게든
내일 아침까지는.”
“ 그 시간이 없다고.
애송아.”
캐롤라인은
변호사의 말을 중간에서 잘랐다.
“ 캐플란은 어디 가고
너 같은 애송이를 보낸 거야?”
“ 캐플란 씨는 디씨에 있습니다.”
“ 왜? 아.”
역성을 내려던 그녀는
탄성을 흘렸다.
캐롤라인은
일부 주에선 수배를 받는 중이고
사법공조가 이뤄질 경우
뉴욕이든 어디든
미국영토에선 충분히 체포가 가능했다.
로비스트의 전 방위적인 활동만이
그녀의 자산을 보호하고
나아가
복수에 대한 열망을 실현시킬 수 있으니
고문변호사를 비롯한
명성 높은 로펌을
대거 워싱턴D.C.에 투입한 이유는 뻔했다.
캐롤라인은 피셔를 돌아봤다.
“ 시간이 얼마나 있지?”
귀에 꽂은 무전메시지에 집중하던 피셔는
미간을 모았다.
그는
권총을 뽑아 안전장치를 풀었다.
경찰서 내부에
어떻게 무기를 들고 들어왔는지 따지는 건
의미 없는 짓이다.
“ 늦었습니다.”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습니다! 긴박감과 미국에 대한 예리한 비판까지 절묘하게 버무리다니......
이제부터 미국에서 벌어지는 모리 코고로의 흥미진진한 깜짝 파티의 시작이니 많이 기대해주세요!!!!